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29
828화
빛이 팍 사라지자 시야는 지독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황.
“다들 엎드려!!”
일단 눈앞이 안 보일 때 가장 확실한 회피는 바닥을 구르는 것.
재호의 외침에 모두가 냅다 바닥으로 드러누웠다.
후웅-
머리 위로 느껴지는 강한 풍압.
번쩍-
그리고 갑자기 뒤쪽에서 강한 빛과 함께 누군가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악!!”
고개를 돌리니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원 하나가 어둠서리에게 얻어맞고 허공을 날고 있었다.
번쩍-
다시 불이 한 번 번쩍이곤 찾아온 어둠.
이어 또 다른 사람이 공격을 받아 나뒹굴었다.
두 번의 공격으로 어둠서리의 전투 방식은 확실히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생각한 거랑 너무 다른데?’
일단 이렇게 딱 한 마리만 등장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었다.
슈사림에게 들었을 땐 막연히 몬스터 집단이라고 상상했었으니까.
은밀하게 숨어 단체로 적을 기습 공격하는 타입일 줄 알았지만,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번쩍-
다시 빛을 터뜨리며 다른 한 명을 날려 버리는 어둠서리를 보면…….
‘섬광탄을 터뜨려 대면서 싸우는 거나 다름없네.’
공격 직전에 강한 빛을 터뜨리며 상대의 시야를 방해한 뒤, 기습하는 전투 스타일.
어두운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투법이었다.
어둠 속에서 눈뽕을 당하니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있겠는가?
“아오! 멀미 온다고!!”
“우웁!”
정신없이 도망 다니는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 댔다.
“마가리타! 그 자식들 좀 써먹어!!”
그들이 말하는 ‘그 자식들’은 마가리타의 꼭두각시들.
“이미 쓰고 있다고!!”
마가리타는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미 어둠서리의 공격에 그들을 미끼로 내던지는 중이었으니…….
하지만 그들은 딱 허수아비 역할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디노스 섬에서 레벨을 탕진한 상태에서 잡혔기에 몸빵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아오! 쓸모도 없는……!”
번쩍-
“꺽?!”
버팔로는 순간 눈앞에서 터진 강한 빛에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었다.
쾅-!!
방패 너머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 이후, 방어를 뚫고 들어오는 큰 대미지에 입이 쩍 벌어졌다.
“크흡!”
그래도 제법 실력 좋은 플레이어답게 검을 휘둘러 반격을 시도했지만…….
휘잉-
이미 빛은 사라지고 검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리곤 바로 뒤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등을 얻어맞은 버팔로가 허공을 훌훌 날았다.
콰아앙!!
이 두 번의 충돌로 버팔로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 자식 몸에 불 들어왔을 때만 팰 수 있는 거 같다!!”
아직 확정 짓기엔 근거가 적긴 하지만, 어쨌든 실마리 하나를 얻은 건 큰 소득.
“빅썬더!”
버팔로의 외침을 들은 재호는 빅썬더를 향해 소리쳤다.
굳이 뒷말은 하지 않아도 의미는 전달이 되었다.
번-쩍.
빅썬더가 불러낸 번개 줄기가 하늘로 솟구치며 주변을 환히 밝혔다.
그러자 사라졌던 어둠서리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치 빛을 빨아들이는 듯, 새카만 몸을 가진 녀석.
아무래도 그게 어둠서리의 진짜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아주 잠시, 빛이 사라지며 다시 모습을 감추었고 빅썬더는 녀석이 있던 위치를 놓치지 않았다.
콰르르릉-
어둠서리를 향해 추가 마법을 내던진 빅썬더.
파지직-
그 공격이 모습이 막 사라진 어둠서리에게 정통으로 적중한 듯, 일순간 형체를 드러낸 녀석은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다.
‘통한다!’
그렇게 확신이 든 빅썬더는 환히 빛나는 광구를 만들어 전장을 밝혔고, 나머지 사람들도 실체가 드러난 어둠서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르르-
어둠서리는 빅썬더가 만들어 낸 빛과 동화되더니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
천하의 빅썬더도 그 순간만큼은 당황했다.
설마 빛 자체와 동화될 것이라고 그 누구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넋을 놓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빅썬더의 날카로운 감각은 보이지 않는 어둠서리가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감지했으니까.
“물러나!”
그보다 한발 빠르게 앞을 막은 진아가 광범위 영역을 보호하는 신성 영역을 만들어 냈다.
빅썬더가 만든 광구와 달리 은은한 황금빛이 주변에 퍼져 나가자 다시 모습이 드러난 어둠서리.
스르르-
하지만 이번에도 금방 그 빛에 숨어 버렸다.
쿠웅-!
진아의 방패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
“내 앞쪽이야!!”
진아의 외침에 레드의 화염 마법이 불을 뿜었다.
콰르르-
붉은빛에 노출된 어둠서리는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그 붉은빛과 섞여 버렸다.
방금 본 일련의 과정에서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어둠서리는 빛과 완벽히 동화시켜 자신을 감추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버팔로의 말처럼 모습이 드러날 때만 때릴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일단은 유의미한 타격을 준 건 빅썬더의 첫 공격 말고 없었으니까.
당장 할 것은 계속해서 다른 빛을 터뜨려 어둠서리를 끄집어내는 일.
번쩍- 번쩍-
여기저기서 각기 다른 불빛이 반짝이자 흡사 클럽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단, 음악 대신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했지만…….
그리고 재호도 이상한 걸 깨달았다.
‘이거… 우리 공격이 전혀 안 먹히는 거 같은데??’
실체가 없는 대상을 공격하는 듯, 단 한 번도 유효타를 먹인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이다.
분명 시각적으로 보았을 땐 공격이 어둠서리에게 적중하긴 했다.
그러나 손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원거리 공격은 그대로 관통해 지나갔으며, 근접 무기는 물을 벤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시각적으로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상황 같았지만, 실제로 피해가 누적되는 건 인간 쪽.
‘하지만 아까 빅썬더가 공격했을 땐 분명…….’
재호는 똑똑히 보았었다.
빅썬더가 첫 공격을 했을 때, 어둠서리는 살짝 반응을 보였던 것을…….
‘분명 사라진 직후였지.’
일단 지금까지 확인된 정보들을 정리해 보았다.
어둠서리는 공격을 하기 전, 강한 빛을 뿜어내 적의 시야를 마비시킨다.
그리곤 바로 공격을 가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의 공격은 먹히지 않는 상황.
‘혹시 모습을 감추는 타이밍에 맞춰 공격해야 하나?’
빅썬더의 첫 공격 타이밍을 생각해 보면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균일한 빛을 지속적으로 노출할 땐 녀석이 적응하고 완전히 숨어 버렸다.
타이밍을 잡으려면 결국 형체가 보이긴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리하면 결국 녀석의 모습이 사라진 상태일 때 공격을 해야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는 건데…….
‘너무 치사하잖아.’
녀석이 형체를 드러내며 공격할 때, 자신들은 반격을 가해도 유효타를 줄 수 없는 극악의 조건.
결국 할 수 있는 건 방어뿐인 것이다.
실체가 드러났을 때 공격이 가능하단 건 버팔로의 착각이었다.
서로 양립하면 안 되는 두 조건을 함께 가지고 있으니 헷갈리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점점 적응하는 거 같은데?’
쉴 새 없이 번쩍이는 빛들에 어느 정도 모습이 노출되던 어둠서리는 어느새 다시 투명도가 낮아진 상태였다.
그 말인즉, 이 현란한 빛에도 이젠 적응하고 있다는 뜻.
“빅썬더!”
재호는 빅썬더를 불렀고, 마침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 난사는 오히려 저놈을 돕는 것 같다.”
빅썬더의 이야기를 들은 재호는 바로 명령을 내렸다.
“일단 공격을 멈춰! 전열부터 다시 갖춰!”
그 말에 잠시 전투를 멈추고 전열을 정리하지만, 이미 누적된 피해는 상당했다.
특히 피해가 큰 건…….
“뭐야? 너희 다 어디 갔어?”
버팔로와 마가리타 두 명밖에 남지 않은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였다.
“설마 또 담보 걸었어?”
재호는 믿기지 않는단 얼굴로 물었다.
“어… 그런 거 같은데……?”
버팔로는 민망해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난 아니야! 제대로 왔다고! 지금까지 버틴 게 증거라고!”
“나, 나도 마찬가지!”
따라 외치는 마가리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면 그녀는 거짓말이었다.
아마 데리고 있던 꼭두각시들이 다 사라진 걸 보면 어떻게 살아남았을지 뻔히 보였다.
“뭐, 상관없어. 어차피 기대도 안 했으니까.”
“야… 나는 정상 레벨로 왔다고…….”
버팔로는 섭섭해했지만, 정말로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는 계산하지 않은 전력이었다.
그들이야 굵직한 명령만 따를 뿐, 세부적으로 보면 결국 자기들 멋대로 행동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어둠서리 역시 공격을 잠깐 멈추더니 처음의 푸른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정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듯…….
‘어둠서리의 증명……?’
재호는 이것이 증명의 과정이란 걸 알아챘다.
“이제 어쩌려고?”
완식은 다른 이들의 체력을 채워 주며 물었다.
“…일단 내가 혼자 나서 볼게.”
고민하던 재호가 결단을 내렸다.
“뭐? 혼자? 그게 대책이야?”
“하나 테스트해 볼 게 있거든.”
재호는 모종삽과 창을 꺼낸 뒤, 홀로 걸어 나갔다.
혼란스러운 난전 속에선 감각이 떨어져서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이 있었다.
이번에 혼자 나서 그걸 확인해 보려는 것.
스르르-
재호가 나오자 다시 모습이 사라지는 어둠서리.
이어 소리 없는 움직임 후, 재호의 눈앞에서 빛을 터뜨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쯧…….”
눈이 멀어 버린 재호.
아무리 재호라고 해도 홍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더라도 피할 방법은 있었다.
재호에겐 특별한 아이템이 있었으니까.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없음] [야수의 기운이 담겨 있는 특별한 보옥입니다.이것에 담긴 특별한 힘은 보옥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제공해 줍니다.] [ : 당신보다 레벨이 높은 상대와 전투 시, 이 전투를 보조합니다.] [ : 사각에서 오는 공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어둠서리의 레벨은 확인 불가했지만, 보나 마나 재호보단 높을 터.
이 녀석이 어디로 공격해 올지 알려 줄…….
“어?”
뻐억-
순식간에 등을 얻어맞고 앞으로 처박힌 재호.
“저, 저!!!”
“알시아 님!”
재호답지 않은 공격 허용에 지켜보던 이들은 난리가 났다.
재호가 얻어맞고 바닥을 구르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본 장면이었으니 놀란 것도 당연했다.
번쩍-
꽝!!
이어 두 번째 공격에도 당한 재호.
평소처럼 민첩한 움직임은 보여 주지 못하고 삐걱대는 모습에 동료들이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려고 했지만, 티나가 그들을 막아섰다.
“왜?! 도와야 하는 상황 아냐?”
완식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급한 상황이 아냐.”
돌아온 티나의 대답.
“뭐……?”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이었지만, 뒤늦게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누구보다 눈을 뒤집고 달려들어야 할 이가 바로 티나.
그런데 가만히 있다?
“그 말이 맞다.”
그때, 빅썬더도 티나의 말에 동조하며 나섰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알시아는 데이터를 얻고 있는 것 같군.”
빠악-
그사이 또 한 번 맞고 나뒹군 재호.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촤앗-
낙법하며 부드럽게 몸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더 빠르게 다시 접근한 어둠서리가 빛을 뿜어냈다.
눈이 멀어 버린 재호.
하지만 아예 눈을 감아 버리곤 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자신이 어둠서리의 첫 공격을 피했을 때처럼…….
후웅-!
뒤로 몸을 젖혀 아슬아슬하게 피한 재호.
그리고 다음 공격도, 또 다음 공격도… 재호는 완벽하게 회피했다.
‘알겠다.’
마침내 비밀을 알게 된 재호.
어둠 속, 여기저기 강한 빛이 번쩍거리던 난전에선 알아채기 힘들었던 녀석의 진짜 정체.
‘월식이었어!’
이 특별한 날에만 나타나는 몬스터는 그와 잘 어울리는 특성까지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