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32
831화
대륙 각지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기이한 몬스터들.
처음 보는 몬스터인 만큼 플레이어들은 호기심을 가득 품은 채 그것들을 사냥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고, 거대 이상 현상이 벌어진 것에 비하면 너무나 시시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드랍되는 아이템들 역시 변변찮았다.
얻는 거라곤 코딱지만 한 경험치 말고는 없는 상황.
그나마 효율을 챙기는 사람들은 인근 왕국의 용병 모집에 응해 골드 보상을 받거나 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볼 수 있었던 약해 빠진 몬스터가 아닌, 보스급 몬스터와 필사의 레이드를 벌여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에 성공한 이들은 남들과 조금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재호 일행이 얻은 것과 같은 이클립스 입장 기회.
해당 보상 후기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게 또 다른 대형 퀘스트의 전조라는 걸 직감했다.
-님들. 어떤 몬스터 잡아야 입장권 얻음?
└입장권이 아니라 입장할 수 있다는 알림이 끝임.
└그거나 그거나. 그래서 어떤 몬스터 잡아야 함?
└뭔 소리임? 엄연히 다른 거임. 입장권이라고 실물 아이템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알림이 전부라고.
└아 그래서 그 알림을 보려면 뭘 잡아야 하냐고!!
발칵 뒤집힌 커뮤니티.
하지만 해당 알림을 얻은 이들은 남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아 했으며, 몇몇 이들은 해당 정보를 가지고서 금전 거래를 요구하기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 짓는 월드와이드의 관찰팀 팀장 이현호는…….
“조졌네.”
뉴월드의 세계를 구성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건 인공지능 크레이터.
그 완벽한 인공지능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자유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벌이는 활동 대부분은 세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 머물렀으며, 동시에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플레이어들의 자유를 보장하되, 최우선 순위는 이 세계를 멀쩡히 보전하는 것이었으니까.
수없이 많은 플레이어가 벌이는 각기 다른 모험과 기행 등, 그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건 크레이터의 예지에 가까운 연산 결과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저 사건마다 실현 확률 차이가 있을 뿐.
물론 가장 낮은 확률의 가능성일수록 뉴월드의 안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편 사람들이 이클립스를 알게 되고 그곳으로 넘어가는 것 역시 크레이터가 높은 확률로 예측한 미래였다.
이 정도의 글로벌 이벤트가 발생했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이 ‘당연히 벌어졌을 일’이 극도로 위험해진 것엔 문제가 있었다.
‘또… 또 황재호 선수…….’
늘 가장 낮은 확률을 극복하고 위험한(?) 가능성을 실현해 내는, 존재 자체가 변수인 인물.
그 인물이 이번 사태에 또 변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아직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최악의 상황을 크레이터가 아주 높은 확률로 벌어질 것이라 예상 중이었다.
“팀장님…….”
그때,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부하 직원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거 괜찮을까요?”
“그야…….”
솔직히 뉴월드가 개판이 나든 말든, 이제 그런 건 이현호 팀장의 관심 밖이었다.
걱정되는 건 그저 이 일로 또 자신에게 쏟아질 문책들.
이미 크레이터의 보고서를 본 이사회에서 자신을 얼마나 달달 볶았던가?
하지만 이런 일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게임에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지켜볼 뿐인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욕먹을 미래에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뉴월드가 멸망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순수하게 게임을 걱정하는 그 모습에 감동…은 개뿔.
“뭐,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뭘 하겠어?”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황재호 선수는 ‘혁명파’와 손을 잡을 텐데요? 그럼 진짜 끝장이잖아요.”
그 말이 맞긴 했다.
다만 뉴월드를 걱정하는 이 순수한 직원을 위해 이현호 팀장이 해 줄 수 있는 말은 하나.
“명심해. 상대는 황재호 선수야.”
“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직원.
“절대 높은 확률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리야.”
크레이터는 현재 황재호로 인한 뉴월드의 대위기를 심각하게 경고 중이었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이번 역시 황재호는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지도…….
“제발.”
“네?”
물론 이현호 팀장도 간절하긴 마찬가지였다.
* * *
입장 자격을 얻은 사람들만 확인 가능한 이클립스 입장 타이머.
모든 사람에게 같은 시간을 표시했고, 점점 줄어들수록 대륙엔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클립스는 대체 무엇인가?
여러 추측이 무성했지만, 공통으로 확신하는 건 하나 있었다.
지금 벌어지는 기묘한 월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
-너무 궁금하다. 진짜로 화성 가는 거 아냐?
└넌 또 왜 혼자 화성 타령임?
└어쨌든 곧 알게 되겠지. 시간도 다 되었고…….
└아직 입장권 못 구한 흑우 없지?
[이클립스 : 00:31:22]이제 얼마 남지 않은 타이머.
아직 눈에 띄는 이상 현상이나 알림은 뜨지 않았다.
하지만 시스템에 뜬 이상, 시간이 다 되는 순간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터였다.
[이클립스 : 00:09:59]10분 아래로 떨어진 타이머.
그리고 다시 5분, 3분, 1분까지…….
[이클립스 : 00:00:00]자격을 얻은 모든 사람의 타이머가 동시에 멈추었다.
그리고…….
“어? 달이다!”
무심코 하늘을 쳐다본 누군가의 외침으로 모든 플레이어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어? 진짜 달이네?”
달이 뜬 게 신기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월식이 끝난 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지금 보이는 달은 뭔가 이상했다.
사람을 홀릴 것 같은 영롱한 푸른빛을 내고 있었는데, 그 빛은 지상에 그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다.
마치 달빛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하늘 너머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사실은…….
“어… 달이 어디 있는데?”
“응? 무슨 소리야? 저기 달 보이잖아.”
“……?”
달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짜 안 보여?”
“응…….”
“나도 안 보이는데?
아니, 오히려 달이 보인다는 사람들이 극소수였다.
그리고 달이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설마 이거 때문인가?”
모두 이클립스 입장 자격을 가진 이들!
[이클립스를 향해 이동합니다.]“어?”
그때, 짧고 직설적인 알림과 함께 시야가 뒤집힌 그들.
푸른빛에 집어삼켜지더니 약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발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그냥 강제 이동이야?!”
선택권 따위는 없는 파격적인 소환.
온통 새카만 공간에서 약 10초 정도 부유한 뒤.
턱-
두 발에 단단한 지면에 느껴지는 동시에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드러난 주변 풍경은…….
“어… 여기 맞아?”
삭막한 회색빛 대지와 수많은 사람.
주변에 기이한 기둥 구조물 몇 개가 푸른빛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을 이리로 불러들인 장치인 듯싶었다.
“님도 이클립스 입장 자격 얻어서 오셨어요?”
“아, 네네. 그럼 님도?”
사람들은 어색해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대충 보아도 수백 명은 될 것 같은 인원.
“여기서 뭔가 벌어지는 모양이네요.”
“혹시 다른 알림 뜬 거 있어요?”
“어… 글쎄요? 일단 보이는 건 없는데…….”
다들 갑작스러운 상황에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눈치만 살피고 있는 그 순간.
“헉? 알시아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이 홀린 듯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수백 명의 사람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우뚝 솟은 재호의 머리.
“역시 알시아도 왔구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재호는 월식 사태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빅썬더도 함께 왔어!”
이어 재호 옆에 선 새하얀 로브의 빅썬더도 발견한 사람들은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대박! 우리 여기서 제대로 한탕 할 거 같은데요?”
“크크… 엘리시아 화원에 온종일 붙어 있던 애들도 못하던 걸 우리가 하네.”
재호와 빅썬더.
일성 플라워즈가 세계 최강의 팀이라면, 최강의 듀오는 누구인가?
만약 그런 질문을 한다면 사람들은 재호와 빅썬더를 꼽을 터였다.
서로 플레이 성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공통의 목표를 두고 함께 움직였을 때 보여 주는 파괴력은 엄청났다.
솔플로 레벨 랭킹 1위를 찍은 괴물과 그런 괴물이 파티플레이를 하게 만든 또 다른 괴물.
그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지금이라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무 문제 없으리라!
“와아아! 알시아! 알시아!”
“빅썬더! 빅썬더!!”
이곳에 있는 이들은 다들 랭커이거나 준랭커 수준인 이들이지만, 그런 이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짜 스타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보는 재호는 생각했다.
‘테일러가 없어서 다행이네.’
재호 일행 중, 입장권을 받은 건 세 사람 중, 테일러는 이 자리에 없었다.
-알시아! 여기 어디냐? 너희는 안 보이고 웬 이상한 놈들만 잔뜩 보이는데?
또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테일러.
아무래도 한자리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함께 이동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 말은 곧 현재 이클립스로 이동한 사람들은 이곳 말고도 다른 곳에 퍼져 있다는 뜻.
-아니, 근데 왜 너랑 빅썬더는 같이 있고 나만 뚝 떨어지냐?
테일러는 억울해했지만, 어쨌든 같은 이클립스에 있는 이상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사람들을 이곳으로 부른 존재가 결국 모두를 한자리로 모을 테니까.
“알시아 님! 혹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아시나요?”
“힌트만 조금 주면 안 돼요?”
사람들은 재호에게 몰려와 질문을 해 댔다.
재호라면 당연히 무언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
“어… 나도 전혀 모르는데요.”
하지만 재호 역시 이들과 같은 입장.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힌트가 될 만한 건 보이지 않았으니…….
쿵-
“?”
그때, 멀리서 묵직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쿵-쿵-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소리.
점점 커지는 걸 보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뭐지?”
“뭔가 다가오는…… 헉?! 저, 저길 봐!”
언덕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5미터는 될 법한 거인!
하지만 엘리시아 화원에 있는 거인 자연인과는 뭔가 달랐다.
이클립스의 거인은…….
“왜, 왜 저렇게 잘생겼어?”
붉은 피부를 가진 거인은 조각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미묘하게 인간과 다른 느낌을 풍기긴 했지만, 그것조차 매력으로 느껴질 정도.
쿵-
그들 앞에 선 거인은 붉게 빛나는 눈동자로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잘 왔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입을 연 그.
“자유를 위한 투쟁에 힘을 보태 주기로 한 그대들의 결심에 경의를 표한다!”
“??”
다짜고짜 결정해 버리는 사람들의 처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인은 당장 자세한 이야기를 해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따라와라!”
“어…….”
돌아가는 방법도 모르는 상황이니 저 말에 따를 수밖에…….
쭈뼛거리며 거인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
“음? 잠깐!”
그런데 문득, 거인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눈을 부라렸다.
“너희들 중에 인간이 아닌 자가 섞여 있군.”
돌발 발언에 사람들이 모두 당황했다.
‘난가?’
‘혹시 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엄밀히 따지면 뉴월드 내에서 플레이어는 순수한 인간이 아니라 임모탈리언이라는 특수한 존재들.
거인이 저런 말을 하는 게 그 때문이 아닐까 싶었지만…….
‘젠장. 나 같은데.’
딱 한 명, 재호만큼은 다른 이유로 자신임을 확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