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36
835화
신은 세계의 안정을 위해 여러 제약을 새로이 만들어 냈다.
기억의 봉인과 공포심 주입.
또한 각 차원의 균형을 위해 마계의 차단과 천과수 창조까지…….
‘천과수…….’
모든 건 가장 큰 피해를 본 중간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끔찍한 전쟁이었지……. 그로 인해 중간계는 극심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건 중간계에 허락된 기준을 벗어나는 특수한 존재들의 등장. 천사와 악마가 만들어 낸 큰 혼돈이 규정할 수 없는 괴물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멸망을 부를 수도 있는 고대의 몬스터들이나, 용납할 수 없는 힘을 지녔으나 나태했던 드래곤과 같은…….
“인간 종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혼돈의 힘을 많이 지닌 자들이 쏟아지며 그들 사이에도 큰 전쟁이 몇 차례나 벌어졌다고 들었다. 그 모든 건 우리의 책임.”
그 이야기를 들은 재호는 또 하나 추측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비우스 여왕도……?’
고대의 여왕 이비우스도 빌리브가 말하는 돌연변이 중 한 명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의 행적을 보면 의심쩍은 게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여왕의 후손이 정령화장 틴라이트인 것도 단순 우연은 아니겠지.’
무려 천과수와 관련이 있는 정령화장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수인은?’
수인을 창조한 건 짐승신 사피엔스 사우르스, 통칭 사사.
그는 수인이 지닌 강대한 힘은 천사와 악마 모두에게 참기 힘든 유혹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바다 위에 장막을 세우고 세상과 차단해 버렸다.
그리곤 대천사는 물론 대악마들도 바다 건너의 세상에 대해선 기억이 없었으니…….
‘모두 빌리브가 벌인 깽판의 여파였구나.’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던 재호였기에 퍼즐은 쉽게 맞추어졌다.
“놀라지 않고 받아들이는군.”
그런 재호의 모습을 빌리브가 오히려 놀라워할 정도.
“뭐…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이 제법 됩니다.”
“그렇군. 하긴 그대는 신성력과 마기를 모두 지닌 존재니까.”
비슷한 짓을 꾸미다 망가진 존재이기에 재호가 얼마나 특별한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우리가 이클립스에 유배되기 전의 역사는 그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빌리브가 알려 준 감추어진 역사.
사실 모두가 잊은 과거를 정작 당사자들은 멀쩡히 기억하고 있다는 게 이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신의 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긴 했다.
이들에겐 오히려 망각이 축복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숨겨진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명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신들이 당신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상황.
[아나볼릭 신이 당신을 강력히 변호합니다.] [사사 신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포세이돈 신이 당신을 격려합니다.]‘???’
이것 또한 예상하지 못한 상황.
‘아니, 근데 지금까지 입 꾹 닫고 있던 포세이돈은 갑자기 왜?’
은근히 응원하고 있었으면 루로아 황녀 저주나 풀어 줄 것을…….
어쨌든 이제 빌리브에게 들을 이야기는 이클립스에 유배된 이후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지금 재호 일행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갑작스럽게 불려 온 이유가 담겨 있을 터였다.
“이클립스…….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곳은 달의 세계. 자비로운 신들은 우리가 숨 쉬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주셨지.”
그 결과물이 극단적으로 낮은 대기층과 척박한 대지.
그래도 이런 곳에서 이 정도의 문명을 이룩해 낸 걸 보면 확실히 자비를 베푼 것은 맞았다.
“우리는 영원한 속죄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를 속죄파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그리고 파로 분류가 되었다는 건 다른 계통의 집단이 있기 때문.
“다크사이더는 신들의 의지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강한 힘을 갈구했으며, 세상의 파멸을 바라고 있다.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사실 나는 다크사이더에게 이용당했던 것이다. 힘을 향한 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그래서 갈라져 나온 것이 다크사이더가 이끄는 혁명파.
‘누군가가 생각나네.’
재호는 이미 한참 전에 토벌당한 탐욕의 대공 칼리토가 떠올랐다.
그는 스스로 봉인을 풀어 신이 감추었던 고대의 기억을 엿보았다.
빌리브에게 들은 전성기(?) 시절의 썰은 칼리토가 돌아 버리게 만들기 충분하단 걸 이제는 알 수 있었다.
탐욕 그 자체였던 그는 결코 참을 수 없었으리라.
“다크사이더는 이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계속 찾았다. 하지만 신이 만든 감옥을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한 일. 그는 속죄는 외면한 채 번민에 발버둥 쳤다.”
답 없는 문제에 매달리니 당연했다.
하지만 빌리브는 다크사이더와 혁명파와 달리, 감옥 속의 또 다른 감옥을 만들어 영원한 속죄를 택했다.
혁명파도 속죄파의 그런 행동을 딱히 방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서 서로 싸움을 벌여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모두 잘 알았으니까.
“그건 다크사이더가 내린 결정 중, 유일하게 현명한 결정이었지.”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크사이더가 마침내 방법을 찾아내며 상황은 달라졌다.
“이클립스는 늘 태양이 비추고 있다. 그것은 곧 이곳을 지켜보는 신의 시선. 그런데 다크사이더는 신의 눈을 피할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20년마다 찾아오는 특별한 월식.
이클립스는 중간계에 의해 빛의 시선으로부터 숨을 수 있었고, 약해진 신의 힘을 틈타 중간계와의 통로를 열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넘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랬다간 바로 신에게 들통이 날 터였다.
“그래서 이클립스의 괴물들을 이용한 거군요.”
“그렇다. 혁명파는 정말 오랜 시간 준비를 한 것 같더군. 이곳의 괴물들을 이용해 수백, 수천 년 동안 대륙을 염탐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을 유혹했다. 자신의 대업을 위해. 그리고 그가 정확히 무엇을 꾸미는 지 깨닫게 된 건 불과 30년 전.”
생각보다 더 최근.
즉, 굉장히 늦게 알아차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크사이더는 다시 한번 대 혼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먼 과거, 나와 그가 벌였던 것과 같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 낸 대혼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막대한 힘!
하지만 제한적인 조건과 환경을 생각하면 너무나 답답했다.
얼마나 반복한 건지도 감이 오지 않는 이 무한한 반복 과정에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 것.
그래서 직접 중간계의 존재들을 이클립스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
단, 아무 인간이나 불러들일 순 없는 노릇.
그는 특별한 생명체들을 찾기 시작했다.
먼 과거 대전쟁의 후유증이 대륙에 남았던 것을 기억해 냈고, 그 당시에 발생한 강력한 존재들이 여전히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럼 우리랑 같이 왔던 플레이어들은…….”
다크사이더의 텅 빈 속을 든든하게 채워 줄 요리 재료나 다름없었다.
“아까 그 이야기를 했었지. 그대들이 이곳에 온 건 다크사이더로선 최악의 상황이라고.”
“그랬었죠.”
“어둠서리의 시험을 통과한 생명체는 다크사이더의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들은 다크사이더에게 가지 않고 이곳에 도달했으니…….”
물론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악은 피했다고 할 수 있었다.
‘왜 다크사이더가 다크엘프들을 데려오고 싶어 했는지 이해가 되네.’
다크엘프 또한 혼돈의 존재로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들을 이클립스로 불러들이고 싶었을 터였다.
하지만 다크엘프들은 그것을 거절했으며, 이제는 떠나고 남은 것이 없었다.
‘이번에 우리가 강제로 이동이 된 걸 보면…….’
어쩌면 다크엘프들이 남아 있었더라면 그들이 강제로 끌려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아까 봤던 전투 상황은 혁명파가 사람들을 데리고 가는 걸 막기 위해서였던 거군요.”
“그렇다. 비록 아무것도 모르고 불려 온 이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세계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
재호도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하나 궁금한 건…….
“그런데 다크사이더가 힘을 회복하면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신이 감시하고 있다면 어차피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데.”
“이 월식은 아직 하루가 남은 상태다. 그 전에 다크사이더는 끝장을 보려고 할 테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 탈출하더라도 기다리는 건 또 신의 처벌 아닙니까?”
“먼 과거, 이 계획을 함께하자며 찾아왔던 다크사이더에게 난 정확히 같은 질문을 했었다. 그때 그가 한 답이 무엇인지 아는가?”
[상관없다. 그저 세계를 파멸로 이끌 수만 있다면. 너 역시 그것을 원하지 않는가?]“…….”
다크사이더는 자신의 탈출이나 힘을 회복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모든 걸 잊고 평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세상을 향한 무분별한 복수!
그것이 최우선 목표였던 것이다.
“그럼 이곳에서 해야 하는 건…….”
다크사이더가 힘을 회복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단, 그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하루.
“촉박하군요.”
재호는 이미 결심을 굳혔다.
꽃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크사이더를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의지를 보태어 주어 고맙다. 우리만으로 막을 수 없던 이 상황에 그대들의 힘은 큰 도움이 되겠지. 다만… 마지막으로 알시아 그대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빌리브의 날카로운 눈이 재호를 가만히 꿰뚫어 보았다.
“그대가 지닌 두 종류의 마기는 색욕과 교만. 탐욕 또한 미세하게 느껴지긴 하나 그건 다른 두 개에 비하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아 보인다.”
실제로 재호는 현재 색욕의 대공 로두카와 교만의 대공 파이라의 사도인 상태였다.
탐욕의 마기가 미세하게 느껴진다는 건 아마 재호가 칼리토와도 나름대로 인연을 맺었기 때문일 터.
“맞습니다.”
재호는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군. 그런데… 그대는 알고 있는가? 파이라는 내 기억에 없는 존재이지만 로두카는 아니다. 그 존재는 태초부터 존재한 악마였으니까.”
재호의 흐릿한 기억에도 남아 있었다.
로두카는 마계의 시작과 함께 한 대악마였으며, 심지어 현 대악마인 파이라와 베기스, 디아키, 소멸한 칼리토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만큼 마계에서 그녀의 권위는 가히 마왕에 준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수준.
아니, 현 마왕의 상태를 생각하면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라고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로두카에 관해 이야기하며 빌리브는 심각한 표정을 보였으니…….
“먼 과거, 신이 되고자 했던 내 계획에 다크사이더보다 더 관심을 보였던 건 바로 로두카였다.”
“예?”
“색욕의 대공이라는 직함은 그저 그녀의 본질을 감추기 위한 위장일 뿐. 로두카는 문란한 나태로 자신을 숨겼지만, 누구보다 탐욕스러우며 교만을 즐겼다.”
“나태… 탐욕… 교만…….”
거기다 음식을 향한 ‘욕망’인 식욕까지 합친다면…….
‘네 명의 대공.’
로두카가 낳은 네 명의 대악마의 본질과 맞닿아 있었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
“그대가 로두카와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먼 과거, 로두카는 신조차 기만하며 세계의 파멸을 음미했던 자이니.”
문득 재호는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칼리토가 기억을 열고 흑화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로두카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게 사실 로두카가 의도한 것이라면?
마왕의 힘이 약해졌으며, 사실상 공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현재가 모두 로두카의 큰 그림이었다면?
“…….”
그저 로두카를 키노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음흉한 인물이라고만 생각했었던 재호.
하지만 비로소 로두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