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4
83화
괜히 저항하다 죽으면 들고 있는 아이템들이 떨어질 위험이 있었기에 불곰 특공대는 두 팔을 벌린 채, 명예로운(?) 죽음을 택했다.
엘프가 사방에서 등장한 것만으로도 그들은 전의를 잃어버린 것이다.
재호는 그들 모두를 처리하진 않고 한 명을 남겨 두었다.
불곰국에 확실히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슈아르 산림의 오크들을 건드리지 마.’라는데…….
특공대의 귓속말을 받은 크로킹은 시뻘게진 얼굴로 콧김을 내뿜었다.
―그리고 우린 전멸이야.
―이 무능한 자식들!!! 그러고도 니들이 랭커야?! 고작 한 명 못 잡아서 다 털렸다고?!!
―뭐? 말이 좀 심한 거 아냐?
―크로킹 넌 엘프랑 한 번도 안 싸워 봤잖아! 얼마나 강한지 네가 직접 경험해 봐!!!!
이미 고인이 된 특공대들의 항의가 쏟아졌지만 크로킹은 굴하지 않았다.
―닥쳐!! 똑똑히 전해! 당장 훔쳐간 보물들 내놓지 않으면 엘시아인지 알리시아인지, 그 나라 같지도 않은 황무지 싹 다 밀어버릴 거라고!!!
―……훔쳐간 게 아니라 원래 주인이 가져간 거라는데?
말이야 맞는 말이긴 했다.
그럼에도 재호가 유일하게 남은 직계 왕족을 데리고 있었으니까……라고 순순히 인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XXXXX XXXX X X X!!!! 오냐! 그렇게 원하면 전쟁을 일으켜 주마!!!
결국 폭발한 크로킹.
하지만 상대는 그 내용을 재호에게 전해줄 수 없었다.
편하게(?) 죽을 수 있는 기회인데 굳이 그런 이야기를 뱉었다 곤란한 꼴을 겪고 싶지 않았다.
엘리시아 화원에서 감금당한 테일러의 경우도 있지 않았던가?
본인 말론 엘리시아 화원의 내부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스스로 잡혀 있던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쨌든 그가 암살자 클래스였기에 엘프들 사이를 뚫고 탈출한 것이지, 그 외의 클래스들은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랭커들의 추측이었다.
파스스―
그렇게 마지막 특공대원도 재가 되어 사라졌다.
* * *
[파괴된 오크 부락은 12%로 완벽하게 막아 내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슈아르 오크 부족과의 호감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슈아르 오크 부족들에게 상납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납금은 협상에 따라 달라집니다.]“취이― 고맙다. 너희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오크 족장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하지만 저놈들이 다시 이곳으로 쳐들어오면 문제다. 우리들의 힘으론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괴물들인데, 혹시 계속 도와줄 순 없나?”
“고블린들하고 같이 협력하면 되잖아.”
“취익! 안 된다! 고블린들은 우리 몸에 폭탄을 달고 도망갈 놈들이다!”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면서 고블린 은행은 어떻게 이용하는 거냐?”
“돈을 맡기는 것과 목숨을 맡기는 것은 다르다.”
“……그건 그렇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적이었다.
“흠, 그렇다면…….”
잠시 고민하던 재호가 오크 족장과 쉰들러를 불러 원탁에 둘러앉았다.
“이 자리는 두 종족의 협력을 통해 슈아르 연합을 만들기 위한 자리야. 오크나 고블린이나 결국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잖아?”
재호의 말에 둘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오늘 같은 일이 또 일어났을 때, 이번처럼 엘프들이 도와주는 건 사실 어려워. 상주시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고. 만약 엘프들을 남겨두면 고블린들은 분명 조져질걸?”
“…….”
쉰들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니까 둘이 전적으로 협력해야만 해.”
“취익!! 안 된다!! 우리 오크들은 저 간사한 고블린들의 폭탄이 될 생각은 없다!”
“흥! 멍청한 오크들이 폭발의 미학을 알리가 없지!”
서로 적나라하게 힐난하는 걸 재호가 팔을 뻗어 가로막았다.
“그렇게 흥분할 필요가 없어. 서로 믿으라고도 안 해. 대신 날 믿으면 되잖아?”
“?”
“??”
“간단히 말해 고블린들이 오크들 뒤통수를 친다? 그럼 내가 엘프들 끌고 와서 고블린들 족칠게. 반대로 오크들이 뒤통수친다? 그럼 오크들이 타깃이 되는 거지.”
사실상 고블린들을 향한 경고.
오크들이 뒤통수를 칠 가능성은 아주 낮았으니까.
“취익. 알았다.”
“좋다.”
결국 두 종족의 대표들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 그럼 고블린들은 기계공학 연장들로 오크들 무장 좀 시켜줘. 무기들 성능은 괜찮더라.”
골렘의 전투를 통해, 재호는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물론 자신이 직접 쓸 생각은 없었지만.
“그리고 오크들도 이참에 규모를 좀 줄여. 엘프들 말론 군락 위치들이 최악이라고 하더라. 감당도 못하면서 영역만 넓혀서 뭐할래? 좀 뭉쳐 살아.”
“취이…….”
오크의 힘없는 대답.
그렇게 대충 상황은 정리되었다.
사실 재호 입장에선 궁여지책으로 적당히 상황을 넘어갈 생각이었다.
이 회담을 통해 탄생한 슈아르 연합이 훗날, 어떤 폭풍이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아, 그리고 상납금 문제는 곧 우리 쪽 전문가를 보내줄 테니까 그쪽이랑 이야기 나눠.”
―전쟁 전문가 아닌가?
꼰대의 지적에 재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안 그러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싸워서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상대면 그런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
―…….
더 이상 딴죽 걸기엔 입만 아픈 두 정령들이었다.
* * *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뉴월드 시범 리그.
그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MK에 대형 사건이 터졌다.
[한국 최정상급 랭커 쉐이크 이수민의 이탈! MK는 당혹.] [이수민의 일방적 계약 파기. 그리고 새로이 택한 곳은 미국의 명문 게임단 CUSA] [CUSA 대변인 “불법 없었다. MK 계약에 따른 정당한 계약 파기.”] [이수민 측근 “MK는 알시아 황재호를 신이라도 된 것처럼 대한다고 항상 말했었다.”] [이수민 입장 발표 “황재호 선수에겐 악감정이 없다.”]내부 친선전 결과와는 별개로, 어쨌든 수민은 MK의 최고 전력이었다.
하지만 재호에게 집중된 팀 분위기와 무너진 자존심에 결국 MK를 나가 버렸다.
어찌 보면 선수의 멘탈 케어를 해 주지 못한 MK의 실수.
뒤늦게 아차 싶었으나 이미 수민의 마음을 돌리기엔 늦어 버렸다.
이미 차는 떠나버렸고, MK는 서둘러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제, 제발……! 선수를 새로 뽑을 때까지 몇 경기만 뛰어 주시면 안 됩니까?
재호에게 전화를 걸어온 두표가 연신 애원했다.
“후보 선수 없어요?”
―있긴 한데…….
몇 명 없기도 했고 T2 팀에 속한 선수였다.
재호는 T1 팀의 후보 선수로 등록되어 있었고.
―2팀의 선수를 1팀으로 끌어올려 바로 시합을 뛰기엔 손발도 안 맞고…….
“……손발이 안 맞는 건 저도 마찬가진데요?”
―황재호님은 손발이 안 맞아도 되니까요!
내부 친선전에서 두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재호는 그냥 혼자 하도록 내버려둬도 반은 하는 스타일이었다.
―시범 리그라곤 해도 첫 대회인데, MK의 체면을 구길 순 없지 않겠습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
거의 울먹이며 애걸복걸하니 슬슬 재호도 외면이 어려워졌다.
어쨌든 자신도 엄연히 팀의 선수였으니.
“후……. 알겠습니다. 하지만 미리 말씀드렸지만 제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최대한의 양보였다.
―헉!! 무,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곧장 일정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해서 며칠 뒤, 재호는 시범 리그 개막식에 참석했다.
시범 리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이벤트가 열렸고, 각 팀의 출사표 시간이 다가왔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여러 팀들의 각오가 이어졌고, 마침내 MK의 차례가 돌아왔다.
“흠흠.”
마이크를 잡은 MK의 감독 백재진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최근 MK는 가벼운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단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종목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MK 게임단은 뉴월드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말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발언에 MK의 팬들이 환호와 박수……가 아닌 야유로 답했다.
우우우우―
“하하― 잘 들었습니다. 역시나 MK답다고 할 수 있는 출사표였군요.”
얼른 마이크를 돌려받은 진행자는 짧은 감상평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우우우!!
이수민 데려와라!!
무능한 감독 꺼져라!!!
하지만 야유는 끊이지 않았다.
그 정도로 MK의 팬들은 화가 나 있었다.
어떻게 국내 최정상 플레이어를 그저 좀 유명한 선수 팬질에 정신이 팔려 놓쳐버릴 수가 있나?!
알시아가 대단하다는 건 모두가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알시아의 전투 능력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었다.
대단한 사건들의 주인공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투의 핵심은 아니었다.
강렬한 임팩트를 보여준 건 어디까지나 엘프와 골렘이었지, 재호는 그것들에 비하면 한 줌도 될까 말까였다.
아, 랭커인 테일러?
분명 그건 강렬했다.
딱 그 순간에만.
결국 그 전투에서도 남은 건 엘프들의 오버밸런스급 전투력이다.
즉, 그 누구도 재호의 전투력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애매한 이미지를 가진 재호가 MK의 메인을 차지하고, 심지어 수민의 자리까지 대신한다고 하니 반발이 일어나는 게 당연했다.
“하하, 자자― 다들 진정하시고 다음 팀 인터뷰를 들어…….”
우우우― 알시아 물러나라!
게임은 얼굴로 하는 게 아니다!!
상황을 적당히 정리하고 넘어가려고 했으나, 이젠 재호를 향한 직접적인 비난까지 가하며 항의는 커졌다.
게다가 MK와 수민의 팬들이 시작한 물타기에 휩쓸린 다른 관중들도 신나서 마구 소리치기 시작했으니.
졸지에 재호 안티 집합소가 되어 버린 상황!
심지어 현장은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고 있었고, 그것을 보는 우람과 은혜도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얼굴이 살벌하게 생긴 것만 제외하면 얼마나 착하게 살아온 아들인데…….
스으―
그 순간, 카메라에 잡힌 재호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쩔쩔매는 진행자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아아―”
재호가 마이크 테스트를 하자 관객석은 일순간 고요해졌다.
“반갑습니다. 알시아 황재호입니다. 이렇게 저를 위해 특별한 환영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연히 인사말을 꺼낸 재호는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뛰어난 선수가 팀을 떠난 건 팬의 입장에서 아주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 역시 이수민 선수에게 좋은 첫인상을 받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어 버려 너무나 아쉽게 생각합니다.”
우우우우―
그 말에 다시금 흘러나오기 시작한 야유.
“하지만.”
그때, 재호가 단호한 목소리로 야유를 막아 버렸다.
“이미 일어나 버린 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저를 향한 야유들을 이해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닙니다. 이 자리는 저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거든요. 또한, 야유에 대항해 그 어떤 증명도 할 수 없으니 말이죠.”
재호가 말하는 바는 명백했다.
“야유는 첫 경기를 위해 아껴두십시오.”
* * *
“대, 대박입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런 대처를 할 수 있었던 겁니까?!”
대기실로 돌아온 재호를 향해 잔뜩 흥분한 두표가 물었다.
“혹시 사람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 같은 거라도 해 본 겁니까?”
“아, 뭐. 그냥 성격이에요.”
재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할 말은 하는 성격!
딱히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전 세계에 송출되는 생방송에서 가만히 앉아 바보 취급을 당할 생각은 없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준 두 부모님이었으니까.
그런 재호를 보며 두표는 가슴이 뛰었다.
‘타고난 스타성이야!’
압도적인 비주얼과 자세히 뜯어보면 조금 잘생긴…… 것 같은 느낌도 드는 얼굴.
거기다 외모와 어울리는 저 당당함까지!
출중한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덥썩―!
재호의 손을 꽉 움켜쥐는 두표의 행동에 재호는 흠칫했다.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 첫 시합도!!”
“아…… 네…….”
* * *
재호의 돌발 발언은 상당히 이슈가 됐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고 대범하게 처리했다는 평이 있는 반면, 오히려 자충수가 되었다는 평도 나왔다.
하지만 개막식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는 건 모두가 같았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걸 선호했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첫 시합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과연 알시아 황재호가 입을 턴 만큼, 대단한 실력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그저 허풍뿐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