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42
841화
다크사이더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이오.
이오 한 명뿐 아니라 대신전 쪽에서 살아가는 속죄파의 그 누구도 다크사이더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었다.
“말했다시피 빌리브 님과 다크사이더는 하나로 융합되었었다. 그리고 이클립스로 유배되며 신의 의지가 다시 갈라 놓았지. 정확히 그 이후로 본 적이 없다.”
그럼 다크사이더는 가상의 존재인가?
그건 또 아니었다.
분명 고대의 전쟁 당시에는 최초의 마왕으로서 존재했으며, 가공할 만한 힘을 본 이가 한두 명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혁명파를 결집시키는 무언가도 분명 있을 터.
그건 다크사이더 정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혁명파 쪽과의 분쟁도 전혀 없었던 건가?”
“작은 충돌이야 있긴 했다. 하지만 굳이 싸울 이유는 없다. 우리끼리 싸워서 얻을 것이라곤 전혀 없으니까. 그저 각자의 이념에 따라 갈라섰을 뿐.”
그 대답은 재호의 의문을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이클립스로 불려 오자마자 만났던 골렘을 너희가 공격했던 건 알고 있어?”
그리고 그때 만났던 속죄파 쪽은 원거리 병기를 가지고 있었다.
개개인의 전투 능력이 아닌 전술 병기를 말이다.
“게다가 혁명파 쪽의 골렘도 마찬가지야. 서로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 아닌가?”
“…맞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아니, 서로는 언젠가 전면전이 벌어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나와 대원들 역시 그 순간을 위해 긴 시간 준비해 왔으니까. 아마 빌리브 님이 명령을 내린 지금이 그 순간이겠지.”
“과연 그럴까?”
재호는 지금까지 자신이 품은 의문들을 이오에게 설명했다.
혁명파를 노린 공격은 그들이 아니라 자신을 노렸던 것이란 걸.
“그리고 쉐이크가 여기 있는 것부터 뭔가 잘못되었단 뜻이야. 걔는 날 별로 안 좋아하거든.”
빌리브와 수민은 분명 꿍꿍이가 있었다.
그러니 갈대밭 좀 보자는 재호에게 그토록 발작을 일으킨 것일 터였다.
“이제는 그 맹목적인 믿음은 잠시 내려 두고 냉정히 보자고. 내가 이클립스의 사정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이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까.”
특히 이오는 이 길이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알고 있었다.
“마음 한편으론 이런 상황으로 이끈 빌리브에게 원망도 품고 있으면서 또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재호의 설득에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빌리브는 그들을 항상 이끌어 온 정신적 지주였다.
하지만 그런 맹목적인 믿음의 결과는 무한한 유배.
책임을 미루고 빌리브를 원망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지금 이 순간에도 경험 중이지 않은가?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마지막이라면, 후회 없이 자신의 길을 결정하는 게 괜찮을지도…….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자 이오는 애써 외면하던 의심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알겠지만, 우리는 과거부터 빌리브 님의 최측근이자 가장 강한 검으로 활약해 왔다. 하지만 우리 말고도 당시 천계를 대표하는 힘은 무수히 많았지. 하지만 이클립스로 유배되며 당시의 병기들은 모두 파괴되고 금지되었다.”
“그 말은 빌리브가 몰래 준비했다는 건가?”
이제 존칭은 생략한 재호.
이오는 그 호칭에 잠시 움찔했지만, 딱히 문제로 삼지는 않았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나는 알고 있었다. 빌리브 님의 말대로라면 혁명파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
어쩌면 재호를 봤던 그 순간이 해당 무기가 부활하고 처음 등장한 걸지도 몰랐다.
‘골렘이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무너졌던 걸 보면…….’
되짚어 보면 확실히 골렘은 처음 보여 줬던 파괴력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당해 버린 감이 있었다.
만약 그게 너무 오랜만에 당한 공격이라 그럴지도.
“그런데 왜 하필 그대를 노린 거지?”
“그건 아마…….”
지금 벌어진 혁명파 쪽 다른 플레이어들의 집단 탈주 사태.
그들은 재호가 속죄파 쪽에 있다는 사실을 알곤 탈출을 감행했다.
어쩌면 수민은 재호 한 명을 확보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 예측했을지도 몰랐다.
‘이걸 예측하고 계획을 세웠다면 예언가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 같긴 하지만…….’
심지어 재호가 이클립스에 올 거란 것까지 예측해야만 성사되는 계획.
“중간계에서 그대가 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이오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사람 때문에 그 많은 이들이 움직인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 나도 비슷하게 생각해.”
굳이 자신의 업적을 주절주절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기에 재호는 대충 대답했다.
“그나저나 혹시 쉐이크는 언제부터 이곳에 나타났는지 알아?”
일단 수민의 등장 시기를 확인하려는 재호.
“음, 시기를 특정하는 건 쉽지 않다. 우리에게 시간 개념은 너무나 희미한 것이라…….”
워낙 오랜 시간, 기억을 보존한 채 살아온 이들이기에 작은 단위의 시간엔 무감각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클립스 기준으로는 대륙과 차이가 있기도 할 테고 말이다.
“대충이라도 괜찮아.”
“그럼…….”
미간을 살짝 구긴 채 기억을 더듬는 이오.
“중간계 기준으로 약 석 달 정도 되었을 것 같군. 이 정도 계산이 한계다.”
“…응?”
그 정도면 정확도가 굉장히 높은 것 아닌가?
“석 달이라…….”
그즈음에 발생한 중요 이벤트 하나를 재호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모든 플레이어가 알고 있을 터였다.
‘글로벌 알림 하나 뜨지 않았었나?’
[잠들어 있던 대륙의 비밀이 깨어났습니다!]모든 플레이어에게 갑자기 발생했던 의문의 알림.
곧 무언가 거대한 퀘스트가 시작된다는 뜻이었고, 만약 이클립스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보기에도 무리는 아니었다.
빌리브에게 들었던 숨겨진 역사도 대륙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었으니까.
아마 대륙 어딘가에 이클립스와 관련된 기록이나 시설 등이 남아 있었으며, 수민은 그걸 통해 넘어온 모양이었다.
‘그럼 수민이 그때쯤 이클립스 쪽과 접촉을 했고, 빌리브와 만났다?’
재호는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돌고 돌아 풀리지 않는 의문점 중 하나.
‘대체 내가 이클립스로 올 거란 건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
만약 속죄파가 아니라 혁명파 쪽이었다면 그 정도 예측은 납득되었다.
다크사이더가 디노스 섬의 다크엘프들과 접촉했었단 사실을 눈치 빠른 이가 듣는다면, 재호가 디노스 섬으로 향한 걸 통해 가능성을 볼 수 있긴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빌리브 쪽에선 그게 불가능하지 않은가?
‘다크사이더를 통해 정보를 받은 게 아닌 이상… 어?’
그 순간, 재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 이클립스로 향하는 신의 감시가 돌아온다고 했던가?”
“해가 뜨면.”
그 짧은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다크사이더.
그의 목표는 다시금 강대한 힘을 얻어 세상의 파멸시키는 것… 이라고 빌리브는 말했다.
“이렇게 촉박한 상황에서 다크사이더가 원하는 바를 다 달성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재호는 이오에게 물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게 맞긴 해?”
“흠…….”
재호의 질문에 이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고리형 빛.
그건 중간계의 행성이 해를 가리는 개기 일식 중이기에 발생하는 현상.
하지만 점점 한쪽 귀퉁이의 빛이 강해지고 있었다.
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내 생각엔 어렵다. 그리고 다크사이더와 혁명파가 어떻게 이클립스를 탈출하려는 것인지, 그 방법도 모르는 상태이고.”
그렇다면…….
“만약 빌리브와 다크사이더……. 그 둘이 다시 하나가 되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뭐?”
재호의 말에 이오가 크게 당황했다.
“그럴 리는 없다!”
이오는 부정했지만, 재호는 하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지금 이 모든 게 속임수라면?”
재호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굳이 이렇게 급히 일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 게다가 다크사이더를 공격하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금방 끝날 것 같진 않단 말이지.”
재호 머릿속에서 퍼즐이 하나씩 조립되었다.
먼저 이오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다크사이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유는 이미 빌리브와 다시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합쳐진 둘은 혁명파를 이용해 이클립스 내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정세를 신들에게 계속 보여 주었다.
그리고 속죄파는 영원히 속죄하고 있음을 보였고…….
그렇게 두 집단은 극도로 대비되어 보였을 터.
이후 시간이 흘러 혁명파를 이용해 플레이어들을 이클립스로 끌어들였다.
그 행위 자체는 철저히 혁명파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인식이 된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그곳에 두어선 안 될 전력.
힘의 흡수를 위해 속죄파 쪽으로 다시 가져와야 했으며, 재호는 바로 그걸 위한 미끼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혁명파와 자연히 충돌을 일으킬 테고, 혁명파의 전력도 약해지는 상황.
“그럼 임모탈리언의 힘을 흡수하는 건 물론, 혁명파를 지워 버리는 데 들어가는 힘도 아낄 수 있겠지.”
재호와 빅썬더를 별동대에 포함한 것도 그런 이유에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강력한 전력인 둘을 이용해 혁명파를 청소하는 것은 물론, 이클립스 대신전 쪽 변수 차단.
“그럼 현재 진행 중인 혁명파를 향한 총공격은…….”
“신들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지. 이클립스에서 허튼짓을 벌이던 세력을 완벽하게 처단해 버렸다는 걸.”
신이란 존재는 흔히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완벽한 존재는 아닐 수도 있음을 재호는 잘 알고 있었다.
‘아나볼릭이나 사사… 마크베이 같은 신들을 보면…….’
그리고 빌리브와 다크사이더는 재호 이상으로 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게 뻔했다.
“이미 한 번 신의 힘을 경험해 봤으니까.”
만약 이 추측이 정확하다면 빌리브와 다크사이더는 오늘 당장 결판을 보려는 게 아니었다.
이번 역시 준비과정일 뿐, 진짜 계획은 분명 따로 있을 터였다.
“그럴싸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직 증거는 빈약하지 않은가? 모두 추측일 뿐이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 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있어.”
이걸 확실하게 결론지을 방법은 하나였다.
“직접 현장으로 가서 확인해 보자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 * *
속죄파가 모인 대신전 이클립스.
그리고 혁명파는 그리 크지 않은 행성 반대쪽에 대도시를 세워 살고 있었다.
[셰이드]늘 그림자가 드리우는 이클립스의 이면.
그런데 조금 전부터 어울리지 않는 환한 빛이 연신 터지며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콰과광-
예정대로 시작된 빌리브의 총공세.
그들은 준비한 각종 병기로 혁명파를 포격했고, 거기에 대항해 붉은 거인들 역시 전장을 달렸다.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 중인 별동대.
‘젠장! 왜 아직 안 와? 설마 도망간 거 아니겠지?’
수민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재호와 이오 탓에 계속 다리를 떨었다.
지금이 안으로 침투하기 적기이거늘.
계속 시간을 지체하면 몇 달 동안의 계획이 모두 어그러질지도 몰랐다.
‘빨리 들어가야만…….’
“어?”
그때, 별동대원 하나가 탄성을 터뜨리며 후방을 가리켰다.
“?!”
멀지 않은 곳에서 빠르게 접근 중인 두 실루엣.
바로 재호와 이오.
‘후… 다행이군.’
수민은 안도하는 동시에 또 씰룩거리는 입가를 얼른 손으로 가렸다.
‘너무 티를 내선 안 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자!’
이제 머지않았다.
자신이 준비한 이 거대한 계획의 대단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