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45
844화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
그것이 휘말린 이오는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일단 그 포션을 받아 마신 후…….’
뭔지도 모를 액체를 무턱대고 마시는 건 사실 굉장히 위험한 짓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상황이 아니기도 했고, 옆의 빅썬더와 테일러가 거리낌 없이 마셔 버리는 걸 보니 안전하긴 한 모양.
그리고 쉐이크를 상대하기 위해 뛰쳐나간 재호의 움직임을 보는 순간, 그런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경이롭다!’
천계의 최상위 전사였던 이오는 적수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렇기에 재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에게 강렬한 감상을 주었다.
거구라는 게 믿기지 않는, 물리 법칙을 무시한 민첩함.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자유로운 동작들.
그냥 보기엔 단순하기 그지없는 움직이지만, 거기에 담긴 힘과 가능성의 묘리를 이오는 똑똑히 보았다.
물론 쉐이크가 재호의 공격을 막아 내긴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알시아는 자신의 공격이 막히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건 즉, 수민의 움직임이 긴장으로 굳어 있단 걸 재호도 알고 있단 뜻.
마기가 넘실거리는 화염창을 휘두를 때, 이미 막힐 것을 알아챈 알시아는 반대편 손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역시 상대가 막으리란 걸 예측하곤 바로 다리를 움직였다.
용케 그것마저도 수민은 피했지만, 이미 재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을 만들어 내 기어코 일격을 먹이는 데 성공했다.
그 일련의 동작은 마치 하나의 춤을 보는 것 같았으니…….
실제로 재호의 모든 전투 동작은 춤의 일부이긴 했다.
[] [완성도 : 20%] [정체를 알 수 없는 춤사위입니다.] [신비로운 기운이 당신을 휘감아 활력을 높여 줍니다.]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 재호의 모든 전투 동작에 포함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대단하다!’
지금까지 재호가 싸우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 이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이 정도로 타고난 싸움꾼은 드물었다.
‘그런데… 꽃집을 한다고?’
대체 지금의 대륙은 어떤 곳이란 말인가?
팟-
그런데 이어진 재호의 후속 동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상대의 중심을 무너트리고 확실한 공격 기회가 열렸으나, 추가 공격 없이 바로 물러난 것이다.
‘대체 왜……?’
그런 의문은 곧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불의 폭포로 해소되었다.
‘아, 맞다.’
재호의 움직임에 완전히 홀렸던 그는 머리 위에 불이 일렁인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저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순간.
“?!”
갑자기 바로 앞에서 폭발하듯 생겨난 거대한 힘!
지금까지의 그가 경험한 것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강대한 존재감이 순식간에 이오를 휘감았다.
‘공격은 아니다!’
적대적인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빅썬더와 테일러까지 그 힘에 몸을 맡긴 걸 보면 저들은 이것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콰아아아-
이윽고 쏟아져 내린 어마어마한 화염.
하지만 이오를 감싼 거대한 존재가 그것을 막아 주었다.
물론 불에 직접 닿는 것만 막을 뿐 열에 노출되는 건 어쩔 수 없었으나, 이상하게도 전혀 뜨겁지 않았다.
‘아까 마신 포션의 효과인가?’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이건 영역 내의 모든 생명체를 완전히 소멸시킬 때까지 타오르는 화염이었다.
이대로 버티는 것만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다.
분명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어쩐지 기대가 되는군.’
대체 재호가 무엇을 더 보여 줄지…….
‘과연 여기서 어떻게 탈출으으옥?!’
그 순간, 갑자기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에 그의 고개가 꺾였다.
급가속으로 인한 현상이었고, 가속 방향은 바로 하늘.
공간을 찢으며 솟구친 거대한 존재는 [무한의 업화]가 만들어 낸 불의 장막과 충돌했다.
콰아앙!
콰르르르-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는 듯 불길은 계속 요동쳤지만 소용없었다.
꽈아앙!!!
다시 힘을 주어 밀어붙이자 결국은 부서진 마법진.
그 틈으로 솟아나오며 열기는 걷히고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냥 힘으로 밀어붙여 탈출했다고?! 대체 이 거대한 존재가 무엇이기에…….’
촤아아-!
이오를 안은 존재는 커다란 날개를 쫙 펼쳤다.
여전히 남아 있던 불길과 검은 연기는 풍압에 흩어졌고, 완전히 드러난 거대한 존재를 이오는 마침내 볼 수 있었다.
“?!”
비효율적일 정도로 거대한 몸과 날개를 가진 괴생명체.
자신의 오래된 기억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런 생명체는 중간계에 없었다.
그리고 모르는 게 당연했다.
드래곤 또한 그들이 만들어 낸 뒤틀린 세상의 결과물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알…시아인가?”
조금 긴장한 목소리의 이오.
[어, 맞아.]그리고 익숙하면서도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안심했다.
“넌 인간이 맞긴 한 건가? 아니, 임모탈리언이란 존재들은 다 너와 비슷한 것인가?”
당장 옆의 테일러나 빅썬더만 봐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이 전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후웅- 후웅-
천천히 날갯짓하며 외곽의 안전 지역으로 향하는 재호.
‘아래는 계속 타네.’
마법진을 부수고 탈출하긴 했지만, 셰이드의 전 지역은 여전히 불타는 중이었다.
‘엄청난 마법이긴 하네. 자칫 나도 큰일 날 뻔하기도 했고…….’
드래곤으로 변신한 재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없었다.
단언컨대 재호가 가진 최강의 카드이자 무적이라는 표현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스킬이 바로 이것.
특히 300레벨을 찍으면서 스킬 효율은 훨씬 커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무한의 업화]엔 큰 대미지를 받았다.
드래곤 상태에서 체력이 무려 3분의 1이나 감소했으니 말이다.
‘만약에 통과할 수 없었다면 꼼짝없이 죽었겠어.’
돈은 돈대로 쓰고 죽기까지 한다?
그거보다 억울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아까워 미치겠네.’
철도 공사를 앞두고 돈을 긁어모아야 하는 상황인데 돈 먹는 괴물로 변신한 상황.
하지만 마땅한 다른 방법도 떠오르지도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빨리 착륙하고 변신 풀자.’
급한 마음과는 별개로 너무나 침착한 재호의 날갯짓.
괜히 파닥거리다 골드가 더 나갈까 극도로 조심스러웠다.
촤아-
쿠웅-
잠깐의 비행 후, 대기하던 별동대 쪽에 착륙한 재호.
“어어?”
“대, 대장님!”
갑자기 거대한 생명체가 다가오자 긴장한 대원들.
재호는 얼른 변신을 풀어 그들을 안심시켰다.
“이게 무슨…….”
“대장님! 셰이드는……!”
당황은 잠시, 곧 그들은 지금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이오에게 물었다.
“저곳에 쏟아지는 불꽃은 설마 저희가 아는 그겁니까?”
이오의 말대로 그들 또한 [무한의 업화]를 알아보았다.
“그래. 맞다.”
이오는 대원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저것 때문에 저희는 남으라고…….”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만약 저희가 저곳에 갔다면 꼼짝없이 죽었던 것 아닙니까?”
그들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이 받은 임무에는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스스로 적을 판단해야 한다.”
셰이드는 불타 사라졌다.
그곳에 있던 혁명파들도 대부분 사라졌을 터.
그들이 받은 임무는 사라졌고 이제는 스스로 판단해야 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상황에서 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장의 다른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들 또한 지금 사태를 목격했을 터.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어쩌면 우리는 빌리브 님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이오와 대원들은 마침내 무한한 시간의 굴레에서 한 걸음 벗어났다.
* * *
전방의 전선은 혼란스러운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명령을 받아 총공세에 나선 속죄파.
늘 속죄하라고 가르침을 받은 이들이기에 또다시 신을 능멸하려는 혁명파는 당장 처단해야 할 악의 무리였다.
그것에 대항해 혁명파 쪽은 재호가 보았던 붉은 거인, 골렘들을 전선으로 내보냈다.
“절대 접근을 허용해선 안 된다!”
원거리에서 골렘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화력을 쏟아붓는 그들.
상대는 안전한 곳에 틀어박혀 골렘을 조종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은 직접 전장에서 나왔기 때문에 적들에게 거리를 주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강한 저항에 전선은 조금씩 밀려나는 게 보였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별동대 쪽이 침입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렇게 이 악물고 버티던 그때, 플레이어들이 전장에 난입했다.
“뭐야? 어느 쪽이 알시아 편이야?!”
“멍청이냐? 거인 패는 쪽이 당연히 알시아 쪽이겠지!”
플레이어들은 바로 골렘들을 공격하며 전투에 개입했다.
속죄파 쪽에선 당혹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일이 진행되니 상관없었다.
저들의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면 될 일.
그때, 셰이드 안쪽에서 발생한 대폭발!
“저, 저건?!”
속죄파 쪽에선 그 현상을 바로 알아보았다.
“저게 왜 저기서…….”
충격을 받은 그들.
그리고 잠시 후, 그 안에서 검은 드래곤이 나타나며 또 한 번 모두를 당혹케 했다.
“자, 잠깐만. 저거 알시아 아냐?”
“알시아 이쪽 편 아니었어?!”
드래곤을 바로 알아본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난리가 났다.
속죄파 쪽이 재호와 한편인 줄 알았는데 사실 반대라고?
“아, 아직 몰라! 알시아가 불바다로 만든 다음 빠져나온 걸 수도 있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은근슬쩍 전장 가운데의 애매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들.
혹여나 재호에게 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상황은 그 얄팍한 노림수가 먹히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네놈들… 감히 저런 짓을……!”
자신들의 도시에 벌어진 일을 역시나 확인한 골렘.
골렘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은 그들은 저 화염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으아아아!! 모조리 죽여 주마!!”
분노에 찬 그들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저건 우리랑 상관없다고!”
“일단 피해!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알시아한테 조져진다!”
이 모든 게 재호의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플레이어들은 골렘과 싸우기보다는 일단 도망쳤다.
속죄파가 있는 반대편으로…….
“어? 마, 막아!”
뒤늦게 골렘들을 주렁주렁 달고 달려오는 플레이어들을 발견한 속죄파 쪽에서도 대응에 나섰지만, 역시 [무한의 업화]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그들은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전장은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고, 재호가 도착했을 땐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여기 왜 이래?”
재호는 눈앞에 펼쳐진 이상한 상황에 당황했다.
뭐, 전쟁터가 어지러운 것이야 당연하지만, 지금 보이는 풍경은 뭔가 달랐다.
속죄파 쪽과 혁명파 사이에 낀 채 양쪽에서 두들겨 맞는 플레이어들.
“얘들아! 진정해! 싸움을 멈춰!”
“우린 너희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 알시아가 올 때까지만 멈추면 안 될까?! 아악!”
그들은 어울리지 않게 평화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헉?! 알시아다! 꺽!”
“알시아! 보고 있냐?! 우린 네 편이다! 너와 같이… 커헉?!”
눈물 나는 탱킹에 재호는 말문이 막혔다.
“대단하네… 여러모로…….”
하지만 테일러만큼은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
눈물을 훔치는 테일러의 모습과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이오의 묘한 시선.
재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시선을 최대한 모른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