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49
848화
류경환, 호인호 두 이사의 경질됨과 동시에 월드와이드에서 쫓겨났다.
내부 자료 유출이라는 일을 저질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황재호를 견제하려는 차이나머니에 넘어간 창립 이사 둘.]직관적이고 깔끔한 정리.
다만 이 사태로 인해 또다시 제기되는 논란이 있었다.
[과연 월드와이드의 남은 임직원들은 뉴월드의 보안을 장담할 수 있는가? 다른 유출이 전혀 있었을지 누가 알겠는가?]하지만 이런 논란은 월드와이드 쪽에서도 충분히 예상했다.
그래서 바로 기자 회견도 했다.
[서동혁 대표 “신뢰는 잘못을 감추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서동혁 대표다운 화끈한 정면 돌파.
물론 조롱을 많이 듣긴 했지만…….
한편 이 사태로 인해 재호는 또 한 번 재평가를 받았다.
-월드와이드가 황재호 괴롭히는 것 같다 싶더니 리얼이었네…….
└그니까. 물론 임원 두 명이라고 하지만 또 모르지. 내부에서 저 두 사람을 도왔던 사람도 있을 테고.
└아아- 알시아좌……. 어떤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겁니까?
-아니, 왜 알시아를 불쌍해함?
└ㄹㅇㅋㅋ저런 거 보면 알시아도 내부 정보 받고 있었을 수도 있단 건데.
└? 누가 봐도 피해자인 상황인데 왜 알시아를 끌고 옴?
그러나 정작 여러 소리를 듣는 당사자인 재호는 별로 관심이 없는 아이러니.
“인간도 아닌 놈. 어떻게 그 정도로 무관심할 수가 있냐?”
완식은 재호의 보면 볼수록 이해가 안 되는 멘탈에 이젠 겁이 났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재호의 대답은 늘 같았다.
“뭐, 내가 신경 쓴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
“유언비어도 같이 퍼지니 그러지! 심지어 어떤 기자들은 이걸 정치면에 올려놓는다고!”
오히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더욱 열 받는 상황의 반복.
“에이, 뭐하러 그런데 신경 쓰고 그래.”
뉴월드를 시작하고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후, 재호는 한 가지 배운 게 있었다.
“기자들이나 커뮤니티에서 신나서 떠드는 것들에 하나하나 반응할 필요는 없지. 안 보면 그만이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은 하나였다.
그건 재호가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이 해 줄 일.
“아! 전럭협 애들한테 말해 놨냐? 하긴 걔들 화력이면 기사 댓글란 조져 놓는 건 일도 아니지.”
“응? 무슨 소리야. 당연히 변호사지.”
“아.”
아무튼 그쪽은 팀 법무팀 쪽에서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알아서 잘 처리해 줄 터였다.
두표만큼 소속 선수들을 향한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감독도 드물었으니 말이다.
“하긴 두표 형은 그런 쪽으론 또 거침없으니까.”
완식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이클립스 쪽이거든.”
이클립스로 결국 다시 돌아가긴 해야 했다.
알드리온을 그곳에 두고 온 것도 신경이 쓰였고 빌리브를 내버려 두는 것도 너무 위험했다.
“알드리온이 괜찮을지 모르겠네.”
과연 자신의 예상대로 알드리온이 제약 없이 힘을 쓰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미 인공지능 크레이터는 알드리온의 금기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지만, 그 사실을 재호는 알 수 없었으니…….
-음… 근데 내 생각엔 너 이클립스 다시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때, 갑자기 징징이가 재호에게 충고했다.
-힘을 되찾은 알드리온에게 찢기고 싶지 않으면…….
“에이, 무슨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해.”
-하지만 분명 마지막에 알드리온은 쌍욕을 했었단 말이야.
“그동안의 정이 있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그 정을 30초 만에 내다 버린 놈이 할 말이냐? 그것도 천사가 아니라 악마한테 넘기기까지 했잖아.
꼰대까지 징징이를 거들며 재호의 경솔함을 질책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돌아오는 내내 들은 소리.
그리고 재호는 나름대로 이유도 있었다.
“말했잖아. 당일 친해진 사람이랑 처음부터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이랑 둘 중에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 아냐? 안 그래?”
재호는 완식에게 동의를 구했다.
“어… 보통 후자긴 하지. 그게 악마만 아니라면…….”
“걔들은 천사, 악마로 분류하는 게 무의미해. 서로 반반 섞이기도 했고, 둘이 같이 사고를 쳤으니까. 그놈이 그놈이라 할 수 있지.”
“결국 그만큼 위험한 놈들한테 드래곤을 던져 줬다는 거 아냐?”
“…….”
어쨌든 모든 건 재호가 이클립스로 최대한 빨리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현재 재호는 전럭협과 레드벌룬 등, 몇몇 정보 조직에 쉐이크에 대한 조사를 의뢰해 놓았다.
유일하게 이클립스를 정공법으로 출입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수민.
수민은 분명 [무한의 업화]로 사망했으며, 이후 대륙으로 돌아왔을 터.
이후의 행적을 추적하면 적어도 이클립스로 향한 통로가 어디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까진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재호 개인적으로 해 볼 법한 다른 조사 방법도 있긴 했지만, 그건 좀 내키지 않았다.
“로두카한테 물어보면 뭔가 나오긴 할 텐데…….”
“응? 근데 왜 지금까지 안 찾아가 봤냐?”
완식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쪽을 찔러 보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어.”
사실 그녀를 만나고자 하면 지금 당장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찾아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기억도 못 할 테니까.”
로두카가 이클립스 내 혁명파의 악마들에게 명령을 내려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로두카는 그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게 확실했다.
현재 마계에 남아 있는 존재들은 당시의 기억을 모두 봉인 당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냥 사실대로 다 설명하면 안 되냐?”
“괜히 기억을 들쑤셨다가 칼리토 때 같은 사태가 벌어질지도 몰라.”
칼리토가 폭주할 당시에도 여간 골치 아팠던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로두카가 기억을 되찾는다?
“어쩌면 모든 걸 알게 된 내가 자기를 찾아올 거란 것도 그려 놨을지도 몰라.”
그것에 맞춰 스스로 기억의 봉인을 풀지도 모를 일.
“흠……. 그럼 다른 대악마는 어때?”
“글쎄, 다른 대악마라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
그나마 만만한(?) 대악마는 파이라 정도.
그는 빌리브가 몰랐던 걸 보면 고대의 전쟁 당시엔 대악마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되었다.
하지만 역시 기억이 봉인된 걸 보면 당시에 활동하긴 했던 모양.
그럼 역시나 칼리토처럼 폭주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파이라도 로두카의 큰 그림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그 외 다른 자식들도 말이다.
“하지만 대악마가 그 녀석들만 있는 건 아니지. 믿을 만한 ‘사람’ 한 명 있잖아.”
“……아!”
그제야 완식이 누굴 말하는지 깨달은 재호.
“스트로앤 교황!”
괜찮은 생각이다 싶은 재호는 곧장 그를 찾아 화원을 나섰다.
* * *
대악마 스트로앤 교황.
그는 신에겐 선악의 구별이 큰 의미가 없음을 직접 증명하는 존재였다.
아나볼릭 신을 모시는 최고 성직자인 동시에 마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악마 대공으로 인정을 받았으니 말이다.
다만 스트로앤 교황은 다른 대악마들만큼 오랜 세월 살아온 존재가 아니긴 했다.
평범한 인간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시간을 살아왔지만, 그래도 대악마가 되며 알게 된 다양한 정보들이 있을 터였다.
다른 이들처럼 봉인된 기억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특히 스트로앤 교황은 재호가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란 게 중요했다.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된다고 해서 흑화할 가능성도 0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쇠질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대악마가 되었으니 고대 역사를 안다고 한들 타락할 리가 있겠는가?
먼저 엘리시아 화원의 교황청을 찾은 재호.
하지만 아쉽게도 스트로앤 교황은 부재중이었다.
“교황님은 현재 제국 내 교단을 시찰 중이십니다.”
그 말에 다시 길을 나선 재호.
‘그러고 보니 아나볼릭 교단은 제국 내에서 잘 적응 중인가?’
지난번 순조롭게 자리를 잡았다는 걸 듣긴 했었다.
하지만 기존 5대 교단의 영향력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었으며, 아나볼릭 교단을 향한 견제도 끊이지 않았을 터.
과연 그사이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웠을지…….
“……뭐지?”
하지만 아나볼릭 교단이 있는 거리에 도착한 재호는 그런 걱정은 전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이상하리만치 주변 사람들의 몸이 다들 너무 좋았다.
입고 있는 옷 너머로 요동치는 근육이 느껴질 정도로.
평범한 사람들의 몸이 이 지경이 된 건 보나 마나 아나볼릭 교단의 영향일 터.
“다들 교단에서 헬스라도 하는 모양이네.”
사람들의 이런 변화야 나쁠 것 없었다.
개개인이 건강해진 것은 물론, 아나볼릭 교단의 영향력이 제국에 긍정적으로 미치고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거리를 걷던 재호는 미묘한 불쾌함을 느꼈다.
힐끔-힐끔-
연신 재호를 곁눈질하는 사람들.
모든 이들의 의식이 자신을 향해 집중되어 있다는 걸 재호는 깨달았다.
‘내가 아나볼릭 교단이랑 친하단 걸 알아서인가?’
그건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니, 사실상 한 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 아나볼릭에 대한 믿음을 가진 이라면 재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분명 당연한데… 이 기묘한 느낌은…….
“마음에 드는 눈빛들이네요.”
“…….”
티나까지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점점 더 수상했다.
‘대체 뭐지? 뭔 일이 있나?’
그런 기이한 분위기의 원인은 아나볼릭 교단에 도착하니 알 수 있었다.
대신전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황금 동상.
그런데 재호는 그 동상을 보자마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오!”
“오!는 뭐가 오!야.”
티나의 감탄을 끌어낸 그 동상은 바로 황금 보디빌더 동상.
문제는 그 과할 정도로 강조된 근육맨의 얼굴이 재호와 똑같다는 점이었다.
“이, 이게 무슨…….”
“허허, 마음에 드십니까?”
그때, 타이밍 좋게 마중을 나온 스트로앤 교황.
“교황님! 이게 뭡니까?!”
“허허, 보시다시피 대왕님을 기리기 위한 황금상입니다.”
“아, 아니… 그건 알겠는데 대체 왜 아나볼릭 교단 입구에 제 동상이 있는 거죠?”
“그야 대왕님은 지금의 아나볼릭 교단이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분이기 때문이죠.”
뭐, 그건 재호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분명 아나볼릭 교단은 재호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5대 교단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진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교단의 신이 아닌 자신의 동상을 세우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나볼릭 님의 신상은 안쪽에 있습니다.”
“그래도 입구에 제 동상은 좀…….”
“그리고 저희가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에 대왕님의 동상을 놓은 것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이유요?”
그게 뭔지 정말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것인지.
“이곳은 대륙의 심장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번화한 중심거리 중 하나지요. 이곳의 주민들은 누구보다 대륙의 유행에 민감하며 황실의 동향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니 대왕님에게도 큰 호기심과 호감을 품고 있지요. 대왕님의 동상을 보기 위해 교단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허허-”
“…….”
쉽게 말해 홍보용으로 세워 뒀다는 뜻이었다.
볼링장의 거대한 볼링핀 조형물처럼…….
“하하……. 그렇군요.”
초상권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세계.
그렇기에 이걸 가지고 뭐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냉정히 생각해 보니 이건 오히려 양반이었다.
‘내 초상화로 도배를 해 놓았던 라디부나 도마뱀 시티의 동상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기도…….’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새 재호의 눈에도 이 동상은 제법 멋지게 보였다.
‘바디프로필 한번 찍었다고 생각하자.’
재호는 결국 그렇게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