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59
858화
혁명파의 살아남은 잔당과 속죄파의 배신자들.
그들은 이클립스 반대편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지만, 힘의 균형이 무너진 이상 들통이 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빌리브는 서두르지 않았다.
남은 잔당 또한 흡수해야 할 자신의 권속이었기에 천천히 끌어들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수민은 그것을 빌리브의 안일함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지금이야 잠잠하지만, 만약 알시아가 돌아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다행히 빌리브는 그 충고를 받아들였다.
재호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빌리브도 마지막 순간에 보았으니 말이다.
재호가 얼마나 거대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지, 그리고 훗날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지…….
그래서 빌리브는 수민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다.
비록 수민이 자신의 믿음을 100%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어쨌든 최악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막아 주긴 했으니까.
사실 수민이 한 건 하나도 없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알 길은 없었다.
그렇게 빌리브의 지원을 얻은 수민의 자신감 넘치는 전진.
그랬는데 앞을 막은 날개 달린 거대 고릴라 탓에 멈추었다.
“저게 뭐야?”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반응이지만, 사실 수민의 기억 속에 있는 존재였다.
‘저건 분명… 알시아의 드래곤 펫!! 그렇다는 건…….’
수민의 몸이 눈에 띄게 굳었다.
‘설마 이미 황재호가 이클립스에 들어온 상태인가?!’
이클립스로 이어지는 대륙의 통로.
그곳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수민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빌리브에게 요청해 병력을 주둔시켜 놓은 상태.
물론 재호에게 뛰어난 잠입 스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넘어오면서 발생하는 특수 효과 탓에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해당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여기 쭉 남아 있었다고?’
그건 불가능했다.
재호가 대륙에 있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었으니까.
‘그럼 어떻게 된 거지? 드래곤을 여기 두고 가기라도 한 건가? 아니, 애초에 펫을 따로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잖아.’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재호가 드래곤을 두고 돌아갔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미친 인간이 자신의 펫, 그것도 드래곤 펫을 두고 간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소유권도 포기한 것일 텐데…….
그런 가정은 머릿속에 존재할 수 없었다.
‘젠장! 대체 뭔 짓을 해 놓은 거야!!’
재호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수민에게 지독한 심리전을 걸어 버린 상황.
“쉐이크. 저 거대한 괴물에 대해서 알고 있나?”
수민이 동요하는 것을 본 병사들이 물었다.
“…저건 드래곤이다.”
“드래곤? 골렘과 비슷한 것인가?”
그들은 드래곤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벌인 전쟁의 여파로 태어난 생명체였으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이곳에서 본 적이 없는 생명체인 걸 보면 중간계의 존재인 모양이군. 대체 우리가 떠난 이후의 세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군. 저 안에 담긴 거대하고 혼란스러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멀리서도 똑똑히 느껴지는 드래곤의 위용.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위험한 존재라는 걸 수민은 잘 알았다.
‘이대로 싸워도 되나?’
자신의 뒤에 있는 전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대륙의 어지간한 무력 단체보다 더 강할지도 모를 일.
‘하지만 드래곤인데?’
그런 생각을 하던 수민은 문득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만. 저게 진짜 드래곤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재호가 드래곤을 두고 갔을 거라는 가정은 완전히 배제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
그렇다면 저건 상대를 위협하기 위한 허세일 가능성이 컸다.
재호가 돌아오기 전까지 이곳에 남은 녀석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것이다.
‘그래. 바로 그거였어.’
수민이 씩 웃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저건 가짜다!”
“음?”
수민의 말에 뒤에 선 이들은 당황했다.
아무리 봐도 진짜처럼 보이는데 가짜라고?
“저건 본래 알시아가 부리는 하수인이다. 하지만 알시아는 지금 이곳에 없는데, 저것만 따로 이곳에 뒀을 리는 없거든.”
“확실한 건가? 아무리 봐도 저건 진짜 같은데?”
“아니! 100% 가짜다! 알시아를 상대하는 게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다! 그 자식은 상식을 벗어나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놈이니까. 저것도 우리를 속이기 위해 수작을 부린 걸 거다!!”
수민은 스스로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했음을 깨닫지 못했다.
재호를 잘 파악하면서도 정작 이 순간에는 간과한 포인트.
[상식을 벗어나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놈.]그 상식에 벗어난 짓엔 드래곤을 남한테 던져 주고 가 버리는 것도 포함된다는 걸 말이다.
“가자! 저 배신자와 더러운 악마들을 싹 쓸어버리는 거다!”
수민은 선두에서 돌진했고, 잠시 망설이던 속죄파도 결국 뒤따랐다.
‘제대로 조지는 거다!! 저따위 눈속임으로 날 어찌할 수 있을 줄 알았냐! 황재호!!!’
그의 단호한 믿음과 각오!
“으아아아!!”
기세 좋게 돌진한 수민을 향해.
쿠어어어-
고릴라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드래곤 알드리온의 포효가 주변으로 퍼져 나갑니다!] [일시적으로 청력을 상실합니다!] [강대한 힘에 노출되어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합니다.] [마나 역류가 발생하여 모든 스킬 사용 시, 마나 사용량이…….] […….]쏟아지는 경고 알림들.
“어?”
수민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건 명백한 현실.
가짜가 이렇게 생생한 경고를 내보낼 리는 없었다.
“진짜라고……?”
진짜로 드래곤을 여기 두고 갔다고?
“이 미친 XX가!!”
“쉐이크!!”
이상함을 느낀 건 수민뿐만이 아니었다.
“저게 정말 가짜가 맞나?!”
속죄파의 눈에도 역시 위험한 존재로 보였으니…….
“그, 그건…….”
수민의 뇌의 행복회로가 맹렬하게 회전을 시작했다.
‘황재호의 드래곤이 실제로 싸웠던 적은 없지 않나? 항상 조그만 상태였고, 덩치가 커지더라도 전투에 참여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맞아! 그랬었어! 그렇다는 건 결국 어떠한 제약이 있다는 뜻이야!’
1초 만에 결론을 내린 수민은 멈추지 않았다.
“저건 허세다!”
“쉐이크!”
“닥쳐! 내가 보여 줄 테니까!!”
때로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법.
수민은 이건 자신이 새로운 세계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시험이라고 믿었다.
‘내 운명은 내가 스스로 쟁취한다!!’
그리고 5분 뒤, 수민은 ‘진짜’ 알드리온의 ‘진짜’ 펀치에 두들겨 맞고 로그아웃 당했다.
* * *
후우우웅-
어둠 속으로 계속 추락 중인 재호.
‘대체 몇 분째 떨어지는 중이지?’
주벽에 빛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탓에 이젠 떨어지는 중이 맞는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처음엔 그 기묘한 감각을 나름 즐겼지만, 결국엔 지루해져 로 어둠 속을 살폈다.
‘얼마나 깊은 거야?’
이렇게 깊은 구덩이가 존재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었고, 이 정도로 오랜 시간 추락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었다.
중간에 포탈이든 뭐든, 사람을 다른 곳으로 보내기 위한 현상이 일어나야 정상이지 않을까 싶었으니 말이다.
‘이대로 가속도를 붙여서 우주로 날려 보내기라도 하려는 건가?’
물론 그건 현실성 떨어지는 이야기였지만…….
‘이 정도로 깊으면 사람이 못 올라오는 것도 말이 되지.’
만약 이 통로를 통해 돌아오는 게 가능하더라도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
‘어쩌면 벽에 해골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던 중.
반짝-
재호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저 멀리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
‘포탈?’
마침내 이 추락이 끝이 나는 것인가 기대되는 순간.
번쩍-
빛줄기 하나가 재호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어 또 하나의 빛이 길게 그려졌고, 개수가 점점 더 늘어났다.
마치 광속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 체험과 함께 재호의 주변이 점점 더 빛으로 가득해져 갔다.
그리고 결국 주변이 빛으로 완벽하게 가득 찼을 때, 일시에 불이 팍 꺼졌다.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다짜고짜 뜨는 경고 알림.
그리고 눈이 적응하면서 주변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새카만 배경과 여기저기서 반짝이는 작은 점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익숙한 회색의 대지.
‘도착했다!’
끝없이 추락하더니 마침내 이클립스로 이동이 되었다.
‘엄청 불친절 이동이네.’
따지고 보면 지금도 여전히 추락 중인 상황.
무중력이라 체감이 안 되지만, 이대로 대기권에 진입하면 착지할 때 큰 충격이 발생할지도 몰랐다.
재호는 스킬을 사용해 추락 속도를 늦췄다.
스르르-
소리도, 이펙트도 느껴지지 않는 충격파.
보통의 스킬들은 화려한 이펙트를 자랑했다.
그리고 재호의 도 요란하기로 따지면 어지간한 마법 이상.
하지만 그건 지상에서 사용했을 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강력한 인력으로 일으킨 모래 폭풍으로 적을 제압한 뒤, 일순간 폭발시켜 큰 피해를 입힙니다.]텅 빈 공간에서 모래 폭풍을 어떻게 일으키겠는가?
그저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방출만 발생했고, 재호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밀려 나갔다.
‘그런데…….’
가까워질수록 자세히 보이는 지상의 상황.
‘역시 대비해 놨네.’
착지 예상 지점에 상당수의 병력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통로는 이클립스의 고정 좌표와 이어진 모양이었다.
그러니 정확한 위치에 병력을 배치해 놓았을 터.
하지만 그들은 착지 예상 지점에 둘러싼 채 무기를 꺼내 겨누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이동하는 순간에 어떤 신호가 있었던 모양이야.’
아마 저곳에서 자신이 뿅-하고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는 모양.
‘굳이 저리로 갈 필요는 없지.’
재호는 을 사용해 방향을 틀었다.
까지 두른 상태이니 재호가 어디로 가든 저들은 알 수 없었다.
스르르-
천천히 이동한 후, 대기로 진입해 착지한 재호.
쿵-
상당한 충격음이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적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좋아. 그럼 이제 이오와 모토를 찾아봐야 하는데…….’
그들이 잘 버티곤 있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
이클립스가 아주 작은 행성이라곤 하지만, 무턱대고 뒤지기엔 너무 넓었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고 하나하나 살피는 건 지나치게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일.
‘대신전으로 가자.’
아직 알드리온과 다른 이들이 무사하다면 대신전 쪽에서 어떠한 움직임이 있을 터였다.
만약 알드리온이 재호의 계획대로 활동을 시작했다면?
‘그쪽에서도 난리가 났겠지.’
재호는 하늘에서 언뜻 보았던 이클립스 대신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저건…….’
저 멀리 평원에 보이는 대규모 행렬과 재호도 본 적 있는 각종 병기.
저 정도 되는 인원이 동시에 움직일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알드리온!’
재호의 계획대로 알드리온이 힘을 쓴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재호의 기대보다 더 힘차게 힘을 쓴 모양이었다.
셰이드를 공격할 때보다 더 규모가 커 보였다.
‘어?’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저건 뭐지?’
본 적 없는 황금빛의 거대한 물체.
그건 공중에 떠오른 채 천천히 이동 중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무기로 보이지는 않았다.
슥-
망원경을 꺼내 그것을 자세히 살핀 재호.
‘마차? 의자?’
거대한 물체는 다름 아닌 거대한 권좌.
그리고 거기엔 빌리브가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