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60
859화
빌리브가 이클립스로 온 이래,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인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속죄파와 혁명파는 그저 불편한 관계를 계속 유지해 오기만 했을 뿐, 전면 충돌한 적은 극히 드물었으니 말이다.
예전이었으면 이런 과감한 움직임을 보일 순 없었을 터였다.
지금과 같은 무력 시위가 가능해진 건 신들에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빌리브가 설계한 혁명파의 은밀한 반역을…….
그리고 마침 남은 잔당들이 괜찮은 구실도 주었다.
바로 이클립스에 허락되지 않은 드래곤의 존재.
어째서 다른 중간계의 존재들은 모두 쫓겨났음에도 드래곤은 남았는지 의문이었다.
뭐, 이유야 알 수 없겠지만 명백히 이클립스의 불청객이자 불순물과 같은 존재.
그러니 그것을 치우기 위해 자신이 나서는 건 문제될 게 없다고 빌리브는 생각했다.
이클립스의 주인으로서……!
‘이번 일만큼은 신조차 간섭할 수 없다.’
빌리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나저나 드래곤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지.’
최초 조우 이후, 두 차례의 전투가 있었다.
첫 전투에서 쉐이크가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헛웃음을 흘렸었다.
그렇게 큰소리를 치기에 다시 기회를 줬건만, 혼자 냅다 달려들다 죽었다고 하니…….
이어 두 번 그리고 세 번째 전투에서는 결국 출정 병력의 궤멸적인 피해를 보아 충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드래곤의 성장에 대한 언급이 나왔던 것이다.
바로 그 이야기가 빌리브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
‘드래곤에게 성장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빌리브는 이클립스의 다른 이들과 달리 드래곤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먼 과거 대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혼돈이 잉태한 위험하고 강력한 생명체들을 직접 목격했었다.
드래곤도 그중 하나.
‘하지만 분명 그때 태어난 존재들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그 자체로 순수한 힘이었으며, 처음부터 완성된 존재들이었다.
파괴적인 에너지가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변화한 것이기에 그 이상의 성장이란 존재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이토록 단시간 내에 성장과 진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임모탈리언뿐이다.’
쉐이크를 통해 직접 확인한 사실이었다.
‘사실 드래곤보다 더 이해 불가한 존재가 그들이긴 하지.’
어찌하여 신은 인간과 비슷한 그들에게 불멸과 무한한 성장의 축복을 내려 준 것일까?
솔직한 마음으론 임모탈리언들이 부러웠다.
그는 아주 강대한 존재였지만, 동시에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직접 경험해 봤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결국 신이 되지 못하고 이곳에 유배되었으니…….
‘임모탈리언의 힘을 내 것으로 흡수했다면 좋았을 터인데……. 아니면 지금 나타난 드래곤의 힘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하지만 이제는 어려웠다.
신의 시선이 닿은 현재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다음 일식-이클립스 기준-이 찾아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변수는 최대한 제거해 두어야 한다. 다음 일식까지 완성을 앞둔 기회를 지키려면.’
그러나 막상 드래곤을 마주한 순간, 빌리브는 충동적인 욕망에 사로잡혔다.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전율.
“어, 어찌 중간계에서 저토록 강대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드래곤이 저토록 아름답고 강대한 존재였단 말인가?!”
자신의 기억 속 드래곤은 그저 짐승에 불과했거늘!
달라도 너무 달랐다.
확실히 자신이 알던 중간계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모양.
긴 시간 속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모양.
동시에 그런 의심도 들었다.
‘저런 위험한 생명체를 중간계에 풀어 두다니……. 거기다 임모탈리언까지! 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감히 자신들과 동등해지려 했던 자신에게 신들이 내린 벌을 생각하면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끓어오르는 분노… 그리고 탐욕.
‘가지고 싶다!’
솔직히 직접 확인한 드래곤의 힘은 기대 이상.
저 거대한 힘을 마주하자 그는 진심으로 욕심이 났다.
‘미치도록 가지고 싶다.’
신이 버젓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 힘을 먹어 치운다?
그건 지금까지 혁명파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면서 준비한 모든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짓이었다.
하지만…….
‘저 힘까지 얻으면… 당장에라도 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르르-
권좌에서 일어선 빌리브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빌리브 님!”
“괜찮다. 내가 먼저 대화를 해 보겠다. 너희들은 나서지 말아라.”
이클립스에 유배된 이래, 이토록 감정이 격해진 적은 없었다.
저 완벽한 예술 작품을 가까이서 자세히 확인하고 싶었다.
턱-
드래곤 앞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춰 선 빌리브.
그는 우뚝 선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드래곤과 눈을 맞췄다.
‘아름답구나.’
가까이서 보니 더욱 확실히 느껴졌다.
저 안에서 요동치는 강대한 힘!
너무나 달콤하게 느껴지는 바로 저 힘이……!
‘하지만 내가 잘못 안 것 역시 아니었다.’
그가 기억하는 드래곤은 이미 완성된 존재.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던 보고는 잘못되었다.
그런 착각이 발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눈앞의 드래곤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힘을 회복하는 중이다.’
빌리브의 눈에는 아직 드래곤이 100% 상태가 아니란 것이 보였다.
과연 완전히 힘을 회복한 드래곤이 얼마나 강할지는 예상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회복을 위한 제물을 바치고 있었군.’
더 회복하기 전에 직접 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완전히 회복한 상태였다면 극도로 위험했을 것으로 추측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정말 이대로 포기하기엔 아깝군.’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드래곤의 상태가 빌리브의 탐욕을 계속 자극했다.
‘임모탈리언 몇 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이 정도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일단 빌리브는 드래곤과 대화를 시도했다.
“드래곤이여. 그대는 완벽하지 않군.”
-…….
“아마 힘을 크게 잃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아마 신의 간섭 때문이겠지. 그렇지 않은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이유.
“그대를 이해한다. 그저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르고자 했을 뿐이거늘. 무자비한 신들은 그것을 도전이라 생각해 우리의 날개를 불태워 버렸다. 그대 또한 같은 아픔을 경험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여전히 대답이 없는 드래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우리와 함께하자.”
굳이 이유를 주렁주렁 붙일 필요도 없었다.
저 정도로 강대한 존재라면 더 강한 힘을 추구하는 것이 본능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대는 알시아를 따른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만한 힘을 지니고서 왜 더 약한 자를 따르는 것이지?”
-알시아…….
드래곤 알드리온은 눈을 가만히 감았다.
으드득-
선명하게 들려오는 이 가는 소리.
그 모습에 빌리브는 미소를 지었다.
그 액션으로 알드리온이 알시아에게 불만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래. 이해한다. 그러니 이쪽으로 와라. 그대에게 새로운 미래를 내가 제시하겠다.”
스으-
손을 뻗은 빌리브가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한 그대에게 더 어울리는 특별한 대우를 해 줄 것이다. 복종이 아닌 자유를!”
쿠웅-
알드리온이 두 팔을 빌리브 가까이 놓으며 허리를 숙였다.
-겉만 번지르르한 이야기를 늘어놓는군.
“허허,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하지.”
-잘 들어라. 알시아는 분명 제멋대로인데다 온갖 사건을 다 일으키고 다니는 망나니 같은 녀석이다. 보편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최악의 악당이라는 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겠지.
알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 내는 알드리온.
-빌어먹을 자식이 날 악마한테 떠넘긴 것도 모자라 집 지키는 개로 만들어? 위대한 수호신으로서 존재하는 나를 이따위로 대접하는 놈은 세상에 알시아 그 자식밖에 없을 거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 것 같은 알시아를 향한 반감.
분명 그런 반응은 빌리브 입자에선 좋은 상황이어야 할 텐데, 이상하게 빌리브는 불안했다.
욕이 욕으로 들리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빌리브. 그대는 모른다.
아니라 다를까 발언의 방향이 급변했다.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알시아의 모든 선택과 행동이 결국은 옳은 결과로 향했다는 것을. 그 의도가 절대 순수하지 않을지언정. 알시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로지 꽃! 그 빌어먹을 꽃!! 그 때문에 온갖 미친 짓을 다 저지르는 광인이나 다름없다! 그대는 아는가? 그 병적인 집착으로부터 비롯된 순수한 악의를?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가 없군.”
-당연히 욕이다! 젠장! 나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쿠구구-
알드리온이 다시 몸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가슴을 크게 부풀리며 외쳤다.
-그래! 내 기준에서 알시아는 악당이다!! 하지만 그 악당이 하는 짓들이 어처구니없게도 모두 평화로 이어졌다. 그러니……!
알드리온의 안광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세상의 질서와 운이 선택한 알시아를 믿어 보겠다.
콰아아앙-!!!
알드리온의 주먹이 빌리브를 향해 강하게 내리꽂혔다.
쿠과과광-
그 충격에 주변 대지가 액체처럼 크게 출렁이며 멀리서 대기하던 속죄파 병력에까지 미쳤다.
콰르르르-
“크헉?!”
“이, 이게 무슨……!”
단순한 주먹질에 실린 힘이 말도 안 되었다.
잘못 휩쓸리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츠즈즈-
보이지 않는 힘으로 그 충격파는 와해되었다.
대신에 남은 은은한 황금빛의 방벽.
“빌리브 님!”
어느새 하늘 높이 떠오른 빌리브가 뒷짐을 진 채 눈을 빛내며 권능을 시전하고 있었다.
“어리석구나. 이것이 그대의 답인가?”
빌리브는 한 손을 들어 알드리온을 향해 뻗었다.
“고작 우리가 만들어 낸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 미물이 내게 가르침을 주려는 것이냐?”
알드리온의 이야기를 굳이 가르침이라며 비아냥대는 것엔 이유가 있었다.
빌리브는 알드리온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자신을 향한 적개심은 진심이란 걸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어차피 상관없다. 네놈이 거칠게 나올수록 나는 정당성을 얻을 뿐이다.’
슥-
알드리온을 향해 한 손을 뻗은 빌리브가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클립스로 넘어온 이후, 그는 직접 무력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건 무척 위험한데다 자칫 신의 주목을 끌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번엔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강대한 상대였다.
신들도 이에 대해서는 뭘 할 수 없으리라.
번쩍-
알드리온을 향해 뿜어진 빛이 마치 울타리와 같은 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크어어어!!
그리고 알드리온은 브레스를 뿜어내며 그것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콰르르르-!!
두 힘이 충돌하며 만들어 낸 파동이 이클립스의 대기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충돌을 기점으로 속죄파 그리고 혁명파의 남은 잔당들의 전투도 벌어졌…….
콰아앙-!!
“?!”
그 순간, 속죄파 뒤쪽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폭발.
콰과광-
이어 몇 번의 폭발이 연이어 또 발생했다.
“크아악!!”
“이, 이게 뭔… 컥!”
터져 나오는 비명들.
“뭐? 뭐냐?! 복병을 준비해 놓은 건가?!”
하지만 뒤를 아무리 살펴도 그들의 눈에 보이는 건 없었다.
그저 하나둘 픽픽 쓰러지는 이들만 늘어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