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62
861화
외모는 여전히 빌리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가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른 존재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어렵지 않게 추측 가능했다.
“다크사이더…….”
다크사이더는 이미 한참 전부터 혁명파 내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빌리브가 다크사이더를 흡수한 게 아닌가 추측했었다.
다만 그건 실제로 확인된 것이 아니었는데, 바로 지금 벌어진 상황으로 인해 증명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지?’
상황을 보면 빌리브는 다크사이더와 하나가 되었다는 걸 계속 숨겨 왔다.
이오나 다른 별동대원들도 몰랐거늘, 다른 천사들 또한 반응을 보면 모르고 있던 게 확실했다.
굳이 지금 드러내 봐야 별로 좋은 영향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을 지켜보고 있을 신들의 시선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혹시 내가 쓴 스킬이 불러온 나비효과인가?’
상대의 흑역사를 보여 주는 .
비록 스킬이 빌리브에게 효과를 보진 못했지만, 그 힘을 사용한 것 자체로 어떠한 자극을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로-두-카-!!”
저렇게 로두카를 절규하고 있는 다크사이더의 모습을 보면 말이다.
‘파이라의 힘 또한 과거에는 로두카의 것이라고 했으니까.’
한편 재호는 이 스킬을 쓰면서 ‘혹시?’ 했던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다.
바로 재호가 대악마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로두카의 큰 그림인 것은 아닌가 하던…….
쿠웅-
빌리브에게서 느껴지지 않던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풍기며 다크사이더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이미 지상에 착지한 재호를 마주했다.
“네놈에 왜 그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다짜고짜 묻는 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재호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자기소개해 봐야 봐야 상대는 알아듣지도 못할 터.
그리고 다크사이더가 궁금해하는 건 재호에 관해서가 아니었다.
“어째서 로두카의 체취가 느껴지는 거냐!!”
“…체취라고 하지 말아 줄래? 어감이 너무 이상하네.”
오해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재호가 얼른 정정했다.
“그나저나 네가 다크사이더인가?”
“내가 묻는 말에 답해라!!”
재호의 질문은 가볍게 무시하는 상대.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되었다.
“난 인간이다.”
일단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밖에 없는 정보를 알려 주었다.
“?”
아무래도 그게 상대를 놀리는 것처럼 느껴지긴 한 것 같지만…….
‘뭐, 알시아니 뭐니 소개해 봐야 의미도 없지.’
한편 다크사이더가 재호를 전혀 모른다는 건 빌리브와 의식을 공유하진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거 어쩌면 대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다크사이더 또한 빌리브의 피해자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
“조심하십시오!!”
그 순간, 모토의 다급한 외침이 재호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쿠과광-!!
폭탄이 터진 듯한 폭음!
하지만 그건 다크사이더의 펀치가 공기를 찢으며 만들어 낸 소리였다.
말도 안 되는 펀치 속도!
하지만 재호는 그걸 또 피해 냈다.
‘균형이…….’
급하게 피하느라 무너진 밸런스.
그리고 시야에서 다크사이더가 사라진 순간, 경고 알림이 울렸다.
[ 아이템 효과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사각에서 오는 공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공격은 감지되지만…….
‘너무 빠르다!’
공격이 보이진 않지만, 재호의 감각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알림이 뜬 속도를 보면 그냥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닫기 전부터 재호의 발은 움직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다음의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재호의 감각은 이 순간에도 빛을 발했다.
턱-
무너진 중심만큼 뒤로 길게 뻗을 수 있는 왼쪽 발.
재호는 그 상태에서 더욱 뻗으며 다크사이더의 발목을 걷어찼다.
툭-
힘이 제대로 실리진 않은 만큼 상대에게 피해를 주기엔 한참 모자랐다.
하지만 그 미약한 공격은 상대의 균형을 아주 살짝 흔들기엔 충분했다.
쿠과곽-
미세한 흔들림에 다크사이더의 공격이 살짝 들렸고, 재호의 뒤통수를 훑듯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훅 떨어지는 체력.
제대로 맞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음?”
반면 두 번이나 자신의 공격을 피해 낸 재호에게 놀란 다크사이더.
“꽤 재밌는 놈이군!”
첫 번째 공격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두 번째 공격을 피해 낸 건 놀라웠다.
그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무게 중심을 정확히 건드려 틈을 만들어 낸 것은 순간 박수를 칠 뻔했을 정도로 대단했다.
“넌 뭐하는 놈이지?”
이제는 질문이 바뀌었다.
재호가 지닌 악마의 권능에 대한 게 아닌 재호 자체에 관한 질문.
“…대륙에서 왔다.”
“대륙? 중간계를 말하는 것인가?”
다크사이더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고개를 갸웃했다.
“중간계는 너처럼 강한 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빌리브와 마찬가지로 유배 이후,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무지한 다크사이더.
하지만 그에게 또 자잘하게 설명하긴 어려웠다.
특히 재호의 직감은 알려 주고 있었다.
‘다짜고짜 선공. 거기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펀치. 특히 모토가 다크사이더는 멍청하다고 말했지.’
그건 곧 다크사이더 또한 우람이나 말칸트 대왕과 같은 부류에 속한다는 뜻!
물론 말칸트 대왕은 두뇌도 뛰어난 인물이긴 했지만…….
‘로두카랑 비교하면 바보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러면서 은근슬쩍 우람은 빼놓는 재호.
‘대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던 건 취소다.’
이런 상대는 굳이 붙잡고 계속 떠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아니라 다를까, 재호의 답을 듣기 전부터 발끝에 힘이 들어가는 게 포착되었다.
‘그래도 너무 급한데?’
파앗-
질문을 하면서도 답은 듣지 않고 계속 기습적으로 달려드는 다크사이더.
그리고 재호는 눈으로 좇을 수 없는 그의 움직임을 다시 한번 본능에 의지해 회피해 냈다.
‘이 정도로 빠른 상대한테는 어설픈 반격은 오히려 독이야.’
[로 을 선택합니다.] [민첩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회피력이 크게 증가합니다.]보통 재호는 전투 시 꼰대나 징징이의 힘을 상황에 맞춰 이용했었지만, 다크사이더의 엄청난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절대 선택할 수 없었다.
대신 공격력이 많이 감소하긴 하지만, 말칸트에게 받은 글러브가 있기에 그나마 맨손은 아니었다.
또한 육탄전에 특출난 전력은 재호가 혼자가 아니기도 했으니…….
쾅-!!
엄청난 소리를 내며 다크사이더를 때린 알드리온의 커다란 주먹.
이어 튕겨 나간 다크사이더를 그대로 땅에 처박았다.
콰드드드-
긴 구덩이를 만들며 전장을 이탈해 버린 알드리온.
남은 이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모두 아래로 내린 채 넋이 나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속죄파의 천사들만이 이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빌리브 님은 과거의 미련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셨구나.”
진실을 확인하게 된 이오는 새카만 하늘을 올려다보며 참담함을 삼켰다.
결국 속죄파라는 이름 아래에서 진심으로 속죄한 이들은 없었다.
이오를 비롯한 천사들은 과거의 눈부신 빛과 아름다운 색채로 가득한 과거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빌리브는 속죄라는 이름 뒤에 숨어 과거의 망령이 되어 버렸다.
과연 이 사태의 끝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엔 빌리브가 원하는 미래는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미 빌리브 안에서 다크사이더의 존재가 드러나 버린 이상, 신은 이걸 결코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테니까.
“이상하군.”
그때, 잠자코 있던 모토가 입을 열었다.
“이상하다니?”
이오는 수상하게 들리는 모토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저 존재가 정말 다크사이더가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뭐……? 하지만 느껴지는 힘은 지독한 마기이지 않은가? 그건 너희들이 더 잘 알 텐데?”
악마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오도 그 정도로 안목이 없지는 않았다.
그 역시 다크사이더를 직접 경험해 본 존재.
빌리브의 돌변한 분위기는 분명 자신의 기억 속 다크사이더와 같았다.
“그래. 분명 느껴지는 힘은 마기가 맞다. 하지만 다크사이더라면 저런 비겁한 기습 공격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최고의 상태에서 상대와 정면충돌하는 걸 즐겼던 이가 다크사이더이니까.”
“음? 단순히 그걸 근거로 삼기엔 무리가 있지 않은가?”
물론 이오가 기억하는 다크사이더는 굉장히 호쾌한 성격이긴 했다.
마왕이라는 격에 어울리지 않게 싸움을 좋아하고 숭상했던 별종.
자신에게 도전하는 자가 있다면 상대가 누구이든, 자신의 힘을 줄여 가면서까지 싸움의 기술로만 싸웠던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존재라고 하긴 어려웠다.
엄연히 특수한 상황이지 않은가?
“다크사이더의 반응을 보면 빌리브 님과 의식을 공유한 것 같지는 않다. 갑자기 정신이 들면서 발생한 혼란 탓에 무차별 공격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하지. 하지만…….”
재호의 스킬인 에 당해 본 모토는 저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잘 알았다.
하지만 자신은 그 권능보다 하위의 존재.
“빌리브가 사도님의 권능에 당했을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어쩌면…….”
뒷말은 삼켰지만 이오는 모토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설마 빌리브 님이 의도적으로 다크사이더의 의식을 꺼냈다는 건가?”
“거기서 나아가 어쩌면 그의 무의식 속에서 조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저런 비열한 공격은 빌리브의 주특기였으니까.”
“…….”
빌리브에게 실망한 것과는 별개로 비열하다는 평가가 썩 듣기 편하진 않았다.
하지만 모토의 주장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게 아니란 점이 문제였다.
“일단 나는 사도님을 따라가 보겠다.”
“음? 따라가다니? 알시아는 여기……?”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 재호.
“알드리온이 빌리브를 공격할 때 함께 가셨다.”
“그, 그럼 나도 함께 가지.”
“아니, 사도님의 움직임을 놓친 걸 보면 너 역시 지금 혼란스러워하는 건 마찬가지다. 굳이 그 위험한 곳에 갈 필요는 없지.”
모토의 그 말에 자존심이 조금 상하긴 했지만, 명백히 사실이었다.
빌리브가 다크사이더와 다시 하나가 되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이오 역시 크게 동요했었으니 말이다.
“너는 이곳에서 저기 얼빠진 녀석들을 수습하는 게 좋겠군.”
모토는 혼란에 빠진 속죄파의 천사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빌리브가 다시 다크사이더와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 굳어 버린 그들.
지금이 전투를 끝내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알았다. 그렇게 하지.”
이오는 모토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악마의 의견에 너무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하며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들이나 자신들이나, 가련한 처지가 된 건 마찬가지란 걸.
콰아앙-
지평선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
그리고 넘실거리는 검붉은 기운에 이오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저 가공할 만한 파괴적인 힘은 분명 다크사이더의 것.
하지만 모토의 말에 냉정을 조금이나마 되찾고 바라보는 지금, 저 안에 섞인 미묘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억지스러운 마기 방출은… 사실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발버둥이란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