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65
864화
탱킹을 시키기 딱 좋은 알드리온을 앞세운 채 쉬지 않고 주둥이를 놀리는 재호.
“로두카한테 차였대요!”
“닥쳐라! 아니라고!!”
그 꼴이 좀 우습긴 하지만, 다크사이더가 휘둘러 대는 공격을 보면 웃긴 상황으로만 볼 순 없었다.
아마 알드리온이 없었다면 재호는 진작 가루가 되고도 남았을 테니까.
알드리온은 다크사이더를 쓰러트리는 건 어려울지언정, 작정하고 방어 태세로 버티기 시작하니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언제까지고 이 상태를 유지할 순 없겠지만…….
쾅-!!
또 한 번 강한 공격을 받아 뒤로 훌쩍 밀려나는 알드리온.
-이걸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냐!
그는 이 사태를 초래한 재호를 향해 소리쳤다.
“일단 튀자!”
-…뭐?
기껏 도발하더니 한다는 소리가 도망.
알드리온은 잠시 당황했지만, 일단은 재호의 말에 따랐다.
이미 빌리브의 제안을 거절하고 재호의 손을 들어 주었던 알드리온.
이번에도 이 대책 없는 짓에도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고 믿었다.
투웅-
날개를 펴고 솟구친 알드리온이 반대로 도주를 시작했다.
“무, 무슨? 도망을 가? 개자식들! 놓칠 줄 아느냐!!”
다크사이더는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바로 뒤쫓기 시작했다.
알드리온의 뒤통수에 매달린 재호.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적나라하게 보이는 다크사이더의 살벌한 표정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거… 생각보다 틈이 안 보이는데…….’
열심히 한 도발의 결과는 재호의 기대와 조금 달랐다.
‘멘탈을 흔들어 흥분시키면 처음 보여 주던 것처럼 단순한 패턴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공격이 훨씬 더 거칠어지긴 했다.
하지만 그 속에 날카로움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위험해져 버렸다.
그게 아니라면 저 안에 숨은 빌리브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다크사이더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우리를 처리하고 싶은 모양이야.’
과연 이 사태를 지켜보는 신들에게 그가 어떤 핑계를 댈지 참 궁금했다.
사실은 다크사이더의 함정에 자신 또한 걸려들었다는 소리라도 하려는 건지…….
“그나저나 진짜 같지?”
-음? 뭐가 말이냐?
재호의 물음에 알드리온이 되물었다.
“로두카한테 차인 거.”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였냐?
“아니, 처음에야 일단 신경 거슬리나 만들어 보자란 생각이었지.”
분명 다크사이더가 재호를 보자마자 로두카를 외친 것엔 이유가 있을 터.
그걸 근거로 밑도 끝도 없이 질러 보았을 뿐이었다.
“뭐, 기대는 했지만…….”
-다른 이의 상처를 후벼파는 것엔 도가 텄군.
“무슨 소리야? 아직 로두카 한 마디에 저 정도로 거품을 무는지는 모른다고! 어쩌면 다른 사연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알드리온 뒤통수에 매달린 재호, 그 재호의 뒤통수에 매달린 꼰대도 한소리 보탰다.
-차였네, 집착하네, 로두카는 너 기억도 못하네, 그런 소리를 하면 누구라도 눈이 돌아갈 거다.
“…….”
-뭐, 그래도 차인 건 사실 같긴 해.
-나도 동의한다.
“뭐야? 결국 둘 다 같은 생각 하고 있던 거네!”
사실 로두카와 다크사이더의 정체를 안다면 둘의 관계에 대한 망상은 쉽게 떠오르긴 했다.
둘 다 고대의 최고 악마들.
특히 색욕의 대공이자 서큐버스의 여왕이라면 마왕 정도는 되어야 어울릴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저 광적인 반응은 과연 정말로 집착일까? 아니면 복수심일까?”
-복수심?
“로두카가 다크사이더를 속였을 가능성도 있긴 하니까.”
로두카에 대한 빌리브의 이야기를 모두 믿을 순 없지만, 그녀가 무척 위험한 존재란 것엔 재호도 동감했다.
비록 지금 로두카는 그 무엇도 기억을 못한다지만, 모토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그녀는 현 사태를 예측했었던 게 확실했으니까.
“개인적인 욕심으론 다크사이더를 통해서 로두카에 대한 정보도 좀 얻고 싶은데…….”
-그러기엔 선을 많이 넘은 거 아니냐?
꼰대의 말에 재호는 슬쩍 고개를 돌려 보았다.
빌리브의 차분한 외모도 악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무서웠다.
“말이 안 통할 것 같긴 하네.”
-그런 쓸데없는 고민은 당장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지금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대책을 세워라! 슬슬 도주에도 한계가 오는 것 같으니.
알드리온의 외침에 재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살벌한 표정이 점점 더 자세히 보이는 걸 보면 조금씩 따라잡히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한 방에 터져 죽는 걸 방지하려면 방법을…….
“어?”
그때, 주변을 살피던 재호의 눈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그리고 시도해 볼 만한 새로운 변수가 또 하나 나타났음에 웃음이 났다.
“저쪽으로 가자!”
재호는 외쳤다.
“저 실연 악마한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걸 구경시켜 주자고.”
재호의 손이 가리킨 방향.
그곳에는 빛을 받아 반짝이는 갈대밭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골렘을 이끌고 재호와 다크사이더를 쫓아온 모토와 악마들.
하지만 멀리서도 보이던 전투는 갑자기 잠잠해지더니 갑자기 모두 사라져 버렸다.
현장에 도착해서 확인 가능한 것 격렬한 전투의 흔적들뿐.
그리고 그 흔적을 본 모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다크사이더가 정신을 차렸군.”
흔적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힘을 마구잡이로 발산하며 주변을 계속 난도질하던 그였으나, 어느새 흔적은 정제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어지러운 흔적이 남아 있긴 했지만, 그것들은 전부 재호와 알드리온이 만들어 낸 것들.
반면 다크사이더의 흔적은…….
‘제자리.’
그 중심에 남은 정돈된 흔적.
발을 떼지 않고 상대의 수준에 맞춰 상대하는, 다크사이더 특유의 전투 방식이자 흔적이었다.
“모토 님. 괜찮겠습니까?”
다른 악마들도 이 흔적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곤 걱정스럽게 물었다.
“흔적을 보면 사도님과 드래곤은 결국 상대가 어려워 도주를 택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 알고 있다.”
모토도 재호가 아무리 로두카의 사도라 하더라도 다크사이더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주인은 말했었다.
사도를 도와 저 괴물 같은 다크사이더 그리고 빌리브를 잠재우라고…….
그러니 믿고 따라야만 했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말이다.
다만 다크사이더가 이렇게 멀쩡히 힘을 발휘한다면 그것도 불가능하겠지만…….
“음?”
하지만 다크사이더가 이동한 흔적을 계속 살펴보던 모토는 또 이상한 걸 발견했다.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군.”
순식간에 돌변한 다크사이더의 냉정.
여유는 사라지고 오로지 극한의 분노만이 느껴지는 파괴의 흔적이 보였다.
이 자체는 다크사이더의 또 다른 모습을 담고 있었다.
“무언가 변화가 생겼군.”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한순간에 분위기가 돌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재호가 뭔가 해내긴 한 모양.
“다시 이동한다. 직접 상황을 확인해 봐야겠다.”
전투 상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대응이 가능할 듯싶었다.
“모토 자작님.”
그때, 다른 악마 하나가 모토를 불렀다.
“저길 보십쇼.”
그는 지나온 길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속죄파의 천사들이 이쪽으로 오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정말로 멀리서 대규모 인원이 이곳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혹시 저희 뒤를 노리는 건 아니겠습니까?”
“글쎄. 선두에 이오가 선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군.”
이오 말고도 혁명파와 함께 있었던 다른 천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저들이 갑자기 돌변해서 자신들을 노리지는 않을 터.
“어떻게 합니까?”
“일단은 저들과 만난 후 이동하지.”
다크사이더 쪽도 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저들의 접근 목적을 먼저 파악해야 했다.
“모토!”
천사들을 우르르 이끌고 온 이오가 모토에게 다가왔다.
“이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오가 이오 뒤에 늘어선 천사들을 보며 물었다.
“미안하다. 아무래도 몇 마디 말로 모두를 설득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진실을 직접 보여 주기 위해 이렇게 왔다.”
“진실이라…….”
“물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할 거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지켜 온 믿음을 내려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그래, 그렇겠지.”
이오의 결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과연 진실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내던질 용기가 저들에게 있을지는 모르겠군.”
모토는 냉정한 눈빛으로 속죄파의 천사들을 훑었다.
“그저 속죄를 핑계로 눈을 감았던 겁쟁이들이 말이다. 그냥 이번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눈을 감으면 편했을 것을.”
“뭐라고?!”
그 말을 들은 근처의 몇몇 천사들이 발끈하며 나섰다.
다른 이도 아니고 악마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참을 수 없었던 것.
하지만 모토는 그들의 반응에 더욱 비웃어 줄 뿐이었다.
“우습군. 이미 충분히 보았으면서도 아직도 미련을 가지는 걸 보면 너희 족속들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야. 그러니 이곳에 끌려와 목적도, 의미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겠지.”
“웃기지 마라! 너희라고 해서 다른 것도 없지 않나!!”
“글쎄. 과연 그럴까?”
명백히 달랐다.
혁명파의 악마들은 분명한 목표와 의지를 지니고 이곳에 왔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굳이 저들에게 자랑하듯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
“좋다.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면 어디 다시 확인해 봐라.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너희들 반응이 궁금하군.”
차가운 말을 남긴 뒤, 모토는 다시 골렘에 올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쿠웅-
넓은 갈대밭 가운데 내려앉은 알드리온.
-여긴…….
“광휘의 갈대밭. 이클립스에서 유일하게 볼 맛 나는 곳이지.”
재호는 지상으로 내려서며 말했다.
알드리온의 엉덩이에 깔린 불쌍한 갈대들이 안쓰럽긴 했지만…….
“다 끝난 뒤에 다시 복원해 줄 테니 조금만 참아 줘.”
물론 그러려면 이기고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콰아아앙-
갈대밭 가운데에 깊은 구덩이를 만들며 착지한 다크사이더.
“묫자리로 고른 장소가 겨우 여기냐?”
“뭐, 묫자리가 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고. 그보다 다크사이더.”
재호는 모종삽을 꺼내 쥐며 말을 걸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로두카가 대체 네게 뭘 어쨌기에 그러는 거야?”
-야. 그냥 네가 차였다고 놀려서 그런 거잖아.
꼰대가 재호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핀잔을 주었다.
“아니, 근데 차인 거 아니고 자기도 당당하면 그런 반응을 보이진 않았겠지.”
-뭐, 그건…….
“닥쳐라!!”
결국 눈을 뒤집고 달려드는 다크사이더.
여유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을 보니 재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상으론 이 효과가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다크사이더의 흑역사를 어느 정도는 건드린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뭐하는 거냐! 정신 차려라!!
쾅-!!
가만히 서 있는 재호에게 소리친 알드리온이 다크사이더의 공격을 쳐 냈다.
하지만 재호는 정신을 놓고 있는 게 아니었다.
콰르르르-
주변에서 일제히 일어나는 거대한 갈대들.
[] [대상 식물의 성장 속도를 1,112% 증가시킵니다.] [대상의 일반적인 형태보다 훨씬 크고 단단합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생령이 정령을 불러들입니다.] [30분간 지속됩니다.] [변이 성장 시, 대상 정령이 10분간 상급 정령으로 강화됩니다.]광휘의 갈대 덕분에 강화되었던 스킬.
그 스킬의 데뷔전이 마침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