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67
866화
스쳐 지나간 섬광 속에서 보인 황금 강철 팬티.
사실 이렇게 확신을 가질 정도로 정확히 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에 본 건 분명 익숙한 느낌(?)이었다.
물론 황금색으로 보인 건 조금 낯설지만…….
-아니, 애초에 왜 봐도 팬티를 보는 거냐?
꼰대는 어처구니없어하며 말했다.
“어허! 표현이 이상하네. 팬티가 아니라 강철 팬티야.”
-그게 대체 무슨 차이라고…….
아무튼 재호가 본 게 사실이라면 방금 지나간 건 분명 아나볼릭 교단 관계자였다.
그리고 당장 떠오르는 인물은 당연히 딱 한 사람.
바로 스트로앤 교황!
“알드리온! 넌 뭐 느낀 거 없어?”
-제대로 본 게 맞다.
“너도 강철 팬티를 본 건가?”
-…아니. 아나볼릭 특유의 힘을 느꼈을 뿐이다. 너처럼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너도 오해할 수도 있는 소리를 하네.”
재호는 자신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아나볼릭 교단을 만난 이들 중, 상대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전부 다 팬티만 기억할걸?”
-팬티가 아니라 강철 팬티라며?
“됐어! 말장난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돌아가 보자!”
꼰대의 한마디에 재호는 얼른 말을 돌렸다.
-괜찮겠나?
알드리온이 재호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가야지.”
-저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아나볼릭 쪽에서 개입했더라도 이미 늦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글쎄. 만약 정말로 스트로앤 교황이라면 또 몰라.”
어떻게 알고 이 절묘한 타이밍에 그가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남을 것 같은 존재가 바로 스트로앤 교황.
그렇기에 함께해야 했다.
위험한 걸 알면서도 늘 사지로 뛰어드는 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설령 일이 잘못되더라도 그의 의지는 재호가 보고 기억해야만 했다.
-…좋다. 네 뜻이 그렇다면 나도 한번 기대해 보지.
휘익-
크게 선회한 알드리온은 스트로앤 교황이 남긴 빛의 꼬리를 따라 날았다.
‘그나저나 상황이 급박하긴 한 모양이네.’
스트로앤 교황이라면 재호의 존재를 분명 느꼈을 터였다.
그럼에도 아무 말 없이 지나간 걸 보면 저쪽의 쪽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재호의 마음속에선 기대감이 차올랐다.
스트로앤 교황은 분명 대책을 가지고 왔을 테니까!
번-쩍!
그때, 그가 날아간 방향 쪽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대지가 출렁이며 거대한 먼지 폭풍을 일으켰다.
그 폭풍을 뚫고 현장에 도착한 재호는 마침내 강철 팬티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황금 팬티는 아니었지만…….
-강철 팬티라고 말하더니 자꾸 강철을 빼네.
아마도 그를 감싼 황금빛에 반사되어 그렇게 보인 모양이었다.
“교황님!”
재호는 스트로앤 교황을 불렀다.
그는 재호가 왔는데도 돌아보지 않은 채, 흑백의 구체 앞에서 두 팔을 뻗은 채 서 있었다.
쿠드드-
점점 부피가 커지는 구체를 막으려는 모양인 듯, 단단히 박아넣은 두 다리가 길게 고랑을 만들어 내며 밀려났다.
“후웁-”
하지만 지지 않겠다는 듯, 크게 심호흡하자 요동치는 온몸의 근육.
그리고 스트로앤 교황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황금빛은 더욱 격렬해졌다.
꾸르르-
결국엔 구체는 멈춰 섰으나, 곧 스트로앤 교황을 집어삼키려는 듯 팔을 타고 액체처럼 스며들기 시작했다.
“스트로앤 교황님!!”
재호가 놀라 다가가려는 순간.
“다가오지 마십시오!”
스트로앤 교황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거세게 펄럭이는 망토 아래로 보이는 그의 등허리, 그곳에 맺힌 굵은 땀방울들은 그가 전력을 다해 집중 중이란 걸 보여 주었다.
‘땀을…….’
스트로앤 교황이 땀을 저토록 흘리는 건 본 적이 없던 재호는 덩달아 긴장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
쿠구구-
스트로앤 교황과 구체의 힘겨루기는 점점 더 거세졌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지진은 이제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심해졌으며, 스트로앤 교황의 망토도 일부가 찢겨 나갈 정도로 거센 기운이 몰아쳤다.
단순히 천처럼 보여도 저 망토의 무게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
‘스트로앤 교황…….’
재호는 어느새 구체가 스트로앤 교황의 어깨까지 집어삼킨 상황에 속이 타들어 갔다.
‘진짜로 계속 지켜만 봐야 하나?’
스트로앤 교황이 다가오지 말라고 한 것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재호가 스트로앤 교황을 믿는 만큼, 그 역시 재호를 믿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재호의 접근을 거부한 건 아닐 터였다.
‘아마 스트로앤 교황은… 내가 해야 할 다른 일이 있어서 막은 거겠지.’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이유는 아마 그만큼 여유가 없거나, 혹은 말을 해선 안 되거나 둘 중 하나.
그렇다면 계속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알드리온! 위로 올라가 보자!”
스스로 알아보기 위해 높이 날아오른 그들.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없는…….”
-저기다.
알드리온이 먼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망원경을 꺼낸 재호도 확인할 수 있었다.
“뭐야 저거……?”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수많은 인파.
워낙 먼 거리인 탓에 정확히 확인은 안 되었으나, 다들 비슷한 복장을 하는 걸로 보아 속죄파의 천사들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다만 혁명파와 전투 중이던 이들이 아닌 대신전 쪽의 인원으로 추측되었다.
-반대쪽도!
그때 꼰대도 다른 것을 발견했다.
그가 가리키는 건 정반대편의 그들이 왔던 길.
“모토와 이오네.”
선두에 선 낯익은 얼굴을 재호는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들 뒤로 상당히 많은 인파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혁명파와 싸우던 천사들로 보였는데, 왜 저렇게 우르르 오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아마 모토랑 이오가 직접 끌고 오는 걸 보면 따로 문제가 있진 않겠지.”
그렇다면 확인이 필요한 건 반대쪽에서 다가오는 천사들.
“가서 확인해 보…….”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대치 중이던 스트로앤 교황 쪽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푸학-
계속 대치 중이던 스트로앤 교황이 순식간에 구체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가 버린 것이다.
“교황님?!”
놀란 재호가 그곳으로 다가가려고 했으나 알드리온이 바로 만류했다.
-그가 한 말을 잊었나?
“아니, 근데 저건…….”
-걱정하지 마라. 아까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는 스스로 저 안으로 들어간 것 같다.
“뭐?”
-아마도 저 구체의 중심으로 접근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군.
힘겨루기 중에 서서히 잠식당하던 게 아니라 사실은 스트로앤 교황이 뚫고 있던 것이다?
“……일리 있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위험한 물체.
그런 곳에 뛰어드는 건 사실상 스트로앤 교황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리고 재호는 이와 비슷한 스트로앤 교황의 무모한 용기를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스트로앤 교황과의 첫 만남이 있었던 푸른 산호 섬.
그곳에 있던 마계 통로에도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던 사람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같네.’
마계로 넘어간 뒤, 재호를 믿고 그 의지를 남긴 채 자신을 희생했던 스트로앤 교황…….
지금도 스트로앤 교황은 재호에게 뒤를 맡기곤 미지의 물체 안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렇다면 재호도 확신할 수 있었다.
“교황님은 무조건 돌아오겠지.”
그전까지 재호는 그가 맡긴 일을 하기로 했다.
“꼰대! 너는 모토랑 이오를 만나 상황을 파악해 줘. 그리고 알드리온 우리는 반대쪽으로 가자.”
-알았다.
꾸르르-
기묘한 소리를 내는 구체를 마지막으로 쳐다본 뒤, 재호는 미련 없이 알드리온을 타고 멀리서 접근 중인 천사들에게 향했다.
하지만 아직 재호는 물론, 그 누구도 깨닫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 이클립스에는 그들이 파악하지 못한 또 다른 세력이 나타났다는 것을…….
* * *
속죄파가 머무르던 이클립스 대신전.
그곳에서 그들은 죽지도, 병들지도 않으며 오직 영원한 속죄만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원에 가까운 시간은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자신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던 대천사들 동상 앞에서 죄를 늘 곱씹을 때 느껴지는 비참함은 이루 말해 무엇할까.
이 지독한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핑계가 필요했다.
그건 바로 빌리브.
그들이 느끼는 비통과 후회는 그렇게 정신적 지주인 빌리브가 모두 짊어졌다.
이 처지가 된 가장 큰 원인이 빌리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시 빌리브에게 정신을 의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기도는 어느샌가 빌리브를 향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빌리브가 어떠한 무슨 일을 꾸몄는지 말이다.
이후, 최근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클립스의 소란.
쉐이크라는 인간… 아니, 인간도 아닌 기묘한 존재가 이클립스를 찾아오더니 점점 이상해져 갔다.
속죄파와 혁명파, 천사와 악마 그들 사이의 충돌.
그들이 썩 좋은 사이가 아니긴 했지만, 지금까지 전면전으로 번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닫힌 세계에서 자신들끼리 싸워 봐야 무의미한 희생만 벌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그 암묵적인 룰이 임모탈리언이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알시아라는 인물의 등장이 결정타였다.
이클립스의 두 세력 사이에선 전면전이 벌어졌고, 모두가 애써 잊고 있던 먼 과거의 참혹한 기억이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동시에 그들은 전부 같은 의심이 들었다.
‘이것이 과연 옳은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의구심은 금방 지워져 버렸다.
이 변화하는 사태의 불안함은 다시 기도와 빌리브를 향한 믿음으로 덮였다.
분명 그들은 자신들의 내면에서 무언가 점점 변해 가는 것을 느꼈으나 그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무언가에 세뇌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군. 저들의 정신을 장악한 이질적인 힘이 느껴진다.
멀리 상공에서 천사들을 확인한 알드리온이 말했다.
“세뇌?”
-그래. 저자들은 자신들도 모른 채 무언가와 결속되어 있다. 그건 절대적인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은…….
알드리온의 고개가 저 뒤에 보이는 흑백 구체를 향했다.
“빌리브인가?”
-그렇게 보이는군.
“…….”
재호는 지난번 대신전 방문 당시에 보았던 천사들의 병적인 속죄의 기도를 떠올렸다.
목적 없는 속죄 그리고 그들의 믿음을 독차지한 빌리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세계에 감추어진 비밀들을 많이 알게 된 재호는 알 것 같았다.
“신이 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차곡차곡해 온 거군.”
신이란 그 자체로 절대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신분의 고하는 존재했다.
그런 차이를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신앙심.
세력이 약한 교단 그리고 그 교단의 신이 얼마나 처량한지 재호는 직접 확인했기에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포세이돈 교단은 이것과 비슷한 짓을 하기도 했지.’
최면으로 만들어 낸 맹목적인 신앙심.
분명 지금 사태와 결이 비슷했다.
‘빌리브는 자신을 향한 신앙심을 만들어 내고 있었어.’
대신전에 신상이 아니라 대천사들의 석상이 있던 것도 이해가 되었다.
또한 혁명파의 악마들은 모두 없애 버리려 한 이유도…….
“어쩌면 빌리브는 이곳의 악마들은 다크사이더가 아니라 로두카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지도 모르겠어.”
그들은 자신이 차지할 수 없기에 과감히 제거하는 쪽을 택했으리라.
이제 재호는 스트로앤 교황이 맡긴 일을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저 얼빠진 천사들 정신 차리게 만들자고.”
-신앙심을 무너트리는 건 쉬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방법이 있나?
알드리온의 물음에 재호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되물었다.
“에이, 신앙에 미친 사람을 어떻게 단시간 내에 정신 차리게 만들어?”
방법은 하나.
“두들겨 패야지.”
-……?
“이 무리가 저쪽으로 오던 걸 보면 빌리브를 돕기 위해서 오던 게 뻔하잖아. 흠씬 두들겨 패서 기절시켜 버린다면 신앙이고 나발이고 잠깐은 사라져 버리겠지.”
싹 다 죽여 버리는 건 너무한 감이 있으니 자제하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그럼?”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천사들이 저 수상한 구체로 접근하는 걸 막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