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69
868화
“자꾸 팬티라고 하지 마!”
-?
-우린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너희가 그런 걸로 딴지를 계속 걸어서 팬티만 보인다고!”
아무튼 몸을 감싼 빛 탓에 찬란히 빛나는 강철 팬티의 주인, 스트로앤 교황이 허공에서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갔다.
구체 안에서 망토가 타 버린 것인지 그의 상체는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는데, 재호는 그의 팬티가 강철로 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괜찮은 건가?’
멀리서 보기엔 멀쩡해 보이긴 했지만 실제로는 모를 일.
‘당장 가 보고 싶지만…….’
일단 천사들을 막는 게 우선이었다.
-아니, 더는 그러진 않아도 될 것 같군.
그때, 잠자코 있던 알드리온이 재호에게 말했다.
-저들을 봐라.
알드리온은 구덩이 아래 천사들을 가리켰다.
“어?”
어느새 멀쩡하게 돌아온 천사들의 눈빛.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곳에 처박혀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고,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고통 가득한 동료들의 신음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어? 넌…….”
용케 재호를 알아본 한 천사.
“이게 무슨 상황이지? 왜 여기에…….”
이미 속죄파 사이에선 재호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
즉, 현재 그들의 재호를 향한 호감도는 첫 방문 때와 달리 뚝 떨어진 상태인 것.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천사들은 재호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단체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더니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난장판 그 자체였으니까.
어쩌면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일지도 몰랐다.
“아무 기억도 없어?”
“그렇다…….”
“그래? 진짜 기억이 없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뭐긴. 빌리브가 너희를 속였다는 것 말이야.”
“뭐?”
깜빡이 없이 쑥 들어오는 팩트에 잠시 넋이 나간 천사.
그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그, 그럴 리가 없다!”
이내 뻔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재호는 그것이 진심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상대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아니, 너희들은 알고 있어.”
물론 천사들이 빌리브에 대한 모든 걸 알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벌어진 이상한 일이나 저 멀리 보이는 빌리브의 실루엣 등, 이 사태에 그가 깊게 연관되어 있단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냐…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런 식으로 우릴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됐고. 여기서 한가하게 너희를 설득할 생각은 없어. 고민은 너희끼리 해 보라고.”
재호는 알드리온 위에 다시 올라타며 말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확인해 봐. 그리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 너희가 해 온 속죄가 과연 무엇을 위한 속죄였는지.”
후웅-
순식간에 날아오른 재호와 알드리온은 곧장 스트로앤 교황 쪽으로 향했다.
“…….”
남겨진 천사들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았다.
조금 전보다 더 공허해 보이는 눈동자로…….
* * *
빠르게 스트로앤 교황 쪽으로 다가온 재호와 알드리온.
쿠웅-
거칠게 착륙하는 알드리온 위에서 뛰어내린 재호는 스트로앤 교황 옆에 정확히 착지했다.
“교황님!”
“오셨습니까, 대왕님.”
어쩐지 조금 지쳐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재호는 깜짝 놀랐다.
“괜찮아요?!”
“허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평소보다 힘을 좀 더 썼을 뿐입니다.”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요?”
무한 스태미너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스트로앤 교황이 지쳤다?
그건 바꿔 말해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재호는 지금까지 스트로앤 교황과 함께 싸워 온 수많은 전장에서 그가 지친 걸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동안 스트로앤 교황은 지친 내색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바꿔 말하면 지금은 그런 연기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힘들다는 거겠지.’
하지만 스스로 괜찮다는 사람에게 삼자가 아니라고 계속 우길 수도 없는 노릇.
재호는 그에 대해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지쳤다고 하더라도 스트로앤 교황은 스트로앤 교황.
그 클래스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슥-
고개를 돌린 재호는 빌리브를 쳐다봤다.
아니, 어쩌면 다크사이더이기도 한 그는 상당히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저거 왜 저래요?”
두 존재가 한 몸에 들어있긴 하지만 어쨌든 껍데기는 빌리브.
그런데 그 껍데기조차 이젠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얼굴의 왼쪽은 빌리브… 오른쪽은 다크사이더로 추정되는 다른 얼굴로…….
그나마 공통점이라면 둘 다 극도로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
“가므아스라우므…….”
뭐라고 말을 하지만 입이 뒤틀리며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
아마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충돌이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꾸드드-
거기다 두 눈알이 가운데로 몰리며 양쪽의 몸이 뒤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신체 통제권을 두고 빌리브와 다크사이더가 벌이는 싸움으로 보였다.
“참으로 끔찍한 모습이로군요.”
그 덕분에 재호와 스트로앤 교황은 대화를 나눌 여유가 조금 더 생겼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조금 전, 저들의 힘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혼돈으로 재탄생되려 했습니다.”
그건 아마 다크사이더가 억지로 자신이 지닌 본래의 힘을 끄집어내려다 발생한 부작용일 터였다.
빌리브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막으려고 했었으니 말이다.
“아마 그대로 두었다면 저희에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겁니다.”
“그럼 교황님이 저걸 방해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근데 어떻게 여길 온 겁니까?”
제일 핵심적인 의문.
도대체 스트로앤 교황은 어떻게 이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올 수 있었을까?
“중간계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계시를 받은 저는 곧장 아나볼릭 님의 뜻에 따라 페브시 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플리스트라는 비밀 조직을 만나 이곳까지 안내받았습니다.”
“아… 아나볼릭 신이 나섰군요.”
원래라면 재호가 돌아가든, 삼자를 통해서든 스트로앤 교황을 페브시 산으로 안내하는 게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클립스에서의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된 탓에 그럴 여유는 사라져 버렸었다.
아마 그걸 알고서 아나볼릭이 스트로앤 교황에게 직접 계시를 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이걸로 확실해졌네.’
역시 신들은 이클립스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
“이곳이 아무리 다른 세계라 하더라도 결국은 신에 의해 창조된 곳. 위대한 존재들의 눈길이 닿지 않을 리 없지요.”
철저한 믿음으로 무장한 스트로앤 교황다운 말이었다.
“다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황이 훨씬 안 좋더군요. 거대한 혼돈의 힘이 반 이상 완성되어 가고 있음이 선명히 느껴졌지요.”
그걸 어떻게든 저지하려 했으나 외부에선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스트로앤 교황은 직접 그 힘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걸 택했고, 그 결과는 지금과 같았다.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 존재의 힘은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존재보다 거대하니…….”
“……!”
스트로앤 교황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정말로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마침 서로 합의도 끝난 모양인지, 빌리브와 다크사이더의 기괴한 움직임도 어느새 멈춘 상태였다.
“알시아.”
뒤섞인 두 개의 목소리가 재호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야 알겠구나. 쉐이크가 어찌하여 그대를 조심하라고 했는지…….”
특유의 여유가 느껴지는 말투에서 상대가 빌리브라는 걸 깨달았다.
“정말 오랜 세월… 나는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저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오만한 자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빌리브의 눈동자가 시퍼렇게 타오르며 재호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이 모든 걸 그대가 망쳐 버렸다! 이것이 결국엔 모든 차원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음? 잠깐만. 그건 좀 억지 아냐?”
듣던 재호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뭘 그렇게 숭고함을 덕지덕지 붙이면서 합리화하려는 거야? 그냥 네가 신이 되고 싶었던 거잖아.”
“…….”
“너보다 잘난 놈들이 있어서 마음에 안 들었으면서 그럴싸한 척하지 말라고.”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빌리브가 벌인 짓들을 생각해 보면 그건 가식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천계와 마계 그리고 중간계를 싹 불태웠던 것은 물론, 이클립스로 건너온 악마를 다 죽이고 천사들은 자신의 계획을 위한 제물로 쓰려고 했던 게 빌리브였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신이 되면 그 모든 건 내 힘으로 되돌릴 수 있다. 죽은 자들? 살리면 된다. 불탄 세상? 신의 권능으로 복구하면 된다!! 내가 신이 될 수만 있다면……!”
확신에 찬 빌리브의 외침에 재호는 문득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사실 신을 직접 본 적은 없는 거 아냐?”
“……뭐?”
“아니, 그게…….”
물론 신이 엄청난 존재라는 건 인정했다.
하지만 재호가 늘 생각했듯, 뉴월드의 신은 생각처럼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었다.
초월적이지만 엄연히 한계가 있었으며, 신들마다 각자의 포지션이 정해져 있었다.
빌리브가 말한 것처럼 죽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창조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 것이다.
물론 뒤져 보면 그런 신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재호가 직접 만나 본 신들을 생각해 보면 그 정도로 엄청나진 않았다.
“아나볼릭 님도 그렇습니다. 그분께서는 오로지 육체와 건강, 단련 그리고 정의를 위해 힘쓰시죠.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생명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시죠.”
스트로앤 교황 역시 재호의 말에 동의해 주었다.
“신들께서는 그저 이 세상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관조하실 뿐,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신의 역할이 아닙니다.”
“닥쳐라!!”
결국 못 참고 발끈하는 빌리브.
그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 누구보다 신에 가까워졌다고 자신했거늘, 눈앞의 비루한 생명이 자신더러 신을 본 적도 없지 않으냐고 능멸하니…….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다크사이더. 네게 맡기겠다. 네 마음대로 불태워 모든 질서를 다시 엉망으로 만드는 거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서 있는 자세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변한 빌리브.
“쯧. 나에겐 그저 신과 제대로 싸워 볼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더니, 그 의미도 없는 망상을 아직도 하고 있었군.”
다크사이더는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마지막 말엔 동의한다. 이미 우리의 미래는 끝났다. 과거와 똑같은 길을 선택한 우리를 신들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어떻게든 네놈들을 파멸시키고 세상을 불태울 것이다… 라는 건 빌리브의 주장이고. 내가 묻겠다.”
쿠웅-
한쪽 발로 땅을 강하게 구른 다크사이더는 스트로앤 교황을 향해 손을 들었다.
“…정말 너냐……?”
“?”
갑자기 애틋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스트로앤 교황에게 묻는 다크사이더.
“허허, 무슨 의미로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난 신 아나볼릭을 모시는 스트로앤이라 하오.”
“웃기는 소리! 내 눈을 속일 순 없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으나 이렇게 바로 앞에서 보니 알겠다. 넌…….”
꿀꺽-
마른침을 삼키면서까지 긴장한 다크사이더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넌 로두카다! 아니면 로두카의 잔영일 수도 있겠지.”
“?”
“???”
난데없는 미친 소리에 재호와 스트로앤 교황 모두 당황했다.
“사실 너 또한 나를 원했던 것이군. 그래서 이렇게 나타난 것이 아닌가!”
“자, 잠깐만. 미친 소리 좀 하지 마.”
재호는 울컥하며 소리쳤다.
로두카에 대한 재호의 호불호를 떠나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게 있었으니…….
“대체 어딜 봐서 로두카랑 비교가 되냐고!!”
스트로앤 교황을 보면서 로두카를 떠올리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고는 과한 노출도 말고는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