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70
869화
다크사이더의 정신 나간 소리.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스트로앤 교황과 로두카를 연결 지을 만한 요소는 더 있긴 했다.
현재 스트로앤 교황은 칼리토의 뒤를 이어 탐욕의 대공이 된 상태.
그리고 탐욕의 권능 역시 그 뿌리는 로두카였으니까.
다시 말해 스트로앤 교황이 지닌 탐욕의 권능은 로두카의 힘 일부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사도 자격으로 향 첨가 수준에 불과한 재호와 달리 말이다.
물론 세세히 따지고 들면 스트로앤 교황 또한 완벽하진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과거의 로두카는 탐욕 말고도 다양한 권능을 지니고 있었기에 하나의 권능만 가지고서 스트로앤 교황을 로두카라고 단정 짓긴 어려웠다.
하지만 다크사이더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서인지 그 점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잔영이라고 표현을 하는 걸 보면 일부의 힘이라고만 착각하는 걸지도 모르고…….
-그게 말이 되냐? 그냥 정신이 나가 버린 거지!
-이오가 했던 말이 맞았어. 다크사이더는 그냥 멍청이야!!
징징이와 꼰대도 경악하며 소리쳤다.
“뭐,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억지로 포장하려 할 수도 없었다.
세상 그 누가 보더라도 상남자 그 자체인 스트로앤 교황과 사람을 홀릴 정도로 아름다운 로두카를 동일선상에 두진 않을 테니까.
“대상의 본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너는 모를 것이다. 로두카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에 국한된 게 아니니. 그렇지 않나, 로두카?”
“저… 저…….”
미친X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재호.
하지만 스트로앤 교황의 대응은 재호를 한 번 더 충격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그래. 다크사이더. 오랜만이군.”
“?!!!”
냅다 인정해 버리는 스트로앤 교황.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건 스트로앤 교황은 로두카 연기를 전혀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스트로앤 교황은 그냥 평소 스트로앤 교황처럼 행동하고 말할 뿐이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다크사이더는 이걸 또 받아들였다.
“미친 거브아라나……!!”
그때 다크사이더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
“닥쳐라! 내게 다 맡겨 둔다고 하지 않았나?”
다크사이더는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을 방해하는 상대를 윽박질렀다.
‘빌리브도 욕하나 보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재호도 빌리브에게 100% 이입이 되었다.
다크사이더에게 자비 없는 파괴를 맡겼는데 갑자기 혼자 쇼하고 있으니…….
“로두카를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권능이 조금 빈약하고 이질적인 신성력을 품고 있지만!”
놀랍게도 다크사이더는 자신의 추측이 틀렸음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하지만 나만은 알 수 있다. 저 오만하게까지 느껴지는 당당함과 고결함! 저건 로두카가 아닌 다른 존재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다는 걸!!”
답은 틀려 버렸지만.
“…….”
로두카에 대한 평가는 재호도 동의했다.
문제는 스트로앤 교황도 그 평가에 들어맞는 존재라는 것.
-아니, 그런 거 다 필요 없다니까? 그냥 정신이 나간 거야.
징징이의 말에 재호는 아차 싶었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계속 다크사이더를 변호해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됐어. 머리 아프니까 그냥 생각하지 말자. 일단은 스트로앤 교황에게 맡기는 거야.’
자신이 로두카라는 걸 인정한 스트로앤 교황.
분명 어떠한 꿍꿍이가 있기에 그렇게 답했을 것이다.
“그래. 마지막에 했던 질문……. 지금 다시 묻지.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나?”
똑똑히 느껴지는 다크사이더의 떨림.
재호는 긴장하고 스트로앤 교황의 답을 기다렸다.
“아니. 내 생각엔 변함이 없소.”
굵직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스트로앤 교황.
‘뭘 알고 대답한 걸까?’
알 길이 없었다.
“뭐? 그럼… 그럼 왜 이곳에 나타난 거냐!”
“글쎄. 변덕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그래. 넌 언제나 그런 식이었지. 늘 내가 장난감이 된 듯한 느낌이 들게 했어.”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어차피 내게 사랑이란 놀이에 불과하니 말이오.”
의외로 대화는 그럴싸하게 계속 이어졌다.
다크사이더가 전 연인에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듯한 그림이 조금 기괴해 보이긴 하지만…….
‘내가 놀렸던 내용은 사실이었네.’
다만 눈앞에 보이는 상대가 스트로앤 교황이란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다크사이더의 저 편견 없는 시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럼 결국 넌 이곳에서 내가 파멸하는 걸 구경하려고 온 거냐?”
“허허, 그것도 괜찮겠지. 하지만 한 가지 제안을 했으면 싶군.”
스트로앤 교황은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빌리브의 야욕을 저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특별히 신께 그대의 자비를 요청하겠다.”
“!!”
재호는 그제야 스트로앤 교황의 진짜 꿍꿍이를 알아챘다.
‘다크사이더를 회유하려는 거였구나.’
정말 놀라운 임기응변이었다.
이딴 걸 계획이라고 준비하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다크사이더가 그를 로두카로 착각하는 순간에 즉흥적으로 세운 계획.
게다가 다크사이더의 첫마디에서 그와 로두카의 관계까지 파악한 센스까지!
‘만약 정말로 다크사이더의 생각이 변한다면…….’
하지만 아쉽게도 재호의 헛된 기대였다.
“네가 날 이토록 능멸하는데 이젠 목숨까지 구걸해라? 그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쿠르르-
다크사이더 주변으로 대지가 서서히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시 한번 신에게 도전하고 멋지게 최후를 맞이하리라! 로두카! 네게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불타리라!!”
재호는 가장 다크사이더다운 건 찌질함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리 허세를 부려 봐야 사라진 ‘멋짐’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허허, 결국 뻔한 선택이로군. 그렇기에 그대가 재미없는 거다. 다크사이더.”
“오!”
여전히 연기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이 멘트만큼은 로두카가 할 법했다.
“마지막까지 심심한 존재로 남으려는 건가?”
“그, 그건…….”
잔인한 일침에 크게 움찔하는 다크사이더.
방금 보여 주었던 패기가 무색하리만치 쉽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웃긴 녀석이네. 내가 놀릴 땐 죽일 듯이 쫓아와 놓고선.’
어쨌든 저런 모습들을 보니 확실해졌다.
다크사이더는 로두카에게 차인 게 맞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로두카를 잊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반면에 진짜 로두카는…….’
과거의 로두카는 다크사이더를 어떻게 생각했던 것일까?
로두카의 진심은 무엇일까?
‘어렵네.’
분명 로두카는 다크사이더가 빌리브에게 다시 이용당하리란 걸 먼 과거에 예측하고 대비를 해 놓았다.
그건 과연 다크사이더를 향한 애정일까? 아니면 연민일까?
아니면 감정은 배제한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이었을까?
“한 번쯤은 똑똑하게 구는 게 어떤가?”
재호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혼란스러워하는 다크사이더를 향해 스트로앤 교황은 계속 말을 걸었다.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해 봐야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존재에게 이용만 당하다 최후를 맞이할 뿐이다. 그런 꼴사나운 처지가 되고 싶지는 않겠지?”
어느새 재호는 로두카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다크사이더도 저렇게 흔들리는 것일 터.
‘이대로 다크사이더가 자멸해 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렇진 않을 거란 걸 알았다.
다크사이더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남은 빌리브에 의해 결국 전투는 반드시 벌어질 것이다.
‘어쩌면 그걸 위한 시간도 버는 중일지도 모르겠네.’
이 웃기지도 않은 콩트 타임은 스트로앤 교황에겐 회복을 위한 시간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정녕 내가 원하는 건… 이대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다크사이더.
그리고 그런 그에게 당당히 다가간 스트로앤 교황.
“생각해 보게. 내가 여기 올 수 있었던 게 이상하지 않나?”
‘음?’
그때, 굳이 흔들리는 다크사이더의 멘탈을 잡아 줄지도 모를 발언을 꺼낸 스트로앤 교황.
걱정대로 다크사이더는 흠칫하더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신들이 로두카를 이곳으로 들여보내 줬을 리는 없는… 으브래! 이 덜떨어진 자식아!!”
눈치라곤 내다 버린 다크사이더를 못 참고 또 튀어나온 빌리브.
하지만 스트로앤 교황은 빌리브를 무시한 채 다크사이더의 어깨에 선을 척 올리며 말을 이었다.
“느껴지겠지? 내 안의 신성력. 나는 아나볼릭 님을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
여기서 고대의 마왕을 상대로 포교를 한다고?!
“아나볼릭 님에게 선악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들이 그대더러 바보 같다고 손가락질을 할지언정, 순수한 육체의 강함을 추구하는 뜻이 있는 이상, 모두가 아나볼릭 님의 아이들이지. 다크사이더! 내가 보기에 그대 또한 아나볼릭 님의 가르침을 받기에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이젠 아예 로두카인 척하지도 않았다.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연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젠 대놓고 아나볼릭의 교리를 설파하기에 이르렀으니…….
“아나볼릭 님은 그대와 같은 순수한 이들을 사랑하신다. 그래서 이렇게 내가 찾아온 것이다. 아나볼릭 님의 인도를 받아 그대를 만나러 온 거다.”
“……그, 그렇게까지 날…….”
“그대가 재미는 없지만, 난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지.”
어쩐지 감격한 듯한 다크사이더의 표정에 재호는 식은땀을 흘렸다.
‘저게 먹힌다고?’
-어때? 평소 네가 하던 짓을 삼자 처지에서 보니까?
꼰대의 말에 징징이도 공감했다.
-혓바닥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능력은 너만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젠 로두카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를 하는데도 다크사이더는 반쯤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다크사이더는 로두카를 얼마나 마음에 담아 두고 있으면…….’
하지만 이젠 빌리브의 인내심이 바닥이 난 모양이었다.
“이딴 신파극은 당장 때려치워라!!”
분노를 터뜨리며 다크사이더 쪽 얼굴을 주먹으로 냅다 후려쳐 버리는 그.
콰앙-!!
얼마나 강하게 때렸는지, 터져 나온 충격파에 스트로앤 교황이 잠깐 밀려날 정도였다.
“가장 좋아하는 짓을 하라고 판을 깔아 줬더니…….”
빌리브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다크사이더는 잠잠했다.
고맙게도 빌리브는 그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뭐, 오히려 잘되었다. 녀석의 정신이 나간 덕분에 통제권은 오롯이 내 것이 되었으니…….”
쿠르르르-
그의 주변에서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한 흑과 백이 뒤섞인 기묘한 기운.
구체를 만들어 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지만, 이제는 그것을 빌리브가 완벽히 통제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이 자그마한 땅을 파괴하겠다! 그리고 모든 차원에 다시금 혼돈을 일으키겠다!!”
괴성을 지르며 점점 힘을 키우는 상황임에도 잠자코 지켜만 보는 스트로앤 교황.
“일이 꼬인 것 같죠?”
“허허-”
너털웃음을 터뜨린 그는 재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왕님. 제가 왜 굳이 어울리지도 않는 연기를 하며 시간을 끌었는지 아십니까?”
“음? 연기한 거였어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흠흠, 아무튼 힘을 회복하려고 시간을 끈 거 아니었어요?”
“그런 목적도 없진 않으나, 제가 완벽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저자를 상대로는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절반은 맞추셨습니다.”
“절반이라면?”
“전 최대한 시간을 끌었습니다. 바로…….”
피-잉.
그 순간, 선명히 들려오는 익숙한 파공음.
무언가가 재호와 스트로앤 교황 사이를 섬광처럼 가로질렀고, 정확히 빌리브의 가슴팍에 꽂혔다.
“이것을 위해서였습니다.”
스트로앤 교황과 재호의 시선은 빌리브의 가슴 깊이 박힌 화살에 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