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73
872화
재호는 전장에서 잠시 이탈했다.
어차피 스트로앤 교황, 알드리온, 장로단의 전력을 생각하면 재호 한 명이 빠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터였다.
특히 수비적으로 버티는 것이라면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빌리브의 마기 사용은 여전히 어설펐으니 말이다.
‘일단은 플레이어들 쪽을 이쪽으로 부르자.’
최대한 빨리 그들을 이쪽으로 불러야 했는데, 문제는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것.
“완식아! 너 어디냐?”
-어… 몰라?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 뭐 주변에 특정할 만한 게 전혀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겠어.
“혹시 너희가 도착한 곳에 천사들 없었어?”
재호가 이클립스로 넘어왔을 때, 대륙과 이어지는 통로 끝 지상에서 천사들이 진을 치고 있던 걸 보았었다.
아직 그들이 남아 있다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약간의 충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혀? 여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여.
‘그렇다면 그쪽에 있던 천사들도 이쪽으로 온 모양이네.’
아무래도 빌리브가 만들어냈던 흑백의 구체는 이클립스의 모든 천사에게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그럼 일단 남동 방향으로 이동해 봐!”
기억을 더듬은 재호는 처음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움직였던 방향을 떠올리곤 알려 주었다.
알드리온이 빌리브를 붙잡고 다시 먼 거리를 이동하긴 했지만, 그래도 인근에 도착하면 전투로 인한 소음이나 진동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정도 거리라면 재호가 신호탄으로 위치를 알려 줄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최대한 서둘러!”
-당연하지. 당장 뛰어간다! 절대 너 혼자 꿀꺽하면 안 된다?!
“한 번 와 봐라. 그런 느긋한 소리 나오게 생겼는지.”
아마 완식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한탕 거하게 할 기대를 품고 있겠지만, 과연 넘어온 그들 중에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
그런데 문득, 재호는 이클립스 현지인들이 활용하면 되지 않나 깨달았다.
바로 멀리 떨어진 곳에 모여 있는 이오와 모토 일행!
재호는 즉시 그들을 향해 달렸다.
“사도님!”
재호가 다가가자 먼저 맞이한 모토.
“역시 대단하십니다.”
“응? 뭐가?”
다짜고짜 찬양하는 모토에게 재호가 물었다.
“과연 주인님의 사도십니다. 저 빌리브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다니! 솔직히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하십니다!”
“아, 아니……. 이야기는 고마운데…….”
그건 오롯이 재호의 힘만으로 해낸 게 아니었다.
솔직히 알드리온이나 스트로앤 교황이 없었다면 재호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런 건 고려하지 않고 마치 재호 혼자 다 한 것처럼 칭찬을 듣고 있으니 민망한 게 당연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저들은 모두 사도님이 동원한 전력이지 않습니까? 주인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자고로 강함이란 자신의 힘을 뽐내는 것만이 아니다. 다른 강자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라고 말입니다.”
“그거 어째 가시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마치 로두카와 다크사이더의 관계를 말하는 것처럼도 들렸으니…….
“그나저나 천사들 상태는 어때?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우리는 괜찮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기이한 증상도 이제는 사라진 상태다.”
다가온 이오가 재호에게 답했다.
“난생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었다. 어디론가 반드시 가야만 한다는 강력한 열망……. 그건 분명 우리의 감정이 아니었다.”
“그나마 이쪽은 그 정도니까 다행이지. 반대쪽에서 몰려오던 천사들은 기억조차 없더라. 그냥 살아 있는 시체였어.”
재호의 말에 이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는 이클립스의 모든 천사에게 같은 증상이 발생했단 뜻이군.”
“그래. 아마 빌리브는 너희들 모두를 집어삼킬 모양이었나 봐.”
“……!”
“다행히 스트로앤 교황이라고, 저기 빌리브를 신나게 두들겨 패는 사람 보이지? 저분이 빌리브와 다크사이더의 융합을 막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거야. 그리고…….”
재호의 시선이 이오 뒤에 있는 천사들을 향했다.
“어때? 이젠 알겠지? 빌리브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재호의 외침에 그들은 움찔했다.
굳이 직접 확인하겠다며 여기까지 온 그들.
그리고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했다.
이런저런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
그저 지금 눈앞에 보이는 현실 단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바로 빌리브가 다크사이더와 다시 하나가 된 저 현실 말이다.
오랜 시간, 그들이 믿고 따라온 빌리브는 결코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늘 속죄하며 살아가야 한다던 이가 바로 빌리브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 빌리브의 모습은 지독하리만치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그를 향한 신뢰도가 수직 하락하는 건 당연했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야. 지원 전력이 막 도착했다는 소식도 받긴 했지만, 그 사람들이 와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기도 하고. 그러니 너희도 이젠 도와줘야겠어. 먼저 이오. 너한테는 길 안내를 좀 부탁할게.”
먼저 재호는 이오에게 이곳으로 찾아오는 플레이어 무리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쪽으로 건너오는 유일한 통로가 있어. 내가 올 때 천사들이 지키고 있던 걸 보면 속죄파 쪽에선 분명 알고 있었어. 아마 대신전에 남아 있던 천사들이라면 알 수도 있을 거야.”
“알았다. 즉시 확인해 보지.”
그렇게 이오는 천사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얻은 뒤, 즉시 플레이어들을 찾아 나섰다.
“그나저나 모토. 혹시 빌리브나 다크사이더는 약점 같은 거 없어? 그나마 융합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망정이지, 이대로라면 답도 없어.”
시간을 끌며 빌리브가 스스로 무너지며 빈틈을 드러내길 기다리는 상황.
하지만 끝 모를 힘이 과연 언제쯤 한계가 올 것인진 알 수가 없었으니…….
“아니지. 빌리브 약점은 천사들이 잘 알려나?”
재호는 남아 있는 천사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 그건…….”
움찔하며 우물쭈물하는 그들.
그들이 아는 빌리브는 절대적인 존재였으며, 심지어 다시 다크사이더와 합쳐진 지금은 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천사들에게 있어선 말이다.
“흥. 저들의 저런 비겁함이 저 괴물을 만든 것입니다. 감히 빌리브에게 반기를 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토는 대답하지 못하는 천사들의 모습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그건……!”
천사들이 억울하다는 듯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모토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말을 잘랐다.
“빌리브는 그저 자신의 힘에 취해 오만해진 멍청이일 뿐이다. 단지 강한 천사 중 한 명일 뿐이며, 신이 아니다. 심장이 터져도, 목이 잘려도 숨이 끊어지는 평범한 생명체일 뿐.”
모토의 신랄한 비난에도 천사들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사단을 직접 조기 전이라면 분개했을 테지만, 지금은 모토의 말이 너무나 뼈아프게 들렸던 것이다.
“하지만……!”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너희들의 왕인 다크사이더도 똑같지 않나? 너희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다소 유치하게 들리기도 하는 바짓가랑이 잡기.
“크흠…….”
심지어 몇몇 천사들조차 헛기침하며 눈치를 줄 정도였다.
“흥. 우리의 왕? 다크사이더가?”
그 반박을 들은 모토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웃기는군. 우리가 왜 혁명파라는 이름으로 불렸는지 너희들은 모른다.”
“응? 무슨 뜻인데?”
그건 재호도 궁금했다.
혁명파 속죄파로 나누어져 있길래 당연히 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줄 알았건만…….
“주인님께서 미리 점지해준 저희의 정체성입니다. 저희는 마계를 진정한 자유를 위한 혁명을 계속 준비해 왔습니다.”
즉, 혁명파의 진짜 의미는 신이 아닌 다크사이더에 대한 것.
“정작 당사자인 저 멍청이는 그저 주인님의 의견이라는 사실 하나로 혁명을 떠들고 다녔지만 말이죠.”
이 이야기만 봐도 악마와 천사들의 태도 차이는 명확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있었다.
“마계의 진정한 자유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야 당연히 진정한 마계의 완성이지 않겠습니까? 다크사이더는 스스로를 마의 주인이라 자처했습니다. 그렇게 다크사이더는 자신을 마계 그 자체의 존재로 만들었지만, 그걸 감당할 수 없는 멍청함은 빌리브에게 도리어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될 뿐이었습니다.”
진짜 잔인할 정도로 냉정한 평가에 재호는 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주인님은 마계를 한 명의 독재자가 아니라 분산된 힘을 통해 새로운 균형을 만들기를 원하셨습니다. 그걸 위해선 다크사이더, 그리고 다크사이더를 이용하려는 빌리브의 소멸. 바로 건전한 마계를 위해선 그것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죠.”
“…….”
정말 그런 이유로 로두카가 이 모든 걸 꾸몄을까?
건전한 마계라는 게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 동시에 마계랑 정말 어울리지 않는 설명이기도 했다.
현 마계도 돌아가는 꼴을 보면 개판이긴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하지만 로두카가 자신의 권능을 굳이 나누면서까지 대악마를 만들어 낸 걸 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엔 권능을 나눈 행동이 훗날 이클립스에서 벌어질 일을 대비한 그녀의 전략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솔직히 로두카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그게 맞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모토의 말대로라면 모든 게 딱딱 들어맞긴 하는데…….’
모토의 뒤에 있는 상대는 로두카였다.
그 속마음을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무서운 존재가 정말 순수하게 마계를 위한 희생을 했을 거라곤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끝을 위해 주인님이 저희에게 남겨 주신 것이 있습니다. 저 무능하고 안일한 천사들과 달리 말이죠.”
“남겨 준 것……? 설마 빌리브를 잡을?!”
그 순간, 재호가 정말 기대하던 이야기가 모토의 입에서 나왔다.
“설마 진짜로 빌리브와 다크사이더의 약점이야?”
“저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그 약점을 만들 방법을 저희에게 주셨습니다.”
“뭔데?!”
“바로 저희들의 영혼입니다.”
“……응?”
당황한 재호.
“혹시 영혼이라는 게… 열정이나 의지 같은 의미야?”
이런 상황에서 제발 열정론만큼은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지금 말한 영혼은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주인님은 저희들의 영혼에 그분의 봉인 마법을 새겨 놓았습니다. 그것은 저희가 죽는 순간, 발동되게 되어 있지요.”
“자, 잠깐만. 그게 무슨 말이야?”
다 죽어야 발동된다는 조건도 말도 안 되었지만, 문제는 이미 혁명파는 셰이드에서 대부분이 죽지 않았던가?
“수많은 악마는 이 대업을 위한 안전장치일 뿐입니다. 필요한 것은 딱 여섯 명입니다.”
그 방법이란 육망성 위치에서 대상을 가운데 둔 뒤, 그들의 피로 만든 마법진을 발동시켜 힘을 봉인한다.
“조건은 달성되었습니다. 이건 다크사이더와 빌리브가 다시 하나가 되는 때에만 쓸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근데 조건이 그것뿐만이 아닌데…….”
듣기엔 간단하지만, 상대를 생각하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으-
고개를 돌린 재호의 눈에 들어온 살벌한 전장 상황.
아직도 저렇게 날뛰는 곳에서 척 봐도 수상한 포지션을 잡는 난이도가 어떨진 뻔했다.
“당연히 지치게 만든 다음에 해야겠지요.”
“…….”
그게 안 되어서 약점을 물어본 것이거늘… 결국 돌고 돌아 처음으로 돌아온 느낌에 재호는 정신이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