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76
875화
전투 소음이 아련하게 들려올 정도로 멀리 떠난 재호 일행.
재호를 따라온 이들은 여전히 어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했다.
“흠… 이쯤이면 되려나?”
“대체 왜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거야?”
다키스트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아, 미안. 계획을 다시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어.”
“응? 미리 준비된 계획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지. 상황을 봐.”
지금 사태는 모두 예상 밖의 일들이었다.
즉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결정된 계획을 알려 줄게. 바로 봉인 공습이야.”
“봉… 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재호는 바닥에 점 하나를 콕 찍었다.
“이게 빌리브야. 그리고.”
주변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점 여섯 개를 추가로 찍었다.
그리고 그 점을 따라 육망성을 그려 안에 빌리브를 가둔 것 같은 형태를 만들어 냈다.
“봉인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런 형태로만 만들면 된다는 거 맞지?”
재호가 모토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도대체 그 마법진 안에 놈을 어떻게 가두지? 가만 앉아서 당해 주진 않을 거 아냐.”
골드투스의 의문은 곧 모두의 의문이었다.
재호의 설명은 원론적이었으니 말이다.
“이 그림을 3D로 생각해 봐.”
“……?”
“우린 빌리브와 같은 높이가 아니야.”
척-
재호는 새카만 하늘을 가리켰다.
“높이 날아서 접근한 뒤, 마법진을 완성한 채로 빌리브에게 낙하하는 거야.”
“…….”
“…….”
미친 소리로밖에 안 들리는 재호의 계획에 모두의 말문이 막혔다.
특히 모토와 다른 악마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 못한 표정이었으니…….
“죄송합니다만 사도님…….”
항상 침착한 모습으로 재호를 신뢰하던 모토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 안에 비친 것은 미묘한 불신.
“하늘 위에서 봉인을 시전한다는 게 혹시 제가 이해하지 못한 비유라거나…….”
“아니, 들은 그대로야. 대형을 갖춘 채 빌리브 머리 위로 낙하하며 바로 봉인을 시전한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도저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모토가 진짜 하고 싶은 질문은 따로 있었다.
“혹시 미친 거 아냐?”
“예. 바로 그거… 아.”
대신 속마음을 끄집어내 준 다키스트.
“후후…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나도 그쪽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거든.”
요상한 웃음을 흘리며 모토에게 윙크를 하는 다키스트.
“…넌 또 왜 이래?”
재호는 갑자기 미친 것 같은 다키스트의 행동에 당황했다.
“뭐래. 아무튼 네 계획이 정신 나간 것처럼 들리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솔직히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계획을 말했으면 나도 똑같이 말했을 거야.”
그 말은 곧 재호가 말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는 것.
“나랑 골드투스 데려온 거 뻔하지 뭐. 쟤들 태우고 글라이더 좀 타라는 거지?”
“정확히 알고 있네.”
글라이더 기술을 처음 전수해 준 탄탄보와 라이너 길드.
그들 못지않은 비행 전문가가 되어 버린 두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재호가 가진 글라이더까지, 총 세 대를 이용해 여섯 명을 우주 밖으로 데리고 가야 했다.
“잠깐. 뭐? 어디로?”
“아, 여기 대기가 말도 안 되게 낮아서 그냥 접근하다간 바로 발각될 거야. 몰래 접근하려면 완전히 우주로 나가야 해.”
“잠깐만… 우주로 나간다는 건 나도 예상 못했는데……. 우주 밖으로 나가면 사람이 살 수가 있어?”
“응. 괜찮더라. 숨을 좀 못 쉬긴 하는데, 오래 있을 건 아니니까. 너희도 이클립스로 넘어올 때 경험해 봤잖아?”
“그, 그게 우주였어?”
정신없이 넘어온 탓에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었다.
“걱정하지 마. 막상 해 보면 할 만할 거야.”
“아니, 전혀 안 그럴 거 같은데.”
“사실 더 중요한 건 대기권을 벗어나면 글라이더 컨트롤이 불가능해진다는 거야.”
“하긴. 공기가 없으니 날 수가 없… 아니, 생각해 보니 이상하네. 그런 것까지 구현되어 있으면서 우리는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건데?”
“너무 하나하나 따지지는 말고 가능한 것에만 집중하자고.”
“아니… 시키니까 하긴 하는데……. 이거 진짜 되는 거 맞아?”
“걱정하지 마. 일단 띄우기만 하면 돼.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렇게 말한 뒤, 재호는 바로 비행 준비를 지시했다.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모토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솔직히 말씀하신 방법은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하늘에서 봉인 마법을 시전한다니…….”
“해 보지 않기 전엔 모르는 거야.”
“하지만…….”
“편견을 버려.”
재호는 갑자기 믿음이 사라져 버린 모토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을 이었다.
“아까 봤던 스트로앤 교황 기억나? 웃통 벗고 있던 사람?”
“예. 기억납니다.”
“그 사람은 신의 선택을 받은 신의 사도거든? 그런데 동시에 대악마이기도 해. 빌리브나 다크사이더처럼 본인들이 억지로 만들어 낸 혼종이 아니라 진짜 신성력과 마기를 모두 지닌 존재지.”
“뭔가 느낌이 남다르긴 했습니다.”
“심지어 본래 로두카의 권능이었던 탐욕의 권능을 가지고 있지.”
“예? 주인님의……?”
“그래. 로두카가 마신도 아니고 신을 따르는 인간에게 자신의 권능을 나눠 준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겠어?”
명백히 날조된 정보.
나누어 준 게 아니라 스트로앤 교황이 직접 쟁취한 것이었지만, 이들이 알 길은 없었다.
“로두카가 왜 그랬겠어? 바로 편견에 사로잡혀선 발전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 그렇기에 고대의 로두카는 미래의 자신에게 어떠한 안배를 해 놓은 걸지도 몰라. 나 같은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이클립스에선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기에 어떤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재호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고, 그 꼴을 본 다키스트는 혀를 내둘렀다.
“어후, 저런 걸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네.”
“저 뻔뻔함은 진짜 존경스러워.”
“하지만 재호 형이잖아요?”
다키스트와 골드투스, 우현의 목소리가 차례로 들려왔지…….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미 모토의 귀에는 오로지 재호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또 또 저게 먹히지.”
다키스트는 재호의 억지 논리가 먹히는 현장을 보며 기함했지만, 사실 모토 입장에선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운 계획을 듣고 잠시 믿음이 흔들렸지만, 재호를 향한 신뢰는 거역할 수 없는 본능과도 같았으니까.
[] [로두카령 내의 백작급 귀족의 권위를 지닙니다.] [로두카령 내, 백작급 이하의 악마들은 당신에게 복종합니다.]바로 칭호 때문에 말이다!
“제가 잠시 사도님을 의심했습니다. 그건 곧 주인님을 향한 의심이란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괜찮아. 원래 믿음이란 것은 늘 시험받는 거니까. 너희는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돼.”
재호는 모토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저쪽 언덕으로 가서 준비하자. 가면서 미리 두 명씩 태울 사람… 아니, 악마들 정하고.”
“앗! 그럼 난 모토라는 친구랑 저쪽에 악마 한 명 태울게!”
재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두 명을 선택하는 다키스트.
재호는 그녀가 고른 악마들의 얼굴을 보고 그제야 다키스트가 모토에게 보였던 징그러운 반응의 이유를 알았다.
‘잘생겨서구나…….’
모토도, 다키스트가 선택한 다른 한 명도 인큐버스.
다키스트에겐 저들이 악마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잘생기면 장땡.
“에휴……. 됐다. 아무튼 준비해.”
굳이 그런 걸로 일일이 딴지를 걸 상황은 아니었기에 재호는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우현아. 이 계획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실 너야.”
“뭐, 뭐죠? 저는 글라이더를 탈 줄 모르는데…….”
우현은 긴장했지만, 사실 중요도에 비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글라이더를 조종하는 건 내가 할 거야.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네가 세 대 전부 띄워줘야 해.”
글라이더는 동력이 없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글라이더를 띄울 힘을 만들어야 했고, 바로 우현이 그걸 해내야 했다.
* * *
야트막한 내리막길 꼭대기.
그곳에 재호의 글라이더를 잡은 우현과 양옆으로 다키스트, 골드투스가 각자의 글라이더를 잡은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글라이더끼리 서로 줄로 묶여 있었는데, 우현이 선두에서 그 둘을 이끌어 이륙시켜야 했다.
“후우…….”
우현은 크게 심호흡했다.
글라이더를 직접 몰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우현.
그의 공허한 눈은 내리막길 아래에 있는 재호를 향했다.
“지, 진짜 되겠죠?”
“당연하지! 해낼 수 있어! 일단 띄우기만 해!”
뒤에 있던 다키스트가 힘차게 외쳤다.
우현은 드루이드 계열이지만, 흔히 상상하는 일반적인 드루이드는 아니었다.
동물의 힘을 빌려 주변에 버프를 주거나 자신의 신체를 강화하는 방식.
직접 변신이 가능했다면 이 계획은 더 쉬웠겠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글라이더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빨리 가자고.”
그때, 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보이던 골드투스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끼이이-
날카로운 울음과 함께 우현 등 뒤로 나타난 커다란 독수리 형상.
촤아-
독수리가 천천히 날갯짓을 시작하자 우현도 내리막길을 달렸다.
그리고 다키스트와 골드투스도 달리기 시작했다.
“우아아아-!!”
점점 붙는 가속도.
그리고 우현이 만들어 낸 독수리 형상의 날갯짓이 서서히 부력을 만들어 냈고…….
스아아-
마침내 우현의 두 발이 살짝 떠올랐다.
“좋아! 이대로 가자!”
“속도를 더 붙여 봐!!”
다키스트와 골드투스의 글라이더에 연결된 줄이 팽팽해지더니 두 사람도 공중에 살짝 떠올랐다.
그러자 우현과 달리 능숙하게 이륙시킨 두 사람.
“으어어어-”
하지만 우현은 여전히 방방 뛰며 내리막길만 달렸다.
먼 거리에서 그걸 확인한 재호는 대기하던 악마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움직이자.”
글라이더 진행 방향에 맞춰 달리며 속도를 맞춘 뒤, 훌쩍 뛰어오른 악마들이 각각 글라이더에 매달렸다.
재호는 우현의 허리를 잡고 올라 자연스럽게 글라이더의 조종간을 건네받았다.
휘청-
하지만 재호의 글라이더엔 악마 둘까지 총 네 명이 탑승한 상황.
제대로 뜨지도 못한 상태에서 바닥을 향해 뚝 떨어졌다.
“으아아악!!! 떨어진다!!”
우현의 비명!
하지만 일단 비행을 시작했다면 그다음은 재호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 [등급 : 고급] [잘 관리된 퀴랄의 깃털입니다.하지만 단순한 깃털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더 빠르고 날렵한 비행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힘이 스며들어 있으니 말이죠.] [ : 비행 시, 항속이 20% 증가합니다.] [ : 순간적으로 가속하여 2초간 비행 속도를 200% 증가시킵니다.]
수우우욱-
엄청난 가속도로 솟구친 글라이더.
줄로 연결된 다키스트와 골드투스의 글라이더를 끌어올리기에도 충분한 힘으로 그들은 우주로 향했다.
“좋아! 그럼 간다! 다들 숨 꽉 참아!”
과 우현의 버프까지 합쳐지자 단숨에 대기권 밖으로 솟구친 글라이더들.
그대로 깃털 효과를 받아 소리 없는 비행을 이어 나갔다.
‘보인다!’
빠르게 도착한 현장.
스르르-
재호는 글라이더를 멈춰 세웠고, 제자리에 멈춘 채 둥둥 뜬 글라이더는 아주 천천히 이클립스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슥-
재호의 손짓과 함께 무중력 상태에서 악마들은 서로를 끈으로 연결하고 육망성의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
우우웅-
그들의 가슴에서부터 시작된 붉은 기운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