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
88화
말이 배수지, 실제 경매에서 얼마가 나올지 모르는 일.
이곳을 찾은 모두가 대단한 부를 축적해 놓았기에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재정에 타격이 오는 것은 무시할 수 없었다.
“뭐, 싫으면 계약서 내려놓고 여기서 나가. 단, 생각은 잘 하는 게 좋을 거야.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일 순 없을 테니까.”
명백한 협박이었으나,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은 엄연히 재호의 나라.
일개 귀족이 타국 한복판에서 이 이상 목소리를 높였다간 목이 달아나도 할 말이 없었다.
소문엔 라셀 왕국의 사절도 두들겨 팼다지 않은가?
“자, 결정해.”
“크……크윽…….”
재호의 압박에 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사사삭―
그때, 누군가의 과감한 펜 소리에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여기 있습니다.”
다름 아닌 플시아 공국의 티틀!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서명한 그의 모습에 귀족들은 결국, 하나둘 계약서에 서명했다.
만약 여기서 물러나면 마치 돈 없는 가난한 귀족이란 인식이 생길 것 같았기에.
많은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수모를 당하면 대륙 전체에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될지도 몰랐다.
“여, 여기 있습니다.”
“저도…….”
“어휴, 다들 왜 이렇게 떨어. 여긴 사막이라서 밤 되면 더 추우니 조심하라구.”
재호는 태연히 웃으며 그들의 계약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플시아 공국이 저토록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가, 가장 적은 두 배를 불렀기 때문이라는 걸.
* * *
마침내 대망의 경매일이 다가왔다.
엘리시아 화원에 인간 거주 구역 공개 경매 소식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었다.
사막에 마련된 넓은 장소에선 수많은 인파가 모여 저마다 점찍어 놓았던 구역들에 입찰을 하며 경쟁을 벌였다.
“참……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잘도 벌였구나.”
지켜보던 완식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요즘 인터넷에서 너보고 뭐라고 하는지 아냐? 적폐라고 그러더라.”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쁜 짓은 안 한 거 같은데?”
재호가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그냥 게임 속에서도 부동산 놀음을 하는 게 꼴보기 싫다 이거겠지. 게다가 너 요즘 대회에서 완전 학살자잖아.”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되는 리그 경기에서 재호는 그야말로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연일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팀들이 매 경기, 재호를 공략하기 위해 분석은 했지만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애초에 현재의 선수들 수준으로는 재호의 전투 센스를 이겨내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전략을 바꾸었다.
재호와의 충돌은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
다행히 그건 비교적 쉬운 선택지였다.
재호가 나타날 때의 특징성 때문이었다.
꽃향기!
재호에게서 흘러나오는 진한 향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갑자기 향기가 느껴진다면 근처에 황재호가 있다는 것이니 서둘러 도망쳐야 한다!
만약 어물거리다 타이밍을 놓친다?
그러면 무조건 탈락이었다.
그래서 선수들은 그것을 ‘데스 아로마’라고 이름을 붙였다.
재호 입장에선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별명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끝판왕처럼 되어 버렸고, 그런 사람들에게 으레 붙곤 하는 ‘적폐’라는 별명이 생긴 것이었다.
거기다 마침 부동산까지 했으니…….
“뭐, 인터넷 문화야 과대포장이 기본이니까.”
애써 합리화한 재호는 경매 현황을 살폈다.
엘리시아 화원의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땅값은 높았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앞쪽은 말도 안 돼……. 제일 작은 땅이 300만 골드가 넘어.
―저걸 대체 어떻게 사라는 거야?
└사실상 돈 많은 길드, 아니면 현실 부자들이나 사라는 거지. 개인이 살 수 있는 금액이 아냐.
└저 정도면 길드도 안 될걸? 길드 한 달 운영비만 해도 평균이 100만 골드 정도인 걸로 아는데.
└길드 중에 유일하게 프라임 길드가 한자리 꿰찼다더라.
└그거 사만다가 알시아 최측근이라서 그런 거 아냐?
―와……. 개같네. 결국 여기도 인맥 싸움이냐?
└난 월드와이드 쪽에 신고 넣고 옴.
└등신이냐? 애초에 그 땅 전부 알시아 거야. 누굴 주든 말든 뭐라 할 권리 없음.
└왜 없어? 선수 활동도 하면 적어도 공인으로서 모범은 보여야지. 현실에서 안 좋은 점을 그대로 보이면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음?
└미친놈. 개솔 작작 좀. 그리고 애초에 제일 첫줄도 아님. 조금 떨어진 장소였음.
경매를 실시간 중계하는 많은 방송들이 있었고, 그걸 본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들이 쏟아졌다.
이런저런 반응들이 나왔으나, 사실 다들 공통적으로 가진 생각은 하나였다.
뉴월드에 전에 없었던 구경거리임은 확실하다고.
* * *
한편, 재호와 계약을 한 귀족들은 초조한 얼굴로 경매 상황을 지켜보았다.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일들이 있기 때문에, 경매 최고액이 최대한 낮게 잡혀야 하는 상황.
현재 가장 안쪽의 땅은 평균 500만 골드에 달했다.
지금도 조금씩 오르는 상황.
그 금액의 몇 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창자가 뒤틀려 죽을 맛!
‘제발……! 제발 더 오르지 마라!!!!’
그렇게 기도를 했지만…… 교묘하게 만 골드씩 자꾸 올리는 좀생이들이 있었다.
100만이 넘어가는 금액인데 만 골드씩 올리는 건 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젠장!!! 대체 뭐하는 놈이야?!!!!”
결국 못 참은 귀족은 호위 기사들을 시켜 알아보게 했다.
―21번 땅을 구매하기로 했던 블랙카우 가문이 기사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재호에게 온 브리즈의 귓속말.
―좋아. 그럼 그쪽은 철수시켜.
―알겠습니다.
은밀한 귀속말…….
“……그러고도 적폐가 아니라고?”
재호가 하는 짓을 지켜본 완식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바람잡이 고용해서 경매 액수 올리는 짓, 현실이면 감방 갈걸?”
바로 귀족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만골러들의 정체는 전럭협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윤활류와 같은 존재들.
실제로 가격을 올리는 것에 한몫하는 건 실제 구매 희망자들이었다.
귀족들과 진짜로 경쟁하는 현실의 돈 많은 사장님들!
전럭협이 하는 건 그들과 귀족들의 신경을 살살 긁으며 돈을 지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귀족들이 뒤지기 시작했을 땐 이미 전럭협은 신기루처럼 사라진 뒤.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도장 찍은 귀족들 땅에만 작업 쳤어.”
재호는 당당하게 말했다.
다른 땅엔 손도 대지 않았다.
오직 귀족들이 구매하기로 한 땅에만 수작을 부렸고, 그 외는 순수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어차피 결국엔 사람들이 아니라 귀족들이 살 땅이니까.”
“……당당하게 말할 건 아닌 것 같은데.”
완식은 새삼 재호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순진한 모습은 어디가고 이런 얼굴값 하는 양아치만 남은 걸까……?
결국 귀족들은 자신과 경쟁하는 이들이 정말로 돈 많은 녀석들이란 걸 알게(오해하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몇 배의 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
동시에 자신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땅을 구할 수 있게 될 플시아 공국을 부러워했다.
“제기랄……. 돈 제일 많은 놈만 좋은 일 시켜줬군.”
게다가 계약서를 작성한 귀족들 중, 대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곳이 플시아 공국이었다.
그 영향력을 앞세운 플시아 공국은 밀키웨이들은 물론, 재호의 야외 화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프리미엄 땅을 선택했으니…….
모두가 탐내는 땅을 다른 이들과 달리, 최종 낙찰금의 고작 두 배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부러워 당장 똥을 쌀…….
“……어?”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갱신된 경매 현황을 확인한 그들은 두 눈을 끔뻑이며 한참 응시했다.
“가, 갑자기 액수가 왜 저래? 분명 아까 전엔…….”
“저, 저게 뭐야? 0이 몇 개야?”
“하나, 둘, 셋…… 여덟?”
[500,000,000]“오, 오억 골드?!!!!”
“뭐, 뭐야?!!! 어떤 미친놈이 저런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한 거야?!!!”
귀족들이 경악했고, 뒤늦게 사람들 사이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저거 분명 알시아가 작업친 거다!
└ㄹㅇ 저기 절대 안 팔려고 수 쓰는 거임
너무 말도 안 되는 금액이 튀어나오자 오히려 귀족들의 의심이 도리어 완벽히 사라져 버린 상황.
하지만 누구보다 충격받은 건 당국인 플시아 공국이었다.
“이, 이건 너무하지 않소!!!”
재호를 찾아온 플시아 공국의 장남 티틀이 소리치며 항의했다.
“아무리 다른 귀족들에 비해 이득이 없다고 해도 이런 치졸한 방법을 쓸 줄은 몰랐소!”
“어허!!! 예를 갖추시오!!!”
재호 옆에 있던 줄칸이 버럭 호통 쳤으나 이미 티틀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어디서 우리 가문이 대륙에서 손꼽힐 정도로 부유하다는 소문을 들은 모양인데, 이건 도가 자니치지 않소?!! 두 배인 10억 골드면 엘리시아 화원을 사고도 남을 거요!!”
“아니, 계약서를 쓴 건 그쪽인데 왜 나보고 그래?”
“적당함을 모르기 때문에 내가 이러는 것이오!! 이딴 사기 경매에 내가 어울려 줄 이유는 없소!!!”
“네 이놈!!! 감히 폐하께 이런 모욕을 보이고도 후환이 두렵지 않은가!!!!”
눈과 입에서 동시에 불을 뿜는 줄칸.
“흥! 어디 한번 두고 봅시다! 과연 누가 후환을 걱정해야 할 것인지! 다른 귀족들이 가만있을 거라 생각하시오?!”
비웃음을 흘린 그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이미 엘리시아 화원은 라셀 왕국과 골치 아픈 관계라는 것 다 알고 있소. 과연 사방에서 이곳을 견제한다면 그대들이 버틸 수 있으리라 보오?”
“흐음…….”
당장이라도 옆에 있는 화분을 들고 티틀의 머리를 찍어 버릴 것 같은 줄칸을 막은 재호가 천천히 티틀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플시아 공국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수작을 부렸다는 주장을 하는 거군. 그건 플시아 공국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봐도 되나?”
“흥!! 물론이오! 엘리시아 화원의 이런 치졸한 행태는 이곳을 찾은 귀족들도 가만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거요! 그렇지 않소?!”
어느새 주변에 모여든 귀족들을 향해 물은 티틀.
우물쭈물하던 귀족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계약을 없던 것으로 돌리고 싶은 게 속내.
만약 플시아 공국이 앞장서 준다면 그들로선 잘된 일이었다.
“뭐야,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인데? 귀족들이 왜 다 알시아 주변에 모여 있는 거임?”
“몰라. 언뜻 들리기론 사기 경매니 뭐니 하던데?”
“헐?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곧이어 다른 참가자들과 구경꾼들 사이에서도 소란이 일어났다.
“다들 보아라!!”
이때다 싶은 티틀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경매는 처음부터 사기였다! 엘리시아 화원의 알시아는 우리 귀족들에게서 돈을 강탈하기 위해 바람잡이들을 이용해 의미 없는 경매가 상승을 유도해 왔던 것이다!”
“확실히 5억 골드는 좀…….”
“근데 왜 다른 땅은 가격 안 올리고?”
“그러게? 저기에 비하면 다른 곳은 양호한데?”
“그건 모두 계약에 의한 것! 알시아는 우리를 협박하여 강매를 시도했다는 증거가 여기에 있다!!”
계약서를 꺼내어 든 티틀이 외치자 논란은 점점 더 커져갔다.
뭔가 수상한 낌새가 보이자 다른 참가자들도 찝찝함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터벅― 터벅―
그때, 재호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뭐, 귀족들과의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들이 원한 것이지, 강요가 아니었다. 그 땅을 원한 건 저들이지, 나는 다른 이들에게 팔아도 상관이 없거든.”
“웃기지 마라! 그런 말을 믿을 것 같으냐!”
“그래?”
재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계약서를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죽죽 찢어 버렸다.
“?!!”
“헙?!”
깜짝 놀란 귀족들.
재호의 행동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장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생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다가왔을 뿐.
“애초에 이곳의 땅은 귀족들에게 팔 생각이 없었거든. 하도 떼를 써서 이런 짓을 벌이긴 했지만.”
“그렇다면 5억 골드는 무엇이오! 그만한 돈을 귀족이 아닌 자가 대체 어떻게 지불한단 말이오?!! 그것부터 말해 보시오!!”
티틀의 말에 재호가 좌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 5억 골드 입찰자 있나?”
태연자약한 재호의 발언에 사람들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 그런다고 나올 줄…….”
티틀 역시 콧방귀를 꼈으나…….
“허허, 이 늙은이가 아무래도 흥을 다 깨트린 모양이군.”
수많은 사람들의 귓가에 똑똑히 박히는 나긋한 목소리.
‘역시…….’
그리고 재호는 ‘그럼 그렇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5억 골드는 재호도 예상하지 못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만한 돈을 쾌척할 만한 존재를 알고 있긴 했다.
스으―
앞으로 나선 새하얀 수염의 노인.
특색 없는 편안한 로브를 걸친 그는 껄껄 웃으며 재호에게 인사했다.
“음? 노인네는 뭐하는 인간이야?!”
티틀이 얼굴을 와락 구기며 말했다.
“허허, 그대는 플시아 가문의 장남이군. 어릴 때 한번 봤었는데 아주 훤칠하게 자랐구나.”
“뭐, 뭐라?!!”
감히 귀족을 손자 대하듯 하는 그의 모습에 티틀의 얼굴이 붉어졌다.
“헌데 플시아 가문도 많이 힘들어졌나 보군. 고작 5억 골드에 이리도 흥분하다니. 아, 너무 적은 금액이라 자존심이 상한 것인가?”
“이, 이놈!!!! 뭣들 하나?! 감히 귀족을 모욕한 죄로 즉결 처형해라!!!”
대노한 티틀의 명령에 기사들이 검을 뽑으려 했으나, 이어진 발언에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그렇다면 적색 마탑에선 그 두 배인 10억 골드에 같은 땅을 입찰하겠네.”
적탑의 주인, 뤼니오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