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0
889화
[] [소유자 : 알시아] [이스파이어 공국이 운영하는 대륙 은행의 최고 고객만 얻을 수 있는 특별패입니다.이 패를 소지하고 있는 당신은 이스파이어 은행으로부터 제한 없는 대출 서비스와 대륙 최고 등급의 안전 금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신이 받는 대출은 플리스트 쪽에서 모두 부담합니다.]
크리스탈패를 살펴본 재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배, 백지 수표라니…….’
사실상 이걸 갖게 된 재호는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아, 아니지. 그렇다고 막 뽑아 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다시 부여잡은 정신.
그러자 재호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실 하나도 알게 되었다.
‘A는 이클립스에 대한 걸 기억하고 있네.’
혹시 A도 모든 기억이 봉인되고 자신과 했던 약속까지 잊어버린 건 아닐까 걱정했던 재호.
하지만 이렇게 깜짝 선물을 준 걸 보면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름대로 계속 지켜보고 있었나 보네.’
루마로는 이 크리스탈패가 조금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는 건 재호 근처에 있다가 마침 이스파이어 공국으로 오니 바로 준비했다는 뜻.
‘그런데도 당장 만날 생각은 없나 보네.’
그래도 편지의 내용을 보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터.
재호는 그때를 기약하며 편지와 크리스탈패를 집어넣었다.
“사용하려면 1층의 데스크로 가면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절차에 따라 안내해 드릴 것입니다.”
재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자 했다.
아마 이야기가 끝난 것 아닐까 싶었으나…….
“아, 추가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지만 루마로는 아직 볼일이 있었다.
“먼저 드린 크리스탈패는 부탁을 받았을 뿐, 본 용무는 따로 있습니다.”
“음?”
“이것은 최고 고객이 아닌 대왕님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시 대왕님께서는 저희 이스파이어 공국과 대륙의 금권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갑자기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진지한 질문.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데요.”
재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애초에 이스파이어 공국의 존재 자체를 오늘 알게 되지 않았던가?
“그렇습니까? 겸손하시군요.”
“예?”
“이스파이어 공국은 제국 기준에 맞춰 대륙 전체에 안정적이고 고른 금융망을 제공해 오고 있습니다. 금융 자립이 불가능한 작은 나라 혹은 단체나 개인이 저희 이스파이어 공국을 많이 찾지요.”
이미 빅썬더에게 들은 설명.
“그런데 이스파이어 공국이 이 돈이라는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전 대륙을 상대로 영업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뭐, 결국 돈 때문 아닐까요?”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결국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렇지요. 특히 공국의 주인인 푸레오 공작님은 아주 탐욕스러운 분이십니다.”
“예?”
“하지만 그 탐욕이 이기적이진 않죠.”
“……?”
뭔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었다.
이기적이지 않은 탐욕이라니…….
“이스파이어 공국은 합리적인 탐욕을 추구합니다. 속이고 빼돌리고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 깔끔을 추구하지요.”
굉장히 불안하게 들리는 설명이었다.
돈을 만지는 사람들이 말하는 정직, 깔끔은 대체로 믿으면 안 되는 것 아니었던가?
그리고 루마로가 말하는 것처럼 정직하고 깔끔하다면 그건 탐욕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탐욕이란 어떻게든 이윤은 잔뜩 남겨 먹으려는 쪽에 가까웠으니까.
“맞습니다. 저희라고 해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진 않지요. 당연히 이윤을 바라보고 일을 합니다. 그저 선을 지키는 것일 뿐. 양지에선 말입니다.”
“양지?”
“그렇습니다. 대륙에 유통되는 모든 돈엔 검은돈도 포함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스파이어 공국의 진짜 수입원은 바로 음지에서 유통되는 검은돈들입니다.”
“그런 걸 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이야기해도 되는 겁니까?”
“동종업계에 몸담고 있지 않습니까? 업계인들끼리의 정보 공유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 동종업계라니 무슨 소리예요?”
큰일 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루마로의 말에 재호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모른 척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왕님의 명성만 고려하면 분명 좋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대왕님은 암흑가의 존경도 받는 존재시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루마로의 말이 맞긴 했다.
[명성 : 28582] [악명 : 27060]오차범위 내 완벽 균형을 맞춘 5:5에 가까운 수치!
하지만 선과 악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있다면, 반대로 미움 받을 수도 있는 재호의 상태였다.
“하지만 이스파이어 공국은 그런 양면성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오히려 저희는 완벽하게 올곧은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면이 있으며, 상대가 철저히 숨기고 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어… 칭찬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다행히 루마로와 이스파이어 공국에선 재호의 이런 도드라진 면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진짜거든요? 동종업계라는 건 그… 우리도 검은돈을 만진다는 건데…….”
빅썬더에게 설명을 들은 게 있기에 재호도 얼추 짐작하는 건 있었다.
바로 고블린 은행.
그쪽은 본래 산적들을 상대로 장사하던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루마로가 말하는 것처럼 본격적인 건 아니리라 생각했었다.
고블린 은행이니까.
“엘리시아 화원은 현재 도마뱀 시티의 고블린 은행을 중심으로 전 대륙에 걸쳐 독자적인 체계를 만들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섬세한 금융 설계는 고블린들이 할 수 없습니다.”
“???”
당연하게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고블린… 피스오…….’
아마 둘의 합작일 가능성이 컸다.
“크흠……. 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어쩔 수 없다는 듯, 헛기침하며 묻는 재호.
이런 상황에서 정말 몰랐다고 계속 주장하면 왠지 루마로가 하려던 본론을 더 듣지 못할 것 같았다.
“저희가 대륙의 암흑가 전체를 상대로도 거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엘리시아 화원의 고블린 은행의 등장으로 현재는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고블린들이 운영하는 은행에 밀리는 건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이것만큼은 진심이었다.
고블린을 상대로 신뢰 장사가 밀린다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스파이어 공국은 이 자리에 고정되어 있으며, 거래하려면 직접 방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륙의 거점마다 지부가 있긴 하지만, 이곳만큼 안전이 보장되진 않죠. 하지만 고블린 은행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륙 어디에든 자리하고 있으며, 애초에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안전하지 않은데 거길 찾는다고요?”
“예. 그곳에 자신의 재산을 보관할 생각을 하는 자들은 없습니다. 보통은 즉시 세탁 환전을 진행하니 말입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하면 온갖 항의와 보상에 시달리는 저희 공국과 달리, 그곳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즉시 거래하고 떠나는 것. 그것이 고블린 은행을 이용하는 자들의 이유지요.”
“듣다 보니 정말 별론데요?”
“거기다 중요한 건 바로 이미지. 악인 중엔 대왕님을 존경하는 이들이 많으니 말입니다.”
“……?”
“그들을 종종 이상한 것에서 동질감과 존경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대왕님은 암흑가의 영웅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어째 들을수록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재호.
“그렇기에 고블린 은행을 쓰는 것입니다. 그들 나름의 의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하…….”
재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런 거대한 음모가 벌어지고 있었을 줄이야…….
-음모라고 하기엔……. 그냥 대놓고 일을 벌인 거 같은데?
-맞아. 그리고 솔직히 네 잘못도 있지. 그냥 싹 다 맡겨 놨잖아.
재호의 양쪽 어깨에서 작게 속삭이는 꼰대와 징징이.
둘의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긴 했다.
몰랐다고 해서 재호의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큰 문제 없이 운영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네. 이스파이어 공국에서 저렇게 말할 정도인 걸 보면.’
그리고 [27060]의 악명답게 빠르게 받아들였다.
‘잘 되고 있다.’라며…….
물론 돌아가면 쉰들러를 만나 봐야 할 듯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말입니다.”
마침내 본론을 꺼내려는 듯한 루마로.
“저와 제가 담당하는 8지구에서 고블린 은행과 협력을 했으면 합니다.”
“협력하자고요? 방금 고블린 은행은 믿을 만한 곳이 아니라고 실컷 이야기했으면서요?”
“대왕님은 믿을 수 있지요.”
루마로는 표정 변화 없이 침착하게 말했다.
“현 고블린 은행은 음지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양지에서는 선입관 탓에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그 반대. 그러니 손을 잡으면 제법 나쁘지 않은 그림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아뇨. 아주 나쁠 것 같은데요.”
오히려 서로 독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제안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스파이어 공국이 손해 보는 장사로 보였다.
“고블린이랑 엮여서 좋을 건 없을 텐데 왜 이렇게 무리하는 겁니까?”
재호는 진심을 담아 물었다.
저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훗날 이스파이어 공국으로부터 괜한 항의를 듣기 싫어서 말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내어선 안 됩니다. 고블린 은행과의 본격적인 협력은 철저히 음지에서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고블린 은행의 대외적인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스파이어 공국과 엘리시아 화원 간의 직접 금융 거래 통로를 여는 것이지요.”
재호가 고블린들의 왕이란 것이나, 엘리시아 화원과 고블린 은행이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식화된 건 아니었다.
엄연히 엘리시아 화원과 고블린 은행은 분리되어 있었으며, 그저 재호의 영토 내에 고블린 은행의 중심이 자리하고 있을 뿐.
“물론 엘리시아 화원은 동대륙의 패자로서 이스파이어 공국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 말만큼은 재호의 마음에 쏙 들었다.
돈은 다다익선!
“해서 이스파이어 공국… 아니, 저희 8지구와의 무제한 무이자 3개월 대출 승인을 해 드리고자 합니다. 엘리시아 화원에 크리스탈패를 드리겠습니다.”
“?!!”
엄청난 제안!
“물론 이것은 먼저 받으신 크리스탈패와 달리, 엘리시아 화원에서 직접 대출을 하는 것이겠죠.”
그야 당연했다.
애초에 재호가 받은 크리스탈패는 플리스트가 준 특수한 물건이었으니까.
“그러면 고블린 은행 쪽의 신뢰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입니다. 실제로는 고블린 은행과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어진 이야기는 조금은 무책임하긴 했다.
결국 문제가 안 생기려면 재호가 고블린들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꿀꺽-
루마로의 제안은 너무 달콤하게 들렸다.
대륙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스파이어 공국의 무제한 대출 승인은 훗날, 이번처럼 돈이 탈탈 털릴 때 큰 도움이 될 터.
“아, 물론 이것과 대왕님께서 지닌 크리스탈패와는 별개의 것입니다.”
“…좋습니다!!”
마지막 한마디에 재호의 마음은 완전히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