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7
896화
일단은 급한 불은 끄…지는 못 하고 잠시 가려 두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불은 가려 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아직 타오를 장작은 한참 남아 있는 상황.
하지만 문제는 딱히 해결법도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충동적으로 속세를 훌쩍 떠나 버린 절대자를 어떻게 데려올 수 있겠는가?
“뭐, 일단 그건 넘겨 두고……. 쉰들러.”
마침내 재호는 이스파이어 공국에서 돌아온 쉰들러와 마주했다.
“나 모르게 아주 위험한 일들을 꾸몄더라?”
“크흠, 뭐, 이야기를 듣긴 했다. 근데 문제될 것 있나?”
재호의 말에도 당당하기만 한 쉰들러.
“그걸 몰라서 물어? 내 이름을 팔아서 대부업을 하고 있었다는데.”
“문제가 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검은돈 세탁을 해 줬다며? 그쪽 동네에서 영향력이 상당하다던데?”
“후후, 맞아. 그러니 이스파이어 놈들도 이 거래를 제안한 것이지.”
“…방금 네가 한 말의 앞뒤가 다르다는 생각은 안 들어?”
검은돈 세탁 자체가 많은 문제가 있는 일이었으니까.
“쯧쯧, 그것은 ‘고블린은 사기꾼이다.’와 같은 선입견일 뿐이다!”
“사실 아니야?”
“선입견이 무조건 거짓이란 법은 없지.”
“…….”
편견 없는 자유로운 논리.
재호는 한 소리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뭐……. 어쨌든 이스파이어 공국에서 널 굉장히 고평가하는 걸 보면 제대로 하긴 한 모양이더라. 하지만 정작 그쪽과 이야기를 먼저 나눈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건 문제가 있지.”
이스파이어 공국에서 루마로와 대화를 나눌 당시, 재호는 아는 바가 없어서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줄칸과 피스오를 대리로 보낸 건 그들이 전문가인 이유도 있지만, 재호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적어도 내 이름을 걸고 뭔갈 한다면 이야기 정도는 해 달라고.”
“흠… 하긴 그건 곤란할 수도 있는 일이긴 하겠군. 우리의 대왕으로서의 명예도 달렸으니.”
이 정도로 이야기하자 결국 쉰들러도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를 건넸다.
“앞으론 주의하도록 하지.”
“고마운 이야기네.”
그리고 이젠 쉰들러가 벌여 놓은 사업의 종류와 규모를 확인할 차례.
“뭐, 별로 대단한 건 없다. 그저 우리가 원래 하던 일을 하나로 통합하고 전 대륙에 걸쳐 체계를 구축한 것 정도니까.”
물론 그렇게 규모를 키워서 하는 주 업무는 앞서 말했듯 검은돈의 세탁.
“하지만 이스파이어 공국과의 협력을 통해 본격적으로 양지의 업무를 볼 수 있게 될 거다. 그럼 우리도 확 달라지겠지.”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재호가 이스파이어 공국에서 들은 이야기대로면 굳이 고블린 은행은 지금보다 더 욕심을 내며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잘나가고 있는데 새로운 시도를 했다 죽도 밥도 안 될 수도 있으니까.
“크크……. 더 많은 돈을 욕심내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뭐…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지.”
단순한 대답에 재호도 인정했다.
당장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돈이 없어서 나라가 망할 뻔했으니까.
“근데 세금은 잘 내고 있지?”
보통 검은돈은 세금을 물지 않는 눈먼 돈으로 취급되지만…….
“물론!”
쉰들러는 당당하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몰래 빼돌리고 싶지만, 피스오 그 인간이 아주 꼼꼼하게 손을 써 놨다. 쯧!”
그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말했다.
“확실히 금전에선 귀신이야 귀신. 빠져나갈 구멍 자체를 다 막아 버렸으니……. 어째 왕가 출신이라는 놈이 저렇게 셈에 밝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는 연신 혀를 차며 피스오를 씹어 대는 쉰들러를 보니 재호는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좀 불안하긴 하지만, 돈 관련해선 확실하게 하나 보네.’
고블린마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라면 어지간히 꼼꼼하게 조치하긴 한 모양.
“좋아. 어쨌든 다 좋으니 몰래 내 이름 팔아서 사기만 치지 마.”
“크흠. 넌 우리의 대왕이다. 네 이름을 깎아 먹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하는 쉰들러의 모습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가 할 말은 이게 다야.”
그렇게 쉰들러를 돌려보내려던 그때.
“잠깐. 나도 할 말이 있다.”
“음?”
“혹시 쉽게 큰돈을 만져 보고 싶지 않나?”
“…방금 사기는 치지 말라고 했잖아.”
“무슨 소리냐? 이건 사기가 아니다.”
쉰들러는 두루마리를 꺼내 재호 앞에 펼쳐 보였다.
“이스파이어 녀석들과의 계약 후, 돌아오는 길에 난 생각했다. 그 녀석들과 손을 잡은 이상, 우리는 고블린 역사상 없던 진정한 황금기를 살게 될 것임을.”
황금을 좋아하는 고블린의 황금기.
의미심장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모자라지. 우리의 탐욕은 끝도 없으니까.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왔는데, 그것을 네게 제안하고자 한다.”
“새로운 사업?”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피스오 그리고 이스파이어 공국이 인정한 쉰들러가 준비한 새로운 사업이 과연 무엇일지…….
“우리는 독립을 하고 싶다.”
“……응?”
재호는 순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독립?”
“그래.”
쉰들러는 펼쳐 놓은 두루마리를 가리켰다.
다시 그곳으로 눈을 돌린 재호는 그것이 지도라는 걸 깨달았다.
“…페르마 사막?”
형태를 보니 페르마 사막.
거기엔 현재 페르마 사막이 품은 주요 거점 및 시설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딱 하나, 재호가 모르는 지역이 하나 있었으니…….
“이건 뭐야?”
북동쪽 끝에 자리한 넓은 사막, 그곳에 붉게 표시된 넓은 지역을 가리키며 물었다.
“우리가 새롭게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장소다.”
페르마 사막은 개발이 이루어진 구역이 전체 면적의 약 2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즉 남아도는 게 땅이니 아깝진 않았다.
그저 독립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땅을 요구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을 뿐.
그리고 그들의 왕은 재호이지 않은가?
왕을 버젓이 두고 독립을 하겠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애초에 엘리시아 화원의 영토 내에 자리를 잡는데 독립이란 것도 이상하잖아.”
재호의 의문에 쉰들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하는 말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겠지. 잘 들어 봐라.”
쉰들러는 지금까지 보여 준 적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 고블린들은 철저하게 인간 사회에 종속되어 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얽매여 있지.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하는 거다.”
더더욱 이해 안 되는 이야기.
“난 이곳에 고블린 왕국을 세우고 싶다. 그리고 이 세계에 또 하나의 질서를 만들고 싶다. 오롯이 우리를 위한, 그리고 우리가 인정한 최초의 이종족 고블린 대왕인 너를 위한!”
“!!”
언제나 탐욕으로 번들거리던 쉰들러의 눈에서 뜨거운 열망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눈빛.
그만큼 그는 야망으로 불타고 있다는 뜻이었다.
“고블린의 법도를 따르는 도시에서, 우리가 만든 돈이 지배하는 특별한 장소! 그곳이 바로 고블린 왕국이 될 것이다!!”
“…….”
후끈거리는 열기에 잠시 침묵하는 재호.
쉽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쉰들러는 그 침묵을 기다려 줄 생각이 없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고블린의 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 엘리시아 화원에게서 벗어나려는 건 아니다. 이 왕국의 주인은 오직 고블린 대왕. 그리고 영원히 엘리시아 화원 소속 영지로 자리할 거다.”
“그 말은…….”
재호는 쉰들러의 말에서 담긴 두 가지를 의미를 읽어 냈다.
고블린 왕국은 고블린 대왕의 소유다.
재호가 아니라…….
즉, 만일 대왕이 바뀌게 되면 주인 역시 바뀐다는 뜻.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고블린 왕국이 엘리시아 화원의 소속이 아닌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재호와 그들의 관계가 끝이 나더라도 고블린 왕국은 페르마 사막에서 엘리시아 화원의 속국으로 남겠다는 뜻.
“이건…….”
그건 지나칠 정도로 엘리시아 화원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래, 맞다.”
그리고 쉰들러 역시 그것을 인정했다.
“왜냐면 다른 이는 몰라도, 나만큼은 너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먼 훗날, 네가 우리의 대왕이 아니게 되더라도 너는 훌륭한 동업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의외의 고백에 재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크, 놀란 모양이군.”
“아무래도 그렇지.”
고블린과 참 어울리지 않는 것이 바로 다른 이를 향한 신뢰 아니던가?
“뭐, 모든 고블린이 나와 같지는 않을 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생각을 품는 이들이 생길지도 모르고.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고블린족은 내가 꽉 잡고 있으며, 결코 엘리시아 화원에 반기를 드는 일은 없도록 조치를 할 것이다.”
“그거참 고마운 말이긴 한데……. 갑자기 이렇게 급발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급발진이라고 표현했지만, 재호는 이 계획 자체는 결코 충동적인 게 아님을 알았다.
그저 이 계획을 듣게 된 이 순간이 당황스러울 뿐.
“언제부터 이 계획을 준비한 거야?”
재호의 물음에 쉰들러는 클클 웃었다.
“도마뱀 시티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도마뱀 시티는 드워프와 고블린들이 합작하여 만든 장인의 도시.
그리고 페르마 사막을 대표하는 대표 도시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럼 그곳에선 철수하는 건가?”
재호의 물음에 쉰들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드워프 녀석들과 함께 사는 게 썩 달갑진 않지만, 그래도 존중할 만한 장인들인 것은 사실이지. 그리고 이젠 대륙 최고의 장인 도시가 되었다. 서쪽의 락타디움과 함께 대륙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물론 대륙을 뒤져 보면 초월적인 장인들이 곳곳에 숨어 있을 터였다.
하지만 도마뱀 시티나 락타디움과 같은 장인들의 집합소는 없었다.
그렇기에 도마뱀 시티는 더더욱 특별한 것이다.
“도마뱀 시티 자체가 완성된 작품 그 자체라 할 수 있지. 그런데 그걸 굳이 내 손으로 부술 필요는 없다.”
그럼 고블린 왕국은 정체성은 명확했다.
“황금 도시를 만들려는 거군.”
이스파이어 공국과 같은…….
“바로 그거다!”
쉰들러의 눈이 더더욱 불타올랐다.
“나 홀로 조금씩 준비해 나가던 위대한 꿈은 이스파이어 공국의 방문으로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그리고 그들과의 협력으로 기다리던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지!!”
쉰들러의 불끈 쥔 두 주먹이 희열로 떨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재호.
반쯤 미쳐 버린 것처럼도 보이는 저 눈빛을 보고 있으니…….
‘누가 대왕인지 모르겠네.’
동시에 ‘만약’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만 아니었다면 결국 이 녀석이 대왕으로 등극하지 않았을까?’
동시에 재호는 쉰들러의 야망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불타오르는 녀석을 명확한 이유도 없이 막는다면…….
‘완전히 틀어져 버릴지도…….’
지금 쉰들러의 모습은 꽃집을 꿈꿨던 과거의 자신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였다.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만 집중한 상태.
“…좋아. 해 봐.”
“!!”
눈을 부릅뜬 쉰들러가 무릎을 쾅-하고 꿇었다.
“고맙다!”
“아! 근데 혹시 엘리시아 화원에서 투자해 줘야 하는 건 아니지?”
뒤늦게 떠오른 현실적인 문제.
씨익-
쉰들러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스파이어 녀석들도 긴장한 우리의 힘을 보여 주지. 무한한 재력을…….”
그때였다.
“알시아!!!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이 주변을 몽땅 불태워 버리겠다!!”
“?”
“??”
엘리시아 화원에서 절대 들리지 말아야 할 종류의 위협이 멀리서 들려왔다.
악에 받친 누군가의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