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8
897화
[알시아!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이 주변을 몽땅 불태워 버리겠다!]그 충격적인 외침이 들려온 것은 엘리시아 화원의 인간 거주 구역과 꽃집 구역의 경계 쪽이었다.
딱 일반인들이 제지 없이 와 볼 수 있는 경계 구역.
꽃집을 멀리서라도 구경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종종 이곳을 찾긴 했지만, 동시에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장소였다.
바로 이 전체가 엘프들의 영역이었기 때문.
함부로 소란스럽게 만들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들려온 외침이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그냥 죽여 달라는 뜻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저… 저……!”
“뭐하는 놈이야 저거?!”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충격에 입을 쩍 벌렸다.
심지어는 근처 있던 즉결심판원 소속 전럭협 플레이어조차 얼어붙었을 정도.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머리에서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두두두-
안쪽에서부터 들려오는 거센 발소리들.
한두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게다가 몹시 화가 난 듯한…….
“헉?!”
“에, 엘프들이 몰려온다!!”
죄다 눈이 시뻘건 걸 보니 단단히 화가 난 상태란 것이 바로 보였다.
쿠웅-
포위하듯 에워싼 엘프들.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다른 이들까지 숨을 못 쉬게 했다.
하지만 의외로 엘프들은 그 막말을 뱉은 사람을 당장 죽이지 않았다.
그건 이 너머가 생명으로 가득한 엘리시아 화원의 중심부이기 때문…….
“근데 그렇다기엔 즉결심판원에 저 안에 있지 않나?”
“그렇긴 한데… 거기서 사람이 죽진 않으니까.”
피를 볼지언정, 꽃집 가까이서 사람이 죽는 일은 없었다.
아마도…….
“그나저나 저 사람은 대체 뭐야?”
뒤늦게 이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이를 자세히 살피는 사람들.
“어?”
“잠깐만…….”
그리고 몇몇 이들이 용케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오리오리오잖아!!”
바로 알로에올리오!
“음? 그게 누군데?”
“정령사 랭커!”
“……아! 올리브올리브? 이름도 제대로 모르냐?”
“응? 올리오알리오 아니었어?”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수많은 비수가 되어 알로에올리오의 가슴에 박혔다.
그래도 얼굴을 알아보는 걸 보면 나름의 유명세는 증명되었다.
이름을 헷갈리는 건 전적으로 그의 잘못이었으니까.
‘빌어먹을! 닉네임 변경권 팔라고!!’
어지간한 게임엔 다 있는 것이 뉴월드엔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사아아-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뻘건 눈동자.
살기 가득한 엘프들의 눈빛은 그의 심장을 점점 더 거칠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알로에올리오는 용기를 냈다.
어차피 자신의 상대는 엘프들이 아니었으니까.
저벅-저벅-
엘프들 사이가 갈라지며 이 땅의 주인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
인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강함!
재호를 본 알로에올리오는 절로 오금이 저렸다.
‘생각보다 더…….’
재호의 거대한 존재감을 직접 경험한 알로에올리오는 깨달았다.
왜 재호를 상대하는 이들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었던 것인지…….
“넌 뭐야?”
불쾌함이 똑똑히 느껴지는 재호의 목소리.
재호답지 않게 처음부터 불퉁했지만,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꽃집을 태워 버리겠다고 한 상대이지 않은가?
“…….”
압도되어 대답하지 못하는 알로에올리오.
가만있는 재호도 살벌하거늘, 작정하고 화가 난 재호는 그 자체로 흉기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뭐하는 녀석이기에 불로 태우겠다는 협박을 한 거야?”
“그, 그건…….”
긴장 탓에 아무 말도 못하는 그 순간.
“알시아 님. 정령을 다루는 인간 같은데요?”
시뻘건 얼굴의 티나가 재호를 향해 말했다.
“정령? 정령사냐?”
그 물음에 알로에올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사가 찾아온 거면… 그 영감님 때문인 모양이네.”
울컥-
정령탑주를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재호의 불경함에 알로에올리오가 자신이 이곳을 찾은 이유를 상기했다.
동시에 자신의 출셋길을 막은 재호를 향한 원망도 뒤늦게 폭발한 그.
“알시아!!”
쿠구구-
도발적인 외침에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엘프들의 위압.
움찔-
알로에올리오는 다시 또 움찔했지만 물러서진 않았다.
“난…….”
“알시아 님! 저 자식 말은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감정을 본격적으로 터뜨리려는 순간, 말을 끊어 버리는 엘프들.
“맞습니다! 그 누구도 해선 안 될 발언을 한 놈입니다!”
“어떻게 꽃들을 불태워 버리겠다는 끔찍한 위협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저 녀석을 잡아다 불태워 버려야 합니다!”
본론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는데 잡혀갈 판이었다.
“자, 잠깐만! 일단 내 말을 듣고…….”
“굳이 들을 필요가 있을까?”
재호는 알로에올리오를 향해 시큰둥하게 답했다.
재호가 게임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꽃집.
그런데 그 꽃집을 불태우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친 상대였다.
뭐, 분명 무언가 원하는 게 있기에 그런 협박을 한 것이겠지만…….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진짜 몰라. 나랑 만난 건 맞지만, 대화 후에 그냥 떠났어.”
정령사가 찾아온 것이라면 보나 마나 사라진 정령탑주에 대해 항의를 하기 위해서일 터.
“…그런데 왜 탑주님이 사라졌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알시아 네가 정령탑을 싫어한다는 걸 세상이 알아! 그런데 그 말을 믿으라고?!”
“뭐?”
재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되물었다.
“말을 바로 하자고. 정령탑이 날 싫어하는 거지 난 딱히 관심도 없었어.”
그런 말조차 알로에올리오에겐 자존심이 상했으니…….
“말해! 이유를 알잖아! 네가 납치한 게 아니라면 분명 탑주님이 뭔가 이야기했을 거라고!!”
악에 받친 외침.
그의 추측처럼 재호는 이유를 알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말한다고 해서 과연 믿을까?
본인의 자유를 위해 사라졌다는 말을?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지.’
재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몰라.”
서신만 계속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찾아와 담판을 짓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뜸 협박을 당해 보니 차라리 서신이 낫다 싶어졌다.
휙-
몸을 돌린 재호.
“그쪽 사정을 고려해서 한 번은 눈감아 줄게. 돌아가.”
배려 아닌 배려.
하지만 알로에올리오에겐 무시하는 것으로만 보였다.
‘제기랄…….’
다시 타오르는 분노.
그리고 막 걸음을 뗀 재호를 막기 위해 그가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안 그러면 정말로 가만두지 않을 거다!! 프라레하!!”
장난이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 최상급 불의 정령을 소환한 알로에올리오.
“프라레하?!”
“이런!!”
그 이름을 들은 엘프들은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반응에 알로에올리오는 흡족해했다.
‘내가 보통이 아니란 걸 알았을 거다. 프라레하의 힘이면 제아무리 엘프들이라도 함부로…….’
그런데 문득,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 열기.
프라레하가 소환되었다면 강렬한 화기가 느껴질 텐데, 아무런 온도 변화가 없었다.
“…프라레하?”
-크흠…….
알로에올리오에게만 들리는 프라레하의 목소리.
-미, 미안하다.
‘?’
-그… 정령왕님께서… 소환에 응하지 말라고…….
‘???’
알로에올리오는 알지 못했다.
불의 정령왕 이그리그도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화원에서 벗어나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러니 프라레하가 꽃집 바로 앞에서 나타나는 걸 내버려 둘 리 없는 것이다.
“…뭐하는 거지?”
“허세 부리는 건가?”
주변의 웅성거림이 유독 크게 들렸다.
상황이 우습게 되어 버린 알로에올리오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프라레하!! 당장 나와! 나오라고!!”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정령왕님을 거스를 순…….
“난 네 주인이라고!! 당장 튀어나…… 꿱?!”
콰앙-!!
그 순간, 정수리가 콱 찌그러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알로에올리오가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알로에올리오의 뒤에 나타난 로즈마리!
그녀의 손에 들린 커다란 법전이 그의 정수리에 박혀 있었다.
“헙?!”
“저, 저거……!”
그 끔찍한 광경에 입을 틀어막은 사람들.
하지만 엘프들은 ‘역시’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즈마리는 엘프들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인간 중 한 명.
그리고 그녀가 보여 준 법의 위력에 박수를 보냈다.
치이이-
“크헉…….”
머리에서 바람 새는 소리에 알로에올리오는 주저앉았다.
순간적으로 이곳이 게임이란 것도 잊을 정도로 강렬한 충격.
다만 의외로 대미지는 크게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웬 생겨난 웬 디버프 하나.
[이 새겨졌습니다.] [당신은 엘리시아 화원 즉결심판원의 무조건적인 처벌 대상이 되었습니다.]“??”
로즈마리의 법전에 머리를 찍히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다.
이런저런 이유는 필요 없다.
넌 잡히면 죽는다.
“이, 이게 무슨…….”
알로에올리오는 뒤에서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로즈마리를 쳐다봤다.
다짜고짜 이런 짓을 한 것에 대한 불쾌함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그녀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냐고요? 그러는 당신은 무슨 짓이죠?”
여전한 로즈마리의 미소.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스산함이었다.
과거가 어떠했든, 지금의 그녀는 엘리시아 화원에서 평안과 행복을 찾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엘리시아 화원에 진심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로즈마리이거늘, 엘리시아 화원을 불태우겠다는 협박은 곧 그녀의 인생을 불태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국의 수도를 찾아와 방화 협박이라……. 이건 정령탑의 선전포고라고 볼 수 있겠군요.”
“예?!”
무서운 발언에 알로에올리오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자신은 절대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난 그런 게 아니라…….”
“정령탑 최고 기대주로 손꼽히는 알로에올리오. 당신이라면 정령탑의 대표 의지라 볼 수 있을 텐데요?”
“!!”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로즈마리!
게다가 정령탑의 최고 기대주라는 고평가까지.
하지만 그것에 감격하는 건 잠시였다.
중요한 건 상대가 자신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그런 이가 ‘선전포고’를 말했으니까.
즉, 로즈마리는 알로에올리오를 정령탑의 대표자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 이가 화원을 불태우겠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니…….
“흡…….”
알로에올리오의 얼굴이 뒤늦게 창백해졌다.
이제야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재호 또한 시큰둥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알로에올리오?”
재호는 똑똑히 기억했다.
불과 조금 전에 줄칸이 그 이름을 이야기했었으니까.
‘어쩌면 불의 정령왕이랑 계약했을지도 모를…….’
재호는 알로에올리오에게서 줄곧 느껴지던 과한 악의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정령탑주 문제로 저토록 화난 게 아니었다.
재호가 그의 미래를 빼앗아 갔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저런 인물이라면 내가 계약을 했을 것 같진 않네요.
불쑥 끼어드는 이그리그.
‘그런 이야기를 상대한테 할 순 없지.’
중요한 건 알로에올리오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뭐, 상관없나?’
어쨌든 중요한 건 하나였다.
알로에올리오는 이곳에서 불의 정령을 소환하려 했다는 사실.
끄덕-
재호는 로즈마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많이 참았다는 듯, 엘프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