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9
898화
알로에올리오는 정말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엘프들에게 이토록 처참하게 두들겨 맞는 상황은 영상으로만 봤었다.
그리고 볼 때마다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저 정도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인지…….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알 수 있었다.
‘진짜 안 아프게 때린다!’
엘프들의 파괴력은 유명했다.
그들의 주먹질은 바위도 쪼갤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알로에올리오를 패는 그들의 주먹엔 대미지가 거의 없었다.
상대를 오래 패겠다는 지독한 악의가 느껴졌다.
그렇다고 저항이 가능한가?
그 역시 불가능했다.
아프지만 않을 뿐이지, 날카롭게 공격이 들어오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알로에올리오는 비 오는 날 먼지 날 정도로 두들겨 맞고 지하 감옥에 수감되었다.
“하하… 이게 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을 못 참고 엘리시아 화원을 냅다 찾아온 결과가…….
‘근데… 왜 감옥에 나 말고 한 명도 없지?’
끌려오면서 살펴봐도 이곳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평소 엘리시아 화원의 즉결심판원에 잡혀가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의외의 풍경.
하지만 그건 당연했다.
애초에 엘리시아 화원의 감옥은 유명무실했으니 말이다.
잡혀 온 이들은 즉결심판 후, 바로 노역장으로만 보내졌던 것이다.
엘리시아 화원은 1년 365일 대공사 중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알로에올리오는 생각했다.
‘뭐… 감옥이면 금방 나갈 수 있겠지.’
끼이익-
그때 감옥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철문 소리.
저벅-저벅-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척-
알로에올리오가 수용된 곳에서 멈춘 걸음.
희미한 불빛을 등지고 선 거한이 그를 쳐다보았다.
“알시아…….”
감옥 앞에 선 재호는 팔짱을 낀 채 입을 열었다.
“알로에.”
“…알로에올리오다.”
“너무 기니까 대충하자고.”
“…….”
문득 절반이라도 제대로 불러 주는 게 어딘가 싶었다.
“그래……. 이런 처지에 그런 걸 따져 봐야 의미 없지. 너처럼 유명한 사람을 철창 앞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응? 모르고 온 거 맞아? 죽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았지.”
“흥. 허세를 부리는군. 그럼 왜 안 죽인 거냐?”
“원하는 대로 해 줄 순 없잖아.”
“…….”
이상한 말이지만 왠지 이해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속에서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탑주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거냐?”
“탑주는 은퇴했어.”
“……뭐?”
불쑥 나온 재호의 말에 알로에올리오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여, 역시 네가…….”
“오해하지 말고.”
“오해를 안 하게 생겼냐고!”
“은퇴했다고 말했지, 은퇴를 시켰다는 뜻은 아니야.”
“그게 그거 아니냐?”
“다르지. 탑주가 스스로 떠난 거니까.”
“헛소리!!”
믿을 수 없는 소리였다.
멀쩡히 있던 탑주가 왜 대뜸 은퇴하고 떠난단 말인가?
아무도 믿지 않을 소리였다.
“후……. 그래서 내가 말을 안 했던 거야.”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 앞에서 이 이야기를 했다면 아마 다들 알로에올리오와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흉흉한 소문이 쫙 퍼지겠지.
‘내가 탑주를 담갔다고.’
사실 알로에올리오에게도 이 이야기를 해 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를 감옥에 가두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가만 보면 알로에올리오의 겜팔자도 보통 안쓰러운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적어도 사실 정도는 알려 주자 싶었다.
“정령탑주는 지금도 잘 놀고 있을 거야.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냐? 널 뭘 믿고……!”
화르륵-
그 순간, 습한 지하 공간의 수분을 순식간에 날려 버리며 등장한 화염 덩어리.
“?!!”
알로에올리오는 그 대단한 열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챘다.
“저, 정령왕……!”
사아아-
화력을 낮추며 형체를 만들어 낸 이그리그가 입을 열었다.
-프라레하의 계약자여. 알시아의 말이 맞아요.
이그리그는 재호의 요청으로 알로에올리오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나타났다.
“예?”
-카르바르의 계약자는 그와 함께 자유를 찾아 떠났어요.
“그, 그게 무슨…….”
-카르바르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나는 지금도 볼 수 있어요. 그 둘은 계약을 맺은 이래, 가장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까요.
“……?”
알로에올리오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재호가 말했던 헛소리를 불의 정령왕이 똑같이 말하고 있다?
“정말로…….”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정령탑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탑주가 이렇게 훌쩍 떠나 버린 상황이…….
그 커다란 권력과 재력… 모든 걸 버리고 사라져 버린다?
평범한 사람으로선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 모두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데, 그걸 다 포기하다니…….
“정말로 떠났단 말인가…….”
결국엔 인정하는 알로에올리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재호는 문득 억울했다.
“내 말은 절대 안 믿더니.”
물론 설득을 부탁하기 위해 이그리그를 부른 것이긴 했지만,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
“하하… 정령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알로에올리오가 힘없이 말했다.
“…그런데 정령왕님.”
이그리그를 부른 알로에올리오.
-왜 그러죠?
“어째서…….”
잘게 떨리는 알로에올리오의 목소리.
“어째서 제가 아니라 알시아입니까?”
이젠 개인적인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만, 이렇게 만난 이상 물어보고 싶었다.
“불의 정령왕님 아실 겁니다! 제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불의 정령왕님을 뵙기 위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로에올리오의 말에 이그리그는 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모르겠나요?
“무엇을 말입니까?”
-당신에게 원초의 불을 준다면, 이 불길을 과연 당신이 통제할 수 있을까요?
“!!”
예상치 못한 직설에 알로에올리오가 당황했다.
-이 힘은 무척이나 위험해요. 그리고 당신은 이 위험한 힘을 오로지 파괴를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았던가요?
“그, 그야 당연히…….”
이건 RPG 게임이었다.
그리고 RPG의 기본은 사냥을 통한 레벨업이지 않은가?
그게 아니면 굳이 이런 고급 정령과 계약할 이유가 없었다.
-그 말도 틀리지 않아요. 실제로 대부분의 정령사들은 정령의 힘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니까요.
순순히 인정하는 이그리그.
하지만 이그리그가 하려는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령이란 자연의 순수한 힘의 결정체. 자연은 파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죠. 하지만 정령과 가장 친하다는 정령사들은 그 사실을 쉽게 간과하더군요.
이그리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는 파괴를 위한 존재가 아니란 걸 인간들은 잊곤 하죠. 파괴만을 불러오는 거대한 힘……. 그렇다면 그만한 자격을 지닌 자가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그리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나왔다.
자격!
알로에올리오에겐 그만한 자격이 없다.
“그렇다면……!”
그의 시선이 재호를 향했다.
“알시아는 자격이 있단 말입니까?”
“응? 나?”
“알시아가 어떤 사람인지 정령왕이라면 아실 테죠. 그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인물인지. 그럼 정령왕님의 이야기는 앞뒤가 안 맞지 않습니까?”
“아니, 갑자기 난 왜…….”
하지만 알로에올리오의 항의에 이그리그는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알시아는 파괴를 위해 우리의 힘을 빌린 적이 없답니다.
“예?”
알로에올리오는 인정할 수 없었다.
재호가 데리고 다니는 생기의 정령은 재호가 전투를 벌일 때마다 함께 싸우지 않았던가?
-응? 나?
이번엔 재호가 아닌 꼰대가 어리둥절했다.
-오호호- 맞아요. 분명 그는 생기의 정령이라기에는 전투적이죠. 하지만 당신은 아나요?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순수한 권능을 사용한 적 없다는 걸.
“엥? 정말로?”
그건 재호도 놀라게 한 이야기였다.
꼭 열심히 싸우지 않은 것처럼 들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 애초에 내 힘이 그런 쪽으론 적합하지 않아서 안 쓴 거라고.
꼰대는 얼른 부연 설명을 했다.
그리고 애초에 꼰대나 징징이의 전투 능력은 4대 정령들만큼 압도적이지 않기도 했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보다는 방해하기 위함이 더 컸으니까.
-알시아가 정령을 다루는 것은 순리의 힘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정령사들은 역리에서 비롯된 압도적 파괴력을 원하죠. 대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면 그만큼 위험한 힘을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당신과 알시아의 차이예요.
“그, 그건…….”
솔직히 알로에올리오로선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재호는 이그리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투 상황에서 정령들에게 이상한 것들을 시키진 않았으니까.’
꽃의 정령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녀석들이 지닌 고유한 능력에서 도움을 받았을 뿐.
-당장 당신을 이해시키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설명하는 것일 뿐. 그리고 만약 당신이 내가 한 말을 이해하게 된다면…….
이그리그는 미소를 보였다.
-당신에게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죠.
화르르-
그렇게 말을 남긴 이그리그는 다시 정령계로 돌아갔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겨진 알로에올리오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이그리그가 있던 허공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크흠.”
이 숨 막히는 분위기에 괜히 헛기침하는 재호.
마치 고백했다 거절당하는 걸 지켜본 기분이었다.
“난… 자격이 없다고…….”
마침내 열린 알로에올리오의 입.
“하하하…….”
그의 허무한 웃음이 지하에 울려 퍼졌다.
뚝-
그리곤 갑자기 두 눈에 초점이 사라지더니 몸이 굳었다.
“종료했나 보네.”
감옥에 갇힌 상태라 캐릭터만 남은 것이다.
“후- 그냥 적당히 달래고 정령탑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당장 숨 막히던 상황은 사라졌지만, 이후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나 보네.”
게임까지 종료해 버린 걸 보면 말이다.
-그가 맺었던 계약이 종료되었어요.
그때 이그리그가 재호에게 불쑥 말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프라레하와의 계약 말이에요. 내 직권으로 둘의 계약을 종료시켰어요.
“예에?!! 그렇게까지 할 일이었어요?”
재호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그는 불의 정령을 다루기엔 너무 거친 사람이에요. 특히 오늘 그가 보여 주었던 모습들은 자칫 거대한 재앙을 불러올지도 몰라요. 불의 정령왕으로서 나는 그걸 막아야 할 의무가 있죠.
“끄응…….”
재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좋게 생각하면 엘리시아 화원을 향한 알로에올리오의 완전히 위협은 사라졌다.
그의 전투력은 전적으로 정령한테서 나왔던 것이니까.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게임 인생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기에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도 몰랐다.
지독하게 흑화해서 또 다른 이수민이 되어 버릴지 누가 알겠는가?
‘뉴월드… 지독한 게임이었네.’
시스템에 의해서 클래스 자체가 날아가 버리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하지만 뉴월드는 무한한 자유로움을 표방하는 게임.
모든 걸 부숴 버릴 리가 없었다.
-그에게도 말했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어요.
이그리그는 말했다.
-과거의 그는 분명 진실했으니까요. 그러니 대왕이 도와줄래요?
“예? 내가 왜요?”
화원을 불태우겠다고 떠들다 잡혀 온 사람이었다.
안타까운 것과 별개로 자신이 굳이 도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대왕에게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그는 정령탑의 새로운 중심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으니까요.
“?!”
정령탑의 중심.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진짜로 정령탑주가 될 수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