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0
89화
“저, 저, 적탑?!!!!”
“적탑이 왜 여기서……?!!!”
당황한 귀족들이 말까지 심하게 더듬으며 뒷걸음질쳤다.
굳이 개인, 혹은 가문의 신분 위계를 적탑 자체와 비교하기엔 조금 애매했다.
그곳은 수백, 수천 명의 마법사 단체를 나타내는 말이었으니.
분명 마탑의 권위 자체는 제국조차 함부로 못 할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만약 상대가 평범한 마법사 한 명에 불과하다면 굳이 귀족들이 위축될 필요도 없었다.
즉, 바꿔 말해 상대가 마탑의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한낱 귀족들은 감히 뭐라 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아…… 아직 모른다! 이 노인네의 허름한 행색을 보면 별 볼 일 없는…….’
“왔으면 왔다고 이야기 좀 해 주지 그랬어요, 뤼니오르 씨. 괜히 사람 곤란하게.”
재호의 말에 티틀은 턱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뤼니오르!
과연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 동부 대륙에 머무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이름이었다.
심지어 티틀 가문은 뤼니오르와도 인연이 있었다.
십여 년 전, 뤼니오르가 지나가는 길에 영지에 잠시 들렀던 적이 있었던 것!
지금도 저택의 로비엔 뤼니오르의 사인(?)이 걸려 있었다.
어쨌든, 그런 존재를 향해 ‘노인네’라는 막말을 내뱉었으니…….
자신이 재호에게 했던 말대로, 후환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오,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마법사 뤼니오르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헉! 뤼, 뤼니오르님! 저는 아로크 가문의…….”
“저는 텔린 가문…….”
다른 귀족들도 앞다투어 뤼니오르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허허, 다들 반갑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인사를 받은 뤼니오르는 이내 관심을 꺼 버리곤 재호에게 다가갔다.
“이거 참. 이런 재미있는 행사를 망쳐버려 미안하오.”
“딱히 망쳤다고 할 것까진 없죠. 그보다 놀랐네요. 마탑이 그렇게 돈이 많아요? 10억이라니…….”
상상도 못한 금액.
왜 도박장 생태계를 무너트리던 앵글러를 가만히 내버려뒀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영감 입장에선 그저 좀도둑에 불과했던 거였군.’
하지만 그만한 금액은 확실히 통 큰 결정이긴 했다.
“허허……. 원로회에서 듣는다면 기겁을 하겠지. 마탑을 옮긴다는 이야기를 했을 땐 두 명이 졸도했었지.”
“?!!!!”
“!!!!!!!”
―!!!!!!!!!!
충격적인 발언에 귀족, 군중, 시청자까지 모두가 경악했다.
적탑의 이전!
오랜 세월, 라셀 왕국에 자리하고 있던 거목의 이동은 대륙을 충격에 빠트릴 만한 소식이었다.
그것도 다른 장소가 아닌, 라셀 왕국과 냉기류가 흐르는 엘리시아 화원으로의 이전이라니.
그걸 들은 귀족들의 머리는 빠른 속도로 맹렬히 회전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계, 계약서!!!”
마탑이 이곳에 온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컸다.
어느 국가에서 속하지 않는 마탑이지만,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무형의 군사력이라 불리곤 했다.
향후 엘리시아 화원은 제국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은 기정 사실.
게다가 뛰어난 마법사들, 마공학 기술력의 유입과 그에 따른 거대 마법 시장의 이동.
심지어 재호와 뤼니오르가 꽤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보였으니, 귀족 입장에선 어떻게든 이 친분에 발을 걸쳐야 했다.
하지만 계약서는 이미 재호의 손에 찢겨 버린 상황.
“여, 열 배! 아니, 최고 입찰액의 열두 배를 내겠습니다!”
“우린 스무 배!!!”
필사적으로 외쳤으나 재호의 표정에선 일말의 여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귀족 신분은 이 경매에 참가 자격이 없지 않았나?”
재호의 말에 그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계,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겠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여기! 여기 계약서가 있습니다!!!”
“계약은 파기됐어.”
재호는 딱 잘라 말했다.
“다들 즐겁게 구경하고 가라구.”
그리 말한 재호는 단호하게 돌아섰다.
“폐, 폐하!!!”
“제발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급기야 귀족의 체면이고 나발이고 포기한 채, 재호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그들.
“어허!!! 이놈들이 끝가지 폐하께 무례를 범하는구나!!!!”
줄칸의 호통과 동시에 어디선가 나타난 엘프들이 귀족들을 떼어냈다.
“폐하아아!!!!!”
목이 찢어져라 울부짖었지만 재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 그런데 이곳엔 마탑처럼 하늘에 구멍을 낼 정도로 높이 건물을 올릴 수 없단 거 알죠?”
“아, 그렇소? 그렇다면 주변 땅도 좀 사야겠군.”
문득 떠오른 재호의 물음에 뤼니오르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 * *
적탑의 이전 소식은 경매에 제대로 불을 질러 버렸다.
“아씨, 누구야! 나보다 상위 입찰하지 말라고!!”
“야 인마! 너 XX 저거 살 돈 있어? 있냐고!!!”
“응― 있어― 너야말로 돈 없으면서 액수만 올리지 마!!!”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지만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행패를 부리다 엘프들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난 귀족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까딱하다 기회마저 잃어버릴 수 있단 걸 알기에 그 누구도 선을 넘지 않았다.
그렇게 경매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고…… 재호는 하루 만에 플레이어 최고 자본가가 되었다.
* * *
척―
은혜에게 봉투 하나를 내민 재호.
“음? 이게 뭐니?”
“뭐, 요즘 시대에 봉투에 들어갈 만한 건 하나밖에 없잖아요?”
재호의 능글맞은 태도에 은혜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곤 봉투를 슬쩍 열어 보았다.
하지만 봉투에 들어갈 만한 ‘그것’은 없었다.
대신 들어있는 건 카드 하나.
“기대랑은 다른데?”
“에이, 요즘 시대에 누가 현금 들고 다녀요?”
“……게임하더니 말장난이 많이 늘었구나. 그래서 이 카드는 뭐니?”
카드를 꺼낸 그녀는 재호를 향해 설명을 요구했다.
“뒤에 비밀번호 붙여 놨어요. 이번에 돈 좀 많이 벌게 되어서 일부를 현금화했거든요.”
재호의 소식은 모두 찾아보는 그녀였기에 최근 큰돈을 벌었단 사실을 알곤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디까지나 게임 머니일 뿐, 그게 현금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었다.
“3000만 원 들어 있어요.”
“?!!!!!”
은혜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사실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한참 적긴 한데……. 화원 운영비를 생각해서 남겨 놔야 하거든요.”
꽃집 손님이 레드의 방송 이후로 꽤 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큰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극히 일부만 환전한 상황.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적당히 환전하는 게 좋아요. 골드와 현금의 환율은 시시각각 변하긴 해도 큰 차이점이 세금이거든요. 현금 부자 되겠다고 몽땅 환전했다간 세금 폭탄 맞을 수도 있어요.
게임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크루와상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 그리고 그건 엄마 돈이에요. 아버지는 아까 낮에 따로 줬거든요. 아마 헬스장 대출 갚는데 다 나갈 것 같지만.”
“…….”
아무런 말도 못하고 카드만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은혜.
재호도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재호야.”
마침내 열린 은혜의 입.
“넌 만족하니? 지금 이대로 게임을 하는 것에?”
그녀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라 꽃집에만 전념하는 건 힘들지만…… 세상일이 그렇잖아요? 게임도 똑같죠 뭐.”
재호의 말에 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에도 말했지만 네가 만족한다면 난 받아들일게. 사실 아직도 게임이 직업이 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은혜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나도 옛날 사람인 건 어쩔 수 없구나.”
* * *
며칠 뒤, 반차를 쓰고 직장을 나선 은혜.
그녀가 향한 곳은 서울의 초대형 종합 캡슐 매장이었다.
전 세계의 모든 브랜드와 이용자의 취향에 딱 맞춘 커스텀까지.
캡슐에 대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찾은 이유는 재호의 새 캡슐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재호가 그녀 앞에서 캡슐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한 적은 없었지만, 척 보기에도 엄청 싸구려처럼 보였다.
게다가 재호의 시합을 보러 갔을 때, 그곳에 있던 캡슐과도 엄청 비교되었고.
아무리 캡슐에 대해 문외한이라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어서 옵셔! 맞춤형 캡슐을 최저가로 모시겠습니다!”
―어머님이 쓰실 겁니까? 여기 중장년을 위한 마사지 캡슐이 있습니다!”
―성장기 아이들의 키를 책임져 주는 업키 캡슐은 어떻습니까?!”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쏟아지는 호객 행위들!
그들 모두는 전문가들이었고, 딱 봐도 호갱인 은혜를 어떻게든 자신의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으음…….”
낮게 신음하던 그녀가 고른 곳은 그곳에서 가장 큰 매장.
“어서 오십쇼! 어디까지 알아보고…… 아니, 뭘 찾아 오셨습니까?”
너무 들뜬 나머지 속마음이 먼지 튀어나온 직원.
“아들 캡슐 하나를 사 주려고 하거든요.”
“크― 좋죠. 요즘 아이들 선물로 캡슐을 많이들 찾으시거든요. 그럼 ‘업키’ 어떻습니까? 게임 중에도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판을 자극해 주고, 건강 상태도 지속적으로 체크해 주는 신제품이죠.”
“아마 키는 그만 커도 되지 싶네요.”
“하하, 그렇습니까? 그래도 남자면 180, 여자면 170은 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어머님도 제법 키가 있으시니 조금만 관리해 주면 쑥쑥 클 것 같은데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가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190이 넘어요.”
“……그, 그럼 더 크면 안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성인이에요. 워낙 낡은 물건을 쓰고 있어서 이번에 바꿔 주려구요.”
“그, 그렇습니까? 흠흠…….”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한 그는 다시 활짝 미소를 보였다.
“사실 키는 중요하지 않죠. 그건 어차피 주문 후, 맞춤 제작을 넣으면 되거든요. 혹시 얼마 정도 제품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시중에서 제일 좋은 제품으로 생각하는데…….”
은혜의 질문에 직원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아줌마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라고.
“하하, 역시 신제품이 좋죠. 이쪽에 있는 이 제품! 한국 대표 기업이자 세계 1위 전자 회사인 일성에서 만든 캡슐인데 현 시대 최고 사양으로 손꼽히죠.”
“아, 일성.”
“이것 같은 경우엔 최고 사양답게 기본 옵션으로 4천, 풀옵션 6천 정도 합니다.”
“흠…….”
최고의 제품을 사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
하지만 재호의 캡슐을 사주기 위해 모아놓은 돈과 재호에게 받은걸 다 합쳐도 4000 정도였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얼추 알아본 가격대와도 차이가 컸다.
가장 좋은 제품이라고 해도 3000에서 4000 중반대 사이였으니까.
그런 의구심을 드러내자 직원이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말 그대로 최신 캡슐이 이거거든요. 일성에서 작정하고 준비한 제품이에요. 이번에 대회로 떠들썩하잖아요? 선수들도 예약을 많이 한 제품이에요. 요즘 제일 핫한 황재호 선수도 예약을 할 정도로 뛰어난 물건이에요.”
“…….”
은혜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재호가 이걸 샀다고?
‘아냐. 정말로 샀을 수도 있지. 나도 몰래 사 주려고 한 거니.’
사실 그녀가 재호의 어머니라는 걸 드러내면 일은 더 쉬워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걸 이야기했다 괜한 구설수로 재호를 곤란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야기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온 상태였다.
“호호……. 다른 곳 좀 더 둘러보면서 고민을 해 봐야겠네요.”
그래도 이미 이 매장은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
재호에게 캡슐을 샀는지 물어보려 해도 지금은 게임을 하고 있을 시간이라 전화를 받을 수도 없었다.
“하하, 이게 너무 부담이면 사실 좀 더 저렴한 제품도 있습니다. 3천만 정도 되는 일성 브랜드인데…….”
하지만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직원은 재차 은혜를 물고 늘어졌다.
“여기 보시면 때깔이 기가 막힌 게……!”
웅성웅성―
그 순간, 매장 바깥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음?”
두 사람이 유리벽 너머로 고개를 돌리자, 복도를 가득 메운 인파가 보였다.
수군거리는 그들 사이로 나타난 한 남자.
“???”
주변 사람들의 머리 위로 쑥 올라온 익숙한 얼굴에 은혜가 당황했다.
“헉?! 뭐, 뭔 일이야?!”
역시 깜짝 놀란 직원이 급히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대, 대박!!! 팬입니다!!! 이쪽 한번만 봐 주세요!!!!”
상대가 돌아보도록 만들기 위해 그는 필사적으로 소리쳤고, 운 좋게 목소리가 닿았다.
“……어?”
그리곤 갑자기 직원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한 그!
‘뭐, 뭐지? 헉?! 설마 캡슙을 보러 온 건…….’
“여기서 뭐해요, 엄마?”
“……응?”
망상에 들뜬 직원을 지나친 상대가 멈춘 곳은 은혜 앞.
“…….”
“……?”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침묵했다.
‘자, 잠깐……. 방금 분명 엄마라…… 아냐. 잘못 들은 거겠…….’
“너, 너야말로 여긴 왜 온 거야?!”
당황한 은혜의 외침에 사람들은 물론, 특히 그녀를 상대하던 직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나…… 황재호 엄마한테 황재호 이름을 팔았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