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03
902화
고블린 왕국의 건설은 현재 비밀리에 진행 중이었다.
아니, 사실 비밀까진 아니고 그저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이었다.
굳이 여기저기 알릴 일도 아니었고,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 있었기에 먼저 알기도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누군가는 발견하고 소문이 퍼지겠지만…….
어쨌든 그런 점에서 이 시기에 알로에올리오의 투입은 나쁘지 않았다.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최대한 늦게 알려질 테니까.
그리고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알로에올리오가 재호에게 잡혀 강제 노동 중이라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페르마 사막 쪽이긴 하지만, 엘리시아 화원 위치와 완전히 정반대 쪽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멀었으니 말이다.
‘아! 근데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애초에 이건 강제 노동이 아닌데.’
순간 잊어버린 중요한 사실을 떠올린 재호.
알로에올리오는 먼저 돕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 일은 알로에올리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땅을 닦는 일 자체로 대지의 정령과의 적극적인 교감이 이루어질 테니까.
전투만이 정령의 힘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었고, 오히려 직접적으로 땅을 다루는 이 작업이 더 효율적일지도 몰랐다.
“흠. 대지의 정령이라……. 그런데 이미 황탑과 거인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굳이 필요할까?”
쉰들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보통은 쉰들러처럼 반응하는 게 당연했다.
“정령사들은 스스로를 고귀하기 짝이 없다고 금칠하는 놈들이니까. 정령을 험한 일에 동원하는 걸 본 적은 없어.”
쉰들러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알로에올리오도 괜히 시선을 돌렸다.
사실 재호의 이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자신 역시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까.
“말조심하라고. 그렇게 치면 지금 도와주고 있는 황탑은 뭐가 되냐?”
재호의 지적에 쉰들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콧대 높기론 마탑만 한 곳이 없지. 하지만 황탑 녀석들은 다른 마탑에 하도 시달려서인지 그런 자존심은 안 남은 것 같다. 고블린의 부탁도 들어주는 걸 보면.”
“그걸 말이라고……. 보나 마나 너희가 또 내 이름 팔았겠지.”
“오? 그렇게 바로 알아챘어?”
“말했잖아. 제발 말 좀 하고 이름 팔라고.”
재호의 말에 쉰들러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저 인간이 대지의 정령을 부린다 이거지? 그게 도움이 되긴 하는 건가?”
쉰들러는 여전히 미덥지 못한 표정으로 알로에올리오를 향해 물었다.
“어… 그건…….”
정작 당사자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대지의 정령을 제대로 다루어 본 적도 없는데다 이런 일은 더더욱 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
알로에올리오가 머뭇거리자 재호가 나서서 설명했다.
“충분히 가능해. 아니, 오히려 황탑의 마법사들보다 더 뛰어날지도 몰라.”
“음? 그 정도라고?”
“내가?”
쉰들러와 알로에올리오가 동시에 놀랐다.
“응. 실제로 본 적이 있거든.”
바로 이클립스에서 대지의 정령왕 고르다가 보여 주었던 놀라운 능력.
땅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대지의 정령인 만큼 정교하고 완벽에 가까운 찰흙 놀이를 보여 줬었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알로에올리오의 능력을 써먹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단, 알로에올리오가 그 정도로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은 약을 팔았다.
“대지의 정령은 토목 공사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 황탑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
황탑도 물론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위력의 고점을 제외하고 정밀함만 따지면 밀리는 것이 사실.
황탑의 마법이 밥주걱으로 퍽퍽 뜨는 것이라면 대지의 정령은 쌀알을 하나하나 나르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대신 그 쌀알 수천, 수만 개를 동시에 만질 뿐.
-아무리 포장해도 대지의 정령이 더 우월하게 느껴지는데.
-나도 내가 착각하는 줄.
“…….”
꼰대와 징징이의 말에 재호는 할 말이 없어졌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크흠. 그래도 기질 자체가 다르잖아. 애초에 마법과 정령은 다를 수밖에 없지.”
그리고 정령왕급이 되면 제아무리 마탑주라고 해도 밀릴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다 치우고, 제일 중요한 건 알로에 네 능력이 그만큼 되느냐겠지.”
본래 계약했던 정령이 최고위 불의 정령이었던 탓에 역체감을 지독하게 느끼겠지만, 사실 상급 정령 정도도 대단한 것이었다.
또한 이런 경험 자체가 알로에올리오의 정령 교감 능력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테고 말이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해 보라고. 너도 돕고 싶다며.”
“음… 그럼 한번 해 보도록 하지.”
결국 알로에올리오도 받아들였다.
쉰들러 역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야 일손이 더 늘어나면 좋지. 안 그래도 여기저기 돈 떼어 주기 아까워서 최소 인력으로 공사 중이었거든. 아! 이 친구는 죄수니 당연히 공짜지?”
“…….”
“…….”
쉰들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알로에올리오가 화원에서 무슨 짓을 하고 두들겨 맞았는지 그는 보았으니까.
“흠흠, 최저시급은 쳐 줘.”
“왜? 죄수 아니야?”
“뭐 적당히 합의됐어. 그러니까 너무 부려 먹지는 말라고.”
“쯧.”
불만스럽게 혀를 찬 쉰들러는 결국 받아들였다.
“영 비실비실하게 일한다 싶으면 쫓아낼 테니 명심하라고. 어?!”
이게 옳은 방향인지 아리송한 알로에올리오였지만, 재호가 준 기회라 생각하고 따르기로 했다.
“돈은 필요 없다. 어차피 이 모든 건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하하하! 이 친구 참 일 잘하게 생겼군! 내 눈은 확실해!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돌변한 쉰들러는 알로에올리오에게 악수를 청했다.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다시 재호를 쳐다보는 알로에올리오였지만, 맞잡은 쉰들러의 손에 이끌려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그런 알로에올리오를 향해 재호는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 * *
도마뱀 시티에서 돌아오는 길.
재호는 고블린 왕국의 공사 현장이 궁금했지만, 굳이 가서 확인해 보려고 하진 않았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장소를 일부러 공개할 생각은 없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발견할 때쯤이면 공사가 꽤 진행된 뒤겠지.’
사실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하지만 황탑과 거인들이 도와주고 알로에올리오가 기대만큼의 역할을 해 준다면 속도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빨라질 거라 예상했다.
게다가 이런 대규모 공사엔 도가 튼 건축가 지안트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이그리그 님.”
문득 재호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이그리그를 불렀다.
-무슨 일이죠?
“알로에 개과천선시켰는데 왜 보상이 없죠?”
이미 퀘스트는 완료된 상황.
그런데 아직 보상이 수령되지 않았다.
-아!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모여 의논 중이에요.
“…예?”
보상을 뒤늦게 의논 중이다?
“그건 처음에 했던 말씀이랑 다른 것 같은데요?”
-오호호-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라고 이해해 줘요.
그리 말하면 또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라는 건…….”
-다른 정령왕들과 의논 중이거든요.
다른 정령왕이라는 걸 보면 아마 엘라스틴, 고르다를 말하는 것일 터.
-카르바르도 있어요.
“그, 그래요?”
재호는 점점 무서워졌다.
갑자기 정령들이 이렇게까지 잘해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말도 안 될 정도로 어렵고 무서운 일을 맡기려는 건 아닐지…….
-그저 당신을 향한 정령계의 고마움이에요. 부담 가지지 말아요.
부담을 가지지 말라면서 부담을 잔뜩 주는 상황.
‘후… 앞으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시아 화원으로 향하던 중, 사막 멀리서 일어나는 모래 폭풍을 발견하곤 걸음을 멈췄다.
“음?”
자세히 살펴보니 모래 폭풍이 아니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특히 선두에 선 이는 재호도 아는 얼굴이었다.
“스트로앤 교황?”
그쪽에서도 재호를 발견한 모양인지 달리던 속도를 줄이며 다가왔다.
“허허- 이런 곳에서 폐하를 다 뵙는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오히려 제가 더 놀랐네요. 구보 중인 모양이에요?”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주신 기회이니 후회 없도록 해야겠죠.”
“예? 갑자기 그게 뭔…….”
그제야 스트로앤 교황 뒤에 선 사람들을 확인한 재호.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들이었는데, 그들의 가슴팍에 달린 배지들을 확인하니 확실히 떠올랐다.
“전우회……?”
다름 아닌 이클립스 전우회.
“아, 아직도 하고 있었어요?”
재호는 기겁하며 물었다.
그들이 받은 보상 중 하나는 바로 스트로앤 교황의 특별 훈련.
그런데 재호는 그 훈련은 하루 이틀, 길어 봐야 일주일 정도 한 뒤에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거의 한 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이들은 스트로앤 교황에게 잡혀 사막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후회 없도록 한다는 게 교황님 쪽 입장인 모양이네요.”
“허허허! 저야 대왕님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런 중책을 맡겨 주셨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후회 없도록 한다는 건 제가 아니라 저들 스스로의 결심입니다.”
“네?”
그건 그것대로 놀라웠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아나볼릭 교단 스타일의 훈련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재호가 진심이냐는 얼굴로 돌아보자 그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뭐… 효율이 좋지 않긴 하죠.”
그들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다는 건 이미 이와 관련해 스트로앤 교황과 이야기를 나눈 바가 있다는 뜻.
“하지만 교황님이 말씀하더군요. 내실이란 원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승패와 생사를 가르는 것은 바로 지금 흘린 구슬땀이라고 말입니다.”
듣기 좋은 말이긴 했다.
달리 말하면 전형적은 열정론 같기도 했고…….
“그리고 저희가 죽어서 레벨은 떨어지지만, 쌓아 놓은 내실은 남아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죽어 보니 그간 놓친 내실들이 아쉽더라고요.”
그건 제법 괜찮은 마인드였다.
실제로 뉴월드에선 무엇을 하든 능력치가 올랐고, 그것은 절대불변의 자산이었으니까.
“근데 저희도 이 정도로 한계까지 체력과 근력을 단련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플레이어들이 하기엔 너무나 비효율적인 성장 방식이니까.
“그런데 하다 보니 어쨌든 조금씩 능력치가 오르긴 합니다. 그걸 경험하니 또 욕심이 나더라고요. 이 정도 레벨이 되면 사실 다른 곳에서 이런 기초 능력치작 하기도 어렵잖아요?”
즉, 스트로앤 교황의 하드코어한 훈련에 끌려다니다 보니 의외로 성과가 보여 포기하기 아쉬워졌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아시지 않습니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는 그들.
“음? 내가 뭘 알아?”
“앗! 모르십니까?”
“크흐흡. 이거이거… 알시아 님도 모르는 일도 다 있군요.”
“??”
왠지 재수 없게 느껴지는 그들의 태도였지만, 재호는 진짜 뭘 말하는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허허, 아무래도 제가 이들을 자극하기 위해 한 이야기 때문 같습니다.”
스트로앤 교황이 무안해하는 재호를 위해 나섰다.
“마계 쪽의 상황이 영 수상쩍어서 말입니다.”
“예?”
“머지않아 이들의 힘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기에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클립스에서 보여 주었던 희생정신. 그것은 미래에 더욱 빛날 테니 말입니다.”
‘꼭… 또 죽을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런 말을 해서 초를 칠 순 없었다.
“그나저나 마계 쪽이라면…….”
재호도 의심 가는 바가 있었다.
이클립스에서 다크사이더가 소멸하며 그에게 귀속되어 있던 마계 본연의 에너지가 복원되었을 터.
“맞습니다.”
스트로앤 교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파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