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10
909화
남은 요리사들에게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드디어 특별 심사위원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천하제일 요리 대회라는 이름에 그럭저럭 걸맞은 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각 마탑의 탑주들!
…과 녹탑주 프링을 따라온 아고니 왕국의 차르밍 국왕.
마탑 회의라도 하는 듯한 풍경.
하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탑주들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쯧. 살다 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험도 해 보는군.”
팔짱을 낀 채로 앉은 백탑주 스토믹은 구시렁대며 앞에 놓인 음식을 맛보았다.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과 군데군데 스며든 굳은 사과잼이 꽤 재밌군. 기대하지 않은 깜짝 선물이 유쾌해.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해. 나 같은 고령자에게 이렇게 숨겨진 설탕 덩어리는 위험할 수도 있거든. 뭐, 그래도 젊은 친구들은 아주 좋아하겠어. 여기엔 맛뿐 아니라 요리한 이의 재치와 열정이 똑똑히 담겨 있으니까. 노인을 대상으로 하면 2점. 하지만 보편적인 평가 기준으로 생각하면 4점은 줄 수 있다.”
음식 하나하나에 아주 긴 평가를 남기는 스토믹.
그 모습을 다른 탑주들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왜 그러지?”
“귀찮다는 듯이 투덜대더니 제일 열심히군요.”
아이시클의 물음에 스토믹은 헛기침했다.
“공식적으로 초청을 받았으니 최선을 다할 뿐.”
“우리라고 다를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열심히 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이 재밌는 이벤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스토믹은 한없이 진지한 태도로 미식 전문가가 되어 심사 중이었던 것이다.
“허허허, 이 친구는 예전부터 음식에 진지했지. 마탑 중, 밥이 제일 잘 나오는 곳이 백탑이지 않던가?”
뤼니오르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긴. 소속 마법사들도 백탑에서 열리는 마탑 회의를 좋아했었어. 그래도 의외의 모습인데? 스토믹이 마법과 관련된 것 외에 이렇게 떠드는 건 처음 봤어.”
프링도 놀랍다는 듯 말했다.
그 정도로 지금 보이는 스토믹의 모습은 신선했다.
“크흠.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다들 일에 집중해라. 음식 앞에 두고 말을 많이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스토믹은 정색하며 말했지만, 사실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말이 많은 사람이 본인이라는 건 인지하지 못했다.
“오, 이 맛은……. 적당히 바삭한 식감에…….”
다시 시작된 그의 진중한 평가.
어쨌든 나름대로 미식에 대한 조예가 깊어 보이는 스토믹의 모습은 지켜보는 요리사들에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요리 대회 처음으로 ‘진짜’ 평가를 받은 느낌이었으니까.
특히 스토믹의 사회적 지휘는 그 심사의 신뢰도를 더욱 높여 주었다.
“풋-”
스토믹의 그런 의외의 모습에 웃음을 흘린 다른 탑주들도 다시 시식을 시작했다.
한편 탑주들 중, 유일하게 요리 대회에 무관심한 키노.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는 이미 미식에 대한 욕망은 내려놓은 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으로 굳이 참석한 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였다.
“참 재밌는 일을 벌였구나.”
조금 떨어져 지켜보던 재호에게 키노가 다가오며 말했다.
“마계 대공을 위한 요리 대회라…….”
“어감이 조금 이상한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하자고.”
재호의 말에 키노는 웃었다.
“과연 그대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구나.”
“음… 그건…….”
키노의 말대로였다.
이미 이 일을 두고 재호를 마계의 앞잡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있었다.
특히 커뮤니티 쪽에서는 아예 조직적으로 이런 문제를 지속 제기 중이었다.
마계는 엄연히 악의 세계인데, 어떻게 대륙의 영웅이라는 자가 대악마를 위해 일할 수 있느냐는 게 핵심 주장.
사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누구보다 마계를 위해 발 벗고 뛰는 게 재호였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건 결국 평화를 위한 일이었으며, 마계를 멸망시키는 건 오히려 세상에 좋은 일이 아님을 재호는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번 일만 두고 그런 항의를 하기도 어려운 게 이미 예전부터 재호는 마계와 협력 관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기도 했다.
즉, 당연히 그런 사정들은 대부분 플레이어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엘리시아 화원의 마계 포탈도 이용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그저 커뮤니티에서 어그로를 끌고 분탕을 치는 이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나마 그런 짓을 벌이는 이들에 대한 ‘먹이 금지’가 철저히 이루어지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 분탕의 주축이 특정 길드라는 게 뻔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후후, 항상 느끼지만 너는 정말 이상한 인간이다. 어찌 한 명이 그만한 압박을 받으면서 버티는 것인지.”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있을 뿐이야.”
거창한 대의명분은 필요 없었다.
재호의 모든 행동의 배경엔 꽃집이 자리하고 있으니까.
항상 사람들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고 보여 주지만, 사람들이 순순히 믿지 않는 것일 뿐.
“후후, 그렇지. 그대는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상하리만치 꽃에 집착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말한 재밌는 일은 요리 대회만 말한 건 아니란다.”
“음?”
키노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마계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 느껴지는구나. 아마 그대가 벌인 모종의 사건의 영향인 것 같은데.”
“응? 너도 그걸 느껴?”
재호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키노의 몸에는 악마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엄연히 중간계의 존재.
마계 자체의 마기가 강해지면서 그곳의 악마들에게도 영향이 발생하는 것이 원리인데, 뜬금없이 키노에게 그 영향이 미친다?
“그거…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닌 거 같은데?”
재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이미 전설 NPC들인 탑주들을 아득히 넘어서는 키노의 힘이 더 강해진다?
누군가는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재호는 아니었다.
키노가 종잡을 수 없는 존재인 건 맞지만, 적어도 자신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의외로 키노는 재호가 뉴월드에서 만난 NPC 중, 감정적인 유대가 가장 깊은 인물 중 하나였기에 가지는 믿음이었다.
그럼에도 좋은 소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건…….
“네게 변화가 발생했다는 건 대륙의 다른 악마들도 영향이 있다는 뜻인데.”
재호의 휘하에 있는 악마들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이미 철저한 관리 하에 있었고, 그들이 아무리 강해져 봐야 엘프들의 무력에 비하면 한참 모자랄 테니까.
하지만 과연 대륙에서 살아가는 악마가 그들이 전부일까?
‘그럴 리는 없지.’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던전에서도 악마는 심심찮게 발견이 되었고, 당장 재호가 받은 로두카 퀘스트도 대륙에서 활동하는 악마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만약 이런 모든 악마가 일제히 강화된다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륙은 혼란스러워지겠지.”
키노도 인정했다.
“혹시 키노 너만 그럴 가능성은 없을까?”
키노는 분명 평범한 악마와는 달랐다.
어쩌면 태생 자체가 일반 악마가 아니었을지도 모를 일.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구나. 이상함을 느끼고 엠베이 숲의 악마들을 확인해 보았다. 그들 역시 한층 강해졌고, 지금도 계속 강해지는 중이더구나.”
“이런…….”
이걸로 새로운 문제는 확정되었다.
다행이라면 아직 확인된 실질적인 피해는 없긴 하지만…….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나 또한 바라지 않으니까.”
이제야 자리를 잡고 세상에 나서기 시작한 흑마법사 탑.
하지만 아직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좀 더 강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사소한 사건만으로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쉽게 씌워질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지금은 이미지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데, 악마들이 들끓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 인간의 나약함과 세상의 추악함을 경험해 본 키노는 예상할 수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자신들은 악마와 같은 세력으로 마녀사냥을 당할 수도 있음을.
그래서 지금처럼 재호에게 선제 대응을 부탁한 것이다.
“알았어. 마침 곧 황녀님도 오니 제국 쪽에도 알려야겠어.”
“괜찮은 생각이구나.”
“근데 의외네.”
“무엇이 말이더냐?”
“별로 깊게 궁금해하지 않네. 평소엔 내가 뭘 하려고만 하면 하나하나 궁금해하더니.”
“후후, 물으면 이야기해 줄 생각은 있느냐?”
굳이 숨겨야 할 일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이 이야기가 시스템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는 것.
“그곳에 다녀온 엘프들은 자신들이 어딜 다녀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더구나. 아나볼릭 교단의 교황은 무언가 아는 눈치이긴 하지만, 침묵을 선택했지.”
이미 조사할 건 다 조사한 모양인 키노.
“그러니 내가 모르는 이 세계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더구나. 과한 욕심은 독이 되는 법이지 않겠느냐?”
무서울 정도의 통찰력과 냉정함.
키노가 오랫동안 사람의 피를 빨아먹으면서도 살아남은 건 저 눈치 덕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그 문제는 제국이나 다른 왕국들과 논의해 보도록 할게. 혹시 이 일과 관련해서 네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도 될까?”
“얼마든지. 대륙에 숨은 악마와 싸운다면 흑탑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테지.”
“좋아. 그럼 겸사겸사 부탁 하나만 할게.”
“…이렇게 바로 말할 줄 몰랐구나.”
처음 보는 당황한 키노의 모습이었다.
“이번 사태와 아예 관련이 없지는 않아. 오히려 이미지 개선에는 더 좋을지도 모르지.”
재호가 생각한 부탁은 다름 아닌 로두카 퀘스트.
[*퀘스트*] [색욕의 대공 로두카는 자신이 개발한 상품에 대해 철저한 관리를 원칙으로 두고 있습니다.하지만 당신에게 전해 들은 는 현재 밀수품으로 추측되며, 그런 불법적인 행위의 근간을 뿌리 뽑고자 합니다.] [퀘스트 목표 : 로두카령 생산 제품 밀수업자 조사] [보상 : ???]
너무 막연해서 지금까지 손 놓고 있던 퀘스트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시도해 볼 만하다 싶었다.
“악마의 물건 밀수라……. 확실히 이미지 개선엔 도움이 되겠구나.”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물건들이 정상적일 리는 없는 일.
어디선가 분명 해악을 끼치고 있을 터였다.
“어때? 괜찮겠어?”
“장담은 할 수 없겠지만, 한 번 알아보도록 하마.”
그렇게 합의한 뒤, 키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곤 관심도 없는 요리를 다시 맛보는 척하기 시작했다.
* * *
요리 대회의 남은 일정은 딱 하나.
특별히 더 특별한 심사위원 한 명!
바로 루로아 황녀의 참석이었다.
사실 루로아 황녀에게 제안하긴 했지만, 정말로 받아 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천하제일 요리 대회라고 거창하게 타이틀을 달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녀가 참가하기엔 너무 어설펐으니 말이다.
혹시 나들이라도 할 겸 오지 않을까 싶어 제안했고, 놀랍게도 단박에 받아들였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녀가 심사위원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척-
주변으로 삼엄하게 자리한 호위 기사들.
요리사들은 그 긴장감에 몸이 굳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대회를 진행하며 느껴 보지 못한 압박.
바로 이 순간, 이 압박감은 새로운 시험으로 작용했다.
베기스를 상대로 요리를 하려면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어려울 테니까.
‘이게 진짜구나.’
‘여기서 잘 해야 한다……!’
요리사들은 각오를 다지며 요리를 시작했다.
어떻게든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각자의 싸움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대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사이.
“저곳인가…….”
엘리시아 화원을 향해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