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14
913화
절망에 빠진 장패드.
덜떨어진 수하들을 믿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젠 정령을 소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개자식들아!! 일부러 소환하지 않는걸 누가 모를 줄 알아?! 이따위로 빠져나간다고 한들 네놈들 죄가 없어질 줄 알아?”
장패드가 발악하며 소리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하들이 적당히 눈치를 보고 포기를 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과한 생각이었다.
가디언 길드 소속이 대놓고 길드 방침에 반하는 짓을 할 리는 없었으니까.
“진짜로 소환이 안 된다고요!!”
줄곧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욕이란 욕은 다 먹으니 속에서 천불이 날 것 같은 그들.
“됐어. 불쌍한 녀석들 그만 괴롭혀. 어차피 정령으론 날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쪼그려 앉았던 재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 이전에 네 처지를 고민해 보는 게 어때?”
“…….”
“제국에 쫓기면서 용케 이런 일까지 꾸밀 여유가 있었네. 널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 성실함만큼은 대단하다 싶었다.
재호가 알기로 가디언 길드의 상당수는 고정된 부활 위치 탓에 살아나는 족족 제국 기사단에게 죽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도망쳐서 복수를 시도하는 걸 보면…….
“뭐, 지금 너희 모습을 보면 레벨도 어지간히 많이 떨어진 모양이야. 그냥 숨어서 레벨 복구나 좀 더 하지 왜 여기 나타났어?”
“놀리는 거냐?”
장패드는 이를 갈며 말했다.
“왜? 틀린 말도 아니잖아.”
멀쩡한 상태도 아닌데 엘리시아 화원을 공격하기 위해 찾아온 건 지나친 자만이었으니까.
“크큭…….”
허무한 웃음을 흘리는 장패드.
사실 그도 내심 알고 있었다.
이 계획을 실행하며 계속 느끼던 불안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가디언 길드는 현재 전성기 수준의 전력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재호가 말한 것처럼, 반복된 제국의 포위 공격과 도주 생활로 인해 가디언 길드의 평균 레벨은 아주 낮아진 상태였다.
정상적인 게임이 불가능한 상태.
이번 기습 공격도 최소한의 전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기 위해 준비한 전략이었으나 허무하게 저지당해 버렸다.
심지어 아직 어떻게 당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재호에게 만큼은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흥. 아무리 협박해도 소용없다. 우리는 끝까지 네놈의 파멸을 위해 발버둥 칠 테니까.”
장패드는 원한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제국? 그따위 데이터 쪼가리에 우리가 굴할 줄 아나?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다!!”
“…….”
이글거리는 장패드의 표정을 보며 재호는 생각했다.
‘누구보다 데이터 쪼가리에 과몰입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무튼 장패드는 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소리쳤지만, 애초에 그를 제국에 넘길 생각은 없었다.
루로아 황녀와 약속해 놓은 게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굳이 죽일 생각도 없었다.
그를 죽이는 건 놓아주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포위망을 벗어나자마자 부활 위치도 은밀한 곳으로 바꿔 놓았을 거야.’
그나마 다행이라면 적들을 붙잡아 두는 건 엘리시아 화원의 주특기였다.
드넓은 사막은 끊임없이 개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로즈마리.”
“예. 말씀하시지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녀석은 가디언 길드의 수장으로 현 제국의 최우선 수배범이다. 원칙대로라면 제국으로 압송해야겠지만, 황녀님의 부탁도 있으니 우리가 맡아야 해.”
“잘 알겠습니다. 이들에게 영원한 고통을 안겨 주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재호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원한 답을 해 주는 그녀.
“크크크…….”
그때 장패드가 또 킬킬대며 웃었다.
“또 왜 이래 이거?”
“멍청하군. 어떤 덜떨어진 놈이 적을 앞에 두고 자신의 약점을 떠벌인단 말인가?”
“응?”
또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은 재호.
“제국의 혈맹국이라면서 제국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다라…….”
재호는 왜 장패드가 저런 소리를 하는지 알아챘다.
아무래도 제국에게 알리지 않고 장패드를 잡아 둔다는 걸 이상한 쪽으로 해석한 모양.
“과연 황제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될까? 네 말대로 제국의 적인 나를 네놈이 보호하고 있단 걸 알면…….”
묘하게 사실이긴 하지만 확실히 황제에게 그대로 전달한다면 오해할 법한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런 걸로 협박을 해 봐야 재호는 심드렁했다.
“그래서 황제에게 그걸 어떻게 말할 건데?”
“…….”
“어디 할 수 있으면 한번 해 보라고.”
장패드는 무슨 짓을 해도 황제를 만나긴커녕 말을 전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전하더라도 황제는 재호를 절대 의심하지 않을 터.
재호를 향한 신뢰와 장패드를 향한 비호감도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크크…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고 보겠다.”
“어어-”
무신경한 대답.
“…밤길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알시아.”
결국 몸도 마음도 패배한 장패드의 마지막 협박을 들은 뒤, 재호는 감옥을 떠났다.
* * *
장패드와 그 일당의 처분은 전부 로즈마리에게 맡겼다.
그녀의 일처리는 항상 깔끔했고 엘프들과의 소통이 잘 되는 인물이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해서 장패드와 가디언 길드 일당은 철도 공사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줄칸이 전해준 후속 처리 보고.
“지상 작업장인데다 대륙 공적인 탓에 감시 인력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다행히 엘프들이 먼저 나서 준 덕분에 큰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장패드의 악명은 엘프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재호를 향해 얼마나 많은 괴롭힘을 가했는지 알기에 더욱 분노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폐하. 그들을 제국에 알리지 않은 채 저희가 데리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줄칸은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아무리 저희가 제국과의 관계가 좋다고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장패드가 협박하기도 했었고, 해당 보고를 줄칸도 들었기에 걱정했다.
“과연 엘리시아 화원이 그 선을 넘어도 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이어 온 대륙의 전통과 질서를 부정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이 세계의 구성원인 NPC들에게 제국이란 그런 존재였다.
돈이 연관된 나머지 분야에서만큼은 재호를 신뢰하는 줄칸이지만, 이번 일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가 없었다.
“황녀님께서 부탁을 따로 하셨다고는 들었습니다. 그 이유도 이해는 됩니다.”
엘리시아 화원에서 루로아 황녀가 위험한 사태에 노출이 된다면 대륙 그 어디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딱 하나 황궁만 제외하면.
아니, 사실 황궁에서도 여러 사건이 겹치며 루로아 황녀가 위험에 노출이 된 적이 있긴 했지만, 그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니 논외로 쳐도 되었다.
“그러나 황녀님은 어디까지나 황녀입니다. 황태자님이라면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황녀님이 저희를 보호해 주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 그건…….”
줄칸이 모르는 루로아 황녀의 비밀.
그 비밀이 그녀를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만들어 주었다.
설령 장패드의 일로 황제가 불편해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루로아 황녀가 결코 그런 일을 묵과하지 않을 테니까.
그저 황제에게 조용히 한마디만 하면 되었다.
[미래를 위해서입니다.]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기에 줄칸은 불안한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줄칸도 재호의 결정을 이해할 테지만, 당연히 이야기할 순 없었다.
“줄칸.”
재호는 충직한 엘리시아 화원의 재상을 진지한 목소리로 불렀다.
“내가 장담할게. 이 일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은 전혀 없어. 그리고 어차피 제국 쪽에서도 장패드의 신병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임모탈리언인 이상 영원히 잡아 둘 순 없다는 거 알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처형을 하거나 풀어 주고 다시 잡는 방법이 써야 할 텐데, 그건 귀찮고 변수가 너무 많아.”
반면 엘리시아 화원은 과거부터 위험한 임모탈리언들을 효과적으로 잡아 두는 법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장패드를 통제하기엔 이곳이 나아.”
“그건 사실입니다만… 그러니 더더욱 제국 쪽에 알리고 정식으로 저희가 맡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비밀로 해 달라던 황녀님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으니까. 그리고 알잖아? 황녀님은 황태자님과 아주 친하다고.”
황녀만으로는 설득되지 않는다면 황태자도 팔면 된다!
“그건…….”
황태자까지 들먹이자 줄칸도 할 말이 없는지 주춤했다.
재호와 젠트르노 황태자, 루로아 황녀 세 사람이 친하단 건 대륙의 모두가 아는 사실.
“황태자님도 알고 있어.”
당연히 거짓말.
하지만 굳이 사실을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
이 순간 줄칸만 설득하고 넘기면 되니까.
“황태자님이라면…….”
황태자란 다음 대의 황제.
줄칸은 재호가 젠트르노 황태자와 아주 친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황제로 즉위하기만 한다면…….
“폐하께서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녀도 괜찮긴 하겠죠.”
“짓거리라니…….”
“후…….”
줄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한숨과 함께 실시간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듯한 느낌.
“뭐, 알겠습니다. 사실 제가 아무리 말린다고 한들 폐하를 막을 순 없겠죠.”
“크흠……. 그렇게 말하면 미안하잖아.”
“허허, 아닙니다. 사실 한 번씩 반대 의견을 내야 저 같은 이들이 밥값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줄칸이 그저 재호의 말에 옳다고 박수만 쳤다면 엘리시아 화원은 지금만큼 번창하지 못했을 터였다.
“그럼 제국 쪽 문제는 폐하를 믿고 맡겨 두겠습니다. 그럼 제가 정말로 중요하게 챙겨야 할 문제로 돌아오죠.”
“중요하게 챙겨야 할 문제?”
“앞서 장패드와 가디언 길드가 철도 공사에 투입되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응. 그랬지.”
“최근 황녀님의 지원과 이스파이어 공국과의 계약 등, 돈이 들어올 일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예산이 또 모자랍니다.”
“응? 이미 예산 심사는 검증을 마치고 통과시키지 않았어?”
“그랬었지요. 하지만 최근 쉰들러 쪽에서 추가 요청이 있었습니다. 고블린 왕국 쪽까지 연장 공사를 제안하더군요.”
“응? 거기도?”
“거기뿐이겠습니까? 아예 엘리시아 화원, 연금술 학원, 도마뱀 시티, 고블린 왕국까지 모두 이어지는 순환로를 제안하더군요.”
재호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
예산이 모자라는 게 당연했다.
“음, 너야 당연히 안 된다고 했을 테고.”
“…….”
“…아니야?”
“그 계획도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는 줄칸의 눈이 아련해졌다.
“이 세상에 본 적 없는 거대한 철마가 뜨거운 사막을 무한히 순환하는 모습을……. 그 비현실적이지만 웅장한 광경을 말입니다.”
“줄칸……!”
재호는 드디어 자신의 감성을 이해해 주는 줄칸에게 감격했다.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싶어질 정도의 낭만을 줄칸이 드디어 이해하게 된 것이다.
아마 줄칸에게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를 안겨 준 건 이스파이어 공국과의 거래가 결정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제국 다음으로 큰돈을 만지는 이들이 우군이 되었으니 저절로 마음이 풍족해지고 인내심과 자비심 그리고 용기가 생긴 것이리라.
돈이란 그런 것이었다.
“이 모자란 예산만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금고가 또 탈탈 털리는 건 아니겠지?”
오히려 재호가 걱정하는 이상한 상황.
“허허, 그렇게까지 미련하진 않습니다. 누구와 다르게 말이죠.”
“…….”
“엘리시아 화원의 운영 자금은 따로 뺀 예산입니다. 그 나머지 자금이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져올 곳이 없습니다.”
“흠…….”
사실 재호가 가진 패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플리스트에게 받은 백지 수표.
다만 이건 자금 출처를 설명하기가 어려웠고 눈치 없이 가져오기도 그랬다.
플리스트 쪽에서는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말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의가 있지 않은가?
‘A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조절해야만 했다.
“…줄칸. 아니면 이번 일도 투자자 모집을 해 볼까?”
“예?”
재호는 또 한 번 무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