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15
914화
이미 철도 공사에는 강력한 스폰서가 있었다.
바로 루로아 황녀.
물론 그녀의 투자는 공개적인 일이 아니었다.
황궁이 아닌 황녀의 개인 재산을 은밀하게 후원하는 것으로, 일종의 취미 생활 같은 느낌이었다.
신분 탓에 지원해 주는 금액의 단위가 취미 수준이 아니긴 했지만.
“아마 그 정도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이나 단체는 잘 없겠지.”
그래도 뉴월드 세계에 부자들은 많았다.
NPC든 플레이어든, 재호가 벌이는 일에 발을 담글 수 없을까 기웃거리곤 했으니까.
그런 부자들을 잘 꼬드긴다면 제법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렇게 투자를 받으면 저희는 뭘 돌려줘야 합니까? 무언가 대가를 주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열차를 이용해 움직이는 광고판을 만들어 주는 거지.”
“예?”
재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줄칸.
“간단한 거야. 열차 옆면에 투자자들을 위한 홍보물을 부착하는 거지.”
“……그런 걸로 홍보 효과가 있긴 한 겁니까? 아니, 겨우 그런 걸로 투자를 받아 낼 수 있겠습니까?”
“해 보기 전엔 모르지. 안 되면 그때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
방금까지 재호와 함께 낭만을 꿈꾸던 줄칸의 기분이 차게 식었다.
어쩐지 재호 특유의 주먹구구식 일처리가 또 한 번 진행되는 것 같았으니…….
“눈 딱 감고 믿어 보라고!”
이번에도 역시 신뢰는 생기지 않는 믿음이었다.
* * *
철도 공사 투자자를 구하기 위한 홍보를 준비하는 사이, 재호는 요리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최종 우승자 10인.
재호는 시상식을 진행하며 그들이 그렇게 부르짖던 배지는 우승 상품으로 제공했다.
우승자들을 상대로 보상을 너무 짜게 책정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막상 이게 그들이 요구한 것이었으니…….
이후 우승자 10인을 한 명씩 따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재호는 꽤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 중에는 레벨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요리 스킬이 생각보다 낮은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전혀 상관없는 클래스의 플레이어도 있었는데, 알아보니 현실 직업이 요리사라고 했었다.
그걸 통해 뉴월드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재호의 관심을 제일 많이 끈 사람은 따로 있었다.
닉네임 [유통기한].
재호는 들어 본 적 없는 이름.
단순히 이상한 이름 탓에 관심이 간 건 아니었다.
“스승님이 누구라고요?”
재호는 마주 앉은 유통기한에게 물었다.
“고든 램페이지입니다.”
“…….”
그녀의 입에서 나온 낯익은 이름에 재호는 당황했다.
고든 램페이지는 재호가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났던 요리사였다.
그저 스쳐 지나간 사람이었을 뿐이지만, 당시의 경험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그 사건 덕분에(?) 징징이를 만날 수 있게 되기도 했고 말이다.
즉, 그만큼 기괴한 인연이라 할 수 있었다.
-잠깐만. 왜 기괴한 인연이 되는 건데?
징징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뭐, 거기서 벌어진 일들이 정상적이진 않았잖아.”
귀족들을 상대로 벌였던 사기 요리 현장이었으니까.
-근데 네가 착각하는 게 있어.
그때 꼰대가 재호를 향해 말했다.
-그 인간은 분명 평범한 요리사였어. 하지만 너를 만난 뒤에 뒤틀려 버린 거지.
“그, 그건…….”
확실히 당시 재호의 요리에 크게 감명받은 후, 고든 램페이지는 괴식 전문가로 노선을 크게 트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았다.
물론 그 이후의 사정에 대해서 재호는 잘 알진 못했다.
아주 가끔 들은 근황을 토대로 그렇게 추측할 뿐.
“흠흠. 죄송하지만 스승님에 대한 험담을 이야기를 제자 앞에서 하는 건…….”
“헉! 죄송합니다.”
뒤늦게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은 재호가 사과했다.
속으로만 말했으면 정령들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 있었을 텐데…….
-…….
-와…….
아무튼 고든 램페이지의 제자라는 사실은 꽤 놀라웠고 내심 친밀함도 느껴졌다.
“그런데 사실 방금 하신 말들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스승님은 일반적인 요리사와는 분명 다르니 말입니다.”
유통기한은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뛰어난 모험 정신으로 무장한 스승님은 그 어떤 요리사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시죠. 곁에서 지켜보며 항상 감탄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요…….”
재호는 뒤늦게 걱정되었다.
“혹시 대회에 이상한 재료는 안 썼죠……?”
기억을 더듬어 봐도 딱히 비주얼이 이상한 요리는 없었던 것 같았지만, 혹시나 해 확인했다.
“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스승님의 요리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스승님의 모든 걸 배우며 일부 요리들의 위험성은 잘 알고 있습니다.”
‘위험성…….’
요리에 붙어선 안 될 이야기였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요리로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스승님은 일반 요리에 대한 조예도 깊으며, 그쪽으로도 가르침을 많이 받았기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뭐 괴식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녀의 말에 재호는 얼른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자신이 괴식이라고 표현한 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채로…….
“아닙니다. 괴식이라 불리는 건 결국 보편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요리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그래서 스승님의 요리를 모험이라고 저도 말한 겁니다.”
유통기한도 그런 요리를 황녀에게 내놓는 건 자칫 자신의 겜생을 조져 버릴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 맛을 떠나 괜히 암살 시도 같은 걸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스승님의 별식이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때 당당히 황궁의 초청을 받아 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솔직히 재호는 그런 날이 올까 싶긴 했지만…….
“혹시 그럼 고든 램페이지도 엘리시아 화원에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저와 함께 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스승님께서 꼭 전해 달라던 말씀이 있습니다.”
“예? 무슨……?”
“제자인 제가 우승한 뒤, 알시아 님에게 혹시 따로 인사를 드릴 수는 없겠는지 말입니다.”
꽤 의미심장한 이야기였다.
‘마치 고든 램페이지는 자기 제자가 우승할 줄 알았다는 느낌이네.’
생각해 보면 괴식 전문가가 되기 이전의 고든 램페이지도 뛰어난 요리사로 유명하긴 했었다.
“좋습니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얼마든지 가능하죠.”
재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쩌면 이번 일에 대한 다른 조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 * *
고든 램페이지와의 만남은 금방 곧장 이루어졌다.
나머지 우승자들과의 시간이 끝난 뒤, 유통기한의 연락을 받은 고든 램페이지가 꽃집으로 찾아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하. 편히 고든이라 불러 주십시오.”
예전에 만났을 때와는 신분이 완전히 달라진 재호.
그렇기에 고든 또한 변화된 태도로 재호에게 먼저 예를 갖추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재호의 인사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그날 이후, 큰 깨달음을 얻고 다시 태어난 저는 무척 바쁘고 흥분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최고의 제자도 얻을 수 있었지요.”
그 깨달음이라는 건 아마 재호가 만들어 낸 저주받은 음식일 터.
‘뭐… 내 기억에도 강렬하게 남았으니 이 사람은 오죽할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감정 변화였다.
“그건 그렇고… 날 만나고 싶어 했다고 들었는데?”
“예, 그렇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단순히 인사를 위해 요청한 건 아닐 터였다.
“그렇습니다. 사실 폐하께서 이번 요리 대회를 개최하실 때부터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요리 대회예요?”
의외의 이야기였다.
고든 정도 되는 요리사는 굳이 이런 이상한 요리 대회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 이전에 고든은 참가 기준도 미달이었다.
그는 임모탈리언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아쉬운 대로 제자를 출전시켰지요.”
“그럼 대회도 계속 지켜보셨겠군요.”
“하하, 그렇습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제자가 가장 실력이 뛰어난 것 같았습니다.”
고든의 솔직한 평가에 재호는 웃음으로 답했다.
만약 이런 이야기가 대회 전이나 도중에 나왔다면 공정하지 못한 사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유통기한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낸 우승자였다.
그렇기에 고든의 말은 그저 충만한 자신감의 표현일 뿐이었다.
“하지만 조금 아쉽긴 합니다.”
“어떤 점이 아쉽죠?”
“폐하에게 영향을 받아 탄생한 제 비전 요리법이 아닌 평범한 요리로 경쟁한 것 말입니다.”
“…….”
현실 파악은 아무래도 스승보다 제자가 더 잘 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대회에 관심이 있었다는 건 정확히 어떤 의미입니까? 베기스에 관한 관심인 겁니까?”
“예. 식욕의 대공을 위한 요리사가 필요하다는 걸 보며 생각했죠. 내 요리의 한계를 볼 좋은 기회가 왔다고……!”
유통기한은 말했었다.
고든의 모험심을 존경한다고.
“해서 조심스럽게 여쭙습니다만… 혹시 임모탈리언만을 대상으로 대회를 진행한 이유가 있습니까?”
“아, 그건 고든이 말한 것처럼 대악마의 전속 요리사가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마계에서 계속 머물러야 하는데, 평범한 사람은 그것이 불가능하죠.”
“흠……. 하긴 임모탈리언들은 마계를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다 되는 건 아니긴 했다.
저레벨 플레이어가 마계로 건너가면 평범한 NPC와 마찬가지로 지독한 마기에 잠식되어 죽을 테니까.
“저희 같은 요리사들은 당연히 버티기 힘들겠군요.”
고든은 금방 이해했다.
“아쉽군요. 식욕을 주인이라는 존재에게 제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혹시 방법은 없겠습니까?”
그의 요청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해도 워낙 위험한지라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가긴 어렵습니다.”
플레이어야 부활이 된다지만, 만약 고든이 죽는다면?
“제자를 한번 믿어 보시죠.”
“음……. 하긴, 녀석은 제가 지금까지 가르쳐 본 모든 이들 중, 최고의 재능을 지녔으니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현실을 받아들인 고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일주일 뒤, 야심차게 출범한 10인의 요리 결사대는 식욕의 대공 베기스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들의 요리를 모두 맛본 베기스의 평은 이러했다.
[이미 먹어 본 중간계의 요리와 크게 다를 것 없다. 맛은 있지만, 철학이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중간계에는 더 뛰어난 요리가 있을 것이다.]식욕의 대공이라는 녀석이 대체 왜 음식에서 철학을 찾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최악의 상황은 벌어졌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
그때 베기스는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녀석이 말하더군. 자신의 스승은 대륙 최고의 요리사라고. 그를 데려와라.]난데없는 전개에 재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