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24
923화
일성 플라워즈로 걸려온 낯선 전화.
“네- 일성 플라워즈 운영팀 금빛나입니다. ……네? 어, 어디라고요? 네? 예?”
당황한 직원은 몇 번이나 되물으며 전화 너머 상대를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전화 너머 상대는 결코 게임단을 찾을 이들이 아니었으니까.
“감독님? KRT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통화 종료 후, 두표를 찾아온 직원.
“KRT? 거기가 어디지? 해외 언론이에요?”
“아뇨. 한국 철도공사요…….”
“응? ……아.”
잠시 뇌가 멈췄던 두표.
그는 KRT를 모르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저 한국 철도공사에서 게임단에 연락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철도공사가 왜 우리한테 연락했대요?”
“황재호 선수가 최근 추진 중이던 일과 관련해서 논의하고 싶대요.”
“재호가 하는 일?”
재호가 최근 뭘 했나 곰곰이 생각해 보는 두표.
굵직한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보니 바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철도’라는 점에 집중하니 금방 알 수 있었다.
“아, 맞다. 사막 순환 열차를 만든다고 했지.”
늘 역대급이라고 말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재호의 또라…… 아니, 정신 나간 계획.
그렇지 않아도 소속 선수의 대외 이미지 관리도 하는 입장으로서 그 일로 골치가 아픈 참이었다.
커뮤니티에서 재호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철도공사에서 관심을 보인다고?
“지금 전화 연결되어 있어요?”
“아뇨. 일단 공문을 보낼 테니 한번 보고 연락을 달래요.”
“하하…… 뭐 이런…….”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준비한 걸 보면 작정한 모양이었다.
“저도 당황스럽더라고요. 아니, 철도공사가 뉴월드에 관심을 보일 줄은…….”
직원의 말에 두표도 동의했다.
“그런데 뭐……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닌 거 같네요.”
게임단은 선수들의 게임 플레이까지 사사건건 간섭하진 않는다.
철도공사 쪽에선 재호의 소속이 일성 플라워즈기 때문에 연락을 했을 뿐, 직접 문서를 확인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오롯이 재호의 몫이었다.
“하하…… 황재호 선수도 이거 들으면 깜짝 놀라겠네요.”
“그렇겠죠. 아니다. 워낙 이상한 짓을 많이 하고 다녀서 의외로 덤덤할지도요?”
스마트폰을 든 두표는 단축번호 0번을 누르며 답했다.
* * *
덤덤할 리가 없었다.
게임을 끄고 나온 재호는 두표의 부재중 기록이 남은 걸 보곤 곧장 전화를 걸었다.
“예?”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하고 잠시 후, 손에는 일성 플라워즈 쪽에서 보내준 한국철도 문서가 들려 있었다.
“이게 무슨…….”
처음엔 혹시 두표가 장난치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장난치고는 문서에 들어간 공이 보통이 아니었다.
“대체 왜 KRT에서 이걸…….”
맥락이야 대충 알 수 있었다.
재호가 뉴월드에서 진행 중인 열차 사업에 한국 철도공사가 협력사가 되고 싶다는 것.
뭐, 기차는 기차니까.
그런데 뉴월드의 열차에 철도공사가 투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뉴월드 내의 귀족들도 꺼리는 사막 열차인데, 더 연관성이 먼 현실의 기관에서 투자하겠다?
‘물론 투자 규모가 엄청나게 크진 않지만…….’
게임에다 실제 철도 사업에 투자하듯 과감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래도 꽤 도움이 될 만한 규모이긴 했다.
‘근데 제정신으로 한 게 맞긴 할까? 받아도 되는 건가?’
어쩐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역시 안 되겠다.”
결국 결정을 내리고 부정적인 답을 돌려주었으나 철도공사 쪽에선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만나서 구체적인 이야기라도 들어보지 않겠냐며 재차 제안이 온 것이다.
하지만 재호는 다시 거절했다.
그러자 이번엔 구체적인 제안서를 보내왔다.
거기엔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적혀 있었고 그걸 본 재호도 이 투자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었다.
“핵심은 홍보 모델 계약이었구나.”
철도공사 쪽에서 바라는 건 재호의 KRT 전속 모델 계약이었다.
사막 순환 열차에 투자하겠다는 건 사실 재호의 계약금이었고.
결국 사막 순환 열차 투자는 그들의 본심을 감추기 위한 연막이었다.
처음부터 인게임을 통한 홍보 효과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들으니 괜찮아 보이네.”
뭐, 계약금을 투자금이랍시고 내놓은 건 조금 괘씸했지만…….
애초에 거절했던 건 이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모호해서였으니 말이다.
재호는 관계자를 만나 보기로 하고 미팅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일성 플라워즈에서 준비해 준 자문 매니저와 함께 철도공사를 방문해 사람들을 만났다.
“하하하! 정말 반갑습니다! 황재호 선수!”
호탕한 웃음과 함께 재호에게 악수를 청하는 중년 남성.
“KRT 홍보실 실장 주덕호입니다!”
대표자의 환대에 이어 따라 나온 부하 직원들의 인사까지 들은 뒤, 재호도 악수를 나누었다.
“황재호입니다.”
“흐흐- 세계 최고의 선수를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저 정말 황재호 선수가 선수 활동을 하기 전부터 팬이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사심이 가득한 주덕호의 모습.
어쩌면 이번 일이 그의 강력한 의지와 주장으로 추진된 건 아닐까 싶었다.
“제가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르실 겁니다.”
“그 말씀은…….”
“황재호 선수야말로 저희 KRT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전 정말 예전부터 차세대 홍보 모델로 황재호 선수를 추천했는데…… 어휴.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받아들이질 못하는지…….”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인지 방금 만난 재호에게도 서슴없이 상사 욕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하지만 재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반대하지 않을까?’
주덕호는 대체 재호의 어떤 점을 보고 열차 홍보 모델을 추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실례지만 대체 저의 어떤 점을 보고 KRT 모델로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야 당연히 속도 아니겠습니까?”
“속도요?”
재호의 민첩함이 괴물 같은 수준이란 게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호의 피지컬을 대표하는 것이 속도는 아니었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왜 고속열차 모델을 게이머가 한단 말인가?
“옛날부터 인터넷 광고 모델로 프로게이머들을 쓰지 않았습니까? 별로 이상한 것도 아니죠.”
“어…… 저 잘못 알고 온 거 아니죠? KRT에서 나오신 거 맞죠?”
“하하, 기차나 인터넷이나 대충 비슷한 것 아니겠습니까?”
“전혀 안 비슷한데요…….”
하나도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에 재호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혹시 이 제안서가 확실히 통과된 게 맞긴 합니까? 아까 윗분들이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신다고 들었는데…….”
영 불안해진 재호가 재차 물었다.
“물론입니다. 이제 황재호 선수는 글로벌 대스타이지 않습니까? 제아무리 캡슐 게임에 보수적인 키마 꼰대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죠.”
“키…… 키마 꼰대…….”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업무 용어에 재호는 말문이 막혔다.
“사실 큰소리도 좀 치고 왔습니다. 옛날에 진작 섭외했다면 황재호 선수의 몸값이 조금이라도 쌀 때 계약을 했을 텐데, 이젠 말도 안 되게 비싸져 버렸다고 말입니다. 핫핫핫!”
“크, 크흠…….”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만 골라서 하는 탓에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그나마 KRT 쪽에서 나온 부하 직원들의 붉어진 얼굴 덕분에 마음이 놓였다.
주덕호가 지금 하는 말들이 단순히 재호의 얼굴에 금칠하기 위한 게 아니라 평소에도 이렇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아! 그나저나 정작 중요한 계약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군요. 혹시 저희가 보내드린 제안서를 살펴보셨나요? 어떠셨나요?”
“아, 뭐……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조율할 부분에 대해선 저희 매니저님과 논의를 하고 왔습니다. 그와 관련해선 매니저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시면 될 것 같네요.”
왠지 계속 대화를 나누다간 수렁으로 빠져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재호는 얼른 전문가에게 넘겼다.
“흠흠, 그럼 상세 계약 내용에 대해선 저와 이야기를 나누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황재호 선수. 흐흐.”
매니저가 말했지만, 대답은 재호에게 하는 주덕호.
그를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오늘 기념사진을 잔뜩 찍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재호의 안일한 생각이었다.
계약 합의가 이뤄지고 도장을 찍은 후, 언론 배포용 기념 촬영을 할 때가 되자 갑자기 어디선가 사람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허허- 황 선수. 반갑습니다.”
“이거이거 월드스타와 사진이라니 자식들이 부러워하겠는데요?”
“하하하, 다들 황재호 선수 부담스럽게 왜들 그러십니까? 아, 그런데 황재호 선수! 혹시 따로 사진 한 장만…….”
KRT 소속 간부들이 기다렸다는 듯 재호와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이곳이 철도공사 건물인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재호가 또 언제 여길 오겠는가?
그렇게 재호는 철도공사 사장과의 보도용 사진을 촬영한 뒤, 약 한 시간 동안의 기념 촬영을 마친 후에야 철도공사를 떠날 수 있었다.
* * *
[속보) 한국 철도공사 KRT의 전속 모델로 황재호 낙점!] [황재호와 철도공사의 콜라보. 안전하고 빠른 KRT의 이미지에 적합.]재호와 철도공사 사장이 엄지를 치켜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소식이 빠르게 전해졌다.
이 의외의 소식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특히 한국 플레이어들은 놀란 건 물론 당혹감도 느꼈다.
-KRT? KRT가 왜 황재호랑?
└기사에 다 나와 있잖아. [황재호 선수의 스마트함과 흔들리지 않는 민첩함은 더 안전하고 더 빠른 첨단 초고속 열차 서비스 KRT와 잘 어울립니다.]
└……전혀 안 어울리는데.
└나도 어울린다곤 안 했음.
-근데 너무 뜬금없잖아. 원래 KRT는 연예인 광고 모델 잘 안 쓰지 않나?
└황재호도 연예인은 아니긴 하지.
└그럼 더 이상하지. 프로게이머를 열차 모델로 쓰는 건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어지지 않는 연관성.
-혹시 이번에 알시아가 준비한다던 사막 순환 열차랑 관련 있는 거 아님? 거기 돈 구한다며?
└그게 더 말도 안 되지. KRT에서 뉴월드 내 열차에 투자한다고 하면 당장 시위해야 함. 거기 세금 들어가지 않냐?
물론 광고 모델로 선정하기에 재호의 인지도는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는 걸 모두가 인정했다.
하지만 하필 KRT다?
무어라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사람들은 무언가 숨겨진 게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흘러가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재호의 국내 호감도가 워낙 높은 덕이었다.
뉴월드의 독보적 존재이자 한국 사람들에게 늘 치사량 수준의 국뽕을 선사해 주는 인물이었으니까.
-에이~ 황재호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봐라. 절대 구린 짓은 아닐 거다!
└우리 재호 하고 싶은 거 다 해!
뭐, 재호가 아닌 KRT 쪽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할 작정이긴 했다.
큰맘 먹고 섭외한 슈퍼 모델인 만큼 정말 알뜰하게 뽑아 먹을 계획을 세웠으니까.
재호와 KRT의 화보 촬영과 곧 공개 예정인 신형 초고속 열차 시승식, 자선 사인회, 꿈나무와 함께하는 캡슐 열차 여행 행사 등등.
사실 재호가 받기로 한 금액에 비하면 조금 많은 일정이긴 했지만, 철도공사 나름대로는 재호를 잡으려고 무리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개중엔 사회 환원성 행사도 있었기에 재호가 받아들이기도 했고.
하지만 KRT가 잔뜩 신나서 일정을 공개하는 건 예기치 못한 문제를 불러왔다.
재호를 보려고 몰려드는 사람들?
아니, 정확히는 그 사람들 속에 섞인 ‘누군가들’이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