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26
925화
한 달 동안 벌어진 끔찍하고 잔혹한 사건.
중국 국적의 칼잡이들이 일반인을 집요하게 노린 초유의 사태.
물론 잡힌 이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원한이라거나 애국심에서 스스로 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열두 명이나 되는 인원이 고작 한 사람을 노린다?
당연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짓말이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조직에서 움직인 것이라면… 과연 지금까지 확인된 열두 명이 전부일까?
재호를 노리는 사람이 혹시 더 있진 않을까?
이미 세 번째 습격을 받은 이후로 재호와 재호 주변 사람들은 신변 보호 조치에 들어갔다.
다만 그 조치에 사람들은 의구심을 보냈는데, 재호가 조치 이후에도 여섯 번이나 습격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경찰들을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보호하고 있기에 한두 번도 아니고 추가 습격이 여섯 번이나 벌어진 것이냐며 말이다.
당연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비판은 둘째 치고 그만큼 일이 벌어졌는데도 재호가 다치지 않았단 것에 안도하는 것이 현실.
열두 명이나 되는 전문 칼잡이들을 움직일 정도라면 결코 작은 조직은 아닐 터였다.
거기다 공교롭게도 모두 중국 국적인 상황.
이 일이 외교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진 않겠지만, 한국으로선 상당히 불쾌한 일인 건 사실이었다.
정황상 가디언 길드 쪽에서 움직인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
그리고 그 가디언 길드는 중국 정부에서 추진한 단일 길드였다.
즉, 이 사태를 중국 쪽에서 주도하진 않았을지언정 모르진 않을 게 확실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전부 심증.
자국민을 향한 악의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연쇄적으로 시도한 일에 대해 항의를 하려 해도 확실한 증거 없이는 불가능했다.
최선은 국내 들어와 있는 중국 쪽 범죄 단체의 철저한 감시와 밀입국자 단속에 최선을 다하는 것.
지극히 형식적인 대응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할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에휴… 이게 뭔 난리냐.’
집안에 콕 박혀 한 달 가까이 감시에 가까운 보호를 받으며 생활 중인 재호.
다행히 알려진 대로 재호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러니 이 사태와 별개로 사람들은 또 한 번 증명된 재호의 피지컬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다른 상대도 아니고 전문 칼잡이들을 상대로 도망치긴커녕 도리어 제압해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재호는 칭찬으로 들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재호도 놀랐으니까.
사람들은 재호의 시원시원한 대응에 환호했지만, 사실 정말로 위험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랬다.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칼을 휘두를지 모르는 상황인데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진짜 걱정되는 건 지인들이지.’
다행히 주변 사람들을 향한 위해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과격하게 일을 벌인 자들이라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일.
그래서 일부러 가장 위험한 사람인 자신보다 가족과 지인들의 보호를 더욱 신경 써 주길 요청했다.
하지만 위험에 제일 노출된 당사자가 재호라 그리 부탁을 하더라도 경찰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에겐 재호의 사비를 들여 사설 경호원을 붙여 놓을 수밖에…….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경찰 사이에 둘러싸여 지내던 중, 일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경찰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재호를 노리는 이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열두 명이 끝이 아니었다.
이 일의 배후에는 가디언 길드가 있었고, 다들 알듯 가디언 길드는 정치권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그리고 또 정치권은 암흑가 권력과도 가까운 법.
그래서 삼합회도 이 일에 나름 신경을 썼다.
뛰어난 실력자들을 엄선해 한국으로 보냈다는 뜻.
하지만 일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황재호가 제법 몸 좀 쓴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운동 신경이 좋은데다 게임 내에서 엄청난 실력을 보여 준다고 하더라도 칼을 보는 순간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이다.
러시아 칼잡이와의 싸움?
그때도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첫 습격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준비를 했다.
그렇게 당하면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트라우마가 확실히 남을 것이라 예상하고 말이다.
하지만 실패했지만…….
2차, 3차로 준비한 이들도 실패.
그래도 삼합회는 더 많은 걸 준비해 놓았다.
다만 지금은 주목도가 너무 커진 탓에 잠잠히 있었지만, 조용히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올 터였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아이고, 우리 친구들 여기 옹기종기 모여서 뭣들 하고 있을까?”
삼합회 쪽 한국 내 비밀 아지트 중 하나.
그곳에서 때를 기다리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조직원들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복사 붙여넣기라도 한 듯, 새카만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빽빽이 입구에 서 있었다.
말을 한 이는 가장 앞에 선 젊은 남자였는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게 보통 사람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넌 뭐냐?”
이 아지트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물고 있던 담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 도박하고 있었던 거야? 여기 도박장 간판도 없던데?”
“…형사님입니까?”
“네 눈엔 내가 형사로 보여? 경찰이 이렇게 양복 쫙 빼입고 다니던?”
“…….”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형사가 아니라면…….
“깡패 새끼군. 너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냐?”
관리자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기? 글쎄. 그건 이제 그쪽한테 직접 들어 봐야 할 거 같은데?”
“아니, 넌 알아.”
저 눈깔은 알 것 다 알고 왔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쪽 동네 돌아가는 생리도 알고 있다는 것이며, 그럼 여길 굳이 건드려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알 터였다.
한국 내 조직 중, 굵직한 몇 곳은 자신들과 밀접한 관계였기에, 굳이 삼합회에서 나서지 않더라도 어쭙잖은 것들은 한국 선에서 다 처리가 될 테니까.
“혹시 새로 장사 시작한 놈들이냐? 그래서 무리를 좀 해 보려고?”
관리자의 물음에 그는 피식 웃었다.
“상황 파악 안 되는 모양인데? 우리는 너희를 아는데 너희는 우릴 모르는군.”
“뭐?”
“에휴… 멍청한 새끼들. 여기가 너희 안방이냐? 그러게 적당히 하지 왜 선을 넘어?”
스르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싶자 주변의 조직원들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어허- 괜히 설쳐서 팔다리 불구 되진 말라고. 어차피 여기 들어온 우리 말고도 밖에 쫙 깔렸으니까. 좋게 좋게 가자고.”
“흐흐, 허세는. 소화할 수나 있는 건지 견적도 짜지 않고 막 달려드는 초짜들이 제대로 된 놈들을 긁어나 모았을까? 시커먼 옷 입는다고 칼에 구멍 안 나는 거 아니다?”
위협적인 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상대.
“이거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오히려 한쪽 입가를 뒤틀며 비웃음을 보냈다.
“야. 너희 엿된 거야. 똑바로 처신 안 하면 앞으로 한국에서 장사 못할 줄 알아.”
“뭐?”
“푼돈 좀 벌어다 주니 내버려 둔 거지, 어디 선을 넘으려 해?”
거기까지 말한 남자는 뒤에 선 이들을 향해 고갯짓했다.
“이 새끼들 싹 조져.”
그 한마디로 시작된 싸움판.
핏물이 여기저기 튀는 거 보면 몇 명 정도는 죽을 험악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이미 수도권 각지에 숨은 중국 관련 조직과 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었으니…….
한국 암흑가 전체가 들썩인 이 사태.
한국 깡패, 건달 우두머리들이 손을 잡고 일을 꾸몄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공권력 쪽도, 언론 쪽도 움직이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결코 알 수가 없었다.
즉, 묵인해 준 것이다.
다름 아닌 재호를 노린 삼합회를 차단하기 위해서.
그들이 나서서 그들을 박살 내 주겠다고 하니 고개를 잠시 돌려 주기로 합의가 된 것이다.
이이제이란 이런 것 아니겠는가?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재호를 위해 한국의 주먹들이 힘을 합친 상황.
물론 이게 오롯이 재호만을 위한다고 볼 순 없었다.
점점 힘을 키우며 침범해 오는 중국 세력을 견제하기 위함도 있었으니…….
하지만 어디까지나 명분은 재호.
사실 감정적인 면만 보면 그게 가장 크긴 했다.
결국 그 이유를 표방하며 이권과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뒷골목 세계가 손을 잡고 삼합회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거기에 다른 중국 출신 조직이나 업자들은 덤.
당연히 그들이 모두 삼합회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변까지 시달리면 중국 내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불만이 나올 터.
이쪽에서 터뜨려 바다 건너편을 정신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피 튀기는 싸움이 며칠 동안 이어졌고, 마침내 중국 쪽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 일을 전면에서 추진 중인 삼합회를 향해 애먼 피해를 본 조직 및 정·재계 사람들의 불만이 점점 커진 것이다.
그러자 삼합회는 기다렸다는 듯 발을 뺐다.
애초에 이 일은 처음부터 하고 싶지 않았고, 하루하루 갈수록 실질적인 피해는 자신들만 보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재호가 다시 자유로워진 건 다시 한 달이 지난 뒤였다.
표면적으로는 경찰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시행하며 재호가 안전해진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윤석호 형사는 재호와의 마지막 인사를 위해 찾아온 자리에서 슬쩍 귀띔해 주었다.
아무래도 피해 당사자인 만큼, 혹여 남아 있을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조폭들이요?”
“뭐, 그런 셈이죠. 이게 참… 공권력의 무능함만 보여 주는 것 같은데…….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피해자 처지에선 어영부영 정리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테니 말씀드립니다.”
재호 못지않게 거대한 윤석호 형사.
하지만 실제로 마주 앉은 두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는 두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진짜 인간 자체가 강하다는 게 저런 거구나.’
형사 생활하면서 윤석호 형사만큼 살벌하게 생긴 사람 본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란히 놓고 보니 아니었다.
재호 앞에 있는 윤석호 형사는 어쩐지 깜찍해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뭐, 그렇다고 깡패놈들이 황재호 씨에게 은근슬쩍 접근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물론 이번 일에 대해 헛소리를 하지도 않을 테고요. 저들도 어쨌든 얻을만한 게 있으니 그 짓을 한 거거든요.”
윤석호 형사는 혹여나 재호가 깡패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질까 싶어 얼른 덧붙였다.
“아닙니다. 어쨌든 많은 분이 절 도와줬다는 것만 기억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하하, 맞습니다. 그리고 뭐 당사자 앞에서 이런 말을 하기 민망하지만, 황재호 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지 않습니까? 그러니 김치 좀 먹은 이상 화가 날 수밖에 없죠.”
“어쨌든 감사합니다. 그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아휴, 당연한 일을 해야 했던 것뿐입니다. 고생은 황재호 씨와 주변 분들이 했죠. 오히려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뒤, 떠나려던 윤석호 형사가 걸음을 멈추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섰다.
“저…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기념사진 한 장만 찍을 수 있겠습니까? 그간은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말씀을 차마 못 드렸습니다. 사실 지금도 영 거시기하긴 하지만…….”
“아! 물론입니다.”
재호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윤석호 형사와 어깨동무를 한 채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며칠 뒤, 지인의 지인을 타고 유출되었다.
-옆에 귀여운 아저씨 누구임?
└강력반 스타 형사 181cm 110kg 윤석호 반장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