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34
933화
포세이돈 교단의 축복이 자신이 없어서 세운 추잡한 계획 같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바다에선 포세이돈의 축복은 큰 효과가 있었다.
포세이돈 교단의 사제들이 지닌 신성력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바다의 신에게 받은 가호였다.
바다에서만큼은 그 어떤 교단보다 더 적합한 효과를 지닌 것이 사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들이 실제로 어찌 느끼냐는 것이다.
포세이돈 교단이 처음 나타났을 때, 축복을 받은 로나 영지의 뱃사람들은 무언가 평소와 다름을 느꼈을 것이다.
평소보다 고기가 잘 잡힌다거나 파도가 덜 친다거나 말이다.
재호가 가진 포세이돈의 권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가호가 당신이 탄 배에 내립니다.] [지속 효과 : 당신이 탑승한 모든 종류의 선박은 항해 속도와 선회력이 증가합니다.] [사용 효과 : 당신이 탑승한 모든 종류의 선박이 파도의 힘을 받아 항해 속도와 선회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해적왕 고유 스킬입니다.]이렇듯 항해에 영향을 직접 주는 것들.
즉, 뱃사람들이 덜 지치거나 균형 잡기 편하다고 느낀 건 이런 항해에 도움 되는 축복들 덕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것들은 실체가 없으며 결국 느낌에서 그치는 게 문제였다.
뚜렷하게 확인되는 게 아니었으며, 며칠만 지나면 익숙해지며 다름을 느낄 수 없을 터.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람들은 옵티마 교단의 말을 듣곤 포세이돈 교단의 축복이 허상이라고 생각하기 좋았다.
몸으로 느껴지는 축복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는 축복이니까.
그 상태에서 옵티마 교단의 강력한 축복을 받아 비교 체험을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
‘역시 명품 교단의 축복이라고 하겠지.’
옵티마 교단의 축복이 바다와 관련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축복 자체로 뱃사람들을 강화해 버리면 무조건 포세이돈 교단보단 더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포세이돈 교단이 주는 축복의 진짜 힘은 단순히 사람을 강화하는 게 아닙니다. 그걸 사람들에게 알려 줘야 합니다.”
증명을 위해서 하얀 거짓말(?)을 조금 하려는 것일 뿐.
“사기를 치는 건 오히려 옵티마 교단 쪽입니다. 그들이 하는 건 항해와 관련 없는 축복이니까.”
재호의 말에 서루발 용왕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의미로 하는 말인지는 알겠군.”
바다와 전혀 관련이 없는 교단이 있는 척 허세를 부리고 있었으니까.
“평범한 인간은 그런 걸 자세히 알 수 있을 리 없겠지.”
“맞습니다. 그래서 확실히 알려 주려 합니다. 바다 위에선 포세이돈 교단보다 더 뛰어난 곳은 없다는 걸.”
“흠…….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군.”
서루발 용왕은 탐탁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애초에 포세이돈 교단이 힘이 있다면, 스스로 증명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우스운 짓으로 얻은 거짓 믿음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픈 곳을 찌르는 서루발 용왕.
“뭐… 틀린 말씀은 아니긴 합니다만…….”
아무리 재호의 이름과 배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전파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아나볼릭 교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미 먼 과거부터 살신성인의 자세로 신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정의를 실현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과거 아나볼릭 교단의 실력이 형편없었나?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늘 한결같이 대단했다.
현재 아나볼릭 교단의 큰 성장조차 노력과 실력에 비하면 아직 모자라고 생각될 정도로.
“실력이 있더라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건 다른 문제죠.”
“그렇다면 포세이돈 교단은 실력이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재호는 당당하게 거짓말을 했다.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속마음은 안 그런 것 같군.”
전설 NPC답게 재호의 속마음을 바로 읽어 낸 서루발 용왕.
“크흠……. 가능성이란 게 원래 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포세이돈 교단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곳이니 말이죠.”
하지만 앞서 한 말들은 진심이었다.
“눈뜬 채로 빼앗길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옵티마 교단 같은 곳에서 바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면, 아트리우스 입장에서도 썩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말이죠.”
현재는 바다의 의지를 회복시키느라 강제로 막아 두었지만, 사람들이 왕래할 당시에도 아트리우스는 인간 문명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은 경계했었다.
그랬던 아트리우스이니 재호의 마지막 말은 제법 신경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포세이돈 교단은 다르다?”
“그렇죠. 저는 용왕님과 인어들의 친구지 않습니까?”
“하하하!”
재호의 말에 서루발 용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 그래…….”
그는 가만히 곱씹더니 서루발 용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뒷짐을 진 채 한쪽 벽면의 테라스로 향했다.
“아트리우스는 지금까지 극도로 폐쇄적으로 생활해 왔지. 하지만 그대의 등장으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나 또한 어느새 그대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는 것 같더군.”
테라스로 밖으로 보이는 아트리우스의 전경.
아름다운 수중 도시 곳곳엔 인간의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탈출하지 못하고 아트리우스에 갇힌 난민들이긴 하지만, 어느새 그들을 아트리우스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들 또한 그리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꽉 막혀 있던 서루발 용왕의 생각에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에게 아트리우스의 기술력을 공유해 주지도 않았을 테지. 이런저런 이유를 대긴 했지만…….”
그의 말대로였다.
지금 재호가 용기를 낼 수 있는 것도 그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트리우스가 평안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하지만 바다 밖 세상과 이어지려는 걸 막을 수가 없음도 느끼고 있다. 세상의 흐름은 아무리 대단한 권력자라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마 아트리우스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잠시 말을 멈춘 서루발 용왕이 재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대와 내가 맺은 서약을 기억하는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건은 아트리우스의 안전.
만약 인간들이 아트리우스에 피해를 준다면 재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수를 해야만 한다.
“어찌 보면 지금 상황도 서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부일지도 모르겠군.”
재호는 그렇게까지 생각해 보진 않았다.
하지만 서루발 용왕이 굳이 저리 말한 건 나름대로 자신을 배려해 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어 준 것이다.
만약 이 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의 일부는 서루발 용왕이 나누겠다는…….
“감사합니다.”
재호는 감사 인사를 전했고 서루발 용왕은 잠시 미소를 띠었다 지웠다.
“그대에게 아트리우스의 기술 지원을 허락한 이후, 줄곧 고민했고 이젠 결심을 내렸다. 그렇기에 선언하지.”
결의에 찬 서루발 용왕의 단호한 시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아트리우스는 포세이돈 교단을 지원해 주도록 하겠다.”
“?!”
“단, 우리는 예로부터 신을 따로 모시진 않았기에 포세이돈에 대한 예를 갖출 생각은 없다.”
기대하지도 않은 수확이었다.
그렇기에 뒷말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핵심은 아트리우스에서 포세이돈 교단을 전적으로 지원해 주기로 했다는 것.
“괜찮겠습니까?”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 그리고 우리는 바다의 신이 남겨 둔 화신체 를 오랫동안 관리해 왔다.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세상의 흐름이란 게 이쪽으로 강요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는 속으로 삼킨 서루발 용왕이었다.
* * *
옵티마 교단 슈저 대주교는 로나 영지에서 발생한 포세이돈 교단과의 충돌을 교황청에 보고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을 확인하곤 미소 지었다.
그 안에는 향후 교단 내에서 자신의 권력을 확실히 보장해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쯧쯧.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얼른 움직였어야지.’
옵티마 교단은 알시아와 엘리시아 화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원수지간이 되어 버렸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일이 포착되지 않았다.
마치 자신들에겐 관심도 없다는 듯한 엘리시아 화원의 태도.
그러다 전혀 다른 쪽에서 수상쩍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다름 아닌 아나볼릭 교단.
엘리시아 화원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당장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건 아나볼릭 교단이라 할 수 있었다.
빠르게 성장한 교세는 어느덧 5대 교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게 된 원인은 엘리시아 화원이기에 그쪽에 더 집중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아나볼릭 교단이 이스터디 교단과 접촉했다는 정보를 확인하곤 분위기가 묘해졌다.
아나볼릭 교단이 아무리 영향력이 커졌다고 해도 교단 연합 전체와는 비교 불가였다.
하지만 만약 그들 역시 새로운 연합을 만들어 불만 많은 중소 교단을 규합한다면?
그건 세상이 반으로 쪼개어진다고 해도 될 사건이었다.
특히 이스터디 교단은 기존 거대 교단의 굵직한 인사들이 모여 만든 곳이지 않은가?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아나볼릭 교단과 이스터디 교단은 모두 엘리시아 화원과 친한 곳.
그렇다면 알시아가 교황으로 있는 포세이돈 교단도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을 거라 예측했다.
그래서 조사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교단 인근의 영지에서 수상쩍은 활동을 하는 걸 확인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당연히 막아야지.
아나볼릭 교단과 이스터디 교단은 이미 덩치가 커져 버려 견제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대륙에 아무런 영향력을 못 미치는 포세이돈 교단은 아니었다.
다른 두 교단처럼 덩치가 크기 전에 박살 내 버린다면 그들이 무슨 일을 꾸미든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리라.
바로 그 첫 단추는 잘 끼워졌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알시아를 벌써 만난 건 당황스럽긴 한데…….”
그 불같은 성정은 옵티마 교단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수틀리면 일단 다 때려 부수는 폭력적인 인물.
그래서 이번에도 전투가 발생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며칠째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포세이돈 교단 쪽도 활동을 자제하는 중이었다.
“이미 기세가 넘어가 버려 포기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여론이 돌아가 버렸으니 체면상 모습을 보일 수 없겠죠.”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대주교님이 있는 한 망아지처럼 날뛸 수 없을 겁니다.”
사제들의 듣기 좋은 말에 슈저 대주교는 미소 지었다.
“하나 분명 이대로 물러나진 않을 터. 철저히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역시 대주교님의 혜안은 대단합니다!”
슈저 대주교의 원론적인 말에 모두가 크게 감탄한 듯 요란하게 반응했다.
“아! 그리고 인근의 다른 항구들 쪽도 장악이 끝났다고 합니다. 아마 이대로라면 포세이돈 교단은 결국 그 썩은 호수로 도망갈 것입니다.”
“음! 잘되었군요.”
“그나저나 웃기지 않습니까? 바다의 신을 모시는 교단이 호수에 자리 잡고 있다니 말입니다.”
“허허- 듣기로 그곳의 호수는 무척이나 넓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면 바다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르지요.”
“하하하! 그럴싸한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서로 웃고 떠들던 그때.
“대주교님. 급히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경계를 서던 성기사 한 명이 그를 찾아왔다.
“무슨 일이지요?”
“그게…….”
난처한 표정으로 망설이던 성기사.
“어업에 나섰던 어선들이 돌아왔는데… 물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답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죠?”
“그것이 저희 교단의 축복 문제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