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36
935화
아트리우스에서 전격 협력을 약속받은 재호.
서루발 용왕의 허가가 떨어지자 인어들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아이쉬는 이 작전의 대장으로 임명되어 재호의 계획을 들었다.
“로나 영지 앞바다에 물고기가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들 거야.”
사실 이 계획을 처음 떠올렸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꼈었다.
-정말로?
너무 나쁜 짓이었으니…….
-나쁜 짓 맞아.
재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정령들이니…….
“아무튼 반 정도는 그렇다고 하자.”
굳이 포장하자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말했듯, 옵티마 교단의 수작에 순순히 물러선다면 진짜 피해를 보는 건 포세이돈 교단이 아니었다.
바로 이 일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
대형 교단들이 바다와 그 너머 다른 세계에 관심을 보이는 건 알고 있었다.
현재 유일하게 교류가 가능한 곳은 위스트넌.
그런데 위스트넌은 로나 영지와 거의 반대편에 있었다.
그만큼 떨어지는 접근성.
그럼에도 옵티마 교단이 로나 영지에 나타난 건 오로지 포세이돈 교단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로나 영지의 사정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방해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재호가 물러나면 저들은 로나 영지를 방치해 버릴 것이다.
굳이 투자할 가치가 없는 지역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로나 영지를 위해서도, 포세이돈 교단을 위해서도 이 싸움에선 재호가 이겨야 했다.
“그때까지만 눈 딱 감고 어민들을 괴롭혀 주자고.”
-뭐… 의도는 알겠는데…….
굳이 괴롭혀 주자는 표현을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은 게 꼰대의 생각이었다.
저런 사소한 표현이 재호의 진정성을 자꾸 의심하게 했으니까.
어쨌든 이번 작전에서 재호는 나름대로 정한 선은 있었다.
“단, 절대 사람들이 다치면 안 돼.”
오직 어업만 방해하는 선에서 끝나야 했다.
어차피 인어족인 그들에게 몰래 물고기들을 몰아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테니까.
“흠, 그거론 좀 아쉽지 않아?”
하지만 아이쉬는 재호의 나약한(?) 생각에 반대를 표했다.
“좀 더 파격적으로 나가야 해.”
“파격적이라니……? 아무도 다치면 안 된다고 방금 말한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 우리 역시 무고한 이들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아!”
다리 대신 물고기 꼬리가 달린 아나볼릭 교단 같은 느낌의 인어들.
그 정도로 강렬하고 위협적인 비주얼을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이들은 평화주의자였다.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찌르지 않는…….
“물고기를 쫓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 봐야 어부들은 생각하겠지. 그저 운이 나쁠 뿐이라고.”
“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는 포세이돈의 영향력을 보여 주기 모자라. 바다의 신인데 고작 물고기가 안 잡히는 건 멋이 안 나잖아. 좀 더 확실하게 보 여주려면 바다 그 자체를 이용해야지.”
그래서 아이쉬는 제안했다.
좀 더 직접적으로 항해를 방해하고 거대한 자연 현상을 일으키자고.
물론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그게 가능해?”
“물론이지. 용왕님이 허락한 이상, 우린 거칠 것이 없다고!”
그래서 벌어진 일이었다.
완벽하게 연출된 바다 위 위협적인 풍경은…….
효과는 확실했고, 사람들은 이제 똑똑히 알게 되었다.
포세이돈 신의 분노를……!
그런데 이 일 직후,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겼다.
[포세이돈 신이 자신을 향한 인간의 두려움에 크게 만족합니다.]“?”
갑작스러운 포세이돈의 만족.
물론 포세이돈 교단의 활동은 궁극적으로 포세이돈을 만족시키기 위함이긴 했다.
하지만 이건 그저 과정일 뿐, 포세이돈을 위한 게 아니었다.
‘두려움에 만족한다고……?’
돌이켜 보니 포세이돈은 좀 이상했다.
교단의 교황인 재호에게 이상하리만치 벽을 세우는 포세이돈.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건 또 아니었다.
이따금 관심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아나볼릭 교단을 통해서 그 뜻을 전달했다.
딱 한 번, 직접 재호에게 존재감을 표시한 적도 있긴 했는데…….
‘클립스에서였지.’
대륙의 숨겨진 역사를 알게 되었을 때, 신들이 단체로 재호에게 경고를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재호를 응원한 신들도 있었는데, 바로 아나볼릭과 사사, 포세이돈, 이렇게 셋이었다.
앞의 두 신과 달리 포세이돈에 대해선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그 일로 최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반골 기질이 있나 본데?’
주류를 거스르는 신들인 아나볼릭과 사사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건 의미심장했다.
‘뭐 그래서 좋은 걸 얻었지.’
그런데 처음 이 스킬을 보는 순간, 재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신들은 참 티 내는 걸 좋아하네.’
재호는 신의 권능을 품은 스킬을 여러 개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스킬 앞에 자기 이름을 붙여 놓으며 자기애를 과시했다.
당연하지만 신의 힘을 품은 스킬은 하나하나 가치가 대단했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딱 하나도 얻기 어려운 특수 스킬.
즉, 사실 하나만 놓고 보면 괜찮았다.
뚝 떼어 놓으면 무게감 있어 보이고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모아 보니 기괴하게 느껴질 뿐.
‘아,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니지.’
재호는 정신을 차리고 새로 얻은 스킬을 옵티마 교단의 대응에 맞춰 어찌 활용할지 고심했다.
[5초 동안, 당신은 바다의 눈으로 수면 위의 대상을 올려다볼 수 있게 됩니다.]다소 모호한 설명.
하지만 해당 스킬을 직접 사용해 본 재호는 용도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다를 특정하는 정확한 좌표를 알 수 있다면, 해당 위치의 수면을 볼 수 있는 스킬!’
엄청나지만 동시에 극도로 제한적인 스킬이기도 했다.
수면 위의 정보만 알 수 있다는 것도 그랬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다 위의 좌표가 지상과 개념이 다르다는 것.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바다를 정의하는 좌표.
그건 아직 현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보였다.
“아이쉬. 이걸 어떻게 해야 써먹을 수 있을까?”
목적은 분명했다.
이 스킬을 이용해 현재 바다로 진출한 옵티마 교단 전체를 견제하고 싶은 재호.
“보자, 이런 건 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되겠는데?”
“누구?”
“하이가!”
“…아!”
를 관리하는 고대 인어들.
바다의 모든 정보에 통달한 그들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될 터였다.
* * *
오랜만에 만난 하이가와 고대 인어들.
짧은 댄스 타임 이후, 그들에게 본론을 꺼냈다.
“오호- 포세이돈에게 받은 권능이라. 그 좀생이 신이 웬일이지?”
“크흠…….”
부정하기 어려운 말에 재호는 헛기침으로 대답했다.
“하하핫! 포세이돈이 아주 신뢰하는 모양이군.”
“뭐, 그런 거 같아.”
아마도.
“그나저나 뭘 고민하는 건지 모르겠군.”
“응?”
하이가의 말에 재호는 의문을 표했다.
“문제는 바다의 눈을 특정할 좌표를 어찌 알아내느냐지. 맞아?”
“응. 정확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바다 좌표는 이 에서 알아낼 수 있고?”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를 직접 이용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하이가라면 도움을 줄 것 같다는 아이쉬의 말에 찾아왔을 뿐.
“그나저나 알고 있겠지? 이 는 까마득하게 오래전, 포세이돈이 남긴 화신체라는 걸.”
“기억하고 있어.”
“사실 를 이용해 좌표를 알아내는 건 어려운 것도 아냐. 하지만 매번 여길 찾아오는 건 귀찮지. 그리고 그걸 대신할 만한 걸 넌 이미 가지고 있어.”
“음? 그런 게 있었던가?”
인벤토리에 워낙 이상한 걸 잔뜩 넣어 다니는 재호.
그래서 바로 떠오르는 건 없었다.
“쯧쯧. 적극적으로 활용한 적은 없나 보네. 가 있잖아!”
“?!”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템이었다.
[] [등급 : 신화] [이 세상 바다의 모든 것이 담긴 완벽한 해도이나,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바다의 의지가 깃들어 고대 인어족만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보통의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저주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반경 10km 내의 모든 육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알시아) 외의 사람들이 사용할 경우, 전체 체력의 50%가 즉시 감소하며 1%는 영구 감소됩니다.] [항해 관련 스킬의 수준에 따라 패널티가 조절됩니다.]
바다의 모든 것이 담긴 정보의 보고!
하지만 재호가 를 바로 떠올리지 못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이거 근데… 쓰기 좀 애매하잖아.”
물론 의 성능을 100% 쓸 수 있다면 가능하고도 남았다.
아니, 더 대단한 일들을 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플레이어에게 허락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시스템 제약이 생겼고, 제한된 거리와 육지의 위치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항해 스킬이 높아지면 패널티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여전히 특정 바다의 좌표를 확인하는 건…….
“그 정도는 내가 도와주지! 포세이돈의 권능이 있다면 방법이 있거든.”
하이가는 지도를 빼앗듯이 가져가더니 허공으로 둥둥 띄웠다.
이어 의미 불명의 춤을 추더니 곧 지도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저 지도를 만들어 준 것도 하이가였지.’
를 받았을 땐 정말 놀랐었다.
말도 안 되는 사기템이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
바로 패널티가 걸리면서 김이 조금 새긴 했지만 말이다.
파앗-
빛이 사라지며 다시 재호의 손으로 돌아온 .
그리고 아이템 설명에 새로이 추가된 구절이 있었다.
[ 스킬을 사용해 해당 위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헉?!”
그리고 스킬에도.
[를 통해 원하는 좌표를 즉시 살펴볼 수 있습니다.]재호는 즉시 해당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10km라는 제한이 있긴 해도 현재 밝혀진 거대 대륙들은 정확히 표시된 .
거기서 목표로 잡은 건 위스트넌 대륙의 항구였다.
화아-
재호의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화면이 펼쳐졌다.
물속에서 수면 위를 바라보는 시점.
하지만 빠르게 수면으로 상승하더니 정확히 수면 위아래를 반반으로 갈라진 시야를 보여 주었다.
‘가시거리가 제한되긴 하지만…….’
간신히 보이는 해안가의 항구,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수인들의 모습!
[ 스킬이 해제됩니다.]5초라는 짧은 시간.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좋아!”
주먹을 불끈 쥔 재호.
“그럼 시작해 보자!!”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아이쉬에게 외쳤다.
“대륙에 있는 모든 항구를 조사한 뒤, 옵티마 교단이 있는 곳은 싹 다 박살 내 버리는 거다!”
재호는 악당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방금 박살 내 버리겠다고 말한 거… 모르는 것 같지?
징징이의 물음에 꼰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차고 넘치게 악당이면서 악당은 아닌 척하는 재호를 보며 둘은 헛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