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39
938화
옵티마 교단이 주도하는 교단 연합에서 신성연방국.
당연히 실제 건국까지…… 아니, 합의하고 선언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선수를 쳐서 먼저 신성 국가를 만들어 버린다면?
저들이 준비한 신성연방국의 정통성을 와해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신성연방국은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태죠. 그러니 더욱 좋습니다.”
신성연방국을 만드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연합과의 합의.
젠트르노 황태자를 찾아온 건 옵티마 교단의 탄보르 교황이었다.
다른 교단의 관계자는 없었는데, 그 말은 곧 저쪽에서도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
‘아마 지금쯤 서로 삿대질해 가면서 떠들고 있을지도 모르겠지.’
당연히 다른 교단에선 크게 반발할 터였다.
애초에 이번 사태는 그들과 관련이 없었다.
옵티마 교단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더니 급기야 신성연방국을 세우자?
그 말을 순순히 듣겠는가?
“하긴……. 연합과 달리 국가가 되면 왕도 있어야 할 텐데, 건국이 합의되어도 초대 국왕의 자리를 놓고 한참 싸우겠죠.”
젠트르노 황태자도 이해가 간다는 듯 말했다.
“황태자님 말씀대로입니다. 그리고 옵티마 교단은 물론, 다른 교단도 그 권력을 절대 놓으려 하지 않겠죠.”
양심이 있다면 최소 옵티마 교단에선 한걸음 물러서야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보았다.
“내부에서 한참 싸울 겁니다. 그러니 저희가 먼저 빠르게 움직이면 선수를 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흠……. 뭐, 좋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국이 할 거라곤 어느 쪽이든 신생 국가를 공식 인정해 주는 것 말곤 없으니 위험 부담도 그리 크진 않아 보이는군요. 그런데…… 대왕은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성 국가의 역할까지 감당할 수 있습니까?”
“아! 제가 하려는 건 아닙니다.”
“예? 그럼 아나볼릭 교단입니까?”
“그곳도 아닙니다.”
아나볼릭 교단도 훌륭한 교단이었다.
그들이 만약 나라를 세우고 다스린다면, 그 어떤 나라보다 평화로운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아나볼릭 교단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스트로앤 교황이 신의 사자인 동시에 악마 대공이기도 하단 게 문제지.’
물론 재호는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트로앤 교황을 아는 모두가 그리 생각할 것이다.
숭고한 희생의 결과이니까.
하지만 적대하는 쪽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공격할 그들이니 사실 왜곡은 어려운 일도 아닐 터.
‘그럼 시작부터 흔들릴 위험이 커.’
물론 그전에 스트로앤 교황은 이 제안 자체를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정일치 국가가 탄생하는 것인데, 그런 강압적인 문화는 아나볼릭 교단의 성향과 달랐다.
‘내가 생각하는 신성 국가 컨셉과도 안 맞고.’
재호가 처음부터 생각해 놓은 교단이 있었다.
* * *
완식, 진아와 오프라인에서 따로 만났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너희 신성 국가 만들래?”
“……너 혹시 뭐 잘못 먹었냐?”
완식의 첫마디.
“음…… 어지간해선 얘 이야기에 반대만 할 텐데……. 이건 좀 충격적인 발언이긴 하네.”
이스터디 교단의 교황 진아도 드물게 완식의 말에 동의했다.
“교단이 안정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갑자기 나라를 세우라고?”
진아는 어처구니없단 얼굴로 물었다.
“이스터디 교단 스타일이랑 잘 어울리지 않아?”
“대체 어떤 점이?”
“근본 없잖아.”
“…….”
재호의 말에 진아와 완식은 말문이 막혔다.
“트,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이스터디 교단은 주체가 되는 신이 없었다.
교단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각자가 어떤 신을 모시든 간섭하지 않는다.
신이란 감히 인간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지고의 존재.
그렇기에 자유로운 신앙을 보장했다.
모두가 신의 목소리를 듣고 신에게 더 가까워지고자 하는 곳이 바로 이스터디 교단!
강요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신정 국가와는 확실히 달랐다.
“겉보기엔 그렇지.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내부가 어지럽다는 뜻이기도 해. 내가 교황이긴 하지만 나만큼 영향력이 큰 사람이 몇이나 되거든. 당장 그라타 대주교만 해도…….”
이스터디 교단 설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전 옵티마 교단 대주교 그라타.
그와 함께 이스터디로 이적한 타 교단의 고위 성직자들은 모두 교단 운영에서 한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원로로서 이스터디 교단 운영을 여전히 돕고 있었고, 그렇기에 은근히 파벌이 나뉜 상태였다.
“굳이 물고 뜯고 싸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 다들 잠잠할 뿐이지. 실제로 최근 교단이 안정되자 슬그머니 욕심을 내는 사람도 있어.”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했다.
집단이 만들어지고 권력이 생겨나면 욕심은 싹트는 법.
“그나마 우리 거점이 크루마라서 대놓곤 못할 뿐이지. 말칸트 대왕이 나를 교황으로 인정했으니까.”
진아의 말을 정리하면, 신성 국가로서 독립하면 욕심 있는 자들이 더는 눈치를 보지 않고 나설 수도 있다는 뜻.
“그런데 재호 말대로면 이대로 가만있어도 안 되긴 하잖아.”
진아가 말하는 동안 조용히 생각에 빠졌던 완식이 말했다.
“만약 정말로 교단 연합이 나서서 나라를 만든다면, 거기 속하지 않는 교단은 싹 다 이단으로 선포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현 교단 연합은 그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진 않고 있었다.
연합체에 속한 교단은 정통성을 인정받아 활동이 자유로워지는 정도.
어지간히 미친 짓을 하지 않는 이상, 연합에 속하지 않더라도 이단 소리는 듣지 않았다.
비록 최근엔 감정적으로 여기저기 “너 이단!”하고 있긴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기에 사람들도 걸러 듣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제국이 인정한 신성연방국이 만들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가뜩이나 신성연방국이란 게 재호랑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온 거잖아. 그럼 재호랑 포세이돈 교단 그리고 아나볼릭 교단을 잡으려는 걸 텐데……. 이스터디 교단도 위험하긴 마찬가지고.”
재호와 절친한 관계인 진아가 이스터디의 교황인 이상, 이 싸움을 모른 척하긴 어려웠다.
“최종적으론 진아를 쳐내고 다시 자기들 세력으로 흡수하고 싶겠지.”
완식의 주장에 재호와 진아도 공감했다.
기존 교단들의 내실이 약해진 건 고위 사제들의 이탈이 컸다.
그들 대부분은 이스터디 교단으로 넘어왔고.
당연히 되찾고 싶을 것이다.
“이스터디 교단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선택해야 한다고 봐.”
재호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신성연방국은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등장하게 될 거야. 저쪽에 주도권을 내주거나, 이쪽에서 먼저 차지하거나.”
“…….”
“……….”
완식과 진아는 서로를 쳐다보며 한참 침묵했다.
“하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돌아온 건 완식의 힘 빠진 웃음소리.
“나만 긴장되는 거야?”
“아니, 나도 긴장되는데. 심장이 벌렁거려.”
진아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런데 재호는 뭐…… 표정이 저러니 알 수가 없네.”
진아는 한결같이 태연한 재호를 보며 웃었다.
“아냐. 쟤 별로 긴장 안 하는 거야.”
“그, 그래?”
진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지만, 부모님 다음으로 재호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완식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에이, 나라고 신경 안 쓰일 리가 있나.”
재호는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나 죽이려고 칼 휘두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강심장이 됐나 봐.”
“너 원래 그랬어. 나였으면 러시아 칼빵에 갔을걸?”
고작(?) 이 정도 일에 긴장하기엔 재호의 삶이 너무 다이내믹했다.
“후- 좋아. 한번 해볼게.”
마침내 결심한 진아.
“나는 진아가 가면 따라가지.”
완식도 어깨를 으쓱하며 받아들였다.
“좋아. 고마워!”
재호는 둘에게 감사를 표했다.
진아와 완식 입장에선 재호의 요청이 분명 부담됐을 터였다.
물론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이스터디 교단에 비수가 되어 꽂힐 일이긴 했다.
하지만 일이 촉발된 건 엄연히 재호였으니 고마울 수밖에.
게다가 교단 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도 둘에겐 새로운 부담으로 느껴질 테고, 어쩌면 진아와 완식의 입지까지 흔들릴지도 몰랐다.
“하하! 부담은 무슨. 재호 너도 우리 도와줄 거잖아. 안 그래?”
“…….”
“……아냐?”
“응? 물론 도와야지! 잠깐 다른 생각 하느라…… 하하!”
“자, 저거 봐. 진아야. 쟤 지금 표정이 거짓말하는 표정이야.”
황재호 전문가 함완식의 말에 진아는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재호는 약점이 더 노출되기 전에 급히 도망쳤다.
* * *
의심을 받긴 했지만, 당연히 재호는 그들에게만 맡겨둘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스터디 교단을 움직이는 건 무조건 두 사람이 해야 해.’
재호가 돕는다면 일을 훨씬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신생 국가 건국을 위한 일.
타국의 왕인 재호가 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명백한 내정 간섭이었고, 신성 국가 등장 이후에도 사람들은 그곳을 엘리시아 화원의 공국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이스터디 교단 스스로 국가를 세우고 인정을 받아야 해.’
재호가 돕는 건 대륙의 조용히 엘리시아 화원 동맹국들에 신성 국가를 향한 경계를 풀어주는 것.
직접 나서서 건국을 돕는 건 절대 보여줘선 안 됐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만남을 이용한 것에 그런 이유도 조금은 있었고.
적어도 현실이 게임보다는 감시의 눈이 덜했으니까.
‘그럼 이스터디 교단 쪽은 두 사람한테 믿고 맡겨두고.’
다시 재호는 아직 진행 중인 옵티마 교단과의 분쟁으로 돌아왔다.
아직 주도권은 포세이돈 교단이 쥐고 있다.
옵티마 교단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포세이돈 교단을 넘어 엘리시아 화원을 압박하는 모양새.
계속 이대로 쭉 끌고 가면 옵티마 교단은 점점 더 궁지로 몰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재호는 그렇게 매몰찬 인간이 아니었다.
‘슬슬 버티기 힘든 영지도 나오는 중이랬지.’
옵티마 교단을 노리다 보니 부득이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항구들.
로나 영지는 오히려 상황이 나았다.
영주인 플레르 후작이 쌓아둔 식량을 풀어 영지민이 굶는 건 막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건 아니다.
상당수의 영주들은 영지민의 고통을 외면했고, 재호는 그걸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럭협을 투입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브리즈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못 하는 거 빼고 다 할 수 있는 전럭협.
그들을 해당 영지로 파견해 은밀히 사람들을 돕기로 했다.
포세이돈 교단을 움직이면 교단 홍보 차원에서도 좋겠지만, 옵티마 교단 쪽에 빌미를 줄 수도 있어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포세이돈 신의 분노가 옵티마 교단을 향한다는 소문도 퍼졌기에 무리할 필요도 없었다.
만약 전럭협이 추적을 당한다?
“흐흐,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어떤 길드보다 소속감이 강하지만, 동시에 뒤통수칠 준비도 된 곳이 전럭협! 우리는 언제든, 아무 거리낌 없이 전럭협을 팔아먹을 수 있도록 교육이 되어 있죠. 아! 물론 정말로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하하하-”
“…….”
재호는 생각했다.
전럭협이 같은 편인 게 참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