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42
941화
꽃집을 찾아온 스트로앤 교황.
재호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교단 연합의 상황을 전해 주었다.
“옵티마 교단이 초대 성왕의 자리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진아킴 교황의 돌발 선언이 그들을 조급하게 만든 모양입니다.”
교단 연합 내부사정을 알고 있는 스트로앤 교황?
그 정보 출처는 재호도 들었다.
“칼벤 교황은 믿을 만한 사람인가요?”
바로 노마인 교단.
“그는 탐욕스러운 자입니다.”
스트로앤 교황은 단호하게 답했다.
“하지만 최소한 신을 모시는 자로서 신앙심은 있습니다.”
노마인 교단은 5대 교단 중, 아나볼릭 교단을 인정해 준 첫 번째 교단이었다.
다만 이후 칼벤 교황과의 만남을 통해 그것이 순수한 뜻에서 나온 게 아니란 걸 알게 되긴 했지만.
당시 칼벤 교황은 스트로앤 교황에게 새로운 교단 연합을 제안했었으니까.
칼벤 교황은 노마인 교단의 부흥을 꿈꾸는 자.
그나마 스트로앤 교황이 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노마인 신을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이기 때문이었다.
“후…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교단 연합에서도 신성연방국을 빠르게 선언할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이스터디 신성국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 끝장을 보려 할 터였다.
“그렇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을 겁니다. 옵티마 교단 쪽에서 크게 양보를 했다지만, 초대 성왕의 자리를 노리는 다른 교단도 많을 테니 말입니다.”
스트로앤 교황도 일부 동의하며 말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답니다.”
그때, 스트로앤 교황이 다른 말을 꺼냈다.
“탄보르 교황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더군요.”
“다른 꿍꿍이라…….”
“저 역시 비슷한 생각입니다. 탄보르 교황은 결코 포기할 자가 아닙니다. 다른 계획이 분명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당장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칼벤 교황도 얻을 수 있는 정보엔 한계가 있었다.
과거에도 5대 교단의 말석에 있던 노마인 교단.
그런 와중에 아나볼릭 교단을 지지했던 이력 탓에 다른 교단의 감정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교황님.”
재호는 문득 궁금해진 게 있었다.
“교황님은 신성 국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죠?”
아나볼릭 교단에 신성 국가 건국을 이야기한들, 그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애초에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궁금하긴 했다.
과연 가장 뛰어난 사제라 할 수 있는 스트로앤 교황, 그가 생각하는 신성 국가는 어떨지…….
“지금도 몇몇 나라는 특정 교단을 국교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그건 거래에 가깝습니다. 왕실이나 영주는 교단에 금전 지원을 하고, 교단은 그 대가로 사제나 성기사를 파견해 백성을 돌봐 주죠.”
현실의 종교와는 개념이 조금 다른 뉴월드의 교단.
“다만 신성 국가는 조금 걱정이 됩니다. 신을 모시는 나라… 교리를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라……. 그곳이 얼마나 편협하고 폐쇄적인 세상을 만들까 두렵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그가 걱정하는 건 현실의 종교들이 가진 문제점 중 하나였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
“교단 연합이 이익을 위해 뭉친 단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였기에 만들어진 연합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된다면 과연 연합이 가지던 포용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나름대로 연방국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시작 전부터 이러니 딱히 미래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것이 스트로앤 교황의 입장.
“정말 우습지만, 어쩌면 성왕의 교단에 따라 국가의 교리가 매번 바뀌는 촌극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재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교단 연합에 대해서만 말씀하셨네요.”
“허허허-”
지금까지 스트로앤 교황이 이야기한 건 신성연방국.
“이스터디 신성국. 사실 신성연방국과 여러 부분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겹치긴 합니다. 이스터디 또한 다양한 신을 모시는 사람들의 모임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연합이라는 불안한 계약에 묶인 게 아니라 정체성 그 자체라는 것이죠.”
이스터디 교단은 다름을 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단’이었다.
그것은 어느 누가 권력을 차지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이스터디 교단의 정체성.
“탄생부터가 포용으로부터 시작된 곳이죠. 단, 그건 어디까지나 진아킴 교황이 살아남아 뜻을 관철할 때나 해당하는 이야기겠지만 말입니다.”
스트로앤 교황도 이스터디 교단 내에서 벌어진 파벌 싸움을 알고 있다.
그것을 어찌 수습하는지에 따라 스트로앤 교황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만약 양쪽 모두 실패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재호의 물음에 스트로앤 교황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뭘 할 게 있겠습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아나볼릭 교단은 오직 이 세계의 평화와 안전만을 생각할 뿐입니다.”
지극히 스트로앤 교황다운, 지금까지 아나볼릭 교단이 걸어온 길이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답이었다.
* * *
이스터디 신성국의 등장으로 대륙이 시끌시끌했다.
뭐, 비웃음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진아는 부지런히 대륙을 돌아다니며 왕실 및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대다수는 심드렁한 반응인데다 교단 연합의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진아는 실망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다른 나라 입장에선 미래의 경쟁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우호적인 곳도 제법 있었지.’
여차하면 은근슬쩍 재호와의 친분도 팔아 볼까 싶었지만…….
“…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대놓고 친분 자랑 아냐?”
진아와 함께 걷던 완식이 뒤에서 따라오는 이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에이, 팀 동료잖아- 서로 돕고 돕는 거지.”
라고 말하는 다키스트!
심지어 다키스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만다와 레드, 우현까지.
재호만 없는 일성 플라워즈 팀이 이번 원정을 함께하고 있었다.
진아가 부탁한 건 아니었다.
그들 역시 돌아가는 상황은 알고 있었기에 자발적으로 돕기로 했다.
그들이 재호의 최측근에 속하는 인물이라는 걸 알 만한 NPC들은 알고 있었다.
재호가 해결한 대륙의 사건 대부분에 일성 플라워즈가 함께했으니까.
물론 개개인으로 놓고 봐도 제법 유명 인물들이었다.
전 옵티마 교단 성녀이자 현 이스터디 신성국의 교황 진아.
적탑에서 여러모로 유명세를 날린 레드.
신흥 강호 흑탑의 장로 다키스트.
엘리시아 화원의 건국부터 함께한 사만다.
그리고 완식과 우현.
“……뭔가 너랑 나만 애매한 것 같다?”
완식의 말에 우현이 민망해했다.
“에이, 그래도 완식이 형은 근본 있잖아요. 스캇맨!”
“…….”
별로 달갑지 않은 별명이었다.
“그리고 나 똥 만진 건 황재호 그 자식한테 속아서 잠깐 했을 뿐이야.”
하지만 최초의 상징성은 강력했다.
어쨌든 이들은 진아에게 둘도 없는 든든한 지원이었다.
가뜩이나 이스터디 신성국의 지원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진아, 완식만 움직여야 했다.
모양새가 살지 않았었는데, 이들 덕분에 무게감이 실려 어깨를 펼 수 있었다.
“근데 진아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냐?”
“음? 뭐가?”
“우리가 재호랑 한편이라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이러면 엘리시아 화원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걸로 보이지 않을까?”
엘리시아 화원과의 연관성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겠다던 게 무색한 상황.
눈 가리고 아웅이 따로 없는 파티 구성이었다.
“그렇긴 한데……. NPC 상대로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처음엔 진아도 걱정하긴 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랑 NPC 사이엔 정보 차이가 있잖아.”
플레이어 눈엔 엘리시아 화원이 이스터디 신성국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걸로 보일 것이다.
인게임에서의 결속력은 물론, 현실에서의 관계까지 고려하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NPC들은 그들이 일성 플라워즈라는 걸 모른다.
엘리시아 화원과 관련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들이 재호와 움직인 사건은 대부분 대륙에 큰 위기가 발생했을 때.
혹은 대륙을 떠나 항해를 나설 때 정도였다.
재호가 대륙 원정에 나설 땐 대부분 혼자-티나와 함께-였다.
그렇기에 NPC 눈엔 그들과 재호의 연결고리가 플레이어보단 약하게 보이는 것이다.
단, 사만다는 조금 문제가 되겠지만…….
그나마 메이가 엘리시아 화원의 2인자로 확실히 이미지 메이킹이 되어 있어 주목을 덜 받긴 했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간 곳들 대부분은 이스터디 신성국에 부정적이었잖아? 그렇다는 건 우리를 엘리시아 화원과 분리한 채 보고 있다는 뜻이지.”
그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당장은 눈도장만 찍어 놓아도 충분해. 시간이 지나 이스터디 신성국이 도약할 때, 우리를 배척했던 이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테니까.”
먼 미래인데다 이루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엥?”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걸음을 멈춘 우현.
“응? 왜 그래?”
“어…….”
당황한 듯,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던 우현이 곧 뭔가 확신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포위당한 거 같은데요?”
“응? 뭐라고?”
드루이드 계열 클래스인 우현은 지금 있는 곳처럼 숲이나 산 같은 곳에선 특히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팀원들도 의심하지 않고 곧장 전투를 준비했다.
“약 30m 떨어진 곳에서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데요?”
“몇 명 정도야?”
“가늠이 안 돼요. 엄청나게 많아요. 거의 군대 수준이라고 봐야 할 거 같아요!”
“뭐?”
생각 이상의 대규모 병력.
“…우릴 노리는 건 맞아? 혹시 근처에 군대가 지나가는 거 아냐?”
완식의 말에 사만다가 고개를 저었다.
“우현은 포위라고 했어. 지나가던 병력이라면 확실히 구별이 되었을 거야.”
“망할… 그럼…….”
그들을 노린 대규모 병력의 접근은 하나의 의심을 만들어 냈다.
“설마 교단 연합 쪽에서?”
“그럴지도. 하지만 지금은 가능성을 고민할 때가 아닌 거 같아.”
진아는 방패를 팔뚝에 단단히 조이며 앞장섰다.
“튀자! 레드! 너는 함부로 자폭하지 말고!”
아무리 최강의 팀이라고 해도 대규모 인원에게 포위당하는 건 위험했다.
게다가 만약 그들이 정말 교단 연합 쪽이라면 성기사로 바글바글할 텐데…….
“어후- 소름 돋아.”
“그, 그러게. 빨리 가자!!”
그들은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릴 감지하고 따라 움직여요!”
우현의 외침으로 확실해졌다.
상대는 명백히 적이다!
“저기 보인다!”
빠르게 달리다 보니 앞쪽의 적들과 금방 만났다.
복면을 쓰고 허름한 망토를 걸친 적들.
정체를 알아볼 단서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교단 연합 쪽이란 의심이 더 강해졌다.
“하압!!”
콰아앙-!!
진아가 어그로를 잡아 두는 사이, 팀원들이 화력을 집중해 길을 뚫었다.
하지만 뚫고 피하고 계속 달리던 그들이 도착한 곳은…….
휘이잉-
아래로 넓은 강이 흐르는 절벽.
앞은 절벽, 뒤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적들.
심지어 강으로 뛰어내리기도 곤란했다.
강 위에 역시 많은 배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쳇. 유도당했네.”
땅으로 도망칠 수도, 강으로도 도망칠 수 없는 완벽한 포위.
아, 딱 하나 방법이 있었다.
“…혹시 글라이더 가지고 있는 사람?”
다키스트는 질문.
하지만 안타깝게도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딴 거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너랑 골드투스, 황재호뿐이야.”
완식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