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51
950화
재호의 아이디어는 기발하긴 했다.
기발해도 너무 기발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
어지간해선 재호의 의견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원과 격려를 해 주던 스트로앤 교황조차 멈칫했으니 더 말해 뭐할까?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혹은 충격적이거나.
“그…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까스로 입을 연 스트로앤 교황의 이야기.
재호는 그 반응을 이해했다.
이 개념이 NPC에겐 확실히 와닿지 않는 게 당연했다.
일종의 전기 충전소 혹은 주유소 같은 개념이었으니.
그래서 재호는 다시 설명해 주었다.
“어차피 축복이라는 게 무한한 건 아니잖아요?”
축복 또한 시간제한이 있는 버프.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다 결국엔 소멸하게 된다.
“한 번 출항한 배가 하루 만에 귀항한다면 괜찮지만, 문제는 바로 며칠씩 항해를 하는 경우입니다. 포세이돈 교단의 장점이라곤 바다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인데, 장기 항해라면 항해 중간에 효과가 사라져 버리죠.”
사제들을 배에 태우고 다니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축복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아! 실제로 교단 연합 내분이 발생하기 전, 교단들이 바다로 관심을 돌리면서 택한 방식이 그러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스트로앤 교황이 방금 떠오른 걸 알려 주었다.
“항해 파견 사제가 따로 있었죠.”
“항해 파견 사제?”
“예. 항해 중엔 많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며, 그만큼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부상자들을 위한 응급 치료 방식은 다소 투박한 것들이 많았죠.”
그래서 항해 파견 사제는 꽤 인기 많은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었고, 교단 입장에선 짭짤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교단들이 바다를 개척하려는 것엔 교세 확장도 있지만, 이런 장점도 있었던 것이다.
단, 단점도 명확했다.
“아무래도 뛰어난 사제들은 배에 오르는 걸 꺼립니다. 애초에 배를 타던 이들도 아니었으니 굳이 고생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죠. 예전 푸른 산호섬에서도 그랬지만, 높은 직위일수록 파견 사제로 나가는 건 좌천이라 생각되곤 했으니 말입니다.”
결국 교단의 공격적인 바다 개척의 이면은 사실 사제들의 자질이 떨어졌던 것.
“바로 그겁니다!”
재호도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거대 교단들도 그런데, 사람도 모자란 포세이돈 교단은 오죽할까요? 게다가 세상의 땅덩이보다 몇 배는 더 넓은 바다. 바다의 신을 모신다는 교단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당해 내야 하지 않겠어요?”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무인 축복 충전소였다.
“배에 포세이돈 교단의 충전용 배터리… 아니, 충전용 신상을 하나씩 설치하는 겁니다. 그리고 축복 충전소에서 기도를 통해 그 신상에 축복을 충전하는 거죠. 그럼 굳이 사제가 같이 배를 탈 필요도 없습니다. 동시에 포세이돈 교단의 영향력도 확고히 할 수 있죠.”
그리고 각 충전소의 성물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고 했지만, 사실 어지간해서는 특별히 할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들어 놓으면 파괴되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
“이해는 했습니다만…….”
스트로앤 교황은 난처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성물이란 건 그렇게 함부로 찍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성물에 들어간 신성력이 자동으로 채워지기도 해야 한단 말입니까?”
“맞아요. 그게 제일 고민이네요. 그 부분에서 스트로앤 교황님에게 조언을 얻으려 합니다!”
재호의 말에 스트로앤 교황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지금 재호가 말한 걸 현실로 비유하자면, ‘무한동력 충전 배터리’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니 만들 방법을 알려 달라는 소리였다.
아무리 스트로앤 교황이 현존하는 사제 중, 가장 뛰어난 존재라지만…….
“개념은 알겠지만, 현실화 가능성엔 의문이 듭니다.”
재호가 말한 것이 정말로 실현된다면 그건 기존 교단 세계의 통념을 뒤집어 엎을 만한 일이었다.
축복은 오직 사제들만이 할 수 있다는 상식을 뒤엎는 일이었으니까.
그게 가능했다면 다른 교단에서도 무조건 했을 터였다.
같은 성직자로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창피하긴 하지만… 돈 되는 일을 그들이 가만 내버려 둘 리 없으니까.
“아니죠! 바꿔 말하면 그동안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었단 뜻 아니겠습니까?”
“그야…….”
“그리고 설령 다른 교단이 이 방법을 알더라도, 그들은 할 수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음?”
재호의 자신만만한 확신에 스트로앤 교황의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자신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했지만, 사실 나름대로 방법을 구상해 놓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 것이다.
그가 아는 재호… 아니, 알시아 대왕은 그랬으니까.
…라고 생각하는 스트로앤 교황의 달리, 재호는 급해서 아무 말을 뱉는 중이었다.
그리고 급한 와중에 끌어온 건 스트로앤 교황이 먼저 이야기했던 내용.
“현재 신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곳은 아나볼릭 교단과 포세이돈 교단이 유일하다고 말씀하셨죠. 그렇다는 건 이번 일도 포세이돈 신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이론이 실현 가능한지.”
“……!”
스트로앤 교황의 당황한 눈빛.
물론 이 이상한 대화 내내 당황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의미가 달랐다.
그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재호가 짚은 것!
“그렇군요……. 신께 직접 물어보면 되는군요.”
물론 성직자는 늘 위대한 존재에게 기도하며 물음을 던진다.
자신의 바람이나 고뇌, 깨달음 등등을 이야기하며.
하지만 보통 스트로앤 교황은 물론, 모든 성직자는 그것이 신을 향한 질문이라곤 인지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대답도 없었고, 스스로 행하는 신앙 공부, 또는 번민으로 받아들였으니까.
그래서 재호가 말한 것이 스트로앤 교황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신께 직접 대답을 원하는 질문을 한다라…….’
물론 이 또한 스트로앤 교황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는 실제로 신과 소통을 하니 말이다.
“이미 비슷한 경험도 있지 않습니까?”
재호는 루로아 황녀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저주를 풀기 위해 이미 아나볼릭 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전적이 있었으니…….
“그렇죠. 그랬었습니다.”
사례가 조금 다르긴 했다.
루로아 황녀는 경우는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를 아나볼릭 신의 힘을 스트로앤 교황이 빌려 지우려 했던 것.
반면 지금은 대놓고 포세이돈 신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상황.
하지만… 재호의 말대로 비슷하다면 비슷하기도 했다.
“좋습니다. 한번 포세이돈 신께 대왕님의 뜻을 전해 보겠습니다. 만약 정말로 포세이돈 신께서 대왕님의 계획을 도와주신다면, 문제가 될 건 하나도 없죠.”
마침내 스트로앤 교황이 재호의 정신 나간 계획을 받아들였다.
‘이게 되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아! 맞아. 그리고 이거 하나도 꼭 전해 주시죠.”
“말씀하십시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 아니, 대륙의 모든 사람이 포세이돈을 찬양하게 될 거라고.”
포세이돈과 대화 한 번 나눠 본 적 없지만, 그의 약점(?)이 무엇인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다만 이 일은 기약이 없기에 생각 이상으로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제아무리 스트로앤 교황이라 하더라도 아무 때나 신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간절한 기도를 통해 의지를 전해지길 기다려야 했다.
“물론입니다. 저도 그간 밀린 일도 있으니 꽃집에서 당분간 머물 예정입니다.”
“허허, 그럼 신께서 말씀이 있으면 곧장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트로앤 교황은 교황청에서 며칠간 기도를 올리며 포세이돈 교단의 뜻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재호도 꽃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포세이돈 신이 당신에게 대행자의 축복을 내립니다.] [ 스킬을 획득합니다.]“?”
화원을 반도 살피지 못했을 때, 당황스러운 알림이 눈앞에 떠올랐다.
* * *
[] [특정 대상에게 을 부여합니다. 해당 효과의 권한은 양도 가능합니다.] [ : 포세이돈이 직접 세상을 관조할 수 있도록 대상에 신의 단말을 새깁니다.]단번에 이해되진 않는 모호한 스킬.
단, 갑자기 포세이돈 관련 스킬을 얻은 걸 보면 스트로앤 교황이 해냈다는 뜻이었다.
‘그새?’
다시 발걸음을 돌려 아나볼릭 교단으로 찾아간 재호는 이번에도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트로앤 교황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허허… 일이 이렇게 쉽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스트로앤 교황은 먼저 아나볼릭 신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고 했다.
포세이돈은 타 교단의 신이기에 직접 소통은 불가능했고, 그래서 이번 역시 아나볼릭 신을 통해 포세이돈의 뜻을 들으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답이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대왕님을 통해 지켜보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그럼 나한테 직접 말 좀 하지. 그래서 뭐래요?”
“모든 것은 바다의 뜻대로.”
“바다의 뜻대로?”
“그 말에 담긴 의미는 저로선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타 교단의 사제로서 함부로 해석할 수도 없죠.”
“음…….”
바다의 신.
그리고 바다의 뜻.
그렇다면 재호는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들었다.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 아닌가?’
아무튼 긍정적인 답인 것 같긴 했다.
“그럼 이건 뭔지 해석 좀 되겠습니까?”
재호는 방금 포세이돈에게 받은 을 설명했다.
“음? 이건……!”
깜짝 놀란 스트로앤 교황.
“신의 시선은 곧 세상을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 하지만 아무리 신이라 해도 세상의 모든 걸 보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당신의 의지가 깃든 생명이나 물체를 통해서만 가능하죠.”
“그럼 은 그 의지를 강제로 부여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신상을 만들어 시선을 부여한다면? 그것을 통해 신께선 자신의 의지와 힘을 보이실 테고, 그것이 곧 성물이지요. 지금 대왕님께 딱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
그럼 해당 효과를 다른 이에게 양도 가능하다는 건 먼 거리의 충전소로 출장 정비사를 보낼 수도 있다는 뜻!
완벽할 정도로 딱 필요한 스킬이었다.
이런 걸 덥석 줬단 건 그만큼 포세이돈도 안달이 난 상태라는 뜻 아닐까?
‘아마 지금 대륙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어서 더 그렇겠지.’
재호를 통해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을 포세이돈 신.
그가 보기에도 지금은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포세이돈 교단에선 이 절호의 기회를 잡을 능력이 없다.
특히 포세이돈 교황청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기도를 올리는 신도들은…….
그들은 정말 뼛속까지 포세이돈을 생각하지만, 정작 포세이돈 입장에선 답답해 미치도록 만드는 존재였다.
실제 행동에 나서 뭐든 좀 해 줬으면 좋겠는데, 과거부터 지금까지 좁은 섬에만 틀어박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나타난 재호가 나타나 판을 흔들기 시작했으니 희망을 품게 되었으리라.
“본인의 명예를 위해 직접 뛰는 신이라…….”
아무도 못 막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