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52
951화
처음엔 미친 생각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가능성 없어 보였던 계획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해결되어 버렸다.
먼저 했던 고민이나 걱정이 민망할 정도로…….
“다 대왕님의 노력 덕분 아니겠습니까?”
“예?”
스트로엔 교황의 난데없는 칭찬에 재호는 진심으로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간 아무리 양심 없는 짓을 많이 해 왔다지만, 이것까지 자신의 노력이랍시고 덥석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허허- 노력이란 것이 어디 오늘 하루만을 놓고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스트로앤 교황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대왕님이 포세이돈 교단을 위해 해 온 일을 돌아보십시오.”
“음…….”
뭐가 있었나 가만 생각해 보는 재호.
“어디 하나 쉬운 일이 있었습니까?”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교단 연합의 견제에도 지금까지 꿋꿋이 버티지 않으셨습니까?”
“음?”
“다른 곳도 아닌 교단 연합입니다. 대륙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실세 중 한 세력. 그들의 집요한 견제에도 무너지지 않고 포세이돈 교단을 지켜 낸 것은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돌이켜 보면 확실히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긴 했다.
또한 재호도 사태가 여기까지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저 포세이돈 교단이 하나의 교단으로서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나아가 바다에서만큼은 확실한 인지도를 가질 수 있길 바랐을 뿐.
그런데 옵티마 교단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이 고행이 시작된 것이다.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여러모로 상황이 재호와 포세이돈 교단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으니.
하지만 재호의 기지 덕분에 결국 포세이돈 교단은 역전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급기야 현 바다의 최강의 종족이라 할 수 있는 인어족도 포세이돈 교단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바다의 신을 모시는 교단과 바닷속 왕국 아트리우스의 연합.
이만큼 잘 어울리는 동맹이 있을까?
“이제 대륙 곳곳에서 포세이돈 교단을 원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포세이돈 신께서 이 광경을 보며 얼마나 기꺼워하시겠습니까?”
“듣고 보니…….”
“사실 내심 놀랐습니다. 저도 대왕님이 이 정도로 파격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성공했고, 그렇기에 이 모든 건 전적으로 대왕님의 노력이라 확언하는 겁니다.”
“하하… 그럼 뭐, 조금 어깨에 힘 좀 줘 볼까요?”
결국 재호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건 날먹이 아닌 노력의 결과라고.
“그런데…….”
재호는 또 의문이 들었다.
대체 포세이돈은 언제쯤 자신에게 직접 이야기를 할 것인지.
“신께서 품은 뜻이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처럼 묵묵히 기다려 보시지요. 허허허-”
스트로앤 교황의 느긋한 말에 재호도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 * *
주라브 섬의 포세이돈 교단 교황청으로 향한 재호.
떠나기 전, 미리 두 명의 대주교와 주교들도 호출했다.
대륙 순회를 위해 나섰다 곧장 돌아오게 된 그들.
불만을 가질 법도 했지만, 재호가 교단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며 언질을 준 덕에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포세이돈 교황청은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전에 없이 바글바글했다.
이 풍경은 포세이돈 교단의 고인물 NPC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우리 교단이 이렇게 북적대는 걸 보니 정말 보기 좋습니다. 늘 이렇게 모여 기도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입니다.”
포세이돈을 향한 기도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이라 믿는 그들.
그 답답함이 결국 포세이돈을 직접 움직이게 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이렇게 다들 모이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앞에 선 교황 재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이렇게 다 불러 모은 것일까?
“갑작스러운 소집에 당황했을 텐데, 이렇게 모여 줘서 고맙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바로 말하도록 하지.”
재호는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오늘부로 포세이돈 교단은 새로 태어날 예정이다!”
“음? 새로 태어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사람들의 물음에 재호는 미리 설치해 둔 패널의 장막을 걷었다.
상단에 [무인 교단 설치 계획]이라고 적혀 있고, 아래에는 대륙 전도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었다.
“무인 교단?”
다들 의아한 반응.
“교황님. 무인 교단이라는 게 뭡니까?”
“말 그대로 사람이 없는 교단이라는 뜻이다.”
이어 재호는 지도에 빨간 점으로 표시된 항구 도시들을 콕콕 집었다.
“붉은 점은 옵티마 교단과 분쟁 중일 때, 우리 편을 들어주었던 영지들이다. 그리고 파란 점은 현재 적극적으로 포세이돈 교단 유치를 원하는 영지들. 즉, 정리하자면 우리가 교단 지부를 확정적으로 세워야 하는 곳들이란 뜻이지. 총 72곳. 뭐, 다들 이 이야기는 대충 알고 있겠지?”
재호의 말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NPC들 역시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 계획의 치명적인 문제 알겠군.”
“인력이 모자라죠.”
“맞아. 현재 포세이돈 교단의 규모로는 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야.”
“후, 아쉽지만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에 대한 NPC들의 반응은 이랬다.
‘이러니 포세이돈이 안 미치겠어?’
재호는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아니. 어느 정도 수준이 아니야. 대부분을 포기해야만 해. 하지만 난 이 기회를 그냥 보낼 생각이 없거든.”
재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포세이돈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릴 기회야. 그리고 신이 그걸 바라고 있고.”
“설마 무인 교단이란 게……?”
재호의 의도를 깨달은 사람들, 특히 NPC들의 표정이 굉장히 안 좋았다.
“말도 안 됩니다. 신을 모시는 장소에 사제를 한 명도 두지 않겠다니요?”
“차라리 지금 하는 것처럼 사제들을 통해 순회를 돌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바로 반발이 튀어나왔지만, 그 이야기는 전부 NPC들에게서 나온 것.
플레이어 쪽에서는 그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니, 대륙이 어디 시골 바닥인 줄 아는 겁니까? 기약도 없이 우리더러 뺑뺑이만 돌라고요?”
“여기 박혀서 편하게 기도만 하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은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의 그런 불만도 당연했다.
특히 아무리 교단 소속이라 해도 게이머로서 개인적인 시간은 꼭 필요했다.
계속 대륙 순회를 한다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자, 서로가 가지는 불만은 잘 알아. 그래서 이 계획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거야.”
재호는 티나를 향해 고갯짓했고, 그녀는 다음 패널을 꺼냈다.
거기 적힌 건 문제의(?) 축복 충전 시스템.
재호는 스트로앤 교황에게 했던 이야기를 교단 사람들 앞에서 다시 풀었다.
그 반응은 뭐…….
“미친 거 같은데?”
“에이, 농담하신 거겠죠.”
대주교 롱클린과 킹붕어도.
“흠… 교황직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최근 옵티마 교단의 압박 탓에 정신을 놓은 것 같습니다.”
NPC들도.
방금까지 서로 으르렁대던 두 집단을 하나로 화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흠흠, 잘 생각해 봐. 그렇게 이상한 것만은 아니니까.”
재호의 말에 롱클린이 손을 들었다.
“그냥 들었을 땐 진짜 기발한 것 같거든?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가능해야 하잖아.”
그 말에 NPC들도 동의했다.
“맞습니다. 게다가 설명에 의하면 성물에 준하는 신물이 아주 많이 필요한 것 같은데, 대체 그걸 어찌 구한단 말입니까?”
“성물을 찍어 내면 되지.”
“?”
극적인 연출을 위해 아직 재호가 이야기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
스윽-
재호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반대 손엔 오는 길에 주웠던 반들반들한 돌멩이를 쥐었고.
[ 스킬을 사용합니다.]파아앗-
돌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하고 푸른빛.
마치 바다 아래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일렁이며 사람들의 눈을 홀렸다.
특히 NPC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허… 허업?!”
“이 광활하고 시린 신성력은……!”
포세이돈을 위해 늘 기도해 온 그들은 바로 알아챘다.
재호가 무엇을 하는지…….
[이 에 부여되었습니다.]그렇게 완성된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돌멩이.
“오오오……!”
“이, 이럴 수가!!”
어느새 재호 앞으로 다가온 그들은 재호의 손에 들린 돌멩이에 바짝 붙어 확인했다.
그리곤 하나둘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털썩 쓰러지더니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넋이 나간 채로 쳐다보는 플레이어들.
“갑자기 이게 뭔 짓거리래?”
롱클린이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돌멩이에 기도하는 거 같은데?”
“…….”
대답을 바란 질문이 아니었지만, 킹붕어는 친절히 답해 주었다.
당연히 상황 파악에 하나도 도움은 안 되었다.
“방금 알시아가 기적을 보여 줬거든. 그러니 저렇게 기겁하면서 기도를 하는 거야.”
이번엔 바다가 끼어들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기적?”
롱클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돌멩이를 살폈다.
“돌에다 뭔가를 한 건 알겠는데, 기적이라고 할 정도나 돼?”
아무리 봐도 그의 눈에는 그저 화려한 돌로만 보였다.
하지만 포세이돈 교단에서 정식 사제 과정을 밟고 있는 바다는 달랐다.
“알시아가 저 돌멩이를 성물로 만들어 버렸어.”
“응? 성물?”
그제야 롱클린과 킹붕어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재호를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짱돌을 든 깡패 앞에 무릎을 꿇고 비는 것 같은 풍경이지만…….
“성물이란 게… 저렇게 막 만들 수 있는 거야?”
롱클린과 킹붕어가 대주교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교단 세계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래서 아직 제대로 감은 오지 않았다.
“당연히 아니지.”
바다가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
“보통 성물이라는 건 신이 직접 중간계에 남기는 흔적 같은 거라고. 다른 교단들에도 성물은 많지 않을걸?”
“근데 쟤는 찾아낸 것도 아니고 만들었다며?”
“그래서 기적이지.”
거기까지 말한 바다도 기도 대열에 참여했다.
사제로서 작은 보상이라도 챙기려면 계속 가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나만 이상한 거 아니지?”
“아마도?”
롱클린은 말에 킹붕어도 동의했다.
하지만 롱클린보다는 킹붕어가 좀 더 진취적이었다.
그녀도 슬그머니 사람들 사이에 껴 기도를 시작했으니까.
“자! 이 정도면 증명이 됐겠지?”
재호는 위풍당당하게 소리쳤다.
“대, 대체 어찌 된 것입니까?!”
기도를 마친 NPC들의 외침.
하지만 그건 추궁이 아니었다.
어느새 그들의 눈에는 경의가 가득했으니.
“포세이돈 님께서 내게 임무를 내려 주셨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가 포세이돈의 이름을 모르도록 하라!”
말을 제멋대로 지어내며 태연히 신을 능멸하는 재호.
하지만 포세이돈이 직접 내어준 이 막대한 권한은 곧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뜻일 터!
“하면 저 미친 계획은…….”
“어허! 무엄하다!”
재호는 호통을 치며 말을 막았다.
“아까는 몰랐기에 눈감아 주었지만, 이제는 알았으니 자제하도록. 모든 계획은 포세이돈 님의 뜻이다.”
“오오오-”
그제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NPC들.
그리고 상황은 모르겠지만 플레이어들도 덩달아 탄성을 터뜨리며 호응했다.
그 모습에 재호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면 죄책감 때문에라도 반발을 못하겠지.’
이렇게 재호는 포세이돈 교단을 모두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언젠가 쟤는 천벌 받을 거야.
포세이돈 동상 머리 위에 앉은 꼰대의 말에 징징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동감하긴 하는데, 신상 머리 위에 앉은 채로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
물론 징징이 역시 포세이돈의 어깨 위에 드러누운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