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58
957화
로두카와의 대화가 없었다면 절대 떠올리지 못했을 가정이었다.
현재 대륙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정체불명의 악마.
그 존재가 무무만의 스태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무무만은 그 스태프를 오래전부터 쓰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럼 그 악마가 스태프를 넘겨줬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렇지 않다면 진작 빼앗았을 테니까.
‘아마 목적이 있어서 내버려 둔 거겠지.’
재호의 손을 통해 뤼니오르에게 넘어가는 것도 어쩌면 의도를 갖고 방치한 것일지도 몰랐다.
다시 탈취할 방법이 없어 지켜보는 것이라곤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거대한 비밀과 관련된 악마가 시답잖은 존재일 리가 있겠는가?
“어쩌면 그쪽도 스태프의 비밀을 풀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
“그렇지. 그리고 또 중요한 건 그 일기장.”
로두카는 재호의 말에 동의하는 동시에 일기장을 가리켰다.
“내가 살펴보니 거기엔 의도적으로 조작된 흔적이 있어.”
“조작됐다고?”
재호는 일기장을 다시 펼쳐 살펴봤지만, 딱히 이상한 건 보이지 않았다.
“악마의 손을 탄 물건이야. 페이지를 찢거나 지우는 식으로 조작을 했겠니?”
“그럼 마기가 느껴지는 이유가 특수한 능력을 썼기 때문이구나.”
“근거는 그뿐이 아니야. 가만 생각해 봐.”
로두카는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일기장의 주인은 악마와 오랫동안 교류를 해 온 것 같은데, 악마에 대한 언급은 이상하리만치 없잖아?”
물론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도와준 상대가 악마라는 것 정도만 언급되어 있었다.
그 외 다른 설명은 전혀 없는 것이 사실.
“듣고 보니 그렇네?”
예전에는 그걸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방법을 알아냈다. 다만… 이 방법은 온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악독한 일이었다. 이 방법을 제안해 준 자가 악마라는 걸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뉘앙스만 보면 그저 악마의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약간의 자괴감을 느낀 것으로만 보였기 때문.
“혹시 일기장에 남은 흔적으로 그 악마를 추적하는 건 안 될까?”
재호의 물음에 로두카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로두카는 재호에게 밀수업자 퀘스트도 내준 상황.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 악마가 밀수업자일 가능성도 충분했다.
“아쉽지만 그건 어려워.”
하지만 로두카는 고개를 저었다.
“내 권속이 아니거든.”
“그럼… 도 몽마들이 빼돌린 게 아닌 거네?”
로두카령에서 만든 장난감들은 서큐버스나 인큐버스 등의 몽마를 통해 대륙으로 은밀하게 공급된다.
그리고 그 물량은 철저히 관리되는 것이 대부분.
그래서 밀수한 악마 역시 몽마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계속했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로두카는 몽마의 짓이 아님을 확정 지은 것이다.
“일기장에 남은 마기는 아마 탐욕의 대공 쪽인 것 같네.”
“뭐?”
탐욕의 대공이라면 스트로앤 교황!
“말도 안 돼!”
재호는 단호하게 말했고 로두카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내가 말하는 탐욕의 대공은 전 대공이야.”
전 대공이라면…….
“칼리토.”
이전 탐욕의 대공인 칼리토.
그가 대륙에 뿌려 놓은 씨앗 중 하나로 보인다는 것.
“그럼 스트로앤 교황이 추적할 수 있으려나?”
“그 점은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겠어. 탐욕의 대공으로서가 아닌 칼리토에게 직접 힘을 받은 것 같거든. 만약 그렇다면 추적이 쉽지 않을 거야.”
“쯧. 이럴 줄 알았으면 스트로앤 교황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걸.”
그러고 보니 왜 재호만 따로 찾아 이야기하겠다고 한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에서 둘-옆에 티나까지 셋-만 알아야 할 정도로 은밀한 내용은 없었으니 말이다.
“쯧쯧. 생각해 보렴. 스트로앤이 우리가 벌이는 사업을 어찌 생각할지.”
“응?”
“몽마를 이용해 대륙에 악마의 물품을 유통하는 게 우리야. 그 외골수가 그것을 어찌 생각하겠니?”
“…….”
재호의 입장을 생각해서 눈을 감아 줄 가능성도 있지만,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할 건 뻔했다.
로두카야 나름대로 철저한 유통 관리와 인간의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쨌든 해가 되는 것은 사실.
또한 이번 개조된 같은 사건도 발생했으니 더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너도 물어볼 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니?”
로두카의 말에 재호도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스트로앤 교황에게 불편한 마음을 안겨 줄 필요는 없단 것에 공감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건 개조된 의 용도야. 어쩌면 다른 물건을 가지고 대륙 어딘가에선 또 수작을 부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건 내 쪽에서 한번 알아보도록 할게.”
동원할 수 있는 정보력을 모두 활용한다면 뭔가 나올지도 몰랐다.
의 특성은 평범하다고 할 순 없었으니, 이미 사용되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흔적이 나타날 수 있었다.
“호호호, 그래도 오늘 만남은 제법 괜찮았어. 덕분에 나 또한 흥미로운 정보를 얻었고.”
“혹시 새로 떠오르는 게 있으면 알려 줘.”
“물론이지.”
“아! 그런데 혹시 다음에도 직접 찾아와야 하는 건가?”
문득 떠오른 귀찮음.
마계로 넘어오는 건 쉽지만, 넘어와 로두카를 만나기 위해 오는 길은 마냥 가깝진 않았다.
“계약되어 있어서 직접 의사소통도 가능하잖아.”
재호의 물음에 로두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곤 곧 어깨를 으쓱하더니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러지 뭐.”
“…….”
그 잠시 머뭇거리는 반응에서 무언가를 느낀 재호.
“무슨 일 있는 거야?”
“어머나? 대륙의 영웅이 대악마를 걱정하는 거니? 그냥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고 싶어서 불렀을 뿐이야. 쌀쌀맞긴.”
툴툴대며 이만 나가 보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젓는 로두카.
결국 재호도 몸을 일으켰지만, 속으론 이미 의심이 가득했다.
‘문제가 있긴 있나 보네.’
그러면서 문득, 도착했을 때 차를 우리던 로두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 조절을 잘못했다며 투덜거리던…….
‘어쩌면 그게 단순한 실수가 아닐지도 모르겠네.’
별로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가벼운 사건이었지만, 어쩐지 재호의 마음 한구석에는 찝찝함이 남았다.
* * *
대륙으로 다시 복귀한 재호는 먼저 스트로앤 교황을 만나 와 관련된 사안을 전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로두카가 몽마를 이용해 벌이는 사업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어쩌면 눈치껏 그가 알아챌지도 모르지만.
“칼리토는 무한한 탐욕으로 가득했던 존재이니 대륙 곳곳에 그 영향력이 분명 남아 있을 겁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스트로앤 교황이 말했다.
“실제로 전 탐욕의 대공이 된 이후, 대대적으로 그 사안을 점검했었습니다. 탐욕의 권속에 속하는 악마들이 모두 마계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말입니다.”
사실 스트로앤 교황은 대공들의 그런 행위에 대해선 의외로 문제 삼지 않았다.
“대공들이 대륙 곳곳에 자신의 권속을 심어 둔다는 것. 그들로선 당연한 일입니다. 직접적인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대륙의 동향 파악을 위해선 필수일 테니 말입니다.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저 또한 눈감아 주겠다고 그들에게 말한 바 있습니다.”
완전히 틀어막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나기 때문에 나온 결정.
반면 스트로앤 교황이 탐욕의 권속에 속한 악마를 불러들이려는 건 그만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두 세계에 걸친 존재인 스트로앤 교황은 굳이 대륙에 악마를 심어 놓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음… 그럼 로두카가 하는 사업에 관해 이야기해도 괜찮……진 않겠네.’
잠시 그런 생각을 했던 재호는 바로 고쳐먹었다.
로두카가 하는 건 단순 첩보 활동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때 스트로앤 교황이 아까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이상하게도 너무 깨끗했습니다.”
“깨끗했다?”
“예. 탐욕의 권속에 속한 악마들은 대륙에서 거의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칼리토처럼 음험한 자라면 분명 대륙 곳곳에 자신의 영향력을 심어 놓았을 텐데 말입니다.”
“100%로죠!”
대륙에 직접 영향을 끼친 대악마 중, 가장 유명한 건 바로 파이라와 칼리토.
파이라는 뭐… 조금 처량한 신세가 되었지만…….
반면 칼리토는 이미 먼 과거부터 대륙에 영향을 미쳐 온 존재였다.
심지어 재호가 차지한 페르마 사막 지역은 칼리토의 저주를 받았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 정도로 위험한 악마였는데, 대륙에 그 어떤 흔적도 없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계속 이상하다 싶었는데, 말씀을 들으니 확신이 드는군요. 칼리토는 탐욕의 대공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권속을 대륙에 뿌린 모양입니다.”
미묘한 차이였다.
탐욕의 대공이 아닌 악마 칼리토의 권속.
“따지고 보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긴 하네요. 마지막 순간 칼리토가 했던 짓을 생각해 보면…….”
칼리토의 탐욕은 탐욕의 대공에서 머무르지 않고 더 위대한 존재가 되길 원했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칼리토가 오직 자신만을 위한 수하… 아니, 노예를 만든 것도 충분히 납득되었다.
“허허… 골치 아프군요. 지금까지 칼리토의 권속이라고 볼 만한 악마 또한 발견한 사례는 없습니다. 추적할 만한 단서 또한 없고 말입니다.”
스트로앤 교황이 아무리 전천후 전설 NPC라고 하더라도 이미 죽고 없는 칼리토의 흔적을 쫓긴 어려웠다.
“그럼 일단은 제가 동원할 수 있는 정보력으로 한번 추적해 볼게요.”
어차피 그럴 생각이긴 했다.
의 확 도드라지는 특성.
그걸 기반으로 뒤지다 보면 뭔가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교단 연합… 옵티마 교단 주변으로.’
현 상황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건 역시 그쪽이었으니 말이다.
* * *
재호는 전럭협에 조사를 의뢰했다.
개인적으로는 플리스트 쪽에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들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 다음을 찾은 건 이웃 주민인 뤼니오르.
그간 방치해 놓은 무무만의 스태프에 대해 한번 확인해 볼 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딱히 들을 수 있는 건 없었다.
“계속 조사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딱히 알아낸 것이 없구먼.”
그는 면목 없다는 듯 말했다.
“조사가 쉽지 않다네. 보면 볼수록 위험성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지라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더군.”
재호는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레드벌룬을 통해 한 가지 조사를 의뢰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말하게나.”
이어 대략적인 상황 설명과 함께 전럭협과 같은 의뢰를 한 재호.
“허허, 최대한 알아보겠네.”
그리고 적탑을 나오자마자 다시 향한 곳은…….
“후훗, 오랜만이로구나. 지난번 요리 대회 이후로 처음인가?”
온몸으로 권태를 보이며 권좌에 앉은 키노.
같은 날 로두카에 이어 키노까지 만나니 재호는 기분이 이상했다.
말투가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특유의 여유로움과 관능적인 분위기는 너무 닮았으니…….
방금 만났다 헤어졌는데, 다시 처음 마주한 것 같은 이상한 느낌.
“흑탑으로 직접 찾아온 건 정말 오랜만인 거 같은데, 얼마나 급한 일이기에 귀한 걸음을 하신 거니?”
“말을 해도…….”
로두카보다는 좀 더 배배 꼬인 스타일이란 건 확인할 수 있었다.
“키노. 혹시 지난번에 알아봐 주기로 한 악마 밀수업자 소식은 좀 없어?”
딱히 대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다.
어차피 그녀를 찾은 다른 이유도 있…….
“글쎄- 뭐라고 대답을 할까?”
“??”
그런데 전혀 생각 못 한 대답이 돌아왔다.
키노는 꼭 뭔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