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61
960화
“아… 오늘 바로 진행한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막상 소식을 들은 플레르 후작은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재호는 플레르 후작의 심심한 반응을 이해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는 그랬으니까.
낯선 것,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재호는 그런 플레르 후작을 다독이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로나 영지는 대륙에 전에 없던 새롭고 상징적인 장소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재호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포세이돈 교단이 추진하는 최신 업무의 최전선이 될 거란 말이죠. 다른 지부들이 다 부러워하는 교단의 성지와 같은.”
성지라는 말에 플레르 후작의 눈이 반짝였다.
“엘리시아 화원의 성지……!”
이번에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인 플레르 후작.
굳이 그걸 정정해 줄 필요는 없었다.
그가 멋대로 생각한다는 건 재호의 설득이 먹혔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상이 로나 영지를 우러러보게 될 겁니다.”
“헉……!”
그 말에 플레르 후작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로나 영지가 얼마나 서러운 일이 많았던가.
가까운 영지들에게 먼 과거부터 핍박을 받아 왔고, 그 탓에 자신이 거금을 들여 작위까지 사지 않았던가?
물론 이젠 작위를 돈 주고 산 걸 두고 천박한 혈통이라며 조롱하긴 하지만, 아무리 돈으로 산 말단 작위라 해도 주변 영지의 노골적인 착취를 방지하는 데엔 꽤 효과적이었다.
알게 모르게 견제는 여전했지만…….
그런데 어쩌면 오늘을 계기로 그 견제마저 없어질지도 모른다.
재호가 심어 준 건 그런 기대감이었다.
* * *
로나 영지에 있던 포세이돈 교단 건물.
옵티마 교단 탓에 문을 걸어 잠갔던 그곳이 오랜만에 사람들로 붐볐다.
대다수는 구경꾼들이었고, 포세이돈 교단의 관계자는 고작 다섯 명뿐이었다.
예전 이곳에서 활동하던 사제들이었는데, 아쉽지만 오늘 일정을 끝으로 관리자 한 명만 남고 모두 철수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딱히 아쉬워하는 표정들이 아니었다.
그들 전부 플레이어인 탓에 한 자리에 묶여 있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걸 더 선호했기 때문.
게다가 오늘 일이 잘 마무리된다면, 포세이돈 교단도 크게 도약하게 될 테니 표정이 안 좋을 수 없는 것이다.
드르르-
조각가 용두사맨의 지휘 아래 조심스럽게 설치되는 포세이돈 신상.
터질 듯한 근육질의 인간 상체에 용 머리를 한 신상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재호가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멋진 결과물.
“드워프, 고블린과의 작업은 어땠습니까?”
재호는 용두사맨에게 슬쩍 다가가 물었다.
거침없는 그들의 언행이 혹여 용두사맨을 불편하게 만들진 않았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그는 묵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장인 정신은 본받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드렐리어와 쉰들러에겐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그답지 않게 꽤 길게 말하며 둘을 칭찬했다.
상당히 인상 깊었던 모양.
“해서 제 공방도 그쪽에 차리기로 했습니다.”
“아, 그래요? 잘됐네요.”
처음엔 포세이돈 교단 쪽에 자리를 잡도록 도와줄 생각을 했던 재호.
내심 그의 변심이 아쉽긴 했지만, 막을 생각은 없었다.
‘대신 웨이포인트나 하나 뚫어야겠다.’
그 대안으로 웨이포인트 하나를 신설하는 걸 떠올렸다.
페르마 사막과 포세이돈 교황청을 잇는 웨이포인트.
작업의 효율을 생각하면 꼭 필요했다.
도마뱀 시티 내에 웨이포인트가 생겨나면 훨씬 편하겠지만…….
‘지금 만드는 중인 철도를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 없지.’
웨이포인트는 명백히 철도의 상위호환.
그런 걸 페르마 사막 내에 함부로 설치하면 기껏 돈 들여서 만든 철도, 나아가 대운하까지 죽게 만드는 멍청한 짓이었다.
쿵- 쿵-
위치를 잡기 위해 잡고 옮기다 보니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충격.
“…그나저나 저기엔 폭탄 안 들은 거 확실하죠?”
재호는 문득 불안해져서 물었다.
“그렇습니다.”
테라핀 폭탄을 심는 건 바다에 설치될 무인 충전소들에 한정되어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 들어가는 신상에 그런 짓을 했다간…….
부르르-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사고를 잠시 상상한 재호는 몸을 떨었다.
퉁-
그사이, 드디어 신상 설치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재호는 다가가 신상을 성물로 만들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다.
[ 스킬을 사용합니다.] [이 에 부여되었습니다.]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성물.
“크… 다시 봐도 대박인데?”
옆에 있던 바다가 탄성을 터뜨렸다.
“재사용하려면 시간이 꽤 걸려서 만능은 아니야.”
“그래도 성물을 만들 수 있단 게……. 이제야 진짜 교주 같네.”
“교주가 아니라 교황.”
재호는 혹여 오해를 사기 좋은 표현을 즉시 정정했다.
교주란 단어가 이상한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쓰이는 방식은 조금 미묘하다는 걸 재호도, 바다도 알았으니…….
“흐흐. 근데 교황은 이런 거 못해.”
“…….”
이후 재호는 구경꾼 사이에 있던 영지민 몇 사람을 불렀다.
그들은 미리 포세이돈 교단과 계약을 한 어선의 선장들.
이미 그들이 소유한 배에는 포세이돈 교단에 가입되었음을 나타내는 선수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선수상에 쓸 수정구가 하나씩 지급되었다.
그건 포세이돈 교단의 사제 NPC들이 만든 배터리.
공식 명칭은 이었다.
“그걸 손에 쥔 채 기도를 올리면 됩니다.”
보호석을 들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선장들.
그러자 곧 신성한 빛이 포세이돈 신상으로부터 흘러나와 보호석에 깃들기 시작했다.
“오오오!”
“아름다워……!”
지켜보던 이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제나 성기사가 보여 주던 신성 스킬이 아닌 신이 직접 의지를 보이는 신성력.
아무리 무지한 이들이라 해도 그 엄청난 차이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화아아-
그렇게 약 20분 동안 기도를 한 끝에 보호석이 영롱한 빛을 내며 100%가 되었음을 알렸다.
“어… 이러면 끝난 겁니까?”
얼떨떨한 얼굴의 선장들이 재호를 향해 물었다.
“네. 끝난 겁니다. 이제 그걸 선수상에 장착하면 됩니다. 그럼 배 자체에 포세이돈 님의 축복이 적용되죠.”
“그런……!”
막연하게 걱정했던 것에 비해 너무나 간단히 끝난 축복 과정.
“그럼 매 출항 전에 이런 식으로 반복을 하면 되는 겁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포세이돈 교단은 대륙 각지의 항구로 확장을 할 텐데, 혹시나 여러분들이 먼 거리로 나가더라도 포세이돈 교단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축복을 충전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설령 바다 한가운데의 무인도라도 말이죠.”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제법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람들에게 놀라운 미래를 제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미 먼 바다로 자주 나가는 원양어선 선장들은 잔뜩 흥분한 얼굴이었으니까.
“자, 그럼 밖으로 나가서 자세한 사용법을 설명해 드리죠.”
재호는 교단 바깥의 마당으로 그들을 이끌고 나갔다.
그곳엔 따로 준비해 놓은 샘플 선수상이 있었다.
드렐리어와 쉰들러의 특수 장치를 뼈대에 용두사맨의 뛰어난 조각 실력이 더해져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이 완성되었다.
듣기로는 드렐리어와 쉰들러 역시 크게 감탄을 했다고…….
실제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 주기 위해 재호는 선장으로부터 보호석 하나를 건네받았다.
“보시다시피 선수상 전면의 입 안을 보면 홈이 있습니다.”
용 머리 선수상의 입 안으로 손을 넣은 재호.
그 안쪽의 홈에 보호석을 놓은 뒤, 턱 아래에 꽂혀 있던 열쇠를 돌려 빼냈다.
스르르-
돌로 된 선수상이 부드럽게 움직이더니 입을 다물었고, 이어 용의 눈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오오오-”
마치 진짜 용이 봉인된 듯 신비로운 비주얼에 사람들이 다시 한번 탄성을 터뜨렸다.
“이 잠금장치는 보호석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리고 열쇠는 당연히 선장님들이나 항해사들이 가지고 있어야겠죠?”
이어 부연 설명으로 눈의 불이 꺼지면 축복이 떨어진 것이니, 밝기를 보며 충전을 하면 된다고 알려 주었다.
“그런데 교황님. 질문이 있습니다.”
그때, 선장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 선수상에 보호석을 넣어 두면 위험할 거 같은데……. 혹시 이렇게 한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재호는 개의치 않아 하며 답했다.
“이 선수상은 앞으로 포세이돈 교단 멤버십 회원임을 상징하게 될 겁니다.”
“뭐… 뭐요?”
“쉽게 말해 바다 위에서 마주치는 모든 배들에 알리는 거죠. 이 배는 포세이돈 교단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
“아! 그렇다면 해적을 만나도…….”
“그렇습니다.”
다만 초창기에는 아무래도 몇 차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지도 몰랐다.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니 모르고 건드리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포세이돈 교단을 자극하기 위해 나서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 그러게요. 그런 일이 벌어지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포세이돈 교단의 배가 즉시 여러분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설 겁니다.”
“예? 대체 무슨 수로 그렇게 한단 말이죠?”
“이 선수상엔 그걸 위한 또 다른 장치가 되어 있으니 말이죠.”
재호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 * *
포세이돈 교단이 야심차게 출범한 축복 충전 서비스.
그것이 공개되자 커뮤니티에서도 꽤 뜨거운 주제로 자리 잡았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희한한 개념인 데다, 실제로 가능하긴 한 건지도 의문이었으니.
-축복이란 게 사제 없이 충전하는 게 가능해? 그럼 비싼 돈 주고 사제 한 명씩 태우고 다녔던 사람들은 죄다 호구임?
└그건 그냥 응급요원으로 둔 거지. 어차피 포세이돈 교단 말고는 바다에 특화된 버프도 없었는데 뭐.
-그냥 사기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데? 지금 교단 연합 비실비실하는 사이에 빈집털이하려고 무리수 던진 거 아닌가 싶다.
└ㄴㄴ아님. 나 궁금해서 직접 가 봤는데, 실제로 축복이 적용되긴 하더라.
└바이럴 같은데.
└아니, 근데 어차피 우리랑 상관없는 거 아니냐? 플레이어 대부분은 대륙 내에서 활동하잖아.
└해적도 있습니다만?
└? 아직 남아 있는 해적이 있었음?
-아무튼 아이디어 하나는 대박이긴 하네. 축복 충전소라……. 저거 항구마다 쫙 깔리면 리얼 포세이돈 천하겠는데?
└되겠냐?ㅋㅋㅋ 딱 봐도 사기인데. 너 길 가다 누가 인상 좋다고 말 걸면 조심해라.
└그러는 넌 뭘 자꾸 근거로 사기라고 하는 거임?
└저게 사기인 이유? 팩트 정리해 준다. 뭐 다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치자. 축복 충전? 그렇다고 해. 근데 포세이돈 교단에서 발표한 내용 중에 ‘포세이돈 교단 선수상을 설치한 배를 건드리면 즉시 대응에 나선다.’라는 건 뭔ㅋㅋㅋ 해경이냐? 뭐 신고하면 바로 출동하게? 아니, 해경도 그렇게 빨리 못 온다.
└건드리면 알시아가 언제가 되었든 직접 잡아 족치겠다는 경고겠지.
└그러니까 사기 아니냐? 다 털리고 죽고 난 뒤에 복수하면 뭐 하냐? 예방이 안 되는데ㅋㅋㅋ
└생각해 보니 포세이돈 교단 거기 전투 병력 없지 않나? 대주교라고 있는 게 해적질하던 놈이랑 낚시꾼임ㅋㅋ
사람들은 다들 의심했다.
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사제를 통하지 않고 축복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찌 포세이돈 교단이 즉시 응징을 하겠다는 건지…….
그래서 어느 정도 허풍이 들어간 것 아닐까 하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다.
적어도 플레이어들에게 만큼은 확실하게 경고하기 위한 과대광고라고 말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건 하나.
고맙게도 직접 나서 과장 광고 여부를 확인해 준 이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