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66
965화
롱클린의 대주교선이 로나 영지에 나타났다.
수면을 가르며 서서히 부상하는 트라이던트의 위용에 구경꾼들이 몰려든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영주인 플레르 후작까지 나왔는데, 꼭 귀신에 홀린 것처럼 “엘리시아 화원의 성지…….”라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재호는 못 들은 척했지만.
어쨌든 트라이던트의 등장은 전부터 관심이 있던 플레이어들도 불러들이며 로나 영지엔 축제 아닌 축제가 벌어졌다.
“지금 보시는 저게 바로 포세이돈 교단의 비밀병기! 포세이돈의 삼지창이자 트라이던트라 알려진 잠수함입니다!”
“크- 저 날렵한 자태 좀 보십쇼! 꼭 차원 이동해 온 것 같은 이세계적인 디자인! 아! 현실적인 디자인이라고 봐야겠죠?”
방송인들도 저마다 열심히 떠들어 댔지만, 문제는 촬영 장소가 너무 멀었다.
방송 화면으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니, 자꾸 보라고 하는데 너무 멀잖아!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어 주면 안 됨?
시청자들이 불만을 터뜨리지만, 아쉽게도 이 이상 접근하는 건 불가능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트라이던트는 항구가 아니라 거리가 제법 되는 바다 위에 정박해 뒀기 때문.
게다가 갑판 위엔 티나가 웬 선베드를 가져다 떡하니 누웠으니, 무모한 용기를 낼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도 한참 방송 중인 이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기도 했다.
“하하, 그래도 지금 방송하는 사람 중에는 제가 가장 가깝게 접근했습니다! 다른 방송보다 최소 1m는 더 가까이…….”
의미 없는 촬영 거리 경쟁.
한편 트라이던트 촬영 경쟁의 진짜 승리자는 따로 있었다.
-너희 여기서 다 뭐하냐? 당장 모모리 방송 안 가고?
-모모리가 누구임?
-노잼 전문 방송 있음.
-;; 노잼인데 왜 봄?
-모모리가 지금 트라이던트 내부 공개 방송하는 중임.
-미친! 당장 간다!
-진짜로?
재호의 특별 허가를 받은 포세이돈 교단의 공보실장 모모리는 이미 트라이던트를 소개 방송을 진행 중이었으니 말이다.
* * *
모모리가 선원의 안내를 받아 트라이던트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사이, 롱클린은 재호와 함께 조타실에 섰다.
예상대로 해적 감성 충만한 인테리어.
“이런 건 대체 다 어디서 구한 거야?”
재호는 방향타 가운데 장식된 커다란 해골을 보며 물었다.
해골의 눈구멍엔 보석이 박혀 있기까지.
“오해하지 마. 사람 해골 아니고 그냥 장식이야. 보석은 그냥 고체 슬라임으로 만든 모조품이고.”
“…되게 열심히네.”
뭐, 내부야 배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 따라 꾸미는 게 당연했기에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뱃사람들에겐 그들만의 미신도 중요하다고 하지 않은가?
“저기… 혹시 다 뜯어 내려는 건 아니지? 그래도 나름 돈 좀 쓰고 만든 것들인데…….”
“됐어. 굳이 이런 거 하나하나 다 손볼 생각은 나도 없으니까.”
그냥 적당한 위치에 미리 제작해 온 화분들을 설치한 뒤, 환경에 적응시키면 끝나는 일이었다.
“아, 그냥 화분 놓는 거야?”
“응. 내 마음대로 잔뜩 도배해 봐야 관리도 못해.”
그래서 관리도 수월하고 효과도 무난하게 보기 좋은 것들로 준비를 했다.
[] [효능 : 1. 정신을 맑게 해 줍니다.2. : 초당 마나 회복력이 5% 증가합니다.]
그래도 해적 출신답게 항해 관련 스킬은 제법 가지고 있는 롱클린과 선원들.
그런 스킬들의 원활한 사용에 도움이 될 만한 달꽃이었다.
[] [효능 : 1. 저주 및 마법 저항력이 소폭 증가합니다.2. : 저주에 당하면 당신의 민첩성은 2%씩, 최대 10%까지 증가합니다.] [] [효능 : 1. 은은한 향기는 모든 상태 이상 저항력을 증가시킵니다.
2. : 일정 범위의 오염을 정화하며 사용자는 저주에 면역이 됩니다.]
이 두 가지 꽃은 사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강력한 흑마법사라면 선내 플레이어에게도 디버프 효과를 줄 수 있겠지만, 수면 아래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그런 상대를 만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건 사람이 아닌 해양 몬스터를 대상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아직 플레이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몬스터들.
개중에는 강력한 저주를 사용하는 개체도 있으니까.
[] [*효능 : 1. 어둠 속에서 모든 전투 능력치가 20% 증가합니다.2. : 발광종유화의 향기에 취한 상대가 5초간, 완벽한 암흑에 빠집니다. 암흑 빠진 상대는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하며, 1번 효능이 적용됩니다.]
아무래도 지상보단 어두울 수밖에 없는 선내.
어두운 곳에서 발광종유화는 늘 옳았고.
[] [효능 : 1. 주변의 공기를 정화합니다.2. : 모든 것을 씻어 내리고 다시 태어나는 번데기처럼, 모든 독성을 중화시킵니다.]
살랑나비꽃은 평상시에도 쾌적한 선내 환경을 제공해 주는 데다 혹여 있을지 모를 내부 오염 또한 막아 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른 꽃은…….
[] [효능 : 1. 주변에 위험이 닥치면 방울을 울려 경고해 줍니다.2. : 적대 대상을 3초간 무장해제시킵니다.
3. : 당신이 나아가야 할 곳을 알려 줍니다.]
뱃사람이라면 하나쯤은 챙기는 게 좋은 바로 그것!
오늘 작업 시간 대부분은 심연 등불초를 위한 미니 수조 작업이 차지했다.
재호가 준비한 건 여기까지.
사실 마음 같아선 온갖 다양한 효과의 꽃들을 다 두고 싶었지만, 극단적인 환경이 문제였다.
해를 볼 수 없는 밀폐 공간에서 계속 살아야 할 꽃들.
아무리 재호의 손을 탔다고 해도 이런 환경은 너무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꽃이 계속 살 수 있긴 해?”
롱클린도 그런 의문을 제기했다.
“보통은 어렵지. 하지만 꽤 신경 써서 준비했으니까 한동안은 방치해 놔도 버틸 거야. 물론 너희가 기본적인 관리만 해 주면 계속 살 수 있을 테고.”
“뭐 하루 세 번 물 주고 그러면 되나?”
“그렇게 많이 줄 필요는 없어. 그냥 여기 보이는 물통이 비지 않게만 잘 채워 주면 돼.”
재호는 화분마다 꽂아 놓은 화분 주사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딱 정령만 꾸준히 공급하게 되어 있으니까.”
“조명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화분 고정 장치를 분리해서 햇볕 좀 쬐어 주면 될 거야.”
“음… 걱정한 것보다 까다롭진 않네.”
그건 전적으로 재호가 관리한 꽃이기 때문이었다.
“네가 달고 다니는 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살피는 걸로 유지가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뭐.”
“아… 맞다…….”
문득 자신의 가슴팍에 달고 다니던 꽃핀을 내려다본 롱클린.
해적답지 않다며 싫어했었는데,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달고 있는 현실에 얼굴을 구겼다.
“뭐, 근데 이제 그 꽃핀은 굳이 안 써도 될 거야.”
그때 재호의 입에서 나온 희소식.
“어? 왜?”
“옵션이 심연 등불초 수조랑 겹치거든.”
엄밀히 따지면 롱클린이 가진 꽃핀이 좀 더 효과가 좋긴 했다.
하지만 이젠 선체를 숨긴 채 수중 전투를 많이 하게 된 상황.
그렇기에 개인만 효과를 보는 아이템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해상 전투 상황에서도 마냥 유용하다고 볼 순 없었다.
바로 칭호로 얻은 추가 효과가 문제였다.
[칭호 효과 : 폭풍우 속에서도 당신에게선 빛이 납니다.]바로 움직이는 과녁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어쨌든 아직 을 가지고 오는 사람은 대해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공지가 널리 퍼져 있지만, 더는 대해적이 아니니 의미가 없었다.
그러니 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다 할 수 있었다.
“무슨 소리. 난 늘 해적의 정신으로 게임하는데…….”
“큰일 날 소릴 하네. 아무튼 이제 그건 안 써도 돼.”
“뭐, 나도 환영이지!”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해도 늘 꽃핀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롱클린은 기뻐하며 얼른 떼어 버렸다.
그간 이걸 달고 있다고 부하들이 얼마나 놀렸던가.
하지만 냅다 바닥에 버리려던 그는 아차 하곤 동작을 멈췄다.
“크, 크흠. 그래도 기념이니 내가 가지고 있을게.”
꽃에 미친 인간을 앞에 두고 위험한 짓을 할 뻔했음에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어차피 안 쓸 거면 그냥 돌려줘.”
“하하… 잘 썼어…….”
롱클린은 머쓱한 얼굴로 꽃핀을 돌려주었고 재호는 인벤토리에 챙겨 넣었다.
수명이 다한 꽃템은 화원으로 돌아가 남은 생령을 다시 꽃밭으로 보내 주면 되었다.
“아무튼 하루 동안은 지켜봐야 하니 그렇게 알고.”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재호는 트라이던트를 나섰다.
아마 잘 적응하고 자리를 잡는다면…….
‘정령들이 나타나겠지.’
그럼 어지간해선 꽃들이 시들 일은 없었다.
롱클린이나 다른 선원들이 허튼짓을 하지 않는 이상은.
* * *
다음 날, 다시 찾은 롱클린의 트라이던트.
다행히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작은 정령들이 복잡한 트라이던트의 내부 구조물 여기저기에 숨은 것이 확인되었다.
조금 삭막하긴 해도 저들에겐 꽤 재밌는 놀이터가 될 수 있을 터.
“미리 말 좀 해 주지 그랬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네.”
롱클린은 재호에게 툴툴대며 말했다.
하지만 썩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크흠……. 내가 그래도 낭만파잖아. 이런 반짝거리고 귀여운 것도 좋아한다고.”
낭만파라는 걸 둘째 치고.
“그럼 왜 꽃핀은 그렇게 혐오한 거야?”
“그건 안 귀엽잖아.”
“…….”
어쨌든 이걸로 준비한 화분 설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걸 확인했고, 롱클린을 보낸 뒤 킹붕어를 호출했다.
머지않아 로나 영지로 찾아온 킹붕어.
“오랜만이에요!”
먼저 갑판 위로 나오며 활발하게 인사를 하는 그녀.
이어 뒤따라 낚시꾼 패션의 중년 남녀들도 밝게 인사하며 갑판으로 올라왔다.
“아유, 우리 교주 총각은 여전히 멋지네!”
“어허, 박 선생! 교주님한테 말투가 왜 그래. 안 그렇습니까, 알교주? 하하하!”
별반 다르지 않은 두 사람의 인사말.
재호는 어색하게 화답해 준 뒤, 곧장 내려가 작업을 시작했다.
킹붕어의 트라이던트는 롱클린의 트라이던트와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해골 같은 지저분한(?) 장식들은 전혀 없이 처음 인수 그대로 깔끔했다.
그냥 깔끔한 게 아니라 평소 청소 자체를 자주 하는 모양.
다만 축축한 물 냄새가 진동했는데, 아무래도 곳곳에 보이는 낚시 가방이 원인이 아닌가 싶었다.
일이 없을 땐 항상 낚시하는 그들이었으니…….
‘내부도 방수 작업이 싹 되었으니 다행이지.’
어쨌든 이런 비린내는 아무리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좋기만 하진 않을 터.
재호의 작업으로 방향 효과까지 얻는다면 다들 좋아하리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남은 건 이수민이네.’
세 번째 트라이던트 완성이 멀지 않은 상황.
곧 수민이 그걸 인수해 운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선원이 없었다.
롱클린이야 원래 해적이었고 킹붕어는 낚시하러 다니느라 배를 자주 탔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수민은 좀 불안했다.
배를 몇 번이나 침몰시키면서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곤 하지만, 트라이던트를 움직이다 사고가 나지 말란 법은 없었다.
아차- 하는 순간 침몰시키기라도 했다간…….
‘트라이던트의 가치를 생각하면 큰일 날 일이지.’
그건 절대로 벌어져선 안 될 일이었다.
그러니 배를 잘 다룰 수 있을 전문가, 즉 항해사가 있어야 했다.
-음… 내가 한동안 혼자만 게임을 하다 보니 아는 사람이 없어.
수민이 직접 구하는 건 어려웠기에 재호가 알아봐야 할 듯싶었다.
‘결국 그쪽에 물어봐야겠네.’
그리고 마침 꽤 괜찮은 자원을 하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