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68
967화
오프라인에서 만난 재호와 진아.
두 사람은 이스터디 신성국의 향후 방침에 대해 논의했다.
“일단 미안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아무래도 엘리시아 화원 홀로 교단 연합을 감당하긴 어려워.”
먼저 현실적인 문제를 꺼낸 재호.
“나도 이해해. 아무리 지금 사람들이 호구 다 됐다고 떠들지만, 교단 연합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니까.”
진아 역시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과거 옵티마 교단의 성녀였던 그녀는 탄보르 교황이나 다른 대주교와도 접점이 많던 인물.
그들의 자존심은 사태를 결코 이 정도로 끝낼 리 없단 걸 알았다.
“작정하고 나서면 솔직히 대륙이 쑥대밭이 되는 건 막을 수 없을지도. 물론 결국 네가 이길 거란 생각은 들지만…….”
재호가 진다는 걸 상상하긴 힘들었다.
특히 지금까지 옆에서 본 재호의 진짜 가치는 피지컬 혹은 뇌지컬 이런 것뿐만이 아님을 알았으니까.
“넌 운도 더럽게 좋아서…….”
“응?”
“아, 아냐.”
어쨌든 엘리시아 화원과 교단 연합의 정면충돌은 대륙으로선 재앙에 가까운 일이었다.
대륙이 반으로 쪼개지는 건 물론 제국 내에서도 여러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예상 못 한 분란이 더 발생할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지. 사실 네가 가진 진짜 위험한 영향력은 대륙 밖에 있잖아.”
“대륙 밖?”
“아트리우스랑 위스트넌. 사실상 그쪽 동네가 대륙이랑 교류하는 건 전적으로 너 때문이잖아. 그런데 대륙에서 네가 궁지에 몰린다면 과연 걔들이 가만있을까?”
“음…….”
곰곰이 생각해 본 재호.
솔직히 아트리우스는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설령 개입하더라도 인어들인 탓에 내륙 활동엔 제약이 있고 말이다.
하지만 위스트넌은 좀 달랐다.
그들에게 재호는 은인이자 형제나 다름없는 존재.
특히 그곳을 지배한 종족은 의리를 중시하는 수인들이었다.
‘절대 가만 안 있겠지.’
게다가 수인과 친한 건 재호 한 명이 아니었다.
지금 한참 수인들과 바다를 누비고 있을 우람과 은혜!
위기에 빠진 아들을 부모님이 어찌 외면할까?
두 사람이 어떻게든 수인들을 우르르 끌고 대륙으로 넘어올 게 분명했다.
태생적으로 인간보다 압도적인 전투 능력을 가진 수인이 대륙에 풀려나면 어떤 난리가 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또 그게 전부가 아니지.”
“음? 또 뭐가 있다고?”
“너 악마랑 친하잖아.”
“에이, 나도 지켜야 할 선은 알아.”
아무리 급해도 악마들을 대륙으로 불러올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악마들이 굳이 재호를 돕겠다고 그런 무리를 할 리도 없고.
“꽃집이 홀랑 불탄다고 해도 SOS 안 칠 거야?”
“…….”
“그거 봐. 말 못 하잖아.”
진아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튼 거기까지 가는 건 정말 최악의 최악이라고 봐야겠지. 사실 게임 시스템상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론 유도하지 않을 테고.”
“그, 그래. 안 그러겠지. 설마.”
그 상황은 정말 대혼란 그 자체.
인공지능이 생각이 있다면 그런 상황을 만들진 않을 것이다.
‘……기계한테 생각이 있나? 아니지. 혹여나 그런 상황을 못 만들게 내가 먼저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해야 하나?’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무시한 생각을 한 재호였다.
“어쨌든 결론은 우리 이스터디 신성국이 나서서 탱킹을 하는 게 최선이란 거지.”
진아는 재호가 딱 생각하던 점을 이야기했다.
“맞아. 결국 교단 연합과 결전을 치러야 하는 건 너희니까. 그쪽에서 떨어져 나온 사제나 성기사들을 너희가 흡수하기도 해야 할 테고.”
“맞아! 역시 넌 이미 이해하고 있을 줄 알았어!”
진아는 손뼉을 치며 반가워했다.
“내가 왜 함완식을 안 데리고 왔는지 알아? 걔는 그걸 이해 못 해! 우리가 몸빵 해야 한다는 말에 ‘정면충돌하기엔 아직 무리지 않나? 그냥 알시아한테 맡기자.’라고 하더라. 너무하지 않냐? 위험하니까 대신 총 좀 맞아 달라는 거야 뭐야?”
“크흠…….”
친구를 위해 재호는 말을 아꼈다.
혹시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걸지도 모르니까.
“농담이고- 사실 오늘 하체 하는 날이라서 바쁘단다. 하체는 절대 빼먹을 수 없다고.”
“…아무튼 내 생각도 비슷해. 이젠 본격적으로 이스터디 신성국이 자리를 잡고 세를 키워야 할 거 같아.”
“오! 그럼 빈 땅 좀 나왔어?”
“응. 그런데 땅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하나 확인해야 할 게 있어.”
그건 바로 이스터디 신성국의 사정.
“내부 정리는 잘 되는 중이라고 듣긴 했는데 좀 어때?”
“에휴… 말도 마. 정리야 되고 있지. 하지만 얼마나 시끄러운지 몰라. 하루가 멀다 하고 날 찾아오는 대주교들을 상대하다 보면 정신이 나갈 거 같아.”
진아는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이마를 부여잡았다.
“나이 지긋한 양반들이 서로 말싸움할 땐 또 왜 그렇게 유치한지……. 그라타 대주교가 없었으면 진짜 난장판이었을 거야.”
그나마 다행인 건 공통의 목표 아래 방법을 두고 싸운다는 점.
“대주교들도 결국 이스터디 신성국이 교단 연합을 흡수해야 한다는 것엔 동의해. 다만 그 방식을 두고 서로 의견 차이가 심해.”
단순하게 분류하면 온건파와 과격파라 할 수 있었다.
“이미 이름에서 느낌이 오네.”
재호는 알 것 같다는 듯 말했다.
“그렇지? 온건파는 말 그대로 다른 자극은 하지 말고 천천히 인력을 빼 오자는 주장하고, 과격파는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교단 연합 내부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 중이야.”
양측 모두 장단이 있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장점은 딱히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단점들을 먼저 따져 봐야 했다.
“시간을 길게 잡고 가는 건 얼마큼의 여유가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곤란하고, 반대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자칫 벌집을 들쑤시게 될지도 몰라서 곤란하네.”
“그렇지. 절충점을 찾아보자? 그것도 결국 이상향일 뿐이야. 지금 잔뜩 독이 올라 있을 교단 연합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그리고 외부에서 흔들려는 시도 자체가 걔들 결속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여지도 있지. 그래서 원로들이나 실컷 욕하면서 자기 주장하다 막상 자기네 쪽으로 힘이 기울면 주춤하곤 말 돌리는 중이야.”
진아의 설명에 재호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래도 하나는 확인했으니 다행인가?’
이스터디 신성국의 일원들이 이젠 하나의 목표를 공통으로 잡고 있음은 확인했다.
“나한테 계획이 하나 있어. 당장 실행 가능한 건 아니지만.”
“오? 뭔데?”
재호는 현재 자신이 진행 중인 밀수업자 관련 이슈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그 존재가 어쩌면 교황들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과…….
“그렇다면 살아남은 두 교황이 악마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크지.”
“와… 그럼 충격인데?”
“물론 아직 조사하고 있어서 확답은 할 수 없지만, 교황들 죽음에 가 이용된 건 거의 확실해 보여.”
“만약 그 사실이 확인된 후, 공개되면 교단 연합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수도 있겠네.”
“바로 그거야.”
교단 연합이 현재 결속을 다지기 위한 핵심 수단은 바로 악마를 향한 적개심.
교황들이 악마의 수작에 당했다는 걸 내세워서 말이다.
그리고 탄보르 교황이나 칼벤 교황이 악마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 근거는 힘을 잃고 역풍을 맞을 터.
그럼 교단 연합 소속의 성직자들은 굳이 나서서 설득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탈할 것이다.
“특히 교황을 잃은 백트, 쿠시온, 사므 쪽에선 절대 못 남아 있지.”
진아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시간이 필요한 일이야. 사실 확인이 될 때까진 무조건 시간을 끌어야 하지.”
“그걸 이스터디 신성국이 나서서 적당히 탱킹 좀 해 줬으면 한다?”
“응. 시선을 그쪽으로 돌려야 우리 쪽에서도 교단 연합 내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테니까.”
또한 이스터디 신성국이 계속해서 교단 연합 내부에 그들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도 중요했다.
“쉽게 말해 간접적인 설득 작업은 계속 진행이 되어야 한단 거지. 내부의 구성원들이 교단 연합에 완전히 동화될 수 없도록.”
“흠……. 까다롭네. 직접적으로 자극하면 안 되지만, 소속된 사람들은 계속 흔들면서 교단 연합 어그로는 끌어야 한다라……. 아까 말한 온건파, 과격파의 절충점을 찾으란 것 같네.”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
“뭐, 필요하다니 할 수밖에. 그보다 아까 하려던 땅 이야기는? 그것 관련해서도 할 말이 있는 것처럼 그러더니.”
“응. 이스터디 신성국이 자리 잡을 만한 곳을 좀 뽑아 봤어.”
“헉?! 드디어!!”
“위치는 페르마 사막의 동남쪽 끄트머리.”
라셀 왕국과 인접한 곳으로 대운하가 관통하는 위치로, 대륙 전체로 보면 상당히 골짜기지만 주변 환경은 썩 나쁘지 않았다.
“만약 이스터디 신성국에서 받아들인다면 라셀 왕국과 협의는 내가 도와줄게.”
“우리 처지에서야 어디든 고유 영토를 얻을 수만 있다면 환영이지. 그런데 괜찮을까?”
만약 페르마 사막에 자리를 잡게 되면 지금까지 애써 피해 온 공개적인 협력 관계를 대륙에 선포하는 꼴이었다.
그리고 그건 교단 연합 쪽에 조급함과 불안함을 느끼게 만들 테고.
“그건 그렇지. 그래서 최대한 구석으로 선정했어. 그리고 어차피 너도 페르마 사막에 남는 땅 좀 달라던 거 아니었어?”
“으음… 사실 대륙에 너랑 친한 나라 많으니까……. 그 어딘가에 굴러다니는 땅 하나쯤은 없지 않을까 했지. 엠베이 숲처럼 말이야.”
“…방금 되게 양심 없는 소리 같았단 거 알지?”
“흐흐…….”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나도 공짜 아니다?”
“앗. 뭐…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엔 공짜로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동맹국에 시한폭탄 같은 이스터디 신성국을 떠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스터디 신성국 쪽에서도 확실히 대가를 내야 체면이 설 거 아냐.”
그래야 교단 연합 쪽에 할 말도 있었다.
엘리시아 화원의 일방적인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고 말이다.
만약 순전히 호의로만 이스터디 신성국을 받아들이면 교단 연합에선 그걸 빌미로 곤란한 소문을 퍼트릴지도 몰랐다.
“이스터디 신성국이 갑질을 했다고 말을 퍼트릴지도 모르지.”
굳이 엘리시아 화원과 이스터디 신성국이 한 몸이라는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교단 연합은 이미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오히려 저런 소문이 두 나라 입장에선 더 부담이었다.
대중적인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소문이니.
“그래서 아예 근거를 사전 차단해 버리겠다?”
“응. 이건 정당한 거래라는 걸 세상에 알리는 거야.”
“근데 그렇다고 한들 대체 어떻게 증명하고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려고?”
“거래 공증을 받아야지.”
이런 쪽으로는 감히 제국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곳이 하나 있었다.
“아! 이스파이어 공국!”
“정답!”
이스파이어 공국을 통해 거래한다면 교단 연합이라 해도 함부로 소문을 퍼트릴 순 없었다.
그건 곧 이스파이어 공국의 신용도를 건드리는 짓이니 말이다.
“그럼 정리됐네.”
진아는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바로 가서 영감들한테 소식을 전해 줘야겠다!”
“잠깐! 아직 중요한 게 남았어.”
“응? 또 뭐가 있어?”
진아의 어리둥절한 반응에 재호는 미간을 좁혔다.
“가격 이야기를 해야지.”
“아…….”
“일단 내가 잡은 건 평당 1…….”
스마트폰 계산기를 열어 두드리기 시작한 재호.
진아가 자리에 앉았다 다시 일어난 건 30분 뒤였다.
그리고 그녀의 안색은 하룻밤을 꼬박 새운 것처럼 창백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