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7
96화
재호는 사만다를 선수로 추천하기 위해 두표를 찾았다.
‘그런데 과연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네.’
재호도 MK가 바라는 최선은 자신이 계속 선수로 뛰는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재호의 결심은 한결같았다.
최우선은 꽃집!
자신이 뉴월드를 시작한 건 프로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꽃집을 위해서였다.
누군가는 재호의 그 고집을 답답해할 수도 있었으나…….
‘애초에 게임 내에 일어나는 사건들만으로도 충분히 머리 아프거든. 대체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게임이랑 같이 병행하는 거지?’
재호의 의문.
하지만 사실 다른 선수들, 즉 랭커들은 재호만큼 바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개인주의적이었고, 소속된 공동체라고 해 봐야 소수 정예 파티 혹은 길드가 다였으니까.
반면 재호는 꽃집을 운영해야 했고, 거기다 엘리시아 화원, 멀리는 엠베이 숲의 악마들도 있었다.
불곰국, 라셀 왕국과의 냉전 상태에다 현재 받아 놓은 퀘스트 중엔 라셀 국왕과 대화를 하라는 초대형 퀘스트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그 상태에서 프로 선수 생활까지 하는 건 욕심에 가까웠다.
언제까지고 피지컬만 믿고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거라 기대할 순 없었으니까.
“두표 형! 아, 마침 감독님도 있네요.”
“재호야?”
“혹시 잠깐 이야기 좀 될까요? 두 분한테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아, 괜찮을까요?”
두표는 재진에게 물었다.
“……앉아.”
감독 재진은 두표 옆의 비어 있는 자리로 턱짓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아직 새로운 선수를 못 뽑았다 해서 하는 말인데, 혹시 추천도 받나 싶어서요.”
“……추, 추천?”
“그게 무슨 말이지. 네가 감독질까지 해 먹겠다고?”
“가, 감독님……!”
재진이 쏘아붙이자 두표가 황급히 그를 말렸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란 거 아시잖아요? 전 계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겁니다.”
“뭐?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재진이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으며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단 어필을 했다.
“크, 크흠…….”
두표가 무안함에 헛기침을 흘렸다.
“우, 우리도 열심히 알아보곤 있지. 그런데 사실 그렇잖아?”
두표가 억울하단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한 너를 빼는 게 쉽진 않아. 이미 최고의 선수인 네가 있으니까 다른 선수가 눈에 찰 리 없잖아? 게다가 접촉하는 플레이어들도 너와 비교될 것이 부담스럽다고 거절하고 있고.”
“하지만 분명 계약은 제 입장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준다고 했었죠.”
“재호야!”
그때, 재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재호를 불렀다.
“팀 생활이란 게 다 그렇게 호락호락 이루어지는 건 아니야! 더군다나 우리는 최고의 팀을 만들 책임이 있고, 너는 그 최고의 팀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은 해 줘야 해. 그 최소한은 네가 선수 활동을 해 주는 거지.”
재호의 표정이 눈에 띌 정도로 굳었다.
“지금까지 모든 팀 활동에서 너를 배려해 줬던 게 사실이야. 다른 팀들이 다 하는 훈련도 단 한 번도 안 한 게 T1 팀이고, 그건 모두 너 하나를 위해서였지. 그렇다면 너도 그만큼 우리를 이해해 줄 순 없는 거냐?”
“……그러니까 날 계속 선수로 뛰게 하겠다 이거군요.”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는 해 주자는 거지.”
“제가 선수로 계속 뛴 것만으로도 계약 이상의 일을 한 걸 텐데요?”
재호와 재진 사이에 불꽃이 튀자 두표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하하, 뭐, 걱정 마! 어떻게든 우리가 선수를 알아볼 테니까.”
결국 재호의 선수추천은 받지 않겠다는 뜻.
‘은근슬쩍 벼랑 끝으로 밀어 붙이려는 거군.’
경기가 다가오면 여론 때문에라도 뛸 수밖에 없도록 만들려는 꼼수가 뻔히 보였다.
재호가 거절하거나 대충 경기를 치른다고 한들, MK에선 재호의 태만으로 몰아가면 그만일 테고.
“……알겠습니다.”
재호는 더 이상 군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괘, 괜찮을까요?”
재호가 떠난 뒤, 두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호를 어떻게든 끌어들인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니 눈치 보이는 게 당연했다.
“쯧! 자네가 그렇게 물렁하니 애들이 기어오르는 거야.”
재진이 혀를 차며 말했다.
“선수가 제멋대로 하게 두면 대체 감독은 왜 필요한 건가?”
재진은 이미 MK 간부들에게 못을 박아 놓은 상태였다.
재호를 계속 멋대로 하게 두면 자신이 나가겠다고.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 당신이 나가!’라고 하고 싶었으나…….
문제는 재진이 모기업인 MK그룹 이사의 조카라는 것.
뭔 짓을 하더라도 절대 잘릴 리 없는 철밥통이 바로 재진이었다.
“어차피 프로게이머 아니면 백수일 뿐이야. 아쉬운 놈이 지는 거니 기다려 보라고. 내가 이참에 제대로 버릇을 잡을 테니.”
“…….”
그렇지 않아도 재호 탓에 허수아비 감독이었던 그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재호를 굴복시키겠다고…….
* * *
뒤풀이 행사가 끝난 뒤, 재호는 엘리시아 화원의 동료들과 따로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충격 발표를 했다.
“나 MK 나올 거야.”
“?!”
“뭐?”
“예??”
메이, 완식, 사만다에게서 동시에 튀어나온 똑같은 반응.
“아니, 대체 왜?!”
완식이 이해할 수 없단 얼굴로 소리쳤다.
재호는 재진과의 대화 내용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어……. 그분 좀 이상한 분 같은데요?”
메이의 솔직한 반응.
“미친놈 아니냐?”
그보다 더 솔직한 반응이 완식에게서 나왔다.
한편 사만다는 자신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랑 전혀 상관없는 거야.”
눈치를 읽은 재호가 얼른 덧붙였다.
“애초에 감독님은 날 처음 본 순간부터 별로 좋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더라고.”
“뭐……. 그 심정 자체는 이해가 되긴 해. 너 팀 훈련 한 번도 참석 안 하고 경기도 그냥 무대포로 들이댔다며?”
“애초에 계약을 그렇게 한 걸 이제 와서 말 바꾸면 곤란하지.”
“그, 그런데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건가요? 몇 달 만에 계약을 물리는 게 가능해요?”
“이수민도 했는데 방법이 있겠지. 내일 변호사 찾아가 볼까 싶어.”
계약서상엔 분명 MK의 모든 일정에 대해선 재호의 의사가 최우선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애초에 재호 영입의 목적도 그저 홍보 모델이었고.
그 부분을 잘 파고들면 될 것 같았다.
“참……. 박수 칠 때 떠난다더니, 역대 최고로 강렬한 임팩트 남긴 선수가 되겠네.”
완식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은퇴하는 건 아냐.”
“그럼 뭔데?”
“새로 팀을 꾸려야지.”
“……뭐……라고?”
더 충격적인 소리였다.
선수로 뛰기 싫다고 때려치우겠다는 놈이 새로 팀을 꾸리겠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
“내 성격 알잖아?”
재호가 완식을 보며 씩 웃었다.
“아……. 그래.”
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긴 거랑 다르게 뒤끝 장난 아니지…….”
* * *
다음 날, 재호는 곧장 유명 로펌 ‘장앤밥’을 찾았다.
들어가는 길에 만난 모든 사람들과 사인 및 사진촬영을 한 끝에 변호사를 만난 재호.
“맡겨주십시오!!”
재호 담당 변호사로 배정된 장앤밥 실력자 장정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같은 날, 재호에게 두표의 전화가 걸려왔다.
―재, 재호야! 너 혹시…… 장앤밥 로펌 찾아갔어?
“아, 그새 퍼졌어요?”
이미 SNS상에 재호의 로펌 방문 소식이 쫙 퍼진 상황.
팬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온갖 추측성 글들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표는 그 글을 보자마자 알아챘다.
재호가 왜 로펌을 찾았는지.
―아,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이러는 건 괜히 시끄럽게만 만드는 것 같은데……. 우리끼리 조용히 해결하는 게 어때?
“아뇨. 저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요. 아시죠? 계약서상, 전 선수가 아니라 전속 모델로 계약이 되어 있는 것. 변호사님이 보더니 충분히 계약 해지를 시킬 수 있겠다고 하더군요.”
―그…… 감독님이 좀 섭섭하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다른 분들은 생각이 달라. 그러니까 일단은 좀 진정하고 대화를 해 보자.
“대화는 변호사님하고 하면 되죠. 아마 곧 연락이 갈 거니까요. 아, 두표 형한테는 특별히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개인적인 연락은 언제든지 하세요. 그럼 이만!”
―재, 재호야!!! 잠깐……!
재호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계속 전화로 이야기를 해 봐야 끝이 나지 않을 소리였으니.
그리고 그날 저녁, MK 쪽에서 언론을 통해 먼저 대응을 해 왔다.
[충격! 황재호 일방적인 계약 해지 주장!] [MK 측, “우리도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MK 관계자 “다른 팀의 러브콜을 받은 게 아닌가 추측.”]관련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재호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어차피 모든 건 변호사에게 맡겨두었고, 자신은 게임하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까.
* * *
엘리시아 화원 외곽의 인간 거주 구역에는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다.
바로 땅을 구매한 이들이 건설을 시작한 것이었다.
사막을 줄지어 가로지르는 대규모 수레마차들엔 목재와 석재들이 실려 있었고, 현장은 거리 설계를 위해 지안트가 직접 통제 지휘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마탑이 들어서게 될 부지였다.
거긴 건설 자재나 인부들이 아닌, 수많은 마법사들이 모여 바닥에 뭔가를 그렸다 지웠다 하고 있었다.
이따금 막대 같은 것을 땅에 꽂기도 했고…….
“저 양반들 영 수상쩍은데.”
“네? 마법사들이요?”
메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곳을 살폈다.
“다른 곳엔 공사하느라 난리인데 저긴 잠잠한 게 이상해.”
“흠……. 그러게요. 뭘 하는 걸까요?”
마법 관련인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무슨 마법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이상한 짓은 안 하겠죠.”
메이는 그리 말했지만, 뤼니오르를 아는 재호는 이상한 짓을 할까 걱정이었다.
“알시아님! 크루와상이 찾아왔습니다!”
“아, 지금 갈게.”
사만다의 외침에 재호는 불안함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크루와상 상단의 부지 앞에서 만난 그녀.
“짜잔! 보세요!”
재호에게 커다란 나무 게시판을 자랑했다.
“이게 바로 시스템 거래소랍니다! 아직 건물은 세우지 않았지만 거래소는 운영할 수 있어요.”
“오! 드디어…….”
“자, 그럼 활성화할게요.”
크루와상이 거래소를 오픈했다.
[엘리시아 화원에 이 거래소 개설을 요청하였습니다.]재호는 그것을 허락했다.
[엘리시아 화원에 크루와상 상단 거래소가 개설되었습니다.] [크루와상 상단 거래소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수익의 10%가 세금으로 들어옵니다.] [엘리시아 화원의 명성이 증가합니다.] [대륙의 상인들이 엘리시아 화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여러 알림을 확인한 재호는 거래 게시판을 활성화시켜 보았다.
[거래소를 이용하시겠습니까?]재호가 수락하자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
그곳엔 검색 및 분류 기능을 비롯해 최신 등록 아이템들 목록이 나타났다.
“이제 알시아님이 제작하는 모든 소모 아이템들은 여기로 판매를 하면 돼요. 직접 해도 되지만 저희 상단에 맡겨도 기본 수수료만 나가니까 편하실 대로 하세요.”
“그럼 계속 맡기는 쪽으로 하죠 뭐.”
재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경매소에서 팔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고 하지만, 물량 현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부족한 물건들에 대해서 즉시 대응이 가능해졌으니, 그만큼 매출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아마 건물은 2주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저희 상단도 타 도시와의 거래도 시작할 거구요.”
그러면 엘리시아 화원도 본격적으로 도시 간 교류가 시작될 것이다.
“고생 많았어요.”
“아니에요. 결국 따지면 저 좋자고 하는 건데요.”
크루와상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 줄칸 재상과의 대화에서 여러 가지로 느낀 점도 많았고……. 아, 그런데 하나 여쭤볼 게 있어요.”
껄끄러운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 우스터 있잖아요.”
“우스터?”
“알시아님이랑 두 번이나 싸웠던 사람이요.”
“아! 그 방패.”
아직까지 그의 방패를 가지고 있는 재호.
“네……. 혹시… 방패를 돌려주실 생각은 없나 싶어서…….”
최근 우스터는 그야말로 광기에 젖어 있었다.
게임 인생의 모든 것이 걸린 방패를 잃어버렸고, 그 방패를 가진 상대에게 두 번이나 패했다.
거기다 최근 대회에서 재호가 보인 압도적인 모습에 끝없는 절망을 느낀 그는 미쳐 버린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방패를 들고 있는 상대만 보면 무조건 칼부터 휘두를 정도예요…….”
“…….”
문득 재호는 궁금했다.
정말로 미쳐 버린 건지, 아니면 극한의 컨셉질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