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70
969화
이스터디움의 첫 삽이 뜨였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시작된 공사였는데, 그건 전적으로 이스터디 신성국 적극성 혹은 조급증 때문이었다.
그리고 엘리시아 화원은 해당 작업에 조금도 개입하지 않았다.
땅을 판매했으니 나머지는 전적으로 이스터디 신성국이 알아서 할 일.
다만 고블린 시티 장인들의 도움은 꼭 필요했는데, 그런 경우 꼭 거래 증거를 남겨 놓으라고 신신당부했다.
괜히 후에 이런저런 쓸데없는 말이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엘리시아 화원이 도움을 주는 건 없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눠 봐야 할 문제가 하나 있긴 했다.
바로 페르마 사막 순환 열차의 노선.
이스터디움 역시 페르마 사막에 자리 잡게 된 이상, 그곳과 이어지는 신규 노선이 만들어지는 게 미래를 생각하면 효율적이었다.
“굳이 확정 지은 기존 노선을 비틀어 크게 돌리는 것보다는 자체 노선을 신설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줄칸의 말에 재호도 동의했다.
한 곳 한 곳 모두 통과하는 노선을 만들기에 페르마 사막은 너무 넓고 효율도 지나치게 떨어지는 일.
“그나마 가까운 청탑 쪽과 잇는 게 낫겠지?”
그리고 청탑 구역은 페르마 사막 웨이포인트가 위치한 [마법의 광장] 쪽과 이어질 예정이었다.
“아무래도 그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라셀 왕국과 인접해 있으니 그쪽 의사를 확인해 아예 철로를 더 길게 이을 여지도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동의한다면 차후 북쪽으로도 이어지는 동대륙 종단 열차를 꿈꿔 볼 수도 있겠죠. 물론 그들의 투자를 받아서 말입니다.”
이젠 재호보다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한 줄칸의 모습.
재호는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단, 지금 이 모든 건 바로 진행할 일이 아니었다.
아직 이스터디 신성국 쪽에서 철도에 딱히 관심이 없었기 때문.
당장 이스터디 신성국은 철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데다 필요성에 대해서도 아직은 의문을 가진 상황.
하지만 이스터디움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그들은 알게 될 터였다.
엘리시아 화원 때문에 착각하곤 하지만, 사실 페르마 사막이 외부와 교류하기에 얼마나 척박한 장소인지.
그리고 철도가 그 메마른 땅의 혈관이 되어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어차피 교단 연합 쪽에서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까.”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당황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백트, 쿠시온, 사므 교단의 암살 배후는 해당 교단의 대주교들로 확인!]“이건 또 뭔……?”
예상 못 한 소식.
특히 재호로선 더 당황스러웠는데, 교단 연합 입장에선 교황 사망 사건의 배후가 엘리시아 화원이라고 은근한 소문만 계속 흘리며 시간을 끌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
아무래도 내부의 단합을 노리기에 그것만큼 좋은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포기하고 내부의 적을 확정 지은 것이다.
“5대 교단의 교황 세 명이 죽은 사건을 저렇게 대충 끝맺음을 한다고?”
“일단은 그리 보이지만, 사실 언제든 돌변해 엘리시아 화원을 엮으려 들지 모를 일입니다. 그 범인들 배후에 엘리시아 화원이 있었다고, 그런 말 한마디만 해도 될 테니 말입니다. 지금은 그들로서도 부담스러우므로 그렇게 노골적으로 나서진 않을 뿐.”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여전히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스터디 신성국의 속도에 맞추겠다는 의도 같습니다. 이스터디 쪽에서 이스터디움의 공사를 시작했으니, 적어도 거기선 뒤처지지 않겠단 것이죠. 특히 죽은 교황이 소속된 곳의 내부 소행으로 의도한 게 중요합니다. 그건 곧 해당 교단들의 입지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게 과연 생각처럼 쉽게 될까?”
재호의 의문에 줄칸도 어려움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의 발표가 세 교단의 치명적인 무언가를 눈감아 주는 대가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치명적인 무언가?”
“가령 이 일은 사실 해당 교단이 손을 잡고 벌인 조직적인 암살 시도지만, 옵티마와 노마인 쪽에선 대주교 일부만의 짓으로 눈 감아 주겠단…….”
“아…….”
그제야 재호는 얼추 이해되었다.
이 사태가 세 교단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벌인 반란이다?
사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특히 저쪽의 여론전에 이용당하는 처지에선 명백한 거짓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교단 연합 내부에서 보면 의외로 제법 설득력이 있다.
교단 연합이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발단이 무엇이던가?
옵티마 교단과 포세이돈 교단과의 아주 작은 충돌이 시작이었다.
그것이 꼬이고 꼬여 결국 교단 연합 전체를 수렁으로 끌어들였다.
사실 교단 연합 소속의 다른 교단은 굳이 이 사태에 발을 담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교황들의 그릇된 판단은 교단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었고, 그런 이유로 내부에선 반란을 모의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 본다면 당연히 이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그럼 백트, 쿠시온, 사므 교단에서 옵티마와 노마인 교단의 교황들도 노린 것처럼 보이는군.”
“바로 그러합니다. 설령 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도 방법이 없을 겁니다. 이미 자신들의 우두머리는 죽어 버렸기에 주도권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넘어가 버렸으니 말입니다. 저항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엔 오히려 교단 입장에서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적당한 희생을 통해 서로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 근데 5대 교단 중 세 곳이면 어깨동무하고 저항해 볼 법도 한데, 그렇게 허무하게 넘어가 버리나?”
재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그 아무것도 없던 포세이돈 교단도 버텼는데, 거대 교단이 저렇게 힘없이 휘둘리며 끌려가는 건 솔직히 이해 불가였다.
“교황이 죽어 구심점이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 추측대로라면, 이번에 발표된 대주교들. 그들이 교단 내 인망이 높은 자들일 겁니다. 이런 식으로 세 교단의 정통성을 파괴해 버리니 딱 좋지 않겠습니까?”
줄칸은 혀를 차며 말했다.
“어쨌든 저는 아무리 봐도 교단 연합이 더는 연합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바뀔 것 같습니다. 점점 빼앗기는 대륙 내 영향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이스터디 신성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신성연방국.
그것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줄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성제국 선포]대륙 위의 또 하나의 제국의 등장.
이제는 아예 정신을 놓아 버린 게 아닌가 싶었다.
* * *
신성제국.
초대 성황 칼벤.
의외로 옵티마 교단이 아닌 노마인 교단의 칼벤 교황이 초대 성황이 되었다.
내부 투표에 의해 뽑혔는데, 아마 옵티마 교단의 견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다.
어쨌든 살아남은 5대 교단의 교황 중, 그나마 합리적인 인물이라 판단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철저히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군요. 탄보르 교황은 이스터디 신성국에 맞서 연합을 완전히 통합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저항을 노마인 교단으로 완화했습니다. 여전히 옵티마 교단은 명실상부 교단 연합의 실세이며, 안팎으로 비호감도가 무척 높아진 상황이니 한 걸음 물러나는 전략으로 이 결과를 유도했을 겁니다.”
심각한 표정의 줄칸.
“저 역시 동의합니다. 제가 보았던 칼벤 교황이라면 솔직히 이 상황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스트로앤 교황의 동의.
오늘의 회의는 재호와 줄칸만의 회의가 아니었다.
특별히 초청한 스트로앤 교황도 함께 자리했다.
진아도 함께하면 좋을 테지만, 아무래도 대외적인 시선을 고려해 재호가 따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칼벤 교황이요, 그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요?”
재호는 스트로앤 교황에게 물었다.
그나마 칼벤 교황… 아니, 성황 칼벤과 교류가 있었던 건 스트로앤 교황.
“그의 의중을 짐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또한 칼벤 교황이 이러리라곤 생각을 못했으니 말입니다.”
야망이 있는 사람이긴 했다.
하지만 이건 야망을 넘어 이성이 잃은 수준이었다.
“신성제국이라……. 아직 그곳의 세부적인 교리에 관해선 확인하지 못했지만, 신성연방국이 아닌 단일 국가를 내세웠다는 것은 역시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것이겠죠. 심지어 제국이라는 명칭까지 사용해 미드스트 제국을 자극하기까지 하며 말입니다.”
마치 외부를 더 자극해 본격적으로 탱킹을 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탄보르 교황과 모종의 거래를 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만…….”
스트로앤 교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봐도 칼벤 교황은 이용당하는 것으로 보였으니…….
“그런데 제국에서 가만있을까요?”
재호의 의문에 줄칸이 입을 열었다.
“제국이라 해도 딱히 행동에 나서긴 어렵습니다. 신성제국을 천명하며 내세운 게 있지 않습니까?”
[모든 것은 위대한 신의 의지]제국은 대륙의 패자지만, 결코 신보다 위에 존재할 순 없다.
신의 뜻이라며 발표했는데, 탄압하면 결국 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이다.
“좀 치사한데?”
결국 신의 뜻이라고 한마디 하기만 하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것 아닌가?
“그런 위험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각각의 교단들이 서로 경쟁하는 사이였고, 굳이 더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현상 유지로 만족을 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탐욕은 자칫 재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도 알고 있었던 겁니다.”
바꿔 말해 이젠 교단 연합이 그런 눈치를 더는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젠 자기들 마음 가는 대로 하겠다는 소리.
“정확히 말하면 옵티마 교단… 아니, 탄보르 교황의 마음이 가는 대로겠지.”
재호의 말에 줄칸, 스트로앤 교황 모두 동감했다.
“탄보르 교황이 이토록 뒤 없이 나설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정녕 대륙을 큰 혼란에 빠트려서라도 그들의 자존심을 챙기겠다는 건지…….”
스트로앤 교황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세상이 어디로 가려는지 참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저들 처지에선 이곳의 악의 소굴이나 다름없을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저희 역시 최악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트로앤 교황이 말했다.
“이젠 작정하고 신의 뜻을 왜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 모든 건 신의 뜻이라는 핑계가 따라붙겠죠. 그걸 빌미로 종교 전쟁을 일으킬 위험도 있습니다. 특히 페르마 사막은 최근까지 저주받은 땅이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런데 진짜 신들은 뭐 한대요?”
문득 재호는 의문이 들어 스트로앤 교황에게 물었다.
“솔직히 5대 교단 정도 되는 곳의 신이면 신들 사이에서도 나름 힘 좀 쓰는 존재들 아닙니까?”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거늘, 어찌 이렇게 지켜만 보고 있는단 말인가?
신이 세상에 아예 간섭을 못 하는 건 또 아니지 않은가?
“허허…….”
스트로앤 교황은 민망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같은 성직자로서 면목이 없군요.”
“아, 교황님에게 뭐라고 하는 건 아니었어요.”
“압니다. 그저 저들이 엇나가는 것을 지켜만 보는 저 스스로가 답답할 뿐.”
하지만 스트로앤 교황의 태도가 잘못된 건 아니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거늘, 그저 교단이 부패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교단에서 간섭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신들께서도…….”
부디 착각이길 바랐지만, 의심 가는 건 있었다.
“이미 당신들의 뜻을 계속 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명령이 아닙니다. 신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 그렇다고 신이 사사로이 분노하거나 복수를 할 순 없지 않습니까?”
“……?”
포세이돈이 떠오르는 건 어째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