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75
974화
칼벤 교황이 를 입기로 마음을 굳혔다.
신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자로서 그런 찝찝한 망토를 두를 결심을 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신을 잘 모시는 분들이 지금 이 지경까지 왔답니까?”
어처구니없어 하는 재호의 반응에 칼벤 교황은 말문이 막혔다.
그 부분에 대해선 확실히 할 말이 없었다.
“아무튼 자잘한 건 무사히 탈출한 다음에 논의하자고요.”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망토를 받아 든 칼벤 교황.
끼이이익-!
역시나 난동을 부리는 망토를 그는 신기함 반, 두려움 반으로 내려다보았다.
“생명의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는 귀물이라… 이거 참…….”
“?”
어쩐지 묘한 목소리의 칼벤 교황.
“혹시 ‘이거 입고 도망치면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하네요.”
“…….”
충분히 할 법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칼벤 교황의 침묵은 사실상 긍정 대답.
“괜히 헛된 기대하지 마시죠.”
자격이 없는 자가 입는 순간, 혼자 힘으로는 벗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다는 건 여생을 꼼짝없이 유령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아니,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었다.
그 여생은 한 달짜리 시한부였으니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벗기 힘들어지며 한 달이 지난 후, 망토에 몸을 빼앗겨 본래의 자신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괜한 짓 해서 영원히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고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왜…….”
칼벤 교황은 재호가 갑자기 수갑을 꺼내 드는 걸 의문을 표했다.
“아, 교황님의 안전을 위한 특수 장비입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오해하지 말라는 건 보통 오해하기 딱 좋은 일을 할 때 나오는 법이죠.”
그리고 수갑을 채우는 게 안전이라니…….
“하하! 혹시 이 저주받은 망토에 정신이 홀리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말이죠.”
“허허- 고작 그런 걸로 도망칠 수 없게 하는 건 의미 없지 않겠습니까? 쉽게 끊어질 것 같은데.”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력한 제압의 쇠고랑] [등급 : 전설] [드워프들이 만든 초강력 쇠고랑입니다.이걸 풀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는 전설이 될 것입니다.] [ : 강제로 해제를 시도할 경우, 착용자를 점점 더 조입니다.] [ : 강제로 해제에 성공할 경우, 100% 확률로 흡수한 충격의 두 배로 폭발을 일으킵니다.]
“……?”
살벌한 효과의 수갑.
“뭐야?! 너 그거 아직 가지고 있었어? 으악! 이쪽으로 들이대지 마!”
테일러는 재호가 꺼낸 수갑을 보곤 질색했다.
“이 험한 뉴월드 세상. 늘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녀야지.”
뭐 글라이더 같은 거야 그렇다고 치지만, 이 정도는 필수품 아닌가?
“너 글라이더도 필수품이라고 한 적 있어.”
“뭐…….”
아무튼 칼벤 교황은 수갑을 찬 채 독기 망토를 입었다.
“어떻습니까? 혹시 이상한 느낌은 안 듭니까?”
재호는 칼벤 교황의 상태를 확인했다.
“으음… 이 감각이 영 기묘하긴 합니다만, 수갑 덕분에 제 현실이 와닿는군요. 참 고-오맙습니다.”
“하하! 다행이군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인 재호.
“오오… 어찌 이토록 완벽하게 존재감이 사라질 수가 있는가?”
“완전히 사라진…….”
퍽-!!
“컥!”
사라졌나 싶어 팔을 휘둘러 보던 다른 사람들.
하지만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고 있기에 칼벤 교황은 강하게 얻어맞고 비명을 터뜨렸다.
“아, 크흠. 사라지는 건 아니구나.”
“쩝…….”
한편 몇몇은 탐욕으로 눈이 번들거렸는데, 아마 진짜 나쁜 놈들이지 않을까 싶었다.
‘저런 녀석들은 탈출 후에 걸러 내야겠지.’
물론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풀어 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놓은 상태였다.
“자! 이제 출발할 겁니다. 여러분들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사형장에 끌려간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렇게 계속 최면을 거세요.”
사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불안한 작전이긴 하지만…….
“근데… 솔직히 제일 큰 문제는 따로 있는 거 같지 않냐?”
테일러가 재호에게 말했다.
“음? 뭐?”
재호를 위아래로 휙휙 살피는 불쾌한 눈빛.
“너 진짜 그대로 나가게?”
“그대로라니? 변장했잖아.”
“아니, 변장 상태가 좀…….”
옵티마 교단 사제복 풀세트로 입었고 당연히 얼굴도 드시에게 빌린 고오급 가면으로 가렸다.
“이 정도로 완벽한 변장이 어디 있어?”
“네 덩치 자체가 문제잖아.”
“인종차별 하는 거야?”
“무, 무슨 소리야?! 그냥 네가 너무 유인원 같다고! 그게 어디 사제 몸뚱이야!”
옵티마 교단 사제 코스프레 자체는 확실히 완벽에 가깝긴 했다.
그래, 코스프레.
지금 재호는 아무리 흐린 눈을 해도 ‘옵티마 교단 코스프레를 한 아나볼릭 교단 사제’로 보였다.
들어올 땐 순전히 스킬 덕분에 문제될 게 없었을 뿐.
나가는 건 다른 문제.
“유명한 건 네 얼굴뿐만이 아니야. 몸뚱이도 유명하다고.”
분명 개소리 같지만, 개소리로 치부할 수가 없는 게 아이러니였다.
재호라고 하면 환장하는 사생팬들이 얼마나 많던가?
아니, 냉정히 말하면 그 이상의 변태 스토커들도 많았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정말 재호의 체형만 보고도 알아볼지도 모른다.
물론 이곳이 옵티마 교단, 적진 한가운데이기에 그 정도 광인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긴 하지만…….
“애초에 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서 좀 그래.”
시야가 흐려지고 가시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지는 스킬의 특징.
그만큼 변수에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그 대처를 테일러에게만 맡기려니 좀…….
“왜? 못 미덥냐?”
“앗. 미안하…….”
“하긴.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못 미덥긴 해.”
“으, 응?”
바로 납득하는 테일러.
단순히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솔직히 나는 대부분 솔플 활동을 하니까. 보통 문제가 생기면 도망가면 되거든. 사람들 우르르 데리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변수가 생기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
쉽게 말해 책임질 자신 없다!
재호는 그 솔직한 고백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엔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럼 이렇게 하자.”
죄수들을 끌고 가는 건 테일러가 담당하고 재호는 거리를 두고 따로 움직이기로.
‘가만 생각해 보면 칼벤 교황을 데리고 움직이기도 불편할 거 같고.’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게 만들지만, 물리적인 접촉은 가능한 기묘한 효과.
혹여 함께 이동하다 서로 꼬이기라도 했다간 안 그래도 수상한 움직임에 더 큰 의심을 받게 될지도 몰랐다.
* * *
교단 연합이 신성제국으로 거듭나며 옵티마 교단은 강력한 최정상 교단으로 거듭났다.
대표는 칼벤 교황이긴 하지만, 그게 탄보르 교황의 양보 아닌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사실 옵티마 교단 내 실제 분위기는 조금 미묘했다.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신성제국? 제국 안에서 신성제국을 발호한다고? 미친 거 같은데.’
‘근데 신성제국이면 나라가 되는 건데……. 다른 교단과 통합되는 건가?’
‘이럴 거면 이스터디 때는 왜 그렇게 거품을 물었던 거야?’
사제든 성직자든, 모이면 교단과 자신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기 바빴다.
신성 국가 건국은 옵티마 교단 최상부, 그리고 교황들 간에만 의논이 되었던 탓에 다른 이들은 미리 알 수가 없었던 일.
그만큼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변화였다.
과연 이대로 계속 옵티마 교단을 믿고 따라도 되는가?
실제로 교단을 떠나는 사람도 매일 발생하고 있어서 남은 이들의 불안함은 점점 커졌다.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이 기묘한 분위기를 모든 이들이 똑똑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옵티마 교단의 성직자들은 이 흔들리는 믿음을 누군가가 잡아 주길 바랐다.
전례 없는 옵티마 교단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교단 연합의 실세로 끌어올린 강력한 지도자!
바로 탄보르 교황이 말이다.
사실 탄보르 교황이 옵티마 교단의 현재를 만들어 냈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본인의 믿음이 시험당하는 끔찍한 상황.
사건이 너무나 복잡하고 어지러운데다 끊임이 없다 보니 결국 생각을 멈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지 못하고 군중심리에 바보가 되어 버렸다.
그들의 신앙심은 신이 아닌 인간, 탄보르 교황을 향하기 시작했다.
재호와 테일러가 침투를 시작할 당시, 교황청이 유난히 휑하게 느껴진 것엔 그런 이유도 있었다.
탄보르 교황의 거처.
그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으니까.
이것이 옵티마 교단의 뒤틀린 현실… 그리고 치밀하게 설계된 교단의 미래였다.
* * *
교황청의 한쪽 구석 음침한 곳.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통로를 통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선두의 옵티마 사제 한 명과 양손에 쇠사슬을 찬 죄수들.
하지만 아무리 후미진 곳이라 해도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순 없는 일.
“저건 또 뭐지?”
“죄수들인 모양인데?”
“그건 나도 알아. 왜 저렇게 몰래 사람들을 끌고 가는 거야?”
“모르지. 요즘 옵티마 교단 보면 뭔가 기괴하다는 거 다 알잖아? 인신공양이라도 하는 걸지도.”
다행히 타 교단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 이상의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저 죄수 사이에 각 교단의 대주교들이 섞여 있단 걸 알았으면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아직까진 괜찮네.’
몸을 숨긴 채 이동을 지켜보는 재호.
이따금 멀리서 고개를 갸웃하는 옵티마 교단 사람들도 있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말단 성직자들인지 굳이 그 행렬에 다가와 목적을 묻는 사람은 없었다.
굳이 자신들이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
“그런데… 뒤늦게 든 생각이지만, 차라리 한 명씩 이 망토를 이용해 탈출시키는 것이 낫지 않았겠습니까?”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재호 바로 옆에 있던 칼벤 교황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뭐,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그렇게 했겠죠.”
재호가 한 명씩 데리고 왔다 갔다 하며 망토를 쓴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그사이 감옥을 찾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리라곤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갇혀 있던 사람들이 급히 움직이다 휘청거리기라도 한다면?
소음이나 누군가와 부딪히는 순간, 초대형 사고였다.
“무엇보다 교황님 정도 되니 그 망토를 입고도 괜찮은 걸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입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미지수입니다.”
그러니 결국 저렇게 기차놀이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참……. 보고 있으면서도 어처구니가 없긴 합니다.”
칼벤 교황은 혀를 차며 말했다.
저렇게 수상한 움직임에도 누구 하나 확인해 보려는 행동이 없다는 것이…….
“그만큼 옵티마 교단 내부도 엉망이란 뜻이겠죠. 우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미리 준비한 탈출로로…… 어?”
그때, 기어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이동하던 테일러와 죄수들 앞을 한 사제가 가로막은 것이다.
그리고 재호는 그 사제가 누군지, 얼마나 꼴통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저 인간은?!”
포세이돈 교단과 정면충돌을 일으키며 현 사태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인물.
슈저 대주교가 테일러를 막아섰다.
그리곤 무어라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이해 못 할 행동을 보였다.
“저, 저게 무슨?!”
마치 무슨 일인지 다 안다는 듯, 테일러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사이좋게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