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77
976화
재호의 요청에 따라 즉시 제국에 파견되어 있던 전럭협 길드원들이 소집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남짓.
어디에든 있고 어디에도 없는 전럭협다운 신속함.
다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
파리 같은 목숨이 필요할 때마다 전럭협을 찾는 것 같은 죄책감이…….
하지만 정작 전럭협은 그걸 문제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내 목숨을 알시아에게!
대체 브리즈의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전럭협의 필수 교육 과정을 거치면 다들 광전사 파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아, 광전사라고 하지만 전투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사실 이게 게임이기 때문에 조금 이상하게 보일 뿐이었다.
손해는 볼지언정, 죽어도 무한히 부활이 가능한 특수한 환경이니까.
미치광이들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전럭협은 그저 재호의 열성적인 팬클럽이나 다름없었다.
약간 거친 강성 팬덤이랄까.
대가 없는 순애.
특정 대상을 위해 일방적인 사랑을 보내는 경우는 연예인과 팬의 관계와 같은 것에서 흔히 볼 수 있었고, 전럭협 역시 그 같은 경우였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나도 쟤들 볼 때마다 드는 느낌이 영…….
가장 가까이서 재호를 봐온 정령들이 부정했다.
‘그거야 너희 느낌일 뿐이고.’
그리 느낀다는데 어찌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재호는 전럭협을 단순히 이용하기 좋단 이유만으로 찾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재호를 향한 애정을 보여주는 만큼, 재호도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에 대한 믿음?
뭐, 잘 찾아보면 그런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미안합니다. 여러분들만큼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말입니다.”
전럭협은 결코 뒤통수를 후려치지 않을 거란 절대적인 믿음!
재호가 전럭협을 찾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전럭협 입장에서도 그것만큼 강렬한 마약이 없었다.
오로지 재호 바라기인데, 재호 또한 자신들을 바라봐 준다?
탈출 불가능한 게 당연하지.
“크흑… 감사합니다! 제 목숨을 바쳐 신성제국을 쓸어버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제 골드를 다 털어 인벤토리를 폭탄으로 가득 채워왔습니다!!”
아, 물론 과한 애정에서 비롯된 오해는 정정해 줘야겠지만.
“그럼 슬슬 출발하죠.”
모두 죄수로 변장한 뒤, 슈저 대주교가 말한 접선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인솔자는 이번 역시 테일러.
그리고 재호는 전럭협과 함께 죄수로 분장한 뒤, 몸을 잔뜩 구겨 덩치를 줄였다.
“그런다고 될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슈저 대주교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직접 들으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그래도 뒤섞여 있으니 생각보다 눈에 안 띄는 거 같은데?”
덩치 큰 사제는 아나볼릭이지만, 덩치 큰 죄수는 흉악범 같아 보일 테니 나쁘지 않았다.
가 있다면 편했겠지만, 굳이 따라오겠다는 칼벤 교황에게 넘긴 터라 방법이 없었다.
아, 칼벤 교황은 당연히 이번에도 을 찬 상태였다.
재호는 마지막까지 칼벤 교황의 변심을 경계했다.
“그럴 거면 그냥 보내지 그랬습니까?”
재호의 뒤통수 쪽에서 투명 인간이 투덜대는 순간.
“어우씨! 깜짝이야!”
뻑-
“꺽!”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재호의 팔꿈치에 얻어맞은 칼벤 교황이 자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키 차이를 생각하면 팔꿈치로도 헤드샷을 충분히 노릴 수 있었으니.
아마 반쪽짜리 판다가 이제야 완벽해지지 않았을까?
“미안합니다.”
존재감 자체를 지워 버리는 독기 망토이다.
그러니 저렇게 불쑥 말을 걸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게 당연했다.
오죽하면 티나 또한 놀라게 한 전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진짜 실수입니다.”
재호는 다시 말을 보탰다.
“…….”
기절한 게 아니라 삐졌을 뿐이리라.
아마도.
* * *
접선 장소는 제국의 영역 최외곽 작은 언덕.
인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뒷산, 반대쪽 사람들은 앞산이라고 부르는 이름 없는 장소였다.
하지만 최근 그곳은 무시무시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밤만 되면 귀신의 비명이 들린다는 괴담.
그러나 호기심에 찾아가 본 플레이어들이 만난 건 귀신이나 히든 몬스터 같은 게 아니라 옵티마 교단이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옵티마 교단 시설이 자리 잡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최근 그들의 행보에서 수상쩍은 게 어디 한두 가지던가?
슈저 대주교는 그 호기심을 나름대로 해결해 주었다.
“아니, 정확히는 탄보르 교황과 관련이 있는 장소지.”
접선 장소에서 만난 슈저 대주교가 테일러에게 말했다.
“교황님과 관련이 있단 말입니까? 대체 저곳이 뭘 하는 곳이기에…….”
“나 또한 자세히는 모르지만… 추측하기론 인신공양의 장소가 아닌가 싶더군. 내부에서도 그런 소문이 돌고 있지만, 내 생각엔 사실이 아닌가 싶군.”
“예?!”
정말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는 테일러.
그 모습에 슈저 대주교 또한 만족스러운 반응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가 자네를 막지 않았다면, 자네와 저 죄수들 역시 저곳으로 끌려가 제물이 되었겠지.”
“저런 곳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가 받은 명령은…….”
“쯧! 멍청한! 설마 대놓고 저곳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했겠는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부른 뒤, 조용히 처리했겠지.”
한편 죄수들 사이에서 몸을 구긴 채 슈저 대주교의 이야기를 들은 재호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설마 이거…….’
무무만!
그가 활동할 때와 흡사한 점이 있었다.
와 관련이 있는 악마가 탄보르 교황 주변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
그리고 당시 사람의 생명력을 쪽쪽 빨아먹어 힘을 키웠던 게 무무만이었고, 어찌 보면 인신공양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런 유사점이 우연은 아니겠지.’
뭐, 무무만이 칼벤 교황에게 들은 것처럼 신이 되겠니 뭐니 하는 이야긴 안 했지만, 강대한 힘을 원했단 점에선 맥락이 같으니까.
‘이렇게 되니 탄보르 교황 뒷조사를 해보지 못한 게 또 아쉽네.’
이번 작전을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바로 그것.
탄보르 교황 거처에서 혼잣말이 자주 들린다는 조사 내용이 있었다.
재호는 그게 아마 악마와 내통한단 증거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옵티마 교단을 찾은 김에 그걸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죄수 탈출과 병행하기엔 아무래도 어려웠다.
‘게다가 감옥이 털린 걸 후에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이미 지난 일.
대주교들을 구출하는 게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했기에 미련 가지지 않기로 했다.
‘바로 움직였기에 칼벤 교황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딱 하나 여전히 불안한 건 왜 슈저 대주교가 그들을 이리로 데려온 것인가 하는 것.
“그런데 저희를 전부 여기로 데려온 건 대체 왜…….”
마침 테일러도 그걸 물었다.
처음엔 죄수들을 이용해 탄보르 교황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려는 게 슈저 대주교의 목적 아닐까 싶었다.
그럼 왜 굳이 여기로 왔을까?
‘싸늘하다.’
테일러조차 똑똑히 느끼는 위기감.
교황에게 반발심을 갖고 뒤집어엎으려고 하는 대주교.
하지만 그는 권력도, 개인의 무력도 모자라다.
‘그래. 생각해 보면 고작 탄보르 교황에게 흠집을 내는 행위로 그가 역전을 노리는 건 어려워.’
그 대신에 돌려받게 될 대가는 훨씬 크다.
사람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도는데, 이미 포세이돈 교단의 일로 이빨이 빠진 슈저 대주교의 견제를 못 이겨낼까?
‘하지만 이 모든 게 사실 반격이나 기습이 아니라 재기를 노린 거라면…….’
메인 무대에서 내려간 슈저 대주교.
그리고 그곳으로 다시 올라서기 위한 시도라면 제법 괜찮았다.
즉, 이 일련의 행동이 모두 탄보르 교황의 점수 따기라면…….
“자네.”
그때, 슈저 대주교가 테일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나온 건가?”
갑자기 돌변한 슈저 대주교.
“무, 무슨 말씀이신지…….”
“허허, 정녕 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이 비밀스러운 장소까지 소개해 줬는데, 그대도 말해보게나.”
“오, 옵티마 교단 소속입니다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지. 탄보르 교황의 일을 폭로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증인으로 억울하게 잡혔던 타 교단의 대주교를 이용한다면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추락한 자신의 처지를 한번 역전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슈저 대주교의 과신이자 착각이었다.
‘그게 되겠냐?’
듣고 있던 재호도 그 생각이 드는데, 슈저 대주교라고 다를까?
다행히(?) 슈저 대주교는 금방 결론을 내렸다.
“그래. 과한 욕심은 스스로를 지옥으로 끌어들일 뿐이지. 이것은 내게 내려온 시험이자 유혹. 충심을 확인하기 위한 교황의 흉계라고……. 그걸 깨닫는 순간, 식은땀이 흐르더군. 저 너머에서 날 내려다보며 웃는 교황이 보였달까. 그래서 결심했다네. 뱀의 대가리보다 용의 꼬리가 되겠노라.”
스르르-
주변 수풀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성기사들.
테일러는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대, 대주교님?”
“허허, 어색한 연기는 그쯤 하게. 애초에 저만한 숫자의 죄수들을 고작 사제 한 명이 끌고 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 말에 재호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안 되긴 하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번 일은 좀 이상하게 흘러가긴 했다.
너무 어설프고 쉽게 해결된다 싶더라니…….
‘어쩌면 처음부터 미끼를 문 걸지도.’
이 모든 것이 의도된 함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한참 늦은 지금에야 들기 시작했다.
대주교들을 살려둔 것도, 그들을 데리고 탈출한 것도…….
‘옵티마 교단으로선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지.’
[우리는 대주교들을 죽이지 않고 인도적으로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종의 세력이 그들을 빼돌렸고, 우리는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그들의 손을 쓰지 않고도 대주교 및 칼벤 교황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그 대외적으로 책임을 짊어지게 될 곳은 어디일까?
“뭐, 보나 마나 백트, 쿠시온, 사므 쪽 아니겠나? 현재 신성제국에 가장 불만이 많은 곳일 테니까. 아니라고? 상관없네. 어차피 자네가 말할 기회는 곧 완전히 사라질 테니까.”
이 모든 건 세 교단에 대한 완벽한 장악.
그리고 옵티마 교단 내에 몇 안 남은 불순분자를 걸러내기 위한 탄보르 교황의 큰 그림이었다.
그리고 불순분자는 현실과 타협하고 충실한 개가 되었으니, 옆집 개를 완벽히 길들이는 것만 남았다.
‘무섭다 무서워. 이 정도로 일을 꾸며놨다고?’
하지만 재호는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거 어쩌나…….’
저렇게 득의양양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는 슈저 대주교를 보아하니 아직 현실은 파악하지 못한 모양.
‘이미 대주교들은 빼돌렸는데.’
그들로선 감히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설마 그 잠깐 사이에 죄수들이 대륙 저 너머로 이동했을 거라곤.
원거리에서 다수를 강제로 텔레포트 시키는 말도 안 되는 짓이 가능하단 걸 아는 사람은 대륙에 몇 없었으니 말이다.
또한 슈저 대주교의 앞길을 막은 존재, 황재호가 이곳에 있단 것도.
슥-
재호의 시선이 저 멀리 보이는 옵티마 교단의 비밀 시설을 향했다.
아마 저기다 죄수들을 바로 던져넣으려고 접선 장소를 여기로 잡은 게 아닌가 싶었다.
‘고맙게도 말이지.’
마침 폭탄도 많으니 저곳을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을 듯싶었다.
-너 분명 조금 전에 전럭협한테…….
“쉿.”
재호는 정령들의 입을 막았다.
지금은 떠들 때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