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8
97화
어두운 던전 내부.
평균 100레벨대의 파티가 한참 레벨업을 위해 신나게 사냥을 하고 있었다.
“어때? 완전 꿀 사냥터 아냐?”
파티장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대박! 몹 레벨도 적당하고 숫자도 엄청 많이 나오네.”
“몬스터들 방어력이 좀 높은 편인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우리 같은 화력 조합으론 별로 문제될 건 없네.”
“이런 곳을 어떻게 찾은 거야?”
뉴월드에서 이런 사냥터는 찾기 힘들었다.
인기 많은 곳은 대부분 주인이 있었거나 길드가 점령한 채 입장료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최초 발견 던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 소문에는 이 근처에 미친놈 하나가 돌아다닌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람들이 잘 안 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미친놈이래. PK 유저라는 것 같더라.”
“뭐? 그럼 우린 괜찮은 거야?”
“후후, 걱정 마. 내가 처음 이 사냥터에 왔을 때 사실 만났거든?”
“뭐?!”
“근데 안 죽었지. 그 미친놈을 상대하는 법을 알거든. 그러니까 우린 걱정 말고 사냥만 하면 돼. 단, 처음 입장할 때 말했다시피, 여기 몬스터들이 방패를 많이 들고 있잖아? 그거나 잘 챙겨놔.”
“아, 그래. 안 그래도 왜 그런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왜 방패를 모아…….”
절그럭―
“?”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절그럭―
“헉?!”
신경을 긁는 사슬 소리가 던전 너머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이미 이곳을 와 봤다던 파티장이 얼굴을 굳혔다.
“나타났다! 방패성애자!”
“바, 방패성애자?!”
“그게 뭔데?!”
”입 다물고 내가 하는 걸 보고 따라해!”
그는 몬스터를 잡아 얻었던 방패들을 모두 꺼내 들었다.
절걱―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상대!
“방패……. 히히……. 방패…….”
전신에 방패를 갑옷처럼 두른 괴이한 인간.
바로 우스터!
“헉?! 저, 저게 뭐야?!”
광기가 느껴지는 우스터의 새빨간 눈빛에 파티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치, 침착해!! 나만 따라하면 살 수 있어!”
파티장은 꺼낸 방패들을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여기 있습니다……. 이 방패들을 가지고 부디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에 천천히 다가온 우스터.
손을 뻗어 파티장이 내려놓은 방패를 챙겼다.
―야, 너희도 따라해!
―어? 이걸 따라하라고?
반신반의하면서 역시 몬스터의 방패를 내려놓은 그들.
잘가닥―
“히힣…….”
그것들도 모두 챙긴 우스터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멀어져갔다.
“흡?! 저, 저거 봐!”
뒤늦게 우스터 뒤에 길게 이어진 쇠사슬을 발견한 그들.
거기엔 온갖 방패들이 주렁주렁 달려 바닥을 긁고 있었다.
“미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플레이어가 저 정도로 미친 거지?”
“아니, 플레이어가 맞긴 해?”
파티원들의 말에 파티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잘은 모르겠어. 지독한 컨셉인지, 아니면 정말로 미친 사람인지…….”
* * *
‘빌어먹을……!’
던전에서 만난 플레이어들에게 방패를 받고 떠나온 우스터.
그는 수치스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방패귀 우스터는 미치지 않았다.
그저 퀘스트로 인한 저주와 시스템의 핸디캡을 받고 있는 것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원귀의 저주에 당한 당신.당신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욕구 불만에 이성을 잃어 버렸습니다.
이 욕구를 꾸준히 채워주지 않는다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당신은 광인이 되었습니다. 이따금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당신은 시간마다 방패를 10개 씩 수거해야 합니다.] [실패 시, 10분간 컨트롤 권한을 잃고 광기에 휩싸입니다.] [ : 모든 전투 능력치가 두 배 증가합니다.]
한 던전을 공략하던 중, 보스 몬스터에게 받은 저주였다.
하필이면 한참 방패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던 상황에서 저주를 받아 버리니, 지금과 같은 방패귀가 되어 버린 상황.
‘젠장. 뭔 놈의 게임이 내 심리까지 이용해서 저주를 줘!’
그렇게 방패 수급이 수월한 곳을 찾다 보니 이곳까지 흘러온 것이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방패를 들고 있는 특이한 던전이었기에.
그리고 이곳을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 저주를 풀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자신의 방패 을 되찾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아니, 사실 이전보다 더 가능성이 높을지도 몰랐다.
쿨타임 50분에 10분짜리 버프인 패시브.
통제할 수 없긴 하지만…… 타이밍만 잘 맞추면 전투력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상승하는 것이었다.
이걸 활용한다면 재호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문제는 우스터의 자존심이 추락한 상태란 점이었다.
두 번의 패배와 대회에서 보인 재호의 파괴력.
그건 트라우마처럼 우스터에게 깊게 박혀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처음 재호에게 졌을 땐 완전 뉴비였다는 사실을 이젠 알게 된 것이 컸다.
“빌어먹을……. 길드는 이제 엘리시아 화원으로 이전을 시작했다는데……. 히히……. XX! 웃지 말라고!! 히힣…… 크흑!”
―우스터!
그때, 크루와상으로부터 온 귓속말.
―아, 크루와상…….
―지금 당장 엘리시아 화원으로 올 수 있어?
―……내가 거길 왜? 키힉…….
그는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길드에 남아 있을지언정, 이전한 길드 본부에는 크히힉― 절대 안 가겠다고 했잖아! 제기랄! 히힣― 웃지 말라고!
―…….
안쓰러운 우스터의 상태에 크루와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날 설득할 생각은 하지 마!
―하지만 알시아님이 방패를 돌려주겠다고 했어!
―됐어! 그 인간한테 내가 왜…… 어?
우스터는 멈칫했다.
방금 분명…….
―……당장 갈게!!! 으히힣―! 아, 이거 좋아서 웃은 거 아냐! 저절로 나오는 거라고! 키히힉!!!
―그, 그래…….
우스터는 방패가 주렁주렁 달린 족쇄를 끌고 급히 달렸다.
* * *
엘리시아 화원을 또다시 찾아온 라셀 왕국의 사절.
이번엔 줄칸도 그들을 내쫓지 않고 친서를 확인했다.
“마탑 이전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있을 때는 귀찮고 성가셨지만, 그래도 실보단 득이 훨씬 많은 게 마탑의 존재였다.
그걸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게 생긴 데다 마탑 쪽엔 항의를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니 결국 엘리시아 화원에 접촉해 온 것이었다.
“들을 가치도 없는 일입니다.”
줄칸은 딱 잘라 말했다.
“애초에 마탑의 결정은 오롯이 마탑의 문제. 저들이 저희에게 항의를 한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습니다.”
“그야 그렇지.”
재호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재호의 결정은 반대였다.
“라셀 왕국 좀 갔다 올게.”
“폐하?!”
줄칸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저들이 폐하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괜찮아. 어차피 난 죽어도 다시 부활하니까. 그리고 가야 할 일도 있어.”
재호가 라셀 왕국을 방문하려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퀘스트 때문이지.’
라셀 국왕과 대화를 나누라는 퀘스트를 완료할 기회였다.
“……알겠습니다.”
결국 줄칸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줄칸이 목소리를 낮추더니 재호에게 속삭였다.
“최대한 그들을 상대로 날뛰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유라도 있어?”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취합해 봤을 때, 뭔가 이상합니다. 아무래도 라셀 왕국을 내부적으로 뒤흔들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게다가 화원 내부에서 최근 수상쩍은 움직임이 감지되는데…… 확인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수상쩍은 움직임?”
“예. 아무래도 라셀 왕국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어진 줄칸의 설명을 들은 뒤, 재호는 티나와 함께 사절단을 따라 라셀 왕국으로 떠났다.
* * *
라셀 왕국 쪽에서도 재호의 방문을 제법 신경을 쓴 모양인지, 기사들이 도열해 환영식을 치러 주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라셀 왕국의 최고 권력들이 모인 귀족 회의.
“흠, 라셀 국왕은 안 오나?”
“무엄하다! 국왕 폐하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시오!”
“과연 근본 없는 작자다운 태도로군!”
재호에 물음에 귀족들이 호통 쳤다.
“아니, 난 국왕을 보러 왔지 한가한 귀족들 보러 온 게 아닌데?”
“허허, 걱정 말게나. 국왕 폐하께선 이후에 그대와의 만찬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주실 테니.”
그때, 막 모습을 드러낸 한 노인이 대답을 해 주었다.
그 여유로운 노인의 모습에 재호의 눈가가 씰룩였다.
스스로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재호의 신분은 일국의 왕이었다.
그런 왕을 초청해 놓고선 가장 늦게 나타난다?
기 싸움을 걸어온 것이란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라셀 왕국의 공작 아리프라 하오. 잘 오셨소.”
능글맞은 미소로 소개를 하는 그는 바로 라셀 왕국의 실세, 아리프 대공이었다.
‘아리프……. 이 자리의 우두머리가 이 노인이군.’
그가 가장 늦게 나타났음에도 모든 귀족들이 당연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즉, 이곳의 실세나 다름없다는 뜻.
“라셀 왕국의 첫 방문을 환영하오. 아, 처음은 아니려나?”
뼈 있는 아리프의 한마디.
“그런가? 뭐, 흔한 얼굴이긴 하지.”
재호도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마탑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지?”
“그렇소. 우리로선 아주 당황스러운 일인지라……. 당사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오. 지난번의 무례는 잠시 뒤로 두고서…….”
“잠깐. 당사자와 이야기하고 싶으면 내가 아니라 마탑을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허허, 모르는 척하지 마시오. 아무 이유 없이 마탑과 같은 거대한 단체가 이전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소?”
“그러니까…… 내가 수작질을 했다?”
재호는 콧방귀를 뀌며 되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어쩌게? 나보고 제발 마탑이 라셀 왕국에 남아 달라고 이야기라도 하게?”
“허허, 그럴 리가 있겠소? 애초에 마탑의 결정을 우리가 강제할 순 없는 노릇. 하지만 그대의 용기 있는 결정 한 번이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오.”
아리프의 눈이 날카롭게 빛을 내며 재호를 응시했다.
“아직 우리가 처음에 했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오.”
그가 말하는 첫 제안…….
“작위를 받고 공국이 돼라?”
“그렇소. 그럼 피차 얼굴 붉힐 일은 없지 않겠소? 마탑은 여전히 라셀왕국에 있는 것이 되고, 라셀 왕국은 그대를 전적으로 지원해 주겠소. 우리 모두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지 않겠소?”
“흠…….”
만약 엘리시아 화원이 그저 단순한 플레이어의 왕국이라면 이미 처음부터 받아들였을 제안이었다.
라셀 왕국은 그래도 강대국이었고, 그런 곳의 비호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재호는 현재 세계관 최강의 무력 집단이란 평을 받는 엘프들이 있었다.
그리고 곧 이전하게 될 적색 마탑도 있었고.
‘뭐, 구질구질하게 그런 걸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
재호는 아리프와 똑바로 눈을 마주했다.
“거절한다.”
단호한 대답.
“허허, 이유가 무엇이오?”
“나는 정령화장으로서 페르마 사막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뭣?!”
“으음?”
정령화장이란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들려온 신음.
“저, 정령화장이라니!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망발을 지껄이지 마시오!”
그들의 외침에 재호는 귀족들의 면면을 안대로 훑어보았다.
‘모두 거짓말이군.’
재호가 정령화장이란 걸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하고 있었다는 뜻.
사실 모를 수가 없긴 했다.
모든 엘프들이 인간을 중심으로 결집한다?
그런 게 가능할 만한 존재는 정령화장 말곤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리프는 예외였다.
[전설급 NPC는 로 거짓말을 판별할 수 없습니다.]물론 보나마나 알고 있을 게 뻔했지만.
“그것 참…… 흥미로운 이야기구려.”
아리프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어디선가 이야기를 들은 게 있긴 한 모양이오. 정령화장에 대해서 직접 꺼낼 줄은…….”
“잘 알지. 정령화장과의 거래를 통해 그 저주받은 사막을 넘겨준 게 라셀 왕국이었으니까.”
“허허……. 맞소. 그렇다면 거래 내용에 대해서도 알고 잘 있겠군. 혹시 최근 우리 국왕 폐하께서 밤잠을 설쳤던 일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구려.”
“흠…….”
떡밥을 던진 아리프!
불로장생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확실히 정령화장의 후계자임을 증명할 순 있겠지만…….
동시에 며칠 전, 불로장생초를 노리고 자신이 침입한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었다.
“뭐…….”
재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인이 더 잘 알겠지.”
두루뭉술한 대답.
하지만 재호의 뒤틀린 미소는 아리프에게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