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87
986화
테일러의 희생 덕분에 재호는 신성제국을 흔들 강력한 패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랬다.
이건 어디까지나 테일러의 희생 덕분.
테일러는 재호의 몫까지 모두 자신이 짊어지기로 해 주었다.
그리고 콘크리트 쪽에 요청을 한 것 또한 전적으로 테일러가 한 일이었다.
당연히 콘크리트는 이번 일을 제안 받았을 때 떨떠름해했다.
포르퐁 대주교가 계속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이건 콘크리트로서는 신용도를 대폭 갉아먹는 짓이니까.
게다가 상대는 옵티마 교단.
이 일을 두고 대륙 각지의 고객들은 콘크리트에 대해 의심하게 될 것이다.
엘리시아 화원과 같은 거대 권력의 개입으로 비밀 유지 협약이 흐지부지될 수도 있음을 보았으니 누가 믿고 의뢰를 하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콘크리트가 테일러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
그건 바로 레전드 클래스기 때문이다.
이미 암흑가 쪽에선 초 네임드였던 테일러가 이젠 전무후무한 전설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전설을 탄보르 교황이 죽이려 했단 사실에-물론 약간의 왜곡이 있었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전설!
단지 그 하나의 가치 때문에…….
최초의 레전드 클래스의 가치는 플레이어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이 전설 NPC에게 느끼는 감정을 NPC 또한 테일러에게 느끼는 것이다.
물론 전설 플레이어와 전설 NPC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대단한 일인 것은 사실.
심지어 경쟁 조직들도 암흑가에 나타난 위대한 존재를 위해 거들고 나섰다.
지금이야 비록 대놓고 떠들진 못하지만, 아마 시간이 흐르면 테일러가 탄보르 교황을 처치한 것도 암흑가 전체의 자랑거리가 되리라.
이 일을 두고 재호도 테일러에겐 몇 번이나 사과와 고마움을 표했다.
그래서 몇 가지 꽃템을 좀 챙겨 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테일러는 태연했다.
[이것이 전설이란 왕관의 무게니까. 내가 버텨야지!]이런 헛소리나 하면서 말이다.
재호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소리라면 감동일 테지만… 아마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으리라.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재호는 반대편의 핏기가 싹 사라진 포르퐁 대주교와 다른 옵티마 교단 대주교들을 살피며 생각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말씀 좀 해 보세요!”
“포르퐁 대주교! 대체 옵티마 교단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원성.
회담의 주도권이 완전히 재호 쪽으로 넘어왔음은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재호의 논리가 모든 이들을 100% 설득한 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오늘 회담이 있기 전에도 옵티마 교단을 향한 다른 교단의 여론이 상당히 나빴다는 게 중요했다.
가뜩이나 미운 상대였는데, 대놓고 욕할 만한 좋은 빌미가 생겼으니 얼마나 신날까?
재호가 한 거라곤 그저 불씨가 남아 있던 곳에 마른 장작을 넣고 부채질을 하다… 겸사겸사 기름도 좀 부어 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대왕.”
그때, 젠트르노 황태자가 재호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불렀다.
“다들 이토록 흥분하고 있는 상황에 초를 치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안 믿겨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하신 말씀이 전부 사실입니까?”
그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각선으로 끄덕이시는데, 그거 의미심장하군요.”
“…….”
역시 황태자는 남달랐다.
“그래도 전체적인 맥락은 사실입니다.”
“그럼 전투가 벌어졌다던 장소의 좌표도 진짜란 말입니까?”
“예. 단 다 무너져서 확인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겁니다.”
그곳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면 오늘 재호가 한 이야기에 약간의 오류가 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의심받을만한 건 해당 장소를 무너트린 폭탄.
폭탄 하면 재호를 떠올리는 게 대륙에선 공식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지만 나를 연결할 만한 근거는 빈약한데다가 그때쯤이면 이미 시간도 충분히 흐른 뒤겠지.’
그사이 신성제국은 아주 박살이 난 상태일 테고 말이다.
“하하, 나쁘지 않겠군요.”
젠트르노 황태자는 충분히 예상되는 미래인지 웃음을 터트렸다.
“대왕님. 그렇다면 칼벤 교황님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야기를 들어 보면 교황님이 직접 이 모든 걸 증명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만.”
열심히 포르퐁 대주교를 린치하던 노마인 교단의 대주교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이렇게 공격하다 보니 불현듯, 칼벤 교황의 존재가 거짓이라면 이 모든 건 의미 없는 짓이지 않겠는가?
“칼벤 교황님은 탈출 과정에 무리하신 탓에 현재 요양 중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교황들을 대상으로 한 암살 시도 당시에 입은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힘을 쓰며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죠.”
“그렇군요. 어쨌든 칼벤 교황님이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와 함께 사람들의 생각은 자연히 하나로 흘러갔다.
같이 독에 당했다던 탄보르 교황은 어떻게 힘을 회복했을까?
분명 조사 결과, 악마와 관련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암살공작은 싸움 과정에서 악마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는 옵티마 교단에 놀아난 것인가?”
누군가의 공허함이 느껴지는 중얼거림.
모두가 이 분위기에 휩쓸려 옵티마 교단을 공격한 건 아니었다.
개중에는 오늘 회담이 줄곧 가지고 있던 의심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분통을 터트렸다.
옵티마 교단을 의심했지만, 움직이지 못하던 세력들.
그들이야말로 신성제국을 찌르는 가장 강력한 칼이 될 터였다.
결국 회담은 얼마 못 가 그대로 종료되었다.
더는 뭘 진행할 상태도 아니었거니와 재호 역시 원하는 걸 얻었기 때문이었다.
젠트르노 황태자는 처음 말한 대로 끝까지 지켜만 보고 떠났다.
신성제국 정찰이 목적이기라도 했다는 듯.
황태자가 직접 행차까지 했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옵티마 교단으로선 그게 오히려 더 불안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옵티마 교단은 곧 제국 쪽 눈치를 살필 여유라곤 없게 되었다.
* * *
재호가 구출한 대주교들은 각 교단으로 복귀했다.
그리곤 어수선한 교단을 정리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뜻을 전했다.
[이스터디 신성국으로 가겠다.]사실상 교단 탈퇴 선언.
교황이 암살당한 후, 차기 교황으로 거론되던 이들의 단체 행동에 각 교단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들이 살아 있고, 또 옵티마 교단에 한 방 먹일 수 있었던 것까진 참 좋았는데…….
“대주교님! 재고해 주십시오!”
“대주교님이 떠나시면 저희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이스터디 신성국이라니……. 신성제국이란 이름으로 옵티마 교단이 저지르던 패악을 이제야 막을 수 있게 되었거늘, 어찌 또 비슷한 곳으로 갈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까지 신성제국에 남아 있던 자들은 당연히 이스터디 신성국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러니 그곳으로 가겠다는 대주교들의 발언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또한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차기 교황으로 추천받던 대주교가 교단을 떠난다?
교단으로선 정말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주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재호와 약속한 것도 있지만, 그들 스스로 기존 교단 사회에 질려 버린 것도 있었다.
교단 연합부터 이어져 온 신성 질서.
5대 교단이라는 허울 좋은 울타리 안에서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수모와 책임들.
물론 그만큼 누린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임모탈리언의 등장으로 인해 변해 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고집하고 지키려 했던 것들이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이젠 변화해야 한다고.
뭐, 좋게 포장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버스를 갈아타겠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교단의 권력자로 활동해 온데다 차기 교황으로 추대 받을 만큼 평판이 좋은 대주교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이야기하니 숭고하게만 보였다.
‘끙… 이걸 어찌해야 하나…….’
‘대주교님이 떠나시면 교단의 미래는 다시 옵티마 교단의 손아귀로 들어갈지 모른다.’
‘비록 지금 옵티마 교단이 주춤한다고 하지만……. 아니, 그런데 옵티마 교단은 정말로 악마들과 결탁한 것인가?’
그렇게 혼란이 점점 심해져 가는 그때, 이 판을 끝내기 위한 인물이 마침내 등장했다.
“나는 이스터디 신성국으로 갈 것이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칼벤 교황이 마침내 요양을 마치고 등장했다.
그리곤 이스터디 신성국으로의 이적을 선언했다.
대주교가 아닌 현 교황의 선언.
“이스터디 신성국은 나를 돕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 그것은 교단 연합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로지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선을 위해서였고, 나는 그에 깊은 감동했다. 신성제국 뒤에 숨겨진 비밀이나 의혹에 대해선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스터디 신성국으로 옮긴 뒤, 나는 그것을 찬찬히 살펴볼 것이다.”
이스터디 신성국에 확실히 힘을 실어 주는 선언이었고, 현직 교황인 만큼 노마인 교단 또한 즉각 움직임을 보였다.
노마인 교단의 신성제국 이탈.
그 여파는 강했다.
가뜩이나 대주교들의 선택에 갈팡질팡하던 다른 교단을 움직이도록 만들 정도로 말이다.
이젠 흐름이 이스터디 신성국 쪽으로 확 기운 것이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
그리하여 마침내 신성제국 대탈출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교단에 남는 이들도 있긴 했다.
비율로 따지면 20% 겨우 될까 말까 한 수준.
거기서 절반은 사실상 갈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옵티마 교단 쪽으로 붙어 새로운 권력과 이익을 차지했던 자들, 즉 배신자들이었으니 말이다.
나머지 반은 뭐… 이스터디 신성국이나 재호가 죽도록 미웠거나…….
한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이번 일은 초유의 사태라 할 수 있었다.
거의 대부분 성직자 및 성기사들이 신성제국에 소속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이 엑소더스에 동참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이 사태의 배후가 재호라는 사실이 그들을 불안하게 했다.
-이번 일 배후는 테일러 아님? 공작암살 테일러라며?
└암살공작임. 그리고 테일러가 이런 큰 그림 그릴 만한 뇌지컬 있어 보이더냐? 백 퍼 황재호가 뒤에서 짠 거지.
-근데 이해가 안 되는데, 알시아 쪽에 자연스럽게 붙을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님? 나라면 바로 이적할 거 같은데?
└단순히 생각하면 그렇지. 근데 상황이 단순하지 않거든.
└뭐가 단순하지 않단 거임?
└알시아가 그냥 신성제국 조지려고 뒤는 생각 안 하고 저지른 거 같음. 이스터디 쪽에 자기 친구 있으니까. 만약 이스터디로 옮겼는데 신성제국이 멀쩡히 살아남으면? 그땐 우린 엿되는 거…….
-난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알시아 쪽에 붙으면 망해도 중박은 치는데, 이런 기회를 걍 날려 보낸다고?
└맞다! 생각이 있으면 진작 포세이돈 교단으로 갈아탔지.
└은근슬쩍 포세이돈 교단 끼워 넣지 마라.
-근데 지금 상황 보면 신성제국은 끝난 거 같지 않냐? 옵티마 교단은 악마랑도 붙어먹었다며? 거대 교단이 악마랑 손잡았으면 죽어야지.
└그건 황재호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알시아가 온갖 기만전술을 쓰긴 하지만, 적어도 거짓말은 안 한다.
└그래? 왜 느낌은 거짓말 셀 수 없이 한 느낌이지;;
└근데 너네 착각하는 게 있는데, 애초에 황재호만큼 악마랑 친한 사람은 없다. 어쩌면 악마랑 짜고 신성제국 박살 낸 걸 수도 있음.
└에이, 설마 그렇게까진…….
그렇게 사람들의 고민은 계속 깊어져 갔다.
신성제국을 손절하고 이스터디로 가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이제 정통성을 잃은 신성제국을 끝까지 믿고 남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