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0
989화
열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처음엔 조금 불안해하던 NPC들.
그들은 우렁찬 기적 소리와 낯선 진동에 긴장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곧 창밖으로 훅훅 지나가는 풍경을 보곤 탄성을 터트렸다.
“이토록 빠르게 움직일 수가 있나!”
승차감은 결코 좋다곤 할 수 없었다.
평범한 마차보다야 낫긴 하지만, 애초에 이곳에 탄 대부분은 귀족들.
귀족들의 마차는 일반 마차와 퀄리티가 다르다는 걸 재호도 잘 알고 있었다.
평소 그들이 타고 다니는 마차와 비교하면 열차의 승차감은 아주 거친 편.
하지만 중요한 건 속도.
마차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라는 건 분명 큰 메리트였다.
게다가 이 쾌적한 공간에서 느긋하게 사막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단 것 역시 상상도 못 했던 일.
“마공학 설비가 되어 있는 건가요? 이 꽉 막힌 공간이 어떻게 이토록 쾌적할 수 있죠?”
승객 한 명이 그렇게 물었다.
뜨거운 사막 아래 노출된 강철 상자인데도 적당히 서늘하게 유지되는 내부 온도.
호흡할 때마다 느껴지는 기분 좋아지는 은은한 향기에 기분이 좋아지고, 온몸의 뭉친 근육이 스르르 풀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귀족들의 침실보다 이 흔들리는 열차 내부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쾌적함은 그들에게 묘한 질투까지 느끼도록 만들었다.
돈을 퍼부어 만든 최고로 안락한 공간인 그들의 안식처보다 이 흔들리는 열차 공간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하하, 마공학 기술이 접목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열차를 매끄럽게 굴리기 위한 장치 쪽에 사용되었죠.”
재호의 답에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그럼 이렇게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은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는 거죠?”
“바로 꽃들 덕분이죠.”
재호는 객실 내부 곳곳에 인테리어 소품처럼 장식된 다양한 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누군가는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터트렸고.
“음?”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했다.
서로 다른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했다.
전자는 평소 엘리시아 화원을 이용하거나 혹은 이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
후자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 즉 엘리시아 화원 꽃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들이었다.
“꽃으로 이런 대단한 일을 한다고요?”
“물론이죠!”
그들의 무지한 질문에 답한 건 전자의 승객들이었다.
“아니, 그런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열차에 타고 있을 수 있죠, 패튼 백작?”
심지어 진지하게 질책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그, 그게 그렇게 정색까지 할 일인가요?”
“당연하죠. 지난번 사냥 대회에서 제가 1위를 했을 때 물었었죠? 비결이 뭐냐고?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어… 꽃 덕분이라고……. 그거 농담 아니었습니까? 꽃으로 사냥 실력이 늘어나는 건 이상하잖습니까?”
“어허, 이 사람 안 되겠네. 대륙에 곳곳에 대왕님의 꽃은 특별하다는 소문이 쫙 퍼졌는데, 아직도 그렇게 고리타분한 생각을 고수 중이라니…….”
주변의 반응에 사람들은 그저 억울할 뿐이었다.
물론 엘리시아 화원의 꽃의 특별함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제국에서도 애용한다고 소문이 쫙 퍼졌거늘, 그걸 모르겠는가?
하지만 다분히 과장된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아니, 아직 엘리시아 화원에서 꽃을 구매해 보지 않은 귀족들은 대부분 그리 생각하리라.
예전에야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가 있었다지만, 이젠 대륙 각지에 체인점이 많이 생겨 엘리시아 화원 꽃을 구하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웨이포인트가 영지 인근에 있다면 본점의 제작품을 직접 구할 수도 있을 테고.
결국 접근성이 그만큼 좋아졌는데도 아직 엘리시아 화원의 꽃을 접하지 않은 귀족은 지극히 보수적으로 인식하고 있단 뜻이었다.
꽃은 그냥 꽃일 뿐이라고.
“아니, 대체 그럼 이번 열차 사업에 투자를 왜 한 거죠?”
“맞아요. 엘리시아 화원 꽃이 지닌 힘도 모르면서.”
귀족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따졌다.
“그야…….”
재호가 지금까지 보여 준 기적과 같은 일들, 특히 황무지에서 지금의 엘리시아 화원을 키워 낸 그 능력을 믿고 투자한 것뿐.
“그런데 애초에 꽃만 보고 큰돈을 투자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들어 물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미 상대는 재호에게 푹 빠진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꽃의 효능을 직접 확인한 그들의 편견은 확실히 걷혔다.
고작 꽃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효과를 내는 게 말이 되나 싶던 의심.
하지만 직접 경험을 해 보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재호는 의도치 않은 의외의 홍보 효과를 보았다.
마침 대륙의 관심도 집중된 상태.
새로운 고객 확보는 물론, 시승 소감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말할 것이다.
열차의 특별함과 그 안에 조성된 꽃장식들이 얼마나 승객을 편하게 해 주는지…….
* * *
열차 시승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니, 그냥 성공이라고 말하기에 아쉬울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미 엘리시아 화원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그 어느 곳보다 대단하긴 했으니 자연히 철도 또한 화제가 되는 건 당연한 일.
그런데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더 많은 홍보가 이루어졌다.
[사막 힐링 열차]귀족들의 입을 통해 퍼져 나간 이름.
첫 열차 시승회의 강렬한 경험, 다른 사람들은 한동안 알 수 없을 그 특별한 경험을 아주 열심히 자랑한 덕분이었다.
특히 시승회에서 엘리시아 꽃템의 진짜 가치를 뒤늦게 깨달은 귀족들의 허풍은 더했다.
“아휴, 말도 말어~ 그게 얼마나 신묘한지 알아? 철마가 저절로 움직이는데 말이지~ 우리 마차보다 훨씬 편하더라구~ 우리 마차 얼마나 좋은지 알지?”
“허허허! 자네 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는가? 응? 안다고? 에이, 모를 텐데? 내가 말이야- 열차 탑승 행사에 초청을 받아서 갔거든? 거기서 알시아 대왕님의 특.별.한 선물을 받았지 뭔가?”
“음? 고블린들이나 드워프들이 쓰는 거 아니냐고? 어허! 사막 힐링 열차는 그런 수준이 아니야! 직접 타 보질 않았으면 말을 마시게나!”
“사막 힐링 열차는 루로아 황녀님께서도 관심을 두고 계시거든요. 응? 그럼 제국이 참여한 거냐고요? 호호호, 제국은 아니에요. 정확히는 루로아 프라푸치노 드레스샵에서 후원을 한 거거든요. 제국이랑은 엄연히 다르죠!”
과거의 자신이 가졌던 잘못된 생각을 지우기라도 하겠다는 듯, 아주 열심히 입을 턴 결과.
“폐… 폐하……!”
감격한 목소리로 줄칸이 재호를 불렀다.
“돈이… 돈이 복사됩니다!!”
피스오가 할 말을 대신해 주는 줄칸.
하지만 정말로 돈이 복사될 예정이기에 줄칸이 감격하는 것도 당연했다.
첫 시승회 이후, 공식 개통까지는 또 며칠의 공백이 있었다.
그리고 일반 승객 탑승은 순환 철도가 완전히 완공된 이후 시작될 예정으로, 그전까지는 연금술 학원 쪽의 순환 열차로만 운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행에 뒤처지게 생긴 귀족들에게 그런 인내심이 있을 리가.
시승회 이후, 열차에서 내린 체험단의 뜨거운 반응에 현장의 귀족 구경꾼들은 애원했었다.
제발 한 번만 타 보게 해 달라고…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제발 구경만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쓸데없는 것들로 기 싸움을 즐기는 귀족들은 직감한 것이다.
오늘 열차를 타지 못한다면 크게 후회할 것임을…….
반대로 어떻게든 탈 수만 있다면 두고두고 자랑할 수 있으리란 걸!
하지만 재호는 고개를 저었었다.
그날은 오직 특별 초청 손님들만을 위한 날.
대신 그들을 위해 투어 예약 서비스를 공개했고,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약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특별 서비스도 있었다.
바로 귀족들의 돈을 쪽쪽 빨아먹으려고 준비한 특별 객차!
현실의 기차로 생각하면 특실이라 할 수 있는 이것은 사실 반응을 보고 새로 준비 중인 서비스였다.
일반 객실의 좌석보다 훨씬 넓은 공간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원한다면 열차 투어와 동시에 파티도 즐길 수 있는 복합 객차.
상당한 금액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 귀족들은 기꺼이 금고를 열었다.
그렇게 예약 목록은 두 달 뒤까지 꽉 차 버렸다.
이러니 줄칸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폐하의 이 계획에 홀린 듯이 동참해 이따금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만……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겠습니다.”
줄칸은 흡족해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공사 일정도 최대한 당겨야겠습니다.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라면 잠잠해지기 전에 개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이제 최대한 앞당겨 봐야 고작 하루 이틀일 텐데 무리하지 말자고. 무리해서 진행하다 부실 공사라도 터지면 바로 대참사야.”
혹여 탈선이라도 했다간…….
“알겠습니다. 그럼 안전하게 빨리 추진하겠습니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어쨌든 줄칸이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다른 노선 개통도 얼마 안 남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정확히 3주 뒤, 마침내 페르마 사막 순환 철도가 개통되었다.
공사 시작부터 완공까지, 현실에선 보여 줄 수 없는 굉장히 빠른 공사 속도.
마법과 정령 그리고 거인이 존재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물론 실제 철도만큼 정교하고 안전성이 좋지는 않지만, 애초에 그만큼 빠른 열차도 아니니 문제될 건 없었다.
개통 첫날, 열차 관광을 위해 모여드는 많은 귀족.
개중엔 이미 시승회를 통해 열차를 경험했던 이들도 많았다.
이제야 완벽한 투어 코스, 또한 특별 객차도 나왔으니 참을 수 없었던 것.
반응이 폭발적인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치 놀이기구를 처음 탄 것 같은 귀족들의 생생한 반응은 촬영을 나온 개인 방송인들을 통해 널리 퍼졌다.
-아니, 고작 기차 타고 저러는 게 말이 됨?
└넌 게임 속 귀족들이 기차를 알 거라고 생각하냐? 맨날 말똥 냄새 맡아 가면서 마차 타던 애들이 증기 열차 맛보면 미치는 게 당연하지.
-판타지를 판타지답게. 판판 길드가 길드원을 모집합니다! 다 같이 모여서 엘리시아 화원에 시위하러 갑시다!
└아직도 이런 소리 하는 놈들이 있네.
└뉴월드를 뉴월드답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자!
-그런데 아까 열차 탄 스트리머 방송 봤는데, 고블린 왕국? 거긴 뭐 하는 곳임?
└몰라?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 딱히 말해 준 건 없음.
└이름 보면 모름? 고블린들이 자기들 나라 세우는 거겠지.
└말세다 말세. 고블린이 나라를 세우냐? 나중엔 오크도 나라 세우고 드워프도 나라 세우겠네?
└너 인종차별자지?
-근데 고블린 왕국은 대체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한 거지? 보니까 거기도 거의 다 지어 가는 거 같던데.
└진짜 아무도 모름;; 애초에 엘리시아 화원 근처에만 사람들이 모여 있지, 고블린 왕국 쪽은 뜬금없는 위치라서 한참 나중에 알았음. 아마 철도 공사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몰랐을 거임.
-아, 황재호 개 부럽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싶다~
└야, 정신 차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 건 아니지. 이거 게임이야!
└근데 황재호 정도면 현실에서도 막살지 않을까? 현실 암살자가 와도 떡 바르는데?
└표현이 좀 이상하네. 막산다니…….
-근데 얘들아. 이건 절대 내가 그러겠다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그런 건데……. 지금 사막 순환 열차가 귀족들한테 인기 많잖아? 그럼 그 열차는 움직이는 보물상자 아닌가? 귀족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서 우르르 움직이는 경우는 잘 없잖아.
└어?
└그러네?
└한탕 크게 할 수도……?
재호는 결코 예상치 못한 흐름이었다.
…라고 착각하는 멍청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