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1
990화
철도 계획을 처음 세웠을 때부터 사막 외진 곳을 통한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은 지적되었다.
워낙 넓은 영역에 걸쳐 이어져 있다 보니 누군가 습격을 한다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건 당연한 일.
앞으로 열차에는 값비싼 각종 물품이 실릴 예정이었다.
도마뱀 시티, 연금술 학원 등등, 사람들 눈이 돌아갈 만한 귀한 물건들이 열차를 통해 운반될 테니 말이다.
거기에 이젠 도둑들이 탐낼 품목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바로 귀족들.
그들이 몸에 두르고 있는 귀금속들은 하나하나가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것들.
거기서 욕심을 좀 더 낸다면 납치 후 몸값을 요구할 수도 있을 테고.
일반적으로는 시도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을 위험한 짓이었다.
귀족들이 어디 홀로 움직이던가?
든든한 호위 병력을 늘 데리고 다니기에 함부로 노릴 수가 없었다.
비록 왕실 호위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들이 함부로 건드려도 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열차엔 호위 병력이 함께 타지 않았다.
뭐, 호위 병력의 탑승 비용까지 내면 태울 수도 있겠지만… 병사를 위해 추가 지출을 할 정도로 통 큰 이들이 몇이나 될까?
물론 안전을 생각한다면 아까워해선 안 될 돈이지만, 그보단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을 믿었다.
감히 이곳을 노리는 이들은 없으리란 믿음.
재호를 향한 믿음!
그리고 그런 맹점을 노린 이들이 조용히 움직였다.
주축이 되는 건 판판 길드.
판타지를 판타지답게!
어느 순간부터 나타난 극성 판타지 마니아들이 모인 길드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재호의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아 했다.
재호가 계속 세계관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길드 내 극소수의 사람들은 그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애초에 판판 길드의 기조가 지금 하려는 도적질과 무슨 상관이냐고…….
“당연히 강도질도 판타지 감성이지.”
“그러니까요. 그리고 이게 어디 단순히 강도질인가? 전부 판타지 세계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죠.”
그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긴……. 판타지 세계에 기차를 끌어들이는 건 선 넘었지.”
“기차뿐인가요? 꽃템인지 뭔지, 판타지 감성 다 박살 내는 그 아이템도 마음에 안 들었죠. 중갑에 꽃을 달고 다니는 놈들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단 말이에요.”
이쯤 되면 그냥 흔하디흔한 안티 집단이라고 봐야 했다.
그들 스스로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늘 하던 말만 외칠 뿐이었다.
판타지를 판타지답게!
그러나 아무리 그리 주장해도 사람들은 판판 길드가 황재호 안티 길드란 걸 뻔히 알고 있었고, 아주 교묘한 악질이라고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판타지 세계관을 위한다는 웃기지도 않은 억지 명분을 내세워 본인이 정의임을 자처했으니 말이다.
물론 판판 길드 말고도 그런 비슷한 행태를 보였던 곳들이 있긴 했다.
그럼에도 판판 길드가 더 어지러운 곳이라고 평하는 건 그곳이 단순 안티만 모인 곳이 아니란 점이었다.
“고블린 왕국도 가만두면 안 되겠죠? 감히 고블린 주제에 나라를 세우다니요!”
“알시아는 독재자입니다! 어떻게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투표가 아닌 왕정을 택할 수 있단 말이죠?”
“죄수들은 공정한 재판 기회조차 없습니다. 아무리 죄를 지었다지만, 그들에게도 인권이란 게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극단적 사상가들이 모여 서로 통일되지 않는 다양한 주장들을 알시아 한 명에게 쏟아 내는 것이다.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그들이 하나로 묶여 있을 수 있는 건 결국 ‘황재호’ 또는 ‘알시아’라는 공통의 적.
어찌 보면 그 모든 극단적인 사례에 재호가 포함되는 것도 놀랍긴 하지만…….
이렇듯 판판 길드는 온갖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추악함을 가렸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뉴월드를 더 클린하게 만드는 것이며, 월드와이드 쪽에서도 반기는 일이라 믿으면서.
다각- 다각-
사막을 가로지르는 낙타 무리와 그들을 이끄는 판판 길드.
그들이 시선은 저 멀리 보이는 철도에 고정되었다.
“드디어 도착했군요.”
잠시 후 도착한 철도 앞.
앞으로 약 30분 뒤, 이곳으로 지나가리란 걸 파악해 두었다.
그리고 열차들을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해 줄 계획이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잠잠하네요. 역시 소문이 과장되었던 걸까요? 페르마 사막엔 경계 병력이 쫙 깔려 있어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하하, 그건 어디까지나 엘리시아 화원과 대운하 인근입니다. 철도를 따라 전체를 감시하는 건 워낙 광범위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전부 다 알시아의 과욕이 부른 참사랄까요.”
열차를 멈춰 세우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한 그들.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으론 철도를 끊어 버리는 거겠지만 그렇게 쉽게 가지 않았다.
‘이 재밌는 놀이를 단번에 끝낼 순 없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오랫동안 괴롭혀 줘야지. 그래야 멘탈을 박박 긁을 수 있거든.’
너무 솔직하고 추악한 욕망이기에 누구도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내심 품은 같은 생각.
그리고 모두가 동의하는 가장 큰 이유.
‘솔직히 대참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진 않아.’
‘열차에 탄 사람을 다 죽였다간 테러리스트가 될 테니까. 그랬다간 게임을 접어야 할지도.’
안티 악플러지만 대놓고 악당이 되고 싶진 않은 이기적이고 비겁한 욕심이었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철도 위에 방책을 설치하는 그들.
방책은 열차와 충돌하더라도 탈선을 일으킬 정도로 단단하진 않았다.
가성비를 생각하느라 나무 따위로 급조한 장애물이 돌진하는 거대 철 덩어리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어디까지나 장애물은 상대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열차가 저것을 그대로 부수고 지나가는 순간, 방책에 설치해 놓은 폭죽이 요란하게 폭발할 것이다.
대미지는 없고 불꽃만 튈 뿐이지만, 기관실 쪽에선 열차에 이상이 생긴 줄 알고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멈추지 않는다면?
그럼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면 될 뿐이다.
다만 그 작전의 경우, 실전은 처음이라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말이다.
“설치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앞으로 가서 대기하죠!”
열차가 오는 방향으로 멀리 이동해 기다리는 그들.
구구구-
얼마 지나지 않아 육중하고 거대한 기관차 소리가 철도를 타고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는 칙칙폭폭 소리.
현대의 사람들에겐 낯설고 신기한 소리였다.
“후, 조금 떨리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뭐, 현실의 기차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지만, 저 과하게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더 겁이 나는군요.”
“그래도 현실 기차보다는 훨씬 느립니다. 그러니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이며 각오를 다진 그들은 마침내 행동을 시작했다.
“하앗!”
“이랴-!”
낙타에 올라타곤 튀어나온 그들.
말보다는 느리지만 생각보다 빠른 낙타들이 약 시속 60km/h로 달리는 기관차 옆으로 접근했다.
기관차의 기관사도 그들의 접근을 확인했다.
“저것들 뭐야?”
“낙타를 탄 플레이어들 같은데요?”
옆에 있던 부기관사는 대수롭지 않단 듯 말했다.
벌판을 가로지르는 열차와 그 주변을 포위하려는 말… 아니, 낙타.
조금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장면을 고전 영화 명장면 같은 곳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에 따르면 저들은 보나 마나 강도일 터.
하지만 기관실 관리자들은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들었다.
“알시아 님이 말한 대로네요?”
“그러게. 역시 알시아 님이야.”
“그럼 무시하고 계속 가는 거죠?”
의미심장한 대화.
저 앞에 무언가 헛짓거리를 해 놓긴 한 모양.
그러나 결코 열차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
두두두-
기관차 옆으로 가까이 붙은 판판 길드.
그들 중 몇 명이 쇠뇌를 꺼내 겨누며 소리쳤다.
“멈춰!”
“멈춰!!”
말 한마디로 열차를 세울 수 있을 리가.
어차피 기관차의 엄청난 소음 탓에 그들의 외침은 안까지 들리지도 않았다.
대신 국적 상관없이 알 수밖에 없는 손가락 욕을 보내 주었다.
“저 개자식들 멈출 생각이 없는 거 같은데요?!”
“쯧. 일을 귀찮게 하는군. 공격하죠!”
퓨뷰ㅤㅂㅠㄱ-
쇠뇌를 발사해 기관사를 노렸다.
애초에 그들 대다수는 활을 다루는 클래스가 아니었기에 그나마 다루기 쉬운 자동 쇠뇌를 준비했다.
나름대로 사격 연습도 했지만, 전력으로 달리는 낙타 위에서 역시 달리는 기관차 안쪽으로 날려 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팅- 팅-
대부분이 강철에 맞고 튕겨 나왔고, 심지어 유리창에 맞아도 뚫리지 않았다.
“젠장! 이래선 답도 없어요! 올라탑시다!!”
좀 더 적극적이고 파괴적인 공격, 가령 마법사들의 마법 공격이나 폭탄을 이용한 방식은 처음부터 배제했다.
계획을 준비하며 합의했듯, 테러리스트 낙인은 원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준비한 바로 이 갈고리 밧줄!
“가장 뒷칸! 저기가 귀족들이 탄 특별 칸입니다!”
“끼요옷! 약탈이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갈고리 밧줄을 꺼내 붕붕 돌리며 열차를 향해 마구잡이로 던지기 시작했다.
던지는 폼을 보면 나름대로 연습은 한 모양이지만, 달리는 열차에 실제로 시도하는 건 완전히 달랐다.
땅! 땅!
형편없이 튕겨 나간 갈고리들은 급기야 다른 낙타의 발을 걸어 자빠트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켜보는 객실의 귀족들은…….
“호호호- 정말 처절하군요. 대왕님의 말씀이 맞았어요.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더니.”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저렇게 무작정 달려드는 이들이 있었군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특별 칸에서 와인까지 즐기며 구경 중이었다.
“어어? 하나 걸린 거 같은데요?!”
그때, 갈고리 하나가 출입로 쪽 손잡이에 운 좋게 걸린 판판 길드원 하나.
하지만 그다음은?
‘어, 어떻게 해야 하지?’
브이튜브에서 찾아본 고전 영화들을 보면 말을 타고 이런 줄을 붕붕 돌려 대는 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런 액션을 열차 상대로도 써먹었던가 싶었다.
백지가 되어 버린 머릿속.
“뭐해요! 빨리 올라가세요!”
그때, 누군가의 재촉에 그는 냅다 줄을 당겼다.
점점 지치면서 뒤로 처지는 낙타도 채찍질하며 열차에 붙으려 해 보지만…….
“어어-얽!!”
결국 속도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줄을 잡은 채 떨어진 그는 밧줄에 휘감겨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아아악!!”
빠드득!
“헙!!”
낙타를 타고 달리던 판판 길드원들 전원이 깜짝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는 오래 버티지 못했고 최후는 아주 끔찍했다.
열차 아래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곳이 게임인 게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본 자체로도 큰 충격이었다.
다음 저 꼴이 되는 게 자신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뒤늦게 밧줄로 뭘 어떻게 해 보겠다는 건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그들.
개중 한 명은 전략을 살짝 바꿔 용기를 냈다.
파앗-
낙타 위에서 멋지게 몸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역시 상상과 현실엔 큰 차이가 있었다.
“잡았… 어어?”
마치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있는 듯, 가까워지지 않는 열차.
결국 모래사막 위로 처박혀 거센 먼지를 일으키며 굴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를 일.
“제, 제기랄…….”
일이 완전히 꼬였다.
남은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때.
“!!”
자신들을 보며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귀족들의 모습에 한순간에 눈이 돌아갔다.
“저… 저 빌어먹을 놈들……!”
“우리가 도와주려는 것도 모르고!!”
그리곤 아껴 두었던 마법이나 폭발물을 꺼내 들곤 곧바로 열차를 향해 날렸다.
그 광경에 실컷 웃던 귀족들의 표정도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얼굴이라 생각하며 판판 길드원들이 흡족해할 때.
콰아앙!!!
열차가 아니라 그들의 몸이 폭발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