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3
992화
어지럽기로는 포세이돈 교단도 이스터디 신성국 못지않은 상태였다.
슈저 대주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스터디 신성국으로 간 이들보다 더 속물적인 성향이 강했다.
비록 지금이야 재호라는 초거물의 눈치를 보고 있다지만, 그들의 뒤틀린 본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아나볼릭 교단의 특별 교육을 받으면 그런 성향을 어느 정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 당연히 아나볼릭 교단만큼 순백의 성직자를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건 솔직히…….
‘인간의 영역이 아니지.’
어쨌든 진아, 완식과의 만남은 재호가 아나볼릭 교단을 찾아가 보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아, 이스터디 신성국행 철도는 일단 보류했다.
이제는 처지가 바뀐 만큼 굳이 엘리시아 화원에서 먼저 나설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진아가 원로원을 좀 더 골려 주길 바라기에 겸사겸사 들어주기로 했다.
그들이 떠난 후, 방문한 아나볼릭 교단.
“허허, 어서 오십시오.”
스트로앤 교황은 역시 푸근한 미소와 함께 재호를 맞이했다.
서로 근황을 주고받으며 현 대륙 정세에 관한 이야기도 가볍게 떠들었다.
그리곤 자연스레 이스터디 신성국 주제로 흘러갔다.
“안 그래도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스터디 신성국 쪽에서 아나볼릭 교단에 가르침을 요청했다면서요?”
재호는 협력이라는 표현 대신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혹시 스트로앤 교황의 마음속의 걸림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허허, 가르침이라니 과한 말씀입니다.”
스트로앤 교황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이미 이스터디 신성국은 교단 연합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며 의지를 천명하지 않았습니까? 그 용기와 결단을 어찌 제가 함부로 평할 수 있겠습니까?”
익히 알고 있던 대로 그가 타 교단과의 협력엔 회의적이란 게 느껴졌다.
“그래도 꽤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재호가 슬쩍 운을 띄웠다.
“음? 재미있다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지금까지 아나볼릭 교단이 다른 교단에게 얼마나 시달려 왔습니까?”
“허허……. 대답하기 쉬운 질문은 아니군요.”
슬그머니 대답을 회피하지만, 사실상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이번 일로 대륙에 확실히 서열을 세워 주는 거죠.”
“허허- 서열이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스트로앤 교황답게 겸손한 대답.
하지만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재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아나볼릭 님은 자신의 아이들이 대륙에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주인공이 되길 원하신다는 걸.”
이건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과거에 받아 푹 묵혀 둔 퀘스트가 있었다.
[*퀘스트*] [아나볼릭 신은 영겁의 세월 속에서 무시와 박해를 받아 왔습니다. 또한 대륙에서도 늘 찬밥 신세였던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런 상황 속에서 다가오는 대륙의 혼란은 곧 기회!
아나볼릭 신은 이것을 기회로 삼아 아나볼릭 교단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퀘스트 목표 : 아나볼릭 교단의 대륙 5대 교단 편입] [퀘스트 수락 보상 : 1. 힘 능력치 50 증가
2. 추가 힘 능력치 상승률 30% 증가] [퀘스트 완료 보상 : 1. 힘 능력치 250 증가
2. 스킬 획득]
정말 오랜만에 꺼내 본 퀘스트.
현재 아나볼릭 교단은 많은 성장을 이뤄 냈지만, 이 퀘스트는 여전히 완료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면 퀘스트 달성 조건이 좀 애매해진 감도 있었다.
[퀘스트 목표 : 아나볼릭 교단의 대륙 5대 교단 편입]이제 5대 교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뭐, 기존 5대 교단의 명맥을 억지로 유지하며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걸 인정해 주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비웃음밖에 듣지 못하리라.
그런 와중에 아직 퀘스트 완료가 되지 않았단 건 아나볼릭이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는 뜻일 터.
그래서 이번 일이 꽤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래에 옵티마 교단과 같은 사례가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스트로앤 교황이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 상황을 초래한 이들과 뜻을 함께한 자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으며, 대다수가 이스터디 신성국으로 흘러 들어갔죠. 지금은 잠잠하지만, 대륙의 관심이 줄어들고 모두의 기억이 흐려지는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확실히 그런 점은 걱정입니다. 인간의 탐욕이란 늘 비상식적인 일을 일으키게 만드니 말입니다.”
마침 그 결과물이 눈앞에 있었다.
쇠질을 향한 비상식적인 탐욕이 만들어 낸 악마 사제…….
그렇기에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기도 할 것이다.
탐욕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대왕님의 말씀은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아나볼릭 교단이 움직여야 한단 것이군요.”
“아나볼릭 교단이 신성 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세워 주는 게 이스터디 신성국에게만 맡기는 것보단 훨씬 믿음직스러울 테니까요.”
“그렇군요…….”
재호의 말에 스트로앤 교황은 고심에 빠진 듯, 두꺼운 두 손을 힘겹게 깍지 낀 채 한참 말이 없었다.
사실 스트로앤 교황도 비슷한 걱정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스터디 신성국의 협력 요청을 받았을 때 바로 거절하지 않았던 것이고.
하지만 검은 물감을 다루면 어쩔 수 없이 검어지는 법.
제아무리 아나볼릭 교단이라 해도 이스터디 신성국과 너무 깊게 엮이다 보면 수양이 모자란 교단의 사제들은 속세의 탐욕에 흔들릴 터였다.
그래서 거절할까 하던 참이었으나…….
“허허허, 하지만 대왕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꼭 해야 할 것 같군요.”
“예?”
“대왕님만큼 대륙을 걱정하는 분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아나볼릭 교단을 향해 그만한 신뢰를 보내 주시니 저희도 피하지 말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모로 반박할 만한 부분들이 많은 이야기였지만, 그건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다 보니 재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스트로앤 교황이라고 해서 그걸 모를까.
재호를 향한 무한 호감 덕분에 아주 약간(?) 좋은 쪽으로 해석될 뿐.
“다만 과연 이스터디 신성국이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들이 바라는 건 어디까지나 아나볼릭 교단이라는 보기 좋은 포장지. 하지만 저희는 그런 협력은 원하지 않습니다.”
“인정합니다. 아예 빡세게 굴려야죠. 다른 생각 못 하게!”
“바로 그겁니다! 역시 대왕님께선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스트로앤 교황의 눈이 반짝였다.
“혹시 대왕님께서 함께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제가요?”
재호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포세이돈 교단 쪽도 부탁 좀 하려고 왔더니 도리어 스트로앤 교황이 도움을 먼저 청했다.
“아무래도 대륙에 퍼진 위명을 생각하면 대왕님만큼 저들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페르마 사막의 주인이지 않습니까? 속세에 물든 자일수록 그런 권력에 약한 법이지요.”
“으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굳이 다른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옵티마 교단과 교단 연합이 없어졌으니 재호가 이스터디 신성국과 짝짜꿍한들 누가 트집을 잡겠는가?
‘이걸 빌미로 진아 쪽에 힘을 더 실어 줄 수 있다면……?’
꽤 긍정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갑자기 끼어드는 건 모양이 좀 이상한데… 혹시 이건 어떻습니까?”
재호는 방금 떠올린 생각을 전했고 스트로앤 교황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스터디 신성국과 마찬가지로 포세이돈 교단 쪽 교육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포세이돈 교단을 말입니까? 그곳에도 문제가 있습니까?”
“아무래도 이스터디 신성국 쪽으로도 갈 수 없는 막장들… 크흠. 그… 솔직히 말하면 타락한 성직자들이 포세이돈 교단으로 많이 찾아왔거든요.”
재호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했다.
어차피 스트로앤 교황이라면 직접 보자마자 그들의 싹수를 알아볼 테니까.
“아! 이해했습니다. 포세이돈 교단이 대륙의 미래를 위해 솔선수범하여 구제 불능 성직자들을 거두어들이신 거군요.”
“……그렇죠.”
이번에도 꿈보다 해몽.
그리고 재호는 그 해몽을 받아들였다.
* * *
이스터디 신성국에서 교황 진아와 원로 몇 명, 그리고 젊은 대주교들이 아나볼릭 교단을 방문했다.
“허허, 다들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가시죠.”
그들을 맞이한 스트로앤 교황이 회담 장소로 안내했다.
각자 자리에 앉은 그들은 처음엔 가벼운 잡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럼 슬슬 이스터디 신성국에서 제안한 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를 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스트로앤 교황의 물음에 그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대표로 진아가 대답했다.
“저희는 이미 말씀드렸던 대로, 신성제국 사태로 대륙에 점점 약해져 가는 신앙심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기에 현재 이스터디 신성국은 신성제국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죠. 하지만 아나볼릭 교단에서 도와준다면 그런 부정적인 견해를 지울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도움을 주신다면 이스터디 신성국은 모든 신의 뜻에 따라 대륙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진아는 이미 명문화된 이스터디 신성국의 입장을 재차 전했다.
“허허, 그렇지 않아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스트로앤 교황이 차분히 답했다.
“사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나볼릭 교단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교단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기본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점점 악화되어 가는 대륙의 민생 혼란을 생각하면 이대로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스터디 신성국이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요.”
듣기 좋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스트로앤 교황은 표정 변화 없이 조금 다른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거짓이지 않겠습니까?”
“예?”
당황한 이스터디 신성국 쪽에서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스트로앤 교황을 쳐다봤다.
“이왕 하는 것이라면 이스터디 신성국이 다시 과거 교단 연합만큼… 아니, 그 이상의 명망을 얻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그렇죠.”
묘하게 불안한 흐름.
“그렇다면 이참에 확실하게 개선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모시는 신께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말이죠.”
“…….”
적당히 이름만 빌려서 세탁을 해 볼까 싶었던 자들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좋은… 말씀입니다.”
간신히 입을 연 한 대주교.
“하지만 저희는 이제 국가입니다. 그리고 지금 하신 말씀은 곧 내정간섭으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허허, 그래서 일반 사제와 성기사에 대해서만 저희 방식의 신앙심 교육을 진행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아! 물론 다른 분들도 희망하신다면 얼마든지 참관하셔도 됩니다.”
“크흠. 하지만…….”
“좋아요!”
하지만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불쑥 대답한 진아.
“교, 교황님?!”
당황한 이스터디 신성국 쪽 사람들이 진아의 돌발 행동을 제지하려 했지만…….
“허허, 역시 교황님께선 제 뜻을 알아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침 저희를 도와주시기로 한 특별 교관님도 계십니다. 마침 이곳에 오셨는데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교, 교관이요?”
“들어오시겠습니까?”
스트로앤 교황의 부름에 회담장으로 한 거구의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세상에 나쁜 성직자는 없다.”
붉은 캡 모자가 눈에 띄는 사내는 그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