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8
997화
고블린 왕국 공사가 완료되면서 고블린이 주인인 새로운 국가 마침내 공개되었다.
기존 대륙의 권력가들은 고블린 왕국의 등장에 별로 호의적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이종족을 향한 뿌리 깊은 반감, 특히 고블린은 비호감으로 유명한 종족이지 않은가?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외모부터 호감이 생기기엔 한참 모자랐다.
아마 대부분 사람은 오히려 오크에게 더 호감을 보이리라.
그래도 고블린은 이종족 중에선 굉장히 머리가 좋고 재주가 많은 종족으로, 인간과 협력한다면 꽤 훌륭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음에도 말이다.
아마 고블린과 잘 맞는 인간은 주로 범죄자란 점 때문이겠지만.
즉, 범죄자들과 잘 어울릴 만한 고블린의 본성도 문제였다.
어떻게든 남을 등쳐먹으려는 더러운 성격.
비호감 외모 + 개 같은 성질머리.
그랬다.
고블린은 정말 호감을 느끼기 힘든 종족이었다.
그러니 고블린 왕국의 등장을 고깝게 보는 건 당연한 일.
저 몬스터나 다름없는 종족이 나라를 세운단 걸 알았다면 분명 몇몇 나라는 토벌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게 알게 되기도 했고 페르마 사막에서 진행된 일이라 그런 고민은 금방 접어야 했다.
따지고 보면 그곳엔 이미 도마뱀 시티라고, 이미 드워프와 고블린이 공존하는 도시가 자리하고 있기도 했으니…….
이제 와서 딴지를 거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그런데 실소를 나오게 하는 소식은 더 있었다.
고블린 왕국이 앞으로 대륙 금융에 뛰어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고블린이 금융?
사기 전과범이 대부업을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ㅋㅋㅋ고블린을 앞세우고 돈놀이하겠다고? 황재호 무슨 생각이냐? 진심 저게 된다고 생각해서 추진한 거?
└황재호가 해서 지금까지 안 된 거 있음?
└안 된 거? 날 엘리시아 화원으로 섭외하는 데 실패함.
└그건 안 한 거고…….
-근데 너희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고블린 은행은 애초에 양지에서 장사하는 곳이 아님. 검은돈을 주로 만지는 곳임. 그러니 너희가 걱정 안 해도 알아서 잘될 거임.
└알시아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저거 때문에 또 개 같은 일 벌어지지 않을까 싶은 거지.
고블린 왕국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논란이었다.
차라리 기계공학 도시 컨셉이라면 이해를 할 테지만, 기계공학을 메인으로 다루는 곳은 여전히 도마뱀 시티.
고블린 왕국은 고블린이 모여 살면서 돈을 보관하고 굴리는, 그냥 정말로 고블린 ‘왕국’이었다.
[고블린 왕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사기꾼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멀쩡한 사람이 거길 가는 건 주머니 다 털리고 싶다는 뜻.]이런 은근한 기대가 실린 글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블린 왕국을 향한 비호감과는 별개로 실제 영업은 꽤 원활했다.
그 배경엔 이스파이어 공국의 도움 아닌 도움이 있었다.
명실상부 대륙 금융의 중심인 이스파이어 공국.
누구보다 고블린 왕국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그곳이 놀랍게도 침묵을 택한 것이다.
그들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결국 고블린 왕국의 돈놀이를 묵인하겠다는 뜻.
뭐, 사실 둘 사이엔 모종의 거래가 있긴 했지만, 대외적으로 그런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으니.
이미 합의한 대로 고블린 왕국의 금융은 지하 금융을 담당했다.
그런 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하 금융 쪽과 친한 이들은 그 침묵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래서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암흑가 쪽.
이미 검증된 이스파이어 공국의 거래 라인을 하루아침에 없앨 순 없다.
대신 고블린 왕국 쪽은 이스파이어 공국 외의 또 다른 라인을 만들 수 있단 점이 장점이었다.
특히나 돈거래는 너무 한쪽으로 몰아 놓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으니까.
고블린 왕국이 최소한의 신뢰만 보여 줘도 꽤 좋은 선택지가 될 터였다.
그렇게 암흑가 쪽에서 고블린 왕국의 거래를 늘려 나가기 시작하자 의외로 귀족 사회에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흔히 하는 생각과 달리 대륙의 상류층은 암흑가와 밀접하게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보통은 흔적이 남지 않길 바라는 관계였고, 거래 통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단 점에서 고블린 왕국도 나쁘지 않아 보였으니 말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마음을 영 불안하게 만드는 건 역시나 상대의 종족인데…….
“하하핫! 걱정 마시라. 우리들의 대왕의 명예를 걸고 신뢰를 지킬 거니까!”
고블린 대왕이라고 하면 알시아.
그 말은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대륙에서 알시아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황제 다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물론 당사자는 그런 식으로 이름이 팔려 나가고 있단 건 몰랐다.
* * *
고블린 왕국을 재호가 방문했다.
공식적인 개국 행사에 방문한 뒤 두 번째 방문.
먼저 아직 자잘하게 남은 고블린 왕국 공사 상황을 살펴본 뒤, 이곳의 인력을 조금씩 이스터디 신성국 쪽으로 지원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음? 그런 거라면 굳이 찾아올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사실 다른 할 말이 있는 거 아닌가?”
재호를 만난 쉰들러가 수상하다는 듯 물었다.
킁킁-
“뭔가 냄새가 나는군. 아무래도 돈과 관련된 것 같아.”
“그건 좀 소름이네.”
재호는 진심으로 말했다.
“척하면 척이지. 하지만 안 돼.”
“일단 들어나 보라고. 고블린 왕국 입장에서도 나쁜 것 없는 제안이거든. 그리고 나 고블린 대왕이야!”
부드러운 앞 문장과 달리 강압적인 뒷 문장.
“크흠. 좋아. 이야기해 봐.”
쉰들러가 팔짱을 낀 채 깐깐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한창 이스터디 신성국 쪽 공사가 진행 중인 건 알지?”
“물론. 그래서 전문가들을 데려가려는 거 아닌가?”
“맞아. 이번에 공사 규모를 확장하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기존 인력으로는 감당하긴 힘든 모양이야. 게다가 철도도 깔기로 했고.”
“오호라. 그 건방진 교단 놈들이 드디어 콧대를 낮춘 건가?”
이스터디 신성국이 철도에 대해 그리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건 쉰들러 또한 알고 있다.
철도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한 그로서는 기분이 상할 만한 일이었다.
“그렇지. 아주 괘씸한 사람들이지. 거기 교황은 적극적으로 추천했는데, 젊은 사람이라고 듣지도 않더라고.”
“어허- 그래선 안 되지. 우리 고블린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위아래 없이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자를 인정했기 때문이지.”
쉰들러는 콧대를 한껏 세우며 말했다.
위아래 없다는 게 어째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 같기도 했다.
“암암! 내가 잘 알지!”
물론 그런 말은 하지 않은 채 열심히 공감해 주었다.
실제로 고블린들이 실력 우선주의인 건 명백했다.
그러니까 아예 종족 자체가 다른 재호를 고블린 대왕으로 인정해 주기까지 했을 테지.
어쨌건 현재 여러모로 돈 들어갈 일이 많은 이스터디 신성국의 상황.
진아를 통해 확인한바, 기존 교단의 자금과 이스파이어 공국 쪽을 통해 가용 가능한 자금은 모두 끌어다 쓴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말로 최대한 끌어다 쓴 건 이스파이어 공국 쪽 정도.
기존 교단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재산을 고스란히 오픈하진 않았다.
저마다 나름대로 보험은 남겨 둔 것이다.
“흠, 그것 하나는 칭찬해 줄 만하군. 내 밑천은 감추고 남 밑천을 뜯어먹는 것이야말로 돈놀이의 기본이지.”
“…뭐 그래.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모자란 금액을 고블린 왕국 쪽에서 빌려주는 게 어때?”
“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지. 보자… 건국 이래 최대 규모 대출이 되는 건가…….”
“건국한 지 얼마나 됐다고…….”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일이긴 하지. 다른 곳도 아니고 저 재수 없는 교단 놈들이 우리에게 구걸하는데!”
“크흠. 그…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저쪽 사람들 앞에선 표현을 순화해 줬으면 좋겠어.”
“크크크, 그래도 고객 응대는 제법 친절하다고.”
쉰들러는 대충 계산을 굴려 보며 말을 이었다.
“뭐, 밉상인 것과 별개로 이스터디 신성국 정도면 괜찮지. 단순히 신생국가라고 보기엔 내실이 꽤 든든하니까. 그리고 네가 페르마 사막에 자리를 내어준 걸 보면 믿을 만한 곳이기도 할 테고……. 좋아. 괘씸죄만 조금 추가해서 대출 허가를 해 주도록 하지.”
마침내 쉰들러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고마워. 그런데 하나 더 부탁해도 되겠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재호는 이번 기회로 진아가 권력을 확실히 잡을 수 있기를 바랐다.
“크크크……. 역시 우리의 대왕이야.”
“…….”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 * *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로 한 이스터디 신성국.
특히 신앙 캠프를 통해 비교적(?) 하나로 뭉친 상태이기에 의욕은 더 넘쳤다.
재호의 도움을 통해 여러 전문가를 섭외할 수 있었고, 모자란 대금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찝찝한 건 그 대금을 빌려주는 곳이 고블린 왕국이란 것인데…….
“쯧쯧. 다들 얼굴에 의심이 그득그득해선.”
고블린 왕국의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쉰들러가 진아를 비롯한 이스터디 신성국의 대표단을 향해 혀를 찼다.
고블린에게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던지라 몇몇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명백히 아쉬운 쪽은 자신들.
많은 돈을 빠르게 융통할 만한 곳은 고블린 왕국이었으니까.
그나마 고블린 왕국을 향한 최소한의 신뢰는 전적으로 재호 덕분이긴 했다.
아니면 고블린 왕국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런데 그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쉰들러의 이야기.
“우리는 알시아 때문에 대출을 해 주려는 게 아닌데?”
쉰들러의 난데없는 소리.
스윽-
쉰들러의 눈이 진아를 향했다.
“우리 고블린 왕국은 진아킴 교황을 믿고 교황에게 대출해 주기로 했지.”
“?”
“??”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제히 진아를 쳐다보는 사람들.
진아가 고블린 왕국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몰라서 묻는 건가? 교황이 지금까지 보여 준 영웅적인 모습들! 이스터디 신성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흠흠…….”
진아는 무안함에 괜히 헛기침하며 시선을 허공에 뒀다.
뻔하게도 결국 재호의 계획이었다.
살 만해지니 틈만 나면 툭툭 진아를 건드리는 이스터디 신성국을 확실히 틀어쥘 힘을 주려는 것이다.
바로 명성-약간은 날조된-과 돈!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돈이긴 했다.
당장 돈이 급한 이스터디 신성국에 확실하게 목줄을 채울 방법이니까.
그래서 대출 또한 이스터디 신성국이 아닌 진아의 명의로 내어주기로 했다.
또한 진아 앞으로 자금을 내어준 뒤 교황명으로 집행하는, 이런 불편한 방식을 택한 것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자금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였다.
이스터디 신성국의 소속이 된 각 교단이 여전히 저들의 비자금은 꽁꽁 싸매 둔 상황.
거기다 이스파이어 공국을 통해 수급한 자금도 슬쩍슬쩍 파먹고 있는 마당에 고블린 왕국 쪽 자금도 그럴 순 없었다.
“아… 아니. 그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스터디 신성국은 국가로서 비록 성왕의 자리가 공백이라 교황이 대표자로 나서고 있지만, 사실 교황은 명예직입니다. 교황이 국가의 자금 운용을 통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반발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 이들을 향해 진아는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웃기고 있네. 교단들이 잘나가던 시절, 교황들이 얼마나 막대한 권력을 휘둘렀었는지 생각해 보라고요.”
“지, 진아킴 교황!”
“그때와 비교하면 난 아주 친절하고 합리적인 교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니에요?”
진아의 질문이 향한 곳은 신성국 내 가장 강력한 지원군인 그라타 대주교.
“허허, 옳으신 말씀이지요.”
그는 흡족한 얼굴로 진아의 말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