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enius of the Marqu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3)
후작가의 마법 천재-324화(323/324)
324
‘……’
귀찮은 혹을 메단 채, 제국의 왕성으로 돌아왔다.?
세 ‘예비 신부’들이 날 반겨주었다.
“오라버니이!”
“도련님!”
“오빠아!”
어우, 야.
정말 격한 환영이었다. 포옹이 한참을 이어졌다. 감히 떼어놓으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마치 옷이 걸린 마네킹처럼 한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과부 신세는 면했네요. 헤에.”
아이리스가 혀를 내민 채 말했다.
아니, 과부라니. 말이 좀 무섭잖아.
가장 어린 신부조차 저런 말을 툭툭 내뱉을 정도였으니, 위의 언니라 부를 만한 존재들은 어떠할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곧이어 세 아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신의 무구. 그것들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남편이 매번 밖을 나설 때마다, 하나씩 들고 왔던 장비들이 아니던가. 하나하나의 힘이 제국의 국보를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의 무구.
그것들이 카일의 온 몸에 빈틈없이 장비되어 있었다. 에르시엘이 고개를 갸웃한채 물었다.
“신의 무구들은 반납하지 않은 건가요?”
“…… 신이 안 받더라고.”
“왜요? 인간계엔 있을 만한 물건들이 아닌데……”
“…… 장비들이 말이야. 나랑 떨어지기 싫어한다네.”
“…… 에엑?”
“그것도 모자라, 불의를 보면 못 참는대.”
“……”
“그래서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 순간이었다.?
세 여자의 눈에 불길이 일어났다.?
“참나! 그 마이데르라른 신, 너무 뻔뻔한거 아니예요?! 여태까지 부려먹었으면 됐지, 앞으로도 계속 부려먹겠다고?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한 신이시네!”
아이리스는 분통을 터뜨렸고.
“재상님? 저예요. 그 마이데르 교단이 제국에 얼마나 퍼져있다 했었죠? 아, 아직 초창기라고요? 지원 정책은요? 아아. 그렇구나. 아, 다름이 아니라 지원금을 팍 줄여줬으면 해서요. 그리고 아직 알톤 제국에서 교단을 받아들이는 건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네요……?”
언제 수정구를 들고온 건지, 에르시엘은 수정구 안의 심튼을 바라보며 교단에 대해 실질적인 처벌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엘레나는 그 모습을 바라본 채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역시 둘째가 똑 부러진다니까. 봐요. 든든하지 않아요? 얘가 일을 참 잘하더라고요. 여보.”
“……”
그래. 마이데르는 좀 혼나봐야 정신을 차릴 만한 노인네다.?
이 참에 교단의 세를 팍 줄여버리는 것도……
그때였다.
부르르!신의 무구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 어?”
곧이어 몸 안이 간지러워졌다. 그것도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지.
“아니 잠깐만…… 이 망할 장비들이 설마……”
커헉!온 몸을 깃털로 긁어내리는 간지러움.
정말 끔찍했다. 황급히 마나를 돌렸으나, 간지러움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설마, 설마!
다급히 에르시엘을 바라보았다.
“시엘. 크……읍…… 잠깐만…….”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 …… 흡…… 멈춰봐…… 빨리……”
에르시엘이 곧바로 수정구를 바라본 채 말했다.
“안 그래도 될 것 같아요.”
―…… 예?
에르시엘의 하소연을 듣고 있던 수정구 안의 심튼이 어벙한 표정을 짓는 순간.
간지러움이 귀신처럼 멈췄다.?
“아니…… 이 정신 나간 노인네가……”
무구에 무슨 짓거리를 벌인 거야! 곧바로 무장을 해제했다. 떨어지기 싫다는 듯 막대한 흡착력을 보이던 무구들이 하나 둘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금 무서운 점이 있다면. 반지나 목걸이, 갑옷 각반 등등 온갖 장비들이 바닥을 향해 떨어질 때마다.
마치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선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
“오늘은 그만 달라붙어. 힘드니까.”
―푸욱.
무구들이 마치 버림받기라도 한 것마냥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귀엽다기 보단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무구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것이다. 신의 무구라는 것을 알아서 다행이지, 몰랐다면 남랑특집을 목격한 것 같은 공포를 느꼈을 거다.
산전수전을 겪은 기사라 할지라도 이 장면에 흠칫하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
“…… 너희들.”
―번쩍!
열 두가지 장비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무구에 허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수식어만큼 어울리는 말은 없었다. 무구들이 번쩍번쩍 일어서는 말을 이 문구대신 다른 문구로 표현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 혹시 다른 주인을 찾아설 마음은……”
그때였다. 무구들이 모조리 달라붙었다. 그다음엔, 지옥과 같은 간지럼이 이어졌다.
‘아……’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무구들을 떼어놓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농담이야! 농담!”
그제서야 무구들이 떨어졌다.
“…… 오늘은 쉬고 싶으니, 한 달 후에 다시…… 아니…… 잠깐만…… 일주일…… 아냐. 됐어. 내일 다시 와줄래?”
한 달.?
일주일.
말을 이어갈 때마다 무구들이 쫄래쫄래 다가오는 모습이라니.
솔직히 마주하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간지러움은 초월자의 한계를 넘어선 나조차 저항할 수 없는 수단이었으니까. 문득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세 아내가 아주 빤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레나가 빙긋 웃은 채 물었다.
“저 무구들. 혹시 성별이 여성인 건 아니겠지요?”
“…… 설마 그러겠어?”
황급히 손사레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자칫했다간 무구에 질투하는 아내를 두게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그만큼 엘레나의 눈길은 살벌했다.
“그럼 다행이고요.”
“그러엄. 세상에 성별이 있는 무구가 어딨어? 그런 이야기는 나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
“그렇겠지요. 그래도 무구들과 너무 친한 모습은 보여주지 말았으면 해요. 질투날 지도 모르니까요.”
“…… 으응. 그래. 엘. 알잖아. 나에겐 너와 시엘, 그리고 아리 뿐이라는 걸.”
“앞으로도 꼭 우리 셋만 바라봐야 해요?”
“…… 아암. 그래야지.”
이제 결혼식까진 한 달조차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나의 대답도 정해져 있었다.
무조건 그리 하겠노라고.
* ? ?* ? ?*
제국의 합동 결혼식.
그 날짜가 다가왔다. 12월 31일. 이 날은 예정된 축젯날이었다. 온 대륙이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데엥!
―데에엥!황궁에 있는 시계탑이 울렸다. 오후 열 두시. 햇살이 쨍쨍한 시각.
결혼식이 진행되는 시간이었다.
하객들의 면면은 하나같이 유력자들 뿐이었다. 그 유력자들조차 고르고 골라 모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결혼식에 참석할 의지를 다진 자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하객들은 세 아내들이 모조리 솎아냈다. 덕분에 결혼식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지금부터, 합동 결혼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제국 전역에 거대한 축포가 터졌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수천 개의 축포들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결혼식의 시작이었다. 주례를 보는 건 바로 멜레오스였다. 로브가 아닌 정갈한 정장을 입은 노인이, 하객들을 바라본 채 말했다.
―먼저, 신랑부터 입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알톤 제국, 아니 다섯 개의 대륙을 통틀어 최고의 신붓감이라 평가받는 세 여성을 한번에 맞이하게 될, 제국 최고의 영웅이자 행운의 사나이! 그를 소개합니다! 카일 루드니온 공작입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와아아아아!!!
대륙 전역으로 거대한 함성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미 합동 결혼식은 전 대륙에 송출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마법 수정구에 담아, 그것을 마치 영화관의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쫙 뿌려대고 있었으니까. 대륙 최고의 대영웅의 결혼 장면을, 모두가 지켜보고 싶다나 뭐라나.
덕분에 마법사들만 죽어나갔다. 귀족들이 하도 닦달했기 때문이었다. 유력 귀족가조차 고르고 골라 초대받은 결혼식장.
그 안에 초대받지 못한 귀족들은, 이렇게라도 결혼식을 관람하길 원하고 있었다.
멋스럽게 올린 머리. 거기에 정갈한 정복을 입은 내 모습이 제국 전역에 송출되고 있었다.
―꺄아아악!
―어떻게 해! 공작님이야!
―오빠! 나죽어어!
‘아니. 죽긴 왜 죽어?’
세상에.
내 인기가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그마치 제국의 수도 전역에서, 내 이름을 부르짖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으니까. 인기남은 항상 피곤한 법이다. 이거, 대륙의 대영웅이 아니라 대륙의 슈퍼 스타가 되게 생긴 셈이다.
그렇게 단상 위로 올라선 뒤엔.
그다음 소개가 이어졌다.
―알톤 제국하면 이 분을 빼놓을 수 없지요! 제국의 주인이시자, 제국을 다스리는 어머니와 같은 분이라 하면, 단번에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국에서 최고의 신붓감이라 소문이 자자했던 그분! 엘레나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순간이었다. 새하얀 웨딩 드레스를 차려입은 엘레나가 사뿐사뿐 걸어들어왔다. 그녀를 직접 안내하기 시작한 건 아버지인 렘튼 후작이었다. 평소 갑옷과 검을 착용한 기사였던 아버지는, 오늘만큼은 묵직한 정장을 착용한 채 여황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폐하. 손을 잡아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예요. 아버님.”
렘튼의 표정이 단번에 녹아내렸다. 흐뭇하다 못해 솜사탕처럼 녹아내린 듯한 표정에 엘레나가 활짝 미소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허허. 못난 아들놈을 잘 지도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머. 못나다니요. 멜레오스 공작의 말대로, 제국 최고라 불리는 신붓감의 마음을 뺏은 아드님이신데요.”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안내가 이어졌다.
렘튼이 엘레나의 손을 내게 건네주었다.
“아들아. 황제 폐하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모습이 보이면, 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알겠느냐?”
“…… 하하. 물론이지요.”
아버지.
왠지 눈물을 흘리게 될 사람을, 반대로 말한 것 같지 않습니까?
엘레나는 마치 요조숙녀라도 되는 것마냥 이쪽의 손을 살포시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눈빛을 내비친 채로 말이다.
이것 참.
첫째 아내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수준급이었다.
―허허! 그러나 신부는 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의 결혼식의 이름은, 합동 결혼식이지요! 대정령사이자, 공작을 수많은 위기에서 구출해냈던 제국의 여백작! 어렸을때부터 공작을 짝사랑했던 그녀가, 드디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모두 우레와 같은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와아아!!!
에르시엘이 입장했다. 이번에도 렘튼이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다가온 렘튼이 또다시 손을 건네준 뒤 말했다.
“아들아. 둘째 며느리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모습이 보이면, 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알겠느냐?”
“…… 물론이지요.”
이것 참.
입에 매크로라도 다신 건가.?
어떻게 말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을 수 있는지.
의문이 절로 들 지경이었다.
―이걸 어쩌죠? 신부는 겨우 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제국의 대마법사이자, 루드니온 공작의 직속 제자로 오랜 시간 동안 활약해온 제국의 여자작이 입장합니다! 듣기론 공작의 미모에 한눈에 반했다 알려져 있는데요! 결국 그 마음이 이어지게 되었네요! 그것도 결혼식이라는, 최고의 결과로 말입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세 번째 신부는 바로 아리, 아니 아이리스였다.
이번에 아이리스의 손을 잡은 건 렘튼 후작이 아니었다.
네이론 백작가의 가주, 프란텔 백작이었다.
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아이리스를 바라보던 백작이 손을 건넸고.
네이론 백작가의 막내 딸이, 그 손을 잡았다.
곧이어 신부가 다가왔다.
손을 건네준 백작이 말했다.
“크흠! 공작 각하. 제 딸아이가 부족함이 많지만, 그래도 부디 사랑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 제가 믿어도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크흠! 이제 가장 뜨거운 장면만이 남았군요! 신랑 신부는, 사랑을 맹세하는 키스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명 한 명 정성스럽게 말이지요!
그렇게 뜨거운 키스가 세 번이나 이어졌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가장 화려하게 이루어졌다 알려진 합동 결혼식.
그것이 끝마쳐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