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enius of the Marqui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4)
후작가의 마법 천재-325화 (완결)(324/324)
325
응애애!?
응애애!
응애애!
아, 잠깐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허억!”
식은땀을 흘린 채 침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밖은 아직 새벽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폐하! 아침 조례를 시작하실 시간이옵니다!”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무려 오 년 전.
동시에 세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오 년이 지난 지금은.
난, 황제가 되어 있었다.
알톤 제국의 황제가.
일이 이렇게 흘러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여제의 남편을 국서라 칭하는데, 국서의 아내가 있다면 그것을 무엇으로 칭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일단 여황제가 즉위한다는 것 자체가 제국 역사상 아주 아주 아주 드문 일이었고, 그 여황제가 국서를 두는 일은 더더욱 없는 일이었으며.
그 국서가 부인을 두 명이나 더 들이는 일까지 와선.
―……고대 제국의 역사서에조차 나와 있지 않은 일입니다. 아니, 그냥 전 대륙의 역사상 거의 처음이 아닐까…….
뭐, 그래서 여황제인 엘레나를 제외한 두 부인의 칭호를 정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국서의 첩??
시엘과 아리를 그딴 식으로 호칭을 하자고 말을 꺼냈던 귀족 놈은 벌거벗겨진 채 황궁에서 쫓겨난 지 오래였다. 그래서 대충 첫째 부인, 둘째 부인, 셋째 부인으로 칭하기로 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정실과 후실로 나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실이란 건 애초에 이쪽이 황제가 됐을 때나 칭하는 칭호였으니까.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첫째 부인, 엘레나가 자꾸 이쪽 보고 황제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기 때문이었다. 더 환장하겠는 건, 고위 귀족들조차 내가 그리 하길 바랐다는 것이었다. 여황제의 내정 실력 하나는 인정하나, 제국을 이끌기 위해선 뛰어나면서도 강인하고, 전 대륙에 대영웅으로 취급받고 있는 내가 더 어울린다나 뭐라나.
죽어라 사양을 했었다. 황제?
솔직히 말하자면 부와 권력은 더 이상 오를 수가 없을 정도까지 모여 있었다. 황제가 겉보기엔 좋아 보여도, 그 실상은 서류의 산더미에 둘러싸인 지옥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엘레나에게 수많은 짬을 때렸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나였으니까.
그래서 안 맡으려고 했다.
진짜 안 하려고 했다.?
정말이다.
‘젠장.’
세 아내가 동시에 회임 소식을 알리지만 않았더라도, 분명 유유자적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공작보다 한 단계 높은, 대공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말이다.
문제는 엘레나가 회임을 한 뒤였다. 애를 가졌으니 태교만 열심히 신경 쓰겠다며, 업무를 등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능한 인재가 한 명 사라지자, 업무가 서서히 마비되기 시작했고.
정말 끝까지 외면해 보려 했는데!
이 빌어먹을 신의 무구들이 날 가만두지 않았다. 떼어 놓으려 해도 하루 온종일 온몸에 달라붙은 채,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파닥이와 동화를 한 채 도주라도 하려 했는데, 믿었던 파닥이조차 날 배신해 버렸다.
에르시엘의 명령 때문이었다. 남편을 돕지 말라고.
그 한마디에 파닥이는 모든 힘을 잃어버렸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세 아내는 마치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기가 막히게 눈덩이를 굴려 가기 시작했다. 업무가 마비되었다. 그건 황제의 회임 때문이다. 그럼 누가 일을 해야 하느냐. 단 한 사람밖에 없지 않느냐. 루드니온 공작.?
그가 나서야만 한다.
어느새 제국 전체엔 그런 기조가 퍼져 나갔다.
그래서 정말, 딱 열 달만 대리로 업무를 맡으려 했다. 황제가 아닌 황제 대리로.
그렇게 대리를 맡게 된 이후. 열 달이 지났고, 세 아이가 탄생했다. 근데, 그다음에도 황제 대리는 계속되었다. 아이에게는 어머니가 필요하다는 세 아내의 주장 때문이었다.?
특히 엘레나는 자신이 국정을 맡게 되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다며 집무실로 되돌아오는 것을 극구 거부하기 시작했다.
어쩌겠는가.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는 수밖에.
그렇게 지난 시간이 벌써 사 년이었다. 이젠 정말 바톤을 터치할 때가 아니냐며 아내들을 닦달하기 시작했을 때쯤이었다.
내가 정말 의도하진 않았는데.
정말 의도하진 않았는데 말이다.
엘레나를 비롯한 세 부인이 두 번째 회임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어영부영 내게 업무를 계속 미뤄 오던 상황에서 말이다. 이건 쐐기를 박을 만큼의 치명타였다.
나라에 경사가 났다며 고위 귀족들이 방방 뛰어다니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안 그래도 대리직에서 물러나기 힘들었는데, 아예 굳건하게 자리를 잡을 만한 명분이 생겨난 셈이었으니까.
그렇게 일을 이어 가던 도중.
모든 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날 황제로 추대해 버렸다. 그것도 엘레나의 동의가 적힌 서신을 내들고 말이다. 제국 전체엔 또다시 경축의 분위기가 솟아올랐다.
엘레나가 못난 황제는 절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호신과 같은 루드니온 공작이 제국을 다스려야 마음이 든든하다나 뭐라나.
내게 있어선 정말 미치고 팔짝 뛸만한, 슬픈 소식이라 할 수 있었다.
결국 여론에 떠밀리듯 황제가 되어 버렸다. 이건 힘이 아무리 세다 한들, 막아설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제국 전체가 황제를 하라고 떠미는데, 어찌 버틸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나약한 개인의 신분으로 말이다.
“아…….”
그게 지금 내 앞에, 산더미처럼 서류가 쌓여 있는 이유였다.?
“에휴…….”
서류에 미친 듯이 도장을 찍어 나갔다. 가까스로 아침 업무를 끝낸 뒤.
내 부인들이 기거하고 있는 궁을 향해 움직였다. 점심은 가족들끼리 모여 먹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때가 내 자식들을 볼 시간이기도 했고.
―아빠아!
―아버지!
―오셨군요.
부인은 셋.
자식도 셋.
나머지 세 자식은 세 명의 부인들 배 속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내 유일한 희망.
엘레나의 첫 자식이자, 세상에 나와 있는 세 명의 자식들 중 유일한 남자인, 아들놈을 바라보았다.
리온 드 루드니온.
이제 네 살이 된 장남의 풀네임이었다.?
황가의 자식들만 쓸 수 있다는 미들 네임 ‘드’를 달고 태어난 아들 녀석. 녀석의 밥 위에 고기반찬을 듬뿍 얹어 주었다.
“우리 아들, 커서 뭐 하고 싶다고?”
“아버지처럼 훌륭한 황제가 될 거예요.”
“어이고! 아빠는 아들만 믿고 있어요. 그래도 공부를 지금부터 열심히 하진 말려무나. 놀 땐 놀아야지.”
“공부가 재밌는걸요.”
아, 그럼 어쩔 수 없지.?
재밌다는데 어쩌겠는가??
난 정말 네 살짜리 아들에게 다음 황위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조기 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뜨거운 교육열은 내 고향에서 아주 많이 목도했으니까. 부작용도 참 많이 목도했다.
공부를 말리는 건 그래서였다.
근데 내 첫째인 리온은.
엘레나와 날 반반 정도 닮아 있었다.?
외모부터 시작해서 특성까지도 그랬다.
[오이스터의 눈이 발동됩니다.] [인물을 분석합니다.] [분석 중…….] [분석 완료] [이름: 리온 드 루드니온] [나이: 4세] [특성: 정치의 귀재, 뛰어난 지략, 놀라운 체력, 현명함.] [재능: 검술 천재, ???(미개화), ???(미개화)] [호감도: 100] [상세정보: 대영웅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유전자 중 일부분을 물려받았다. 특히 검술 쪽의 유전자를 대폭 물려받은 편. 차후 아버지를 따라 훌륭한 황제가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아, 참. 아버지, 밥 먹고 난 뒤에 저와 대련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옆에 있던 딸아이, 에린이 볼을 부풀린 채 말했다.
“아빠아! 오늘은 정령에 대해 알려 준다 했잖아! 오빠도 너무해! 어제 나랑 약속했단 말이야!”
아, 이런.
지뢰를 밟아 버렸다. 칭얼거리는 딸아이의 옆엔 시엘이 위치해 있었다. 그녀가 조용히 눈짓을 주었다. 이번엔 딸아이와 놀아 달라는 뜻이다. 맨날 놀아 줬던 장남 말고.
엘레나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그래야지. 하하! 리온. 아빠랑은 내일 대련하면 안 될까?”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요.”
와.
내 아들놈이지만 정말 네 살이 맞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으응. 고맙구나. 아들아.”
볼을 부풀린 딸아이를 안아 든 채 덩실덩실 달래 주었다.
“으이구, 우리 딸. 삐졌어?”
“흥.”
“아빠가 미안해. 그러니까 화를 풀어 주면 안 될까?”
“……오늘 잘 놀아 주면. 또 일 바쁘다고 그냥 나가면 안 돼.”
“아암. 물론이지.”
“심튼 아저씨가 와도 가면 안 돼. 멜레오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야.”
“그래.”
둘째 딸 에린이 가장 싫어하는 귀족이 바로 저 두 사람이었다.?
심튼 아저씨와 멜레오스 할아버지. 이젠 자작이 아닌 후작으로 승격한 심튼과 공작인 멜레오스에게 있어선, 지나치게 저렴한 호칭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둘째 딸인 데다, 아직 어리다는 걸 감안해 보면 부르지 못할 호칭도 또한 아니었다.
둘째 딸 에린은 모계 쪽의 재능을 강하게 물려받았다.
[오이스터의 눈이 발동됩니다.] [인물을 분석합니다.] [분석 중…….] [분석 완료] [이름: 에린 드 루드니온] [나이: 4세] [특성: 파더 콤플렉스, 침착한, 경계심이 많은.] [재능: 정령 천재, ???(미개화), ???(미개화)] [호감도: 100(+)] [상세정보: 대영웅의 둘째 딸아이다. 모계 쪽의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았다. 특히 정령 쪽의 유전자를 대폭 물려받은 편. 아버지를 아주 아주 아주 많이 좋아한다. 오늘은 아버지와 반드시 놀이 시간을 가질 거라 굳게 다짐하고 있는 중.]바로 그때였다. 무언가가 소매를 툭툭 건드렸다. 고개를 돌리자, 어린 여자아이가 보였다.
아이리스와 나 사이에서 나온 셋째 딸 프리나였다.
“아빠아. 나도 같이 놀래애.”
“피이. 프리나! 넌 내일 놀아! 오늘은 언니랑 아빠랑 놀 거야!”
“……언니 아니야. 에린하고 나, 나이 똑같아.”
“흥! 내가 5초나 더 일찍 태어났다 들었어. 그러니 내가 언니야.”
“아니야. 나이가 똑같으니 그냥 자매인 거야. 언니 아니야.”
둘이서 티격태격 말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승기는 한쪽을 향해 기울었다. 바로 에린이었다. 셋째 딸 프리나는 머리는 똑똑해도, 성격 자체가 쭈구리스러운 면이 강했다. 그건 지금도 드러나고 있었다.
[오이스터의 눈이 발동됩니다.] [인물을 분석합니다.] [분석 중…….] [분석 완료] [이름: 프리나 드 루드니온] [나이: 4세] [특성: 연구를 사랑하는, 소심한, 따듯한.] [재능: 마법 천재, ???(미개화), ???(미개화)] [호감도: 100] [상세정보: 대영웅의 셋째 딸아이다. 이 아이도 둘째와 마찬가지로 모계 쪽의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았다. 특히 마법 쪽의 유전자를 대폭 물려받은 편. 에린을 좋아한다. 아버지 만큼이나. 사실 아버지와 놀고 싶은 마음보단, 에린과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큰 편이다. 지금 카일 드 루드니온에게 말을 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와 이 신의 눈 말인데.
정말 편했다.?
특히 상세정보란이 완전히 꿀덩이와 다름없었다. 사람의 사고방식 자체를 읽어 내는 수준이었으니까. 솔직히 무슨 AI 같아서 잘 활용하진 않고 있긴 했지만.
아주 가끔 이렇게 편법을 활용하곤 했다. 우리 딸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마다 말이다. 한 손에는 에린을,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에는 프리나를 번쩍 들어 올린 채 물었다.
“아빠는 둘 다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데.”
“…….”
“…….”
어색한 침묵도 잠시.
에린이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좋아. 이번만이야.”
반짝!
프리나의 눈이 빛났다.?
“그럼 놀러 갈까?”
둘을 들어 올린 채.
황궁의 앞뜰로 향했다. 오늘만큼은, 심튼이 업무를 전담해 줄 것이다.
이제 셀라 영애와 결혼도 했으니 제발 좀 자유시간을 달라고는 하는데.
당장 내가 이렇게나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남에게 자유시간을 줄 틈이 어딨단 말인가?
후작위를 건네준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러니 열심히 일을 해 주겠지.
그렇게 두 딸아이와 함께 즐거운 놀이를 지속해 나갔다. 하늘에 둥둥 띄우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고.
가족이 가장 좋아질 때가 바로 이럴 때였다. 아무 생각 없이, 함께 놀 때.
물론 다음 달이면 세 명의 자식이 세상 밖으로 나올 예정이긴 한데.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
지금 있는 아들놈과 두 딸아이도 잘 키워 나가고 있지 않은가.
바쁘긴 해도, 이 정도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
“폐하! 정말 급한 일이옵니다! 이번엔 저어어엉말 정말 정말 급한 일 때문에 호출을……!”
이런 젠장.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심튼이 수십 가지의 서류를 든 채, 내 뒤에 위치해 있었다.
아 잠깐만.
오늘은 진짜 안 된다고.
“……정말 너무 급한 일이라…… 크흠! 황녀 폐하를 뵙습니다.”
“우씨…… 아저씨이! 아빠는 오늘 나랑 놀아야 한다구요!”
“제국을 위한 일입니다…….”
아무래도 이 업무 지옥은 평생이 가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THE END